밤에 기분이 내키면 자전거에 할로겐 불을 밝히고 저만 아는 곳으로 갑니다.
올라가는 길에 음식점도 있고 술집도 있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무숲과 작은 공터가 나오는데
개울물이 졸졸 흘러가는 소리도 들리고 선선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혼자서 조용히 이것저것 생각하기 딱 좋은 장소이지요.
야간에 차를 끌고 여기까지 오는 데이트족들도 많은지라 어둠속에서 저때문에 갑자기 놀라지 말라고,
베낭에 매달아놓은 빨간색 led light를 깜빡깜빡거리게 점등을 하고
장갑을 벗어 엉덩이밑에 깔고 앉아 이 생각 저 생각 상념에 잠깁니다.
차량 불빛이 멀리서 보이는데 저 있는 곳까지 가까이 다가와서는 어둠속에 깜빡거리는
led 불빛을 보고는 다시 차를 돌려 내려갑니다. (데이트 방해해서 so sorry! 입니다만 이 자리는 내가 먼저 차지했으니 이를 워쩌...)
오랜만에 반딧불이를 발견하고 사진으로 찍어보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보지만 사진에 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요리저리 작은 불을 깜빡이며 멀어져가네요.
어두컴컴한 산길에서 길을 잃어버려도 멀리 작은 불빛 하나만 보이면 안심이 될텐데요.
어째 인생길에 불빛이 안보이네요.
그나저나 이 할로겐 라이트 참 군더더기없이 클래식하게(?) 생긴게 볼때마다 이쁩니다.
부산에서 진해, 대구에서 부산, 대구에서 포항, 대구에서 서울 장거리 뛸때마다 제 안전을 지켜준 기특한 녀석... 정이 들었나봅니다. p7이니 q5니 무슨 무슨 초강력 led 라이트가 나와도 하나도 사고싶지 않습니다. 밝기는 무지 밝은지 몰라도 라이트 생김새들이 너무 숭악스럽고 무식하게 생겨서요.(led라이트 쓰시는 분들은 너무 기분나빠하지 마시길. 제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니) 당분간 저는 할로겐 라이트 이 놈들을 계속해서 더 쓰다가 얘네들처럼 이쁘고 가격도 참한 led 라이트 출시되면 그때 갈아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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