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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올겨울 마지막 스노우라이딩이다 싶어서

靑竹2010.02.11 18:17조회 수 608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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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갑장님과 만났다.

늘 변함없는 성격의 온화한 선비같은 갑장님.

이 냥반에게 짐이 많다.

 

 

 

 

 

 뒤늦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대회마다 다니며 입상하더니

중급자로 올라가버리고 만 금고님. 아마도 체력은 타고난 듯하다.

 

 

 

 

 

"저, 혹시 청죽님 아니세요?"

 

"누구시더라?"

 

"아,  맞으시군요. 안녕하세요? 새벽안개입니다."

 

"아, 이런~ 제가 실수를 했네요. 몰라뵙다니요."

 

"저도 얼굴이 갸름하신 청죽님이 볼이 통통할 정도로 살이 찌시는 바람에

긴가민가 했습니다. 털신을 보고 알았습니다. 핫핫핫"

 

(에고고..요즘 체중이 8kg이나 늘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흑흑.)

 

 

언젠가 사람 못 알아보기로는 인간문화재급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벽안개님과는 예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눈 분인데 샵에 들렀을 때 보고는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인데 누굴까?'

 

하는 생각만 줄창 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저 확실히 기억하는 얼굴이라곤 부모형제와 마누라와 새깽이들 뿐이니.

그런데 아무리 살이 쪄서 얼굴이 동그래졌기로서니 한 시간 넘게

같이 있으면서 뒤늦게 알아보시는 새벽안개님도 그리 썩 좋은 눈은 아니신 듯하다.

 

(난 역시 물귀신 체질인가 봐)

 

 

 

 

 

 

 

 

 

 

 

 

 "새벽안개님."

 

"네?"

 

저거 쥔장이 한눈 팔 때 업어가려고 합니다."

 

"허걱~ 청죽님. 저거 제가 사놓은 겁니다."

 

(이런, 낭패볼 뻔했네. 절도의 기술이란 책 없나?)

 

 

 

 

 

 

 

 어쩌면 곧바로 녹지 않고 쌓이는 올겨울 마지막 눈이 아닐까 싶다.

 

 

 

 

 

 

 

 

 

 

 

 눈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로선

올겨울 마지막 스노우라이딩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잔차를 끌고 산에 올랐다.

 

 

 

 

 

 아, 좋다.

 

 

 

 

 

 

 

 

 

 

 

 

 

 

 

 

 

 

 

 

 

 

 

 푸른 상록과 새하얀  눈이 참 조화롭게 잘도 어울린다.

 

 

 

 

 

 

 

 

 

 

 

 채 씹지 않고 급히 삼키다 목에 걸린 질긴 시래기 줄기같은

거추장스럽기 이를데 없는 일상의 잡다한 시름들은

산중에 들 때면 전혀 무가치함으로 소멸되고 만다.

 

그래서 산이 좋다. 

겨울이 좋고 눈이 좋다.

자전거가 좋다.

 

 

 

 

 

 눈이 워낙 습기가 많아 업힐은 어렵지만

다운힐은 지그재그지만 그럭저럭 내려갈 만하다.

 

 

 

 

 

 

 

나무에 걸린 눈들이 재빨리 녹으면서 물방울이 되어 떨어져

바닥에 쌓인 눈이 곰보처럼 얽어버렸다. 

 

 

 

 

 

 

 

 

 

 

 

 

 

 

 

 

 

 

 

 

 사D1F0~1.JPG

 

 

 

 

 

 

 

 

 봄의 전령.

 

 

 

 

 

 

 

 

 

 

 

 봄의 징후

 

 

 

 

 

 나무뿌리에 앞바퀴가 미끄러져 한 차례 굴렀다.

 

 

 

 

 

 

 

 

 

 

 

 

 (아, 이런 날 40년 넘게 묵은 쭈꾸미나 데쳐서 먹었으면...)

 

 

 

 

겨울이 가고 있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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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청죽님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간만에 와서 제가 자전거 탄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시원한 느낌입니다.

     

  • 하얀미소님께
    靑竹글쓴이
    2010.2.11 18:59 댓글추천 0비추천 0

    반갑습니다 하얀미소님.

    사시는 곳에도 눈이 내렸나요?

     

    늘 행복하세요.

     

  • 눈오는날 조심해서 라이딩 하세요  ~~

    오늘 자전거 타러 한강 나가려다가 눈이 와서 못나갔습니다  ~~

  • 줌마님께
    靑竹글쓴이
    2010.2.11 19:02 댓글추천 0비추천 0

    체중이 가벼울 땐 굴러도 잘 안 다쳤는데

    체중이 한창 불었을 때 빙판에 나가 떨어지면서

    팔을 짚으니 그만 어깨 인대를 다치게 되더군요.

    2년 넘게 고생했답니다.

    살을 확 빼던가 조심을 하던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줌마님.ㅋㅋ

     

    자전거도로와 차도의 눈은 물을 잔뜩 머금어 곤죽처럼 되었더군요.

    커다란 눈 무더기를 지나면 홍해가 갈라지듯 '촤악'소리를 내며 눈이 갈라집니다.

    속도를 내지 않고 십 몇 km정도로 천천히 달렸답니다.

     

    늘 행복하세요 줌마님.

  •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갑니다

    왈바에서 항상 눈팅만하는, 게을러서 자전거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얼굴한번 뵙지 못했지만 건강하시고 즐거운 라이딩하시길..

  • 따땃한 봄 되면 알이 통동하게 밴 40묵은 쭈깨미가(쭈꾸미의 사투리)중랑천 따라 올라가 호원동의 **바이크 샵에도 나타나고,

    앞산과 부용산에도 출현한다는디....고 때를 기다리시어 확~초장 발라 버리시이소마....^^ㅎㅎㅎㅎ...

    거 청죽님 안목이 좋으십니다...터너와 스샬 s-work에 꽂히시는 것을 보면유...이히히히...

    고산님께선 건강 회복이 되신 모습 같아보여 좋습니다.

    설 연휴 즐거히,행복하시게 보내세요...^^

  • 사진 잘보고 갑니다

    청죽님 자전거 실력이 사진만 같았어도......국가대표급인데 ^^

    그나저나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은 있어도 남의 프레임이 커보인다는 말은 오늘 처음이네요 ㅋㅎㅎㅎ

     

    사진기가 좋은건지...실력이 좋은건지....카메라를 안봐서 모르겠네요 ㅍㅎㅎㅎ

     

  • 쭈깨미번개 언제 하나요?...ㅡ,.ㅡ;;;;;
  • 작은 나뭇가지 하나에도 시선이 가는걸 보니

    청죽님은

    .

    .

    되게 쫀쫀하신가 봅니다 ㅋ 튀잣 =3=3=3=3

  • 쌀집잔차님께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네요 ㅋㅎㅎㅎ
  • ㅎㅎㅎ 쫀쫀...명품 표현인걸요. ㅋㅋㅋ =========333=======3333333  쌀집님 같이 튀어욧~~~!
  • 늘 건강 하시고, 행복 하소서...
  • 작은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인묵객 같은 성품을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사진도 점점 좋아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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