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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산 자락에서

靑竹2010.02.17 23:12조회 수 4811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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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 땅을 떠날 오리들이

맹렬하게 흘러나오는 하수처리장 출수구 근처에 우르르 모여 있다.

'정화된 이 물이 오염된 중랑천 물보다 더 맑은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들이 인간의 만행으로

알게 모르게 병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인간들이 좀 더 철이 들 때가지 부디 버텨서 살아내 다오.'

 

 

 

 

 

 천보산의 십부능선엔 눈이 없던데

아래의 산자락엔 아직 이렇게 눈이 많다.

 

 

 

 

 

 눈은 괜찮은데 얼음이 보이면 컨트롤 난망.

겁부터 난다.

 

 

 

 

 

 아무튼 자전거를 열심히 타야 할 이유가 생겼다.

2년 반을 참았던 금연에 실패한 뒤로 다시 재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하루에 세 갑을 피우는 헤비 스모커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청량한 산중에 들어 이렇게 유유자적하다 보면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다. (불법이라 못 피우는 것이겠지만)

 

열심히 타자.

 

 

 

 

 

 

 세 그루가 촘촘하게 붙어서 성장했나 보다.

두 녀석은 아예 찰싹 붙었다.

 

 

 

 

 

이녀석들은 더하다.

 

애초 한 그루에서 가지가 갈라진 것인지

아니면 두 그루가 가까이 붙어 부대끼며 성장하다 붙은 것인지 모르겠다.

 

 

 

 

 

 

 

 

 

 

 

 

 

 

 

 

 

 

 

 

 

 

 

 

 

 

 

 

 

 

 산자락에 부는 바람을 볼에 받으며

왜 문득 낙엽을 쓸며 부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으로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들러 낫 한 자루 손에 들고

어느 들인지 아니면 다락논인지 기별을 받지 못해

식구들이 갔음직한 논을 찾아가던 산마루에 불던,

 지독히도 외롭고 을씨년스러웠던 그 바람을 문득 느꼈던 것이다.

 

이런 생뚱맞은 느낌으로 보아 나의 감성시계도 슬슬 고장이 오는 걸까?

 

 

 

 

 

 

 

 

 

 

 

 

 

 

 

 

 

 몇 모금 들이킨 시원한 겨울 약수는 그야말로 정수다.

 

 

 

 

 

 

 

 

 

 

 

 

 

 

 

 

 

 

 해철하다(꾸물거리다의 충청도 사투리) 보니

해가 서산에 걸렸네. 에고고.

 

 

 

 

 

 

 

 

 

 

 

 이왕 늦은 거 석양이나 더 담자.

 

 

 

 

 

 산중엔 어둠이 빨리도 깃든다.

더듬더듬 내려가자니 라이트가 없는 게 아쉽다.

 

로터에 붙은 눈이 녹아서 그런지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연신 '빼애액!'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지척에서 커다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이 아니고 우렁찬 '웡웡'소리가 산자락에 쩌렁쩡렁 울린다.

 

'빌어먹을 브레이크패드.' 

'에고, 그나저나 주인에게 목줄을 잡힌 개라야 될 텐데.'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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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요즘들어 청죽님이 부쩍 쓸쓸해 보이십니다.

    담배 피우시는 것도 그렇고

    갑장 친구 분은 어디가시고

    늘 홀로 라이딩...

    비슷한 처지에 있는 59년생들이 많으니 너무 힘들어 마시길..

    저 아래 짜수님도 따라오시고 ㅎㅎ

     

    한석규의 모놀로그가 생각납니다.

    쉬리였던가요?

    (지옥 가는 길이)  혼자가 아니어서 외롭지 않겠어!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외로움이란 것에 익숙해지면

    그게 외로움이란 걸 대체로 모르고 삽니다.

    갑장님이야 바쁘시니 홀로 다니지요.

    명절이라고 바리바리 사가지고 집에 오셨더군요.

     

    (물품 목록 중에 담배 한 보루는 이해가 안 감.ㅋㅋㅋ

    i e c~~~~~~~~ 내가 뭐 80먹은 노인네란 말인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에효효효효)

  • 59년생 호출하는 자리인가요...?

    아래 글에 무조건 공감합니다.ㅋㅋ

     

    '에고, 그나저나 주인에게 목줄을 잡힌 개라야 될 텐데.'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2 댓글추천 0비추천 0

    뽀스 갑장님. 글츄?

    개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 59년생 호출하는 자리인가요...?...(2)

    출석합니다

  • 청풍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청풍님께서도 59년생이시로군요. 반갑습니다.ㅎㅎ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이거 하나면 잘타는거죠 ㅎㅎㅎ

    '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다.'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늘 다니던 길인데도 어두워서 그런지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며 헤맸습니다.

  • 눈땜에 오늘 천보산 라이딩이 폭파돼 아쉬웠는데

    대신 구경 한번 잘 하네요~~~

  • hs963416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4 댓글추천 0비추천 0

    빡빡-축석 구간은 눈과 얼음이 좀 많아 라이딩이 힘들겠더군요.

    왕방산으로 가는 나머지 구간들은 그나마 좀 나아 보이던데요.

     

  • 전 왜요?

     

    아직 법적으로 6년 더 남았당께요...ㅋㅋㅋ 죽을 때까지 추월하려고 뛰어 볼께요. ㅋㅋㅋ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7 댓글추천 0비추천 0
    까짓거 내가 6년 동안 떡국을 굶고 기다리지유 뭐.
  • 참말로.....쓸쓸한 겨울 오솔길 이군요~

    막걸리 생각이 절로납니다...^^

  • juntos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28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가 유일하게 마시는 술이 막걸리인데요.ㅋㅋ

    술을 혐오하는 편이지만 막걸리만큼은 풍미를 느낍니다.

     

  • 집근처 수원 경희대 싱글 코스와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거기도 호젓하니~ 좋거든요. ^^

    건강하십시오~

  • 듀카티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30 댓글추천 0비추천 0

    외로움=호젓함인가요? ㅎㅎ

    호젓한 오솔길을 나홀로 달리는 기분은 사실 설명하기 힘들지요.

    듀카티님도 건강하세요.

  • 아직 팔팔하고 젊은 전 댖글 패~쑤~함돠....^^ㅎ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10.2.19 17: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앞으루다가 6년을 떡국을 안 먹고 굶기로 했시니끼니

    친구먹자구요. 케헬헬

    친구의 친구의 친구...이렇게 자꾸 소개받다 보니

    나중엔 결국 자기 아버지가 걸렸다는데

    까짓 6년차쯤이야..ㅋㅋㅋㅋ

  • 저~위  역광사진에 자전거만 들어갔으면

    역작이 될수도 있는 사진인데 아깝다.

    자전거사진 콘테스트에 내면 수상깜인디(혼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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