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산 자락에서

by 靑竹 posted Feb 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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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 땅을 떠날 오리들이

맹렬하게 흘러나오는 하수처리장 출수구 근처에 우르르 모여 있다.

'정화된 이 물이 오염된 중랑천 물보다 더 맑은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들이 인간의 만행으로

알게 모르게 병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인간들이 좀 더 철이 들 때가지 부디 버텨서 살아내 다오.'

 

 

 

 

 

 천보산의 십부능선엔 눈이 없던데

아래의 산자락엔 아직 이렇게 눈이 많다.

 

 

 

 

 

 눈은 괜찮은데 얼음이 보이면 컨트롤 난망.

겁부터 난다.

 

 

 

 

 

 아무튼 자전거를 열심히 타야 할 이유가 생겼다.

2년 반을 참았던 금연에 실패한 뒤로 다시 재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하루에 세 갑을 피우는 헤비 스모커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청량한 산중에 들어 이렇게 유유자적하다 보면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다. (불법이라 못 피우는 것이겠지만)

 

열심히 타자.

 

 

 

 

 

 

 세 그루가 촘촘하게 붙어서 성장했나 보다.

두 녀석은 아예 찰싹 붙었다.

 

 

 

 

 

이녀석들은 더하다.

 

애초 한 그루에서 가지가 갈라진 것인지

아니면 두 그루가 가까이 붙어 부대끼며 성장하다 붙은 것인지 모르겠다.

 

 

 

 

 

 

 

 

 

 

 

 

 

 

 

 

 

 

 

 

 

 

 

 

 

 

 

 

 

 

 산자락에 부는 바람을 볼에 받으며

왜 문득 낙엽을 쓸며 부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으로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들러 낫 한 자루 손에 들고

어느 들인지 아니면 다락논인지 기별을 받지 못해

식구들이 갔음직한 논을 찾아가던 산마루에 불던,

 지독히도 외롭고 을씨년스러웠던 그 바람을 문득 느꼈던 것이다.

 

이런 생뚱맞은 느낌으로 보아 나의 감성시계도 슬슬 고장이 오는 걸까?

 

 

 

 

 

 

 

 

 

 

 

 

 

 

 

 

 

 몇 모금 들이킨 시원한 겨울 약수는 그야말로 정수다.

 

 

 

 

 

 

 

 

 

 

 

 

 

 

 

 

 

 

 해철하다(꾸물거리다의 충청도 사투리) 보니

해가 서산에 걸렸네. 에고고.

 

 

 

 

 

 

 

 

 

 

 

 이왕 늦은 거 석양이나 더 담자.

 

 

 

 

 

 산중엔 어둠이 빨리도 깃든다.

더듬더듬 내려가자니 라이트가 없는 게 아쉽다.

 

로터에 붙은 눈이 녹아서 그런지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연신 '빼애액!'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지척에서 커다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이 아니고 우렁찬 '웡웡'소리가 산자락에 쩌렁쩡렁 울린다.

 

'빌어먹을 브레이크패드.' 

'에고, 그나저나 주인에게 목줄을 잡힌 개라야 될 텐데.'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다.

 

 

 

 

 

자전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