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이 땅을 떠날 오리들이
맹렬하게 흘러나오는 하수처리장 출수구 근처에 우르르 모여 있다.
'정화된 이 물이 오염된 중랑천 물보다 더 맑은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미물들이 인간의 만행으로
알게 모르게 병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인간들이 좀 더 철이 들 때가지 부디 버텨서 살아내 다오.'
천보산의 십부능선엔 눈이 없던데
아래의 산자락엔 아직 이렇게 눈이 많다.
눈은 괜찮은데 얼음이 보이면 컨트롤 난망.
겁부터 난다.
아무튼 자전거를 열심히 타야 할 이유가 생겼다.
2년 반을 참았던 금연에 실패한 뒤로 다시 재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하루에 세 갑을 피우는 헤비 스모커가 되어버렸다.
어쨌거나 청량한 산중에 들어 이렇게 유유자적하다 보면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다. (불법이라 못 피우는 것이겠지만)
열심히 타자.
세 그루가 촘촘하게 붙어서 성장했나 보다.
두 녀석은 아예 찰싹 붙었다.
이녀석들은 더하다.
애초 한 그루에서 가지가 갈라진 것인지
아니면 두 그루가 가까이 붙어 부대끼며 성장하다 붙은 것인지 모르겠다.
산자락에 부는 바람을 볼에 받으며
왜 문득 낙엽을 쓸며 부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으로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들러 낫 한 자루 손에 들고
어느 들인지 아니면 다락논인지 기별을 받지 못해
식구들이 갔음직한 논을 찾아가던 산마루에 불던,
지독히도 외롭고 을씨년스러웠던 그 바람을 문득 느꼈던 것이다.
이런 생뚱맞은 느낌으로 보아 나의 감성시계도 슬슬 고장이 오는 걸까?
몇 모금 들이킨 시원한 겨울 약수는 그야말로 정수다.
해철하다(꾸물거리다의 충청도 사투리) 보니
해가 서산에 걸렸네. 에고고.
이왕 늦은 거 석양이나 더 담자.
산중엔 어둠이 빨리도 깃든다.
더듬더듬 내려가자니 라이트가 없는 게 아쉽다.
로터에 붙은 눈이 녹아서 그런지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연신 '빼애액!'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놀랐는지 지척에서 커다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이 아니고 우렁찬 '웡웡'소리가 산자락에 쩌렁쩡렁 울린다.
'빌어먹을 브레이크패드.'
'에고, 그나저나 주인에게 목줄을 잡힌 개라야 될 텐데.'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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