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야벙팀, 왈바랠리를 가다!
아쉽지만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모두들 무사하게...
벼르고 별러서 가게된 것은 아니었다. 목요야벙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볼까요?' '그럴까요!' 이런 말들 끝에 참가를 결정하였다.
한강만 3년 타시다가 지난 겨울 즈음에 산뽕을 맞으시고 지양산 목요야벙에
꾸준히 참석하시는 겡끼님,들개님,카스님...웃는돌 포함 4명.
오디랠리는 리지드포크로 완주하였고 280,휴전선랠리도 무난하게 완주한 경험이
있지만 왈바랠리는 느낌부터 다르다. 험악한 등산로에 도강에 게다가 기본적인
독도법을 알아야 한다는데.
좀 부담스럽다. 더구나 세분은 장거리 산악라이딩의 경험이 없다. 고작해야 지양산
논스톱 30Km만 두어번 같이 라이딩 했을뿐이다.
잠시 고민스러웠지만 결론을 내렸다. 랠리란 반드시 완주에만 목표를 두어선 안된다.
일단 도전 자체가 아름답다.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도전을
해보고나서 안되는구나를 경험해야 한다. 마음을 정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해보는거야' 믿고 따라 나선 겡끼님,들개님,카스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다진다.
기본적인 전략수립에 착수한다. 게시판의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하니 윤곽이
잡힌다. 그렇게 어렵진 않다. 라이딩전략은 완급을 조절하되 지속적인 진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비부품, 응급약품,취사야영도구는 경험이 있어서인지 쉽다.
식량은 야영지에서의 식사는 햇반으로 행동식은 불로식품을 선택하였다.
7월3일 목요야벙에서 기본계획과 개인적 준비물을 알려주고 파이팅을 외친다!
7월6일(일요일).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멜바,끌바가 많으니 지양산에서
온종일 훈련을 하기로 한다. 아침 6시반에 지양산에서 가장 험한 곳(라이딩코스가
아닌 길도 없는 곳 또는 긴 계단)만 골라 약 3시간을 한번도 안장에 오르지 않고
멜바와 끌바만 반복했다. 10시경에 아침을 먹고 산타에서 잔차를 손보고 다시
지양산에 들어간다. 이젠 라이딩이다. 휴식 없이 30Km를 돌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따라주는 세분의 각오가 고맙다.
몸 상태를 체크해보니 더 이상은 무리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근성이...
드디어 만항재에...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입구 사우나에서 간단히 눈을 붙이고 만항재를 찾아 나선다.
오~노! 포장된 길인데도 급경사와 급커브로 태백준령의 위용을 자랑한다.
기가 살짝 죽는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모두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지원조의 모범인 보걸님, 보고픈님,스탐님,그대있음에님,파바로티님 등등
보걸님께 물과 버너를 도움받아 햇반하나를 덮밥에 비벼 먹고 준비를 마무리한다.
항상 밝은 얼굴로 왈바의 여러행사에 힘을 보태셨던 검정고무신님께 30초의 묵념으로
마음을 전한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단체사진을 찍고 긴 여정에 나선다. 잘 포장된 도로를 시작부터 시원하게 내려간다.
시작이 너무 쉽다. 이게 왈바랠리야???
큰 착각이다. 도로 갈림길에 이르니 동료들의 불빛이 웅성거린다. 헉 바로 멜바다.
드디어 태백산에 들어간다. 계속 끌바가 이어진다. 백두대간 종주코스에 접어들었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1400Km의 한반도의 중심줄기...
잠시 등산에 미쳤던 옛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잔차에 올라탄 기억은 거의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끌바만 한다. 지양산 세시간
끌바가 도움이 된듯하다.
언제 페달을 밟게 될지 기약이 없다. 날이 밝아오면서 웅장한 태백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멧돼지들이 파놓은 구덩이가 등산로 곳곳에 드러나있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의 주목군락지도 지나간다. 어느덧 태백산 정상이다. 천제단.
이젠 본격적으로 백두대간종주에 나선다. 서서히 라이딩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2번 PIT에서 길을 잘못들어 문수봉으로 향하다가 등산객의 조언으로 되돌아간다.
앞사람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지도를 보니 우회로가 없다. 문수봉으로
방향을 잡은 사람들은 무조건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걱정이 되었지만 방법이 없다.
아주 간간이 20~30m 정도 안장에 오를 기회는 있었지만 대부분 타는 것은 불가능한
험악한 등산로다. 3번 PIT인 곰너미재까지 지도를 보니 능선으로 이루어진 시원한
길로 긴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지도상에 보이는 선으로 볼 때만 그랬다.
해발 1000m를 넘는 고지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등산로는 잔차를 끌고서 때로는
1Km를 한시간이나 사람을 고생시킨다. 1시간에 1Km라니...
야영지인 8번 PIT에 여유롭게 도착하려면 7~8구간이 고비여서 마음이 급했다.
카스님의 배고프다는 소리를 뒤로 하고 그냥 전진한다. 일단 3번 PIT인 곰너미재에
가야만 했다. 도상으로 짧아보였던 곰너미재. 그냥 지도상이었다.
달콤한 백두대간 계곡수...
중간중간에 간식을 하면서 강행...드디어 고대하던 곰너미재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선택의 폭이 있다. 임도와 지금까지 해온 백두대간 등산 둘 중의 하나.
잔차를 내리고 식사를 준비한다. 전투식량인 야채비빔밥을 먹기로 한다.
차가운 물을 부어도 40분 후면 식사가 가능하다. 가져온 물이 바닥이 나서 계곡으로
물을 찾아나섰다. 잔차와 장비는 던져놓고 급경사의 계곡을 300m나 내려간다.
이것도 힘이 든다. 이 깊고 깊은 산중에 물이라니...너무 반갑다.
비빔밥에 물을 붓고 세수도 하고 물통에 물을 채운다.
카스님은 쉬다가 먹고 가길 바랬겠지만 40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모진 마음으로
진행을 결정한다.귀가 간지러운 것을 보니 뒤에서 욕을 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어디로 갈까. 합류한 다른 일행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구룡산을 통해 모래기재에 가자는 소위 '가빠(가오?)' 있는 분들과 좀 길어지지만
임도를 이용해서 가자는 '가빠'없는 분들.
백두대간을 종주중인 등산가의 의견을 구했다. 방화선이 구축되어 있어서 타고가는
곳이 많을거란다. 결과론이지만 잔차타는 사람은 잔차타는 사람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구해야만 한다. 우린 실패했다.
곰너미재~구룡산~모래기재. 입에서 욕이 나온다. 이건 자전거랠리가 아니야.
사람죽이려는 지옥훈련이야. 잠시 홀릭님의 얼굴이 스친다. 흐믓해하고 있을까???
중간에 산타페님도 만나고 하루님도 만난다. 허접한 웃는돌을 알아봐주시니 고맙다.
명성만 듣다가 우연히 만난 참길님! 여기서부터 선달산까지 자주 만나게 된다.
리더로서 일행을 이끄시는 모습이 마치 장군처럼 보인다.
드디어 '와'자를 받다.
구룡산을 한참 지나 모래기재로 내려오는 길. 엄청난 계단들이 우릴 반긴다.
우린 하나도 안반가운데 이놈들은 수시로 출몰한다. 들고 내려가기에는 체력이
바닥이어서 경사진 계단에 맡겨버린다. 올라가는 경사에는 자연스럽게 잔차를
사랑하게 된다. 죽고못사는 애인처럼 끌어안고 올라간다. 힘이 빠지면 이렇게도
안아보고 저렇게도 업어보고...
하지만 내리막계단에서 나의 잔차는 주인을 괴롭힌다. 조금만 힘이 빠져보이면
가차없이 페달로 종아리를 후려친다. 얼마나 차였는지 멍이 시퍼렇다.
드디어 카스님이 원하는 식사를 한다. 알맞게 불어있는 비빔밥.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힘차게 비빈다. 꿀맛이다. 양도 작지 않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재촉한다.
또 다시 멜바와 끌바다. 내 평생 더 이상의 멜바,끌바는 없다. 방법이 없다.
자연에 순응해야만 했다. 엄청난 계단을 끌고 내려오는데 시야가 밝아지고 도로가
보인다. 반가운 스팀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잔차 타고 오세요'
드디어 체크포인트인 4PIT다. '와'자를 받으니 감격스럽다. 앞에 스무명정도가
지나갔단다. 우리가 꼴지그룹인줄 알았는데.
참길님 팀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젠 임도다.
얼마만에 제대로 안장에 앉아보는건지! 솔직히 말하면 곰너미재에서 모래기재로
오는 중에 잔차에 올라타는 것을 깜빡했던 적이 많이 있다. 하도 끌다보니 판단이
흐려져서 탈 수 있는 곳이 나타나도 멍청하게 그냥 끌고만 간다.
하남에서 오신 예순이 넘으신 분과 시원스럽게 달린다. 아이디를 기억못해서
죄송한 마음인데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 랠리정신에 딱 어울리는 분이다.
임도를 40분이나 달렸을까?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 오전약수터를 지난다.
물야저수지를 왼편으로 두고 웅장하게 솟은 백두대간의 선달산을 향한다. 하염없이
올라가는 시멘트업힐...뭔가 찜찜하다. 정차하고 지도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아니다.
다시 뒤로! 허리가 아픈 겡끼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팀장을 잘못 만난 죄다.
선달산 능선까지는 말그대로 등산이다. 지속적인 오르막. 돌계단.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참길님팀과 능선까지 함께 한다.
능선에 오르면 선달산과 박달령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고도차로 크게 힘들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쏟아지는 비와 저체온증
잔차를 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끌 수 있기를 바랬다. 앞바퀴를 들거나
어깨에 매거나 안고 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건 희망사항이었다.
끌고...매고...또 끌고 끄는 것도 단순히 끄는게 아니다. 앞바퀴를 들어야하고
온 힘을 다해 밀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밀바'란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시마노 레이싱용 신발은 도움이 전혀 안되었다. 당연하게 이 신발은 클릿을 끼고
페달을 돌리는 임무니까...
시커멓게 드러나는 우뚝선 급경사는 순간순간 의욕을 꺾어버린다. 한숨부터 나온다.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따라오는 겡끼님,들개님,
카스님이 정말 고맙다. 짧은 산행경력으로 이 엄청난 랠리를 도전하는 자체가 멋지다.
일행은 목요야벙팀 4명 외에 하남에서 오신 분과 징검다리님의 합류로 6명이 되었다.
서서히 시야가 좁아져 온다. 선달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불고 안개가 올라온다.
8시가 안된듯 한데 벌써 어두워져 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4시에 출발했으니
16시간째 산속에 있는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일'자를 받을 수 있는 6번 PIT에
도착하게 된다.
선달산에서 박달령...기억하고 싶지 않다. 선달산에서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뭔가가 얼굴에 스친다. '어! 빗방울 같은데...' 삽시간이었다. 비가 쏟아진건.
우두두둑. 앗! 작지 않은 비다. 급히 방풍자켓을 꺼내입어보지만 이내 젖어버린다.
비와 함께 하늘도 깜깜해져버렸다. 라이트를 켠다. 나뭇잎과 빗방울 외에는
보이는게 없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는 하염이 없다.
깜빡하는 사이에 겡끼님,들개님,하남님,징검다리님이 안보인다. 뒤를 보니 카스님만
따라온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 온다.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빗소리에 묻혀서인지
아무대답이 없다. 아 이런 어떻해야 하나???
121.141.110.78
충무로 빨랑 다음탄 올려주세요.....
08·07·14 14:56
보고픈 자전거실력 만큼이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듯 눈앞에 그림이 지나갑니다.
일행 이끄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마 팀원 모두에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멋지게 한번 라이딩 함께해요.
더 큰 소리로 불러주시지..
결국 저희는 문수봉 정상을 찍고 되돌아 오는데 엄청난 체력과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습니다.
막막한 심정이야 말할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에 라이딩한 전체에서 그곳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있더군요.
신비하고 경외로음이 느껴지는 문수봉의 풍경을 볼 수 있었음이 어쩌면 행운인것 같습니다.
08·07·14 14:57
karis 하이고마 보고픈님 그 와중에 경치 감상할 틈이 있었다니... 대단 합니다.ㅎㅎ
우린 경치고 뭐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바빠 거품물었다가 도래기 재서 파토 나부렸습니다.
그나마 구룡산 정상서 바라본 태백산의 장관이 멋있더군요.
08·07·14 15:09
굴리미 행님아 파이팅~ 그냥 일만 하느라 오랫동안 연락도 못드려 죄송합니다.. 싸이클만 가끔 몇달에 한번씩 타서 요새 체중이 엄청 불었습니다..ㅠㅠ MTB 처음 시작할때 체중에 거의 근접해가는듯...다시 또 열심히 타야죠...같이 달리시는 모두 끝까지 꼭 몸조심하시고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08·07·14 16:06
hl2olr 안녕하세요~ 선달산 중턱에서 조금 먼저 올라갔던 두명 중의 한명입니다~
닉네임 치악산이라고 하구요~ㅎ 어제 & 그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멋진후기 잘 봤구요~ 넘 고생많으셨습니다~^^
08·07·14 16:06
vndtjs69 긴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후기만 읽어도 그림이 그려집니다.카스님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쉬었으면 하는 표정이드라구요.
수고하셨습니다.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08·07·14 17:02
겡끼 글을보니 랠리의 현장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군요?
역쉬 문장실력도 대단하시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강3년....!! 페달은 쉴수가없다.
들개,카스. 수고많았네 그려...........아자 아자...
08·07·14 17:43
eyeinthesky7 우~와~!! 장문이라 시간내서 읽어봐야겠네요....수고 많으셨습니다...^^
08·07·14 17:49
뽀스 재밌습니다.
홀릭님이 재미있어(?)했던 이유를...알게 해 주셔서...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08·07·14 18:14
산아지랑이 2탄이 기다려 집니다.
언능 올리세용...
08·07·14 19:18
STOM(스탐) 죽다 살아난 사람의 고백이군요
08·07·14 19:25
피플 반갑읍니다 함께하였던 하남에서 출발한 피플 입니다 네분이 떠난후 고민 고민 하다
야영지까지 강행하여 새벽에(01시30분) 도착 남어지 구간을 무사히 끝냈읍니다.
다시 만날날이 있기를 기대 합니다
08·07·14 22:33
haru 웃는돌님 곰넘이재 다다르기 직전에 주신 물한모금 감사합니다.
강원도라 물이 많겠거니 생각하고 나섰다가 낭패를봤네요. 저도 반가웠고 수고 많이하셨어요^^
08·07·15 10:58
안개사랑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것 같습니다
정말 지옥의 랠리였군요 수고하셨습니다.
08·07·15 13:29
아쉽지만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모두들 무사하게...
벼르고 별러서 가게된 것은 아니었다. 목요야벙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볼까요?' '그럴까요!' 이런 말들 끝에 참가를 결정하였다.
한강만 3년 타시다가 지난 겨울 즈음에 산뽕을 맞으시고 지양산 목요야벙에
꾸준히 참석하시는 겡끼님,들개님,카스님...웃는돌 포함 4명.
오디랠리는 리지드포크로 완주하였고 280,휴전선랠리도 무난하게 완주한 경험이
있지만 왈바랠리는 느낌부터 다르다. 험악한 등산로에 도강에 게다가 기본적인
독도법을 알아야 한다는데.
좀 부담스럽다. 더구나 세분은 장거리 산악라이딩의 경험이 없다. 고작해야 지양산
논스톱 30Km만 두어번 같이 라이딩 했을뿐이다.
잠시 고민스러웠지만 결론을 내렸다. 랠리란 반드시 완주에만 목표를 두어선 안된다.
일단 도전 자체가 아름답다.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도 많다. 하지만 도전을
해보고나서 안되는구나를 경험해야 한다. 마음을 정하는 순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해보는거야' 믿고 따라 나선 겡끼님,들개님,카스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다진다.
기본적인 전략수립에 착수한다. 게시판의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하니 윤곽이
잡힌다. 그렇게 어렵진 않다. 라이딩전략은 완급을 조절하되 지속적인 진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비부품, 응급약품,취사야영도구는 경험이 있어서인지 쉽다.
식량은 야영지에서의 식사는 햇반으로 행동식은 불로식품을 선택하였다.
7월3일 목요야벙에서 기본계획과 개인적 준비물을 알려주고 파이팅을 외친다!
7월6일(일요일).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멜바,끌바가 많으니 지양산에서
온종일 훈련을 하기로 한다. 아침 6시반에 지양산에서 가장 험한 곳(라이딩코스가
아닌 길도 없는 곳 또는 긴 계단)만 골라 약 3시간을 한번도 안장에 오르지 않고
멜바와 끌바만 반복했다. 10시경에 아침을 먹고 산타에서 잔차를 손보고 다시
지양산에 들어간다. 이젠 라이딩이다. 휴식 없이 30Km를 돌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따라주는 세분의 각오가 고맙다.
몸 상태를 체크해보니 더 이상은 무리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근성이...
드디어 만항재에...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입구 사우나에서 간단히 눈을 붙이고 만항재를 찾아 나선다.
오~노! 포장된 길인데도 급경사와 급커브로 태백준령의 위용을 자랑한다.
기가 살짝 죽는다. 만항재에 도착하니 모두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지원조의 모범인 보걸님, 보고픈님,스탐님,그대있음에님,파바로티님 등등
보걸님께 물과 버너를 도움받아 햇반하나를 덮밥에 비벼 먹고 준비를 마무리한다.
항상 밝은 얼굴로 왈바의 여러행사에 힘을 보태셨던 검정고무신님께 30초의 묵념으로
마음을 전한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단체사진을 찍고 긴 여정에 나선다. 잘 포장된 도로를 시작부터 시원하게 내려간다.
시작이 너무 쉽다. 이게 왈바랠리야???
큰 착각이다. 도로 갈림길에 이르니 동료들의 불빛이 웅성거린다. 헉 바로 멜바다.
드디어 태백산에 들어간다. 계속 끌바가 이어진다. 백두대간 종주코스에 접어들었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1400Km의 한반도의 중심줄기...
잠시 등산에 미쳤던 옛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잔차에 올라탄 기억은 거의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끌바만 한다. 지양산 세시간
끌바가 도움이 된듯하다.
언제 페달을 밟게 될지 기약이 없다. 날이 밝아오면서 웅장한 태백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멧돼지들이 파놓은 구덩이가 등산로 곳곳에 드러나있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의 주목군락지도 지나간다. 어느덧 태백산 정상이다. 천제단.
이젠 본격적으로 백두대간종주에 나선다. 서서히 라이딩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2번 PIT에서 길을 잘못들어 문수봉으로 향하다가 등산객의 조언으로 되돌아간다.
앞사람을 큰 소리로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지도를 보니 우회로가 없다. 문수봉으로
방향을 잡은 사람들은 무조건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걱정이 되었지만 방법이 없다.
아주 간간이 20~30m 정도 안장에 오를 기회는 있었지만 대부분 타는 것은 불가능한
험악한 등산로다. 3번 PIT인 곰너미재까지 지도를 보니 능선으로 이루어진 시원한
길로 긴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건 지도상에 보이는 선으로 볼 때만 그랬다.
해발 1000m를 넘는 고지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등산로는 잔차를 끌고서 때로는
1Km를 한시간이나 사람을 고생시킨다. 1시간에 1Km라니...
야영지인 8번 PIT에 여유롭게 도착하려면 7~8구간이 고비여서 마음이 급했다.
카스님의 배고프다는 소리를 뒤로 하고 그냥 전진한다. 일단 3번 PIT인 곰너미재에
가야만 했다. 도상으로 짧아보였던 곰너미재. 그냥 지도상이었다.
달콤한 백두대간 계곡수...
중간중간에 간식을 하면서 강행...드디어 고대하던 곰너미재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선택의 폭이 있다. 임도와 지금까지 해온 백두대간 등산 둘 중의 하나.
잔차를 내리고 식사를 준비한다. 전투식량인 야채비빔밥을 먹기로 한다.
차가운 물을 부어도 40분 후면 식사가 가능하다. 가져온 물이 바닥이 나서 계곡으로
물을 찾아나섰다. 잔차와 장비는 던져놓고 급경사의 계곡을 300m나 내려간다.
이것도 힘이 든다. 이 깊고 깊은 산중에 물이라니...너무 반갑다.
비빔밥에 물을 붓고 세수도 하고 물통에 물을 채운다.
카스님은 쉬다가 먹고 가길 바랬겠지만 40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모진 마음으로
진행을 결정한다.귀가 간지러운 것을 보니 뒤에서 욕을 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어디로 갈까. 합류한 다른 일행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구룡산을 통해 모래기재에 가자는 소위 '가빠(가오?)' 있는 분들과 좀 길어지지만
임도를 이용해서 가자는 '가빠'없는 분들.
백두대간을 종주중인 등산가의 의견을 구했다. 방화선이 구축되어 있어서 타고가는
곳이 많을거란다. 결과론이지만 잔차타는 사람은 잔차타는 사람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구해야만 한다. 우린 실패했다.
곰너미재~구룡산~모래기재. 입에서 욕이 나온다. 이건 자전거랠리가 아니야.
사람죽이려는 지옥훈련이야. 잠시 홀릭님의 얼굴이 스친다. 흐믓해하고 있을까???
중간에 산타페님도 만나고 하루님도 만난다. 허접한 웃는돌을 알아봐주시니 고맙다.
명성만 듣다가 우연히 만난 참길님! 여기서부터 선달산까지 자주 만나게 된다.
리더로서 일행을 이끄시는 모습이 마치 장군처럼 보인다.
드디어 '와'자를 받다.
구룡산을 한참 지나 모래기재로 내려오는 길. 엄청난 계단들이 우릴 반긴다.
우린 하나도 안반가운데 이놈들은 수시로 출몰한다. 들고 내려가기에는 체력이
바닥이어서 경사진 계단에 맡겨버린다. 올라가는 경사에는 자연스럽게 잔차를
사랑하게 된다. 죽고못사는 애인처럼 끌어안고 올라간다. 힘이 빠지면 이렇게도
안아보고 저렇게도 업어보고...
하지만 내리막계단에서 나의 잔차는 주인을 괴롭힌다. 조금만 힘이 빠져보이면
가차없이 페달로 종아리를 후려친다. 얼마나 차였는지 멍이 시퍼렇다.
드디어 카스님이 원하는 식사를 한다. 알맞게 불어있는 비빔밥.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힘차게 비빈다. 꿀맛이다. 양도 작지 않다. 숟가락을 놓자마자 재촉한다.
또 다시 멜바와 끌바다. 내 평생 더 이상의 멜바,끌바는 없다. 방법이 없다.
자연에 순응해야만 했다. 엄청난 계단을 끌고 내려오는데 시야가 밝아지고 도로가
보인다. 반가운 스팀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잔차 타고 오세요'
드디어 체크포인트인 4PIT다. '와'자를 받으니 감격스럽다. 앞에 스무명정도가
지나갔단다. 우리가 꼴지그룹인줄 알았는데.
참길님 팀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젠 임도다.
얼마만에 제대로 안장에 앉아보는건지! 솔직히 말하면 곰너미재에서 모래기재로
오는 중에 잔차에 올라타는 것을 깜빡했던 적이 많이 있다. 하도 끌다보니 판단이
흐려져서 탈 수 있는 곳이 나타나도 멍청하게 그냥 끌고만 간다.
하남에서 오신 예순이 넘으신 분과 시원스럽게 달린다. 아이디를 기억못해서
죄송한 마음인데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 랠리정신에 딱 어울리는 분이다.
임도를 40분이나 달렸을까?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 오전약수터를 지난다.
물야저수지를 왼편으로 두고 웅장하게 솟은 백두대간의 선달산을 향한다. 하염없이
올라가는 시멘트업힐...뭔가 찜찜하다. 정차하고 지도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아니다.
다시 뒤로! 허리가 아픈 겡끼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팀장을 잘못 만난 죄다.
선달산 능선까지는 말그대로 등산이다. 지속적인 오르막. 돌계단.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참길님팀과 능선까지 함께 한다.
능선에 오르면 선달산과 박달령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고도차로 크게 힘들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쏟아지는 비와 저체온증
잔차를 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끌 수 있기를 바랬다. 앞바퀴를 들거나
어깨에 매거나 안고 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건 희망사항이었다.
끌고...매고...또 끌고 끄는 것도 단순히 끄는게 아니다. 앞바퀴를 들어야하고
온 힘을 다해 밀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밀바'란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시마노 레이싱용 신발은 도움이 전혀 안되었다. 당연하게 이 신발은 클릿을 끼고
페달을 돌리는 임무니까...
시커멓게 드러나는 우뚝선 급경사는 순간순간 의욕을 꺾어버린다. 한숨부터 나온다.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따라오는 겡끼님,들개님,
카스님이 정말 고맙다. 짧은 산행경력으로 이 엄청난 랠리를 도전하는 자체가 멋지다.
일행은 목요야벙팀 4명 외에 하남에서 오신 분과 징검다리님의 합류로 6명이 되었다.
서서히 시야가 좁아져 온다. 선달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불고 안개가 올라온다.
8시가 안된듯 한데 벌써 어두워져 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4시에 출발했으니
16시간째 산속에 있는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일'자를 받을 수 있는 6번 PIT에
도착하게 된다.
선달산에서 박달령...기억하고 싶지 않다. 선달산에서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뭔가가 얼굴에 스친다. '어! 빗방울 같은데...' 삽시간이었다. 비가 쏟아진건.
우두두둑. 앗! 작지 않은 비다. 급히 방풍자켓을 꺼내입어보지만 이내 젖어버린다.
비와 함께 하늘도 깜깜해져버렸다. 라이트를 켠다. 나뭇잎과 빗방울 외에는
보이는게 없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는 하염이 없다.
깜빡하는 사이에 겡끼님,들개님,하남님,징검다리님이 안보인다. 뒤를 보니 카스님만
따라온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 온다.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빗소리에 묻혀서인지
아무대답이 없다. 아 이런 어떻해야 하나???
121.141.110.78
충무로 빨랑 다음탄 올려주세요.....
08·07·14 14:56
보고픈 자전거실력 만큼이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듯 눈앞에 그림이 지나갑니다.
일행 이끄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마 팀원 모두에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멋지게 한번 라이딩 함께해요.
더 큰 소리로 불러주시지..
결국 저희는 문수봉 정상을 찍고 되돌아 오는데 엄청난 체력과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습니다.
막막한 심정이야 말할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에 라이딩한 전체에서 그곳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있더군요.
신비하고 경외로음이 느껴지는 문수봉의 풍경을 볼 수 있었음이 어쩌면 행운인것 같습니다.
08·07·14 14:57
karis 하이고마 보고픈님 그 와중에 경치 감상할 틈이 있었다니... 대단 합니다.ㅎㅎ
우린 경치고 뭐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바빠 거품물었다가 도래기 재서 파토 나부렸습니다.
그나마 구룡산 정상서 바라본 태백산의 장관이 멋있더군요.
08·07·14 15:09
굴리미 행님아 파이팅~ 그냥 일만 하느라 오랫동안 연락도 못드려 죄송합니다.. 싸이클만 가끔 몇달에 한번씩 타서 요새 체중이 엄청 불었습니다..ㅠㅠ MTB 처음 시작할때 체중에 거의 근접해가는듯...다시 또 열심히 타야죠...같이 달리시는 모두 끝까지 꼭 몸조심하시고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08·07·14 16:06
hl2olr 안녕하세요~ 선달산 중턱에서 조금 먼저 올라갔던 두명 중의 한명입니다~
닉네임 치악산이라고 하구요~ㅎ 어제 & 그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멋진후기 잘 봤구요~ 넘 고생많으셨습니다~^^
08·07·14 16:06
vndtjs69 긴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후기만 읽어도 그림이 그려집니다.카스님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하루쉬었으면 하는 표정이드라구요.
수고하셨습니다.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08·07·14 17:02
겡끼 글을보니 랠리의 현장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군요?
역쉬 문장실력도 대단하시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강3년....!! 페달은 쉴수가없다.
들개,카스. 수고많았네 그려...........아자 아자...
08·07·14 17:43
eyeinthesky7 우~와~!! 장문이라 시간내서 읽어봐야겠네요....수고 많으셨습니다...^^
08·07·14 17:49
뽀스 재밌습니다.
홀릭님이 재미있어(?)했던 이유를...알게 해 주셔서...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08·07·14 18:14
산아지랑이 2탄이 기다려 집니다.
언능 올리세용...
08·07·14 19:18
STOM(스탐) 죽다 살아난 사람의 고백이군요
08·07·14 19:25
피플 반갑읍니다 함께하였던 하남에서 출발한 피플 입니다 네분이 떠난후 고민 고민 하다
야영지까지 강행하여 새벽에(01시30분) 도착 남어지 구간을 무사히 끝냈읍니다.
다시 만날날이 있기를 기대 합니다
08·07·14 22:33
haru 웃는돌님 곰넘이재 다다르기 직전에 주신 물한모금 감사합니다.
강원도라 물이 많겠거니 생각하고 나섰다가 낭패를봤네요. 저도 반가웠고 수고 많이하셨어요^^
08·07·15 10:58
안개사랑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것 같습니다
정말 지옥의 랠리였군요 수고하셨습니다.
08·07·15 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