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별렀던 일요일...왈바랠리에 못간 아쉬움으로 허벅지가 터지도록 달리고 싶었는데 그만 비가 내립니다.
물론 산악자전거를 타는데 비가 대수일까요. 그러나 심약한 마음에 라이딩은 잠시 접고.
지난 밤 TV에서 제주 올레가 소개되었는데 사실 마음이 불끈 했습니다. 240Km의 제주 올레길.
아무와도 일행이 되고 또 혼자이기도 하며 하염 없이 정해진 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비가 오면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신을 재충전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부러웠습니다.
기회가 오겠지요. 열심히 치열하게 살다보면...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비내리는 제주의 자연그대로의 길을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밝은 얼굴로
걷던 한 여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장농에 쳐박혀 있던 고어텍스 자켓이 생각납니다.
산악자전거에 빠진 이후로 그 존재마저 잊혀진 예전 나를 지켜주었던 고어자켓.
아주 자연스럽게 15년이나 지난 자켓을 꺼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허름한 운동화에 반바지 그리고 고어자켓...이게 지양산을 들어가는 복장의 전부입니다.
오랜만에 한창 등산에 빠졌을 때의 설레임이 작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의미가 있어보입니다. 라이딩과는 다른 그윽한 이맛!
1시간반동안 이리저리 쏘다닙니다. 라이딩으로 무지 익숙한 길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들.
말길에서는 이상한 모양의 버섯이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무슨 버섯일까요?
정수장에서 절개지로 하산하는 길에서는 "비와야폭포'가 웅장함을 자랑합니다.
못난이 삼형제바위는 제가 지양산에 들어갈 때 마다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는데
몇년간 저를 안전하게 보살펴주고 있는 고마운 삼형제입니다.
비오는 일요일의 지양산...앞으로는 다른 방법으로도 자주 오래도록 함께 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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