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플라타너스잎이 도로 바닥에 가득하고 머리 위에도 마치 눈처럼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가을이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지양산도 푸른잎은
자취를 감추고 앙상한 가지들과 메마른 땅바닥이 시야를 메우겠지요.
아주 긴시간을 고민했습니다. 지양산도 무척이나 활기가 떨어지고 지양산을 즐기는 이들이 떠들썩하게
모여 놀던 이곳 서부라이더스 공간도 스산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은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왕이면'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어차피 즐기는 산악자전거라면 많은 사람들과
더욱 즐겁게 놀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프리한 신분이 된 상태에서 이곳에 근거를 마련하고 여러사람들과
어울린 시간이 그리 짧지는 않습니다.그러나 '화무 십일홍'이라고 오래도록 정을 나누면 즐거울 수 있겠다는
기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아서 힘을 잃고 시들었습니다.
예전 동호회에서의 상처를 약으로 삼아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함께 하고 보다 더 많은 정을 나누면서
오래 지속되는 그러면서도 지나친 조직화로 경직되지 않는 자유로운 모임이 되도록 노력해보았지만
역량의 부족으로 한계에 이르렀고 이제 저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만 아무것도 아닌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 많은 사람들과 지양산과 이곳
서부라이더스 공간을 통해서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일들도 많이 있었고 진정 사람냄새 나는 분들에게서
결코 잊으면 안되는 용기와 도움도 개인적으로 많이 받았습니다.
베풀어주신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 지쳐서 빌빌대는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적당한 때에 조직화를 하는게 좋았을까요?
여러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고 최소한의 모임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막상 진행하려고 할 때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의도는 무었이었을까요?
'산조아'라는 이름으로 최소한의 모임으로 만들려고 할 때의 제 생각은
최소한의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의 일원임을 어느정도 서로 인식하면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로 인해서 모임을 통한 즐거움이 몇배가 될것이다였습니다.
더 많은 즐거운 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만들어질꺼라는 기대.
모임이 구속이 되는게 아니라 당당한 참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또한 인적 네트워크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요즘, 기회가 되면 모두에게 유익한 조언과 지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
각자에게 결국은 닥쳐오는 인생의 통과의례, 혹은 경사에서 함께 땀흘리고 웃던 사람들의 위로와 축하는
먼 친척들의 그것보다는 더욱 크리라는 생각, 그래서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주면 적어도 그 울타리 내의
사람들은 꺼리낌 없이 참석해서 위로와 축하가 될 수 있다는 기대...
거창한 조직을 만들고 명문클럽으로 발전시키고 힘이 생긴 그 조직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명예를 높히고
또 얻어지는 이익을 노리는건 꿈에도 생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양산에서 이곳 서부라이더스에서 즐겁게 땀을 흘리고 휴식을 취하고
거친 인생에서 충전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이젠 부질없는 꿈이 되었네요.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누군가가 제게 조언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일을 꾸미고 배려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자신이 즐기는 방향으로 가라고요.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면 미련갖지 말라고.
지양산에서 서부라이더스 공간에서 저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즐기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0회 이상을 끌어왔던 야간번개, 매주말의 두시라이딩...
나름대로 여러 코스를 설계해서 구석구석을 누볐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많은 시간들...
아무런 사고없이 함께 불평없이 달리셨던 많은 분들...고맙습니다.
목요야벙 천원의 결실은 지금도 지양산에서 진달래가 되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참여해주셨던 모든 분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겠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고 행하지 않았던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올해 목요야벙에 참여하셨던 분들의 성금이 삼십만원이 넘습니다. 자세한 금액은 마지막 목요야벙
공지에 있습니다.
이제 고민은 이 모아진 성금을 어떻게 할것인가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조언을 기다립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다짐합니다. 제가 만약 어느 공간에 다시 몸을 담게 된다면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다가 최소 20% 이상의 관심과 애정...그리고 참여를 할겁니다.
적당히 이름 들이밀고 좋은거 있으면 참여하고 재미가 없거나 희생이 필요할 때는 슬그머니 외면하는
그런 모습은 안보일겁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할겁니다!!!
저는 앞으로도 걷지 못하는 그날 전까지는 산악자전거와 함께 합니다.
함께 즐거웠던 분들께 언제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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