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by Biking posted Jan 27,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침묵(沈默)

적막한 산장에서

홀로 침묵한다.

말하면 얼어버릴 것만 같은

냉기로 홀로 침묵한다.

시 한수 먹고, 소주 한 모금을 읽는다.

술잔에 침묵이 흐른다.

안주는 침묵이다.

지금은 침묵의 언어로 말할 때 이다.

월정의 달은 창공에 떠있고

백설로 뒤덮힌 금강연은

속으로 침묵하며 흐른다.

전나무 가지에 쌓여있는

눈의 무게 만큼이나

삶의 번뇌를 잊어 버리고

홀로 산장에서 침묵한다.

다시 전나무 가지에 눈이 쌓인다.

    - 오대산에서 – 2003년1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