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지난 일요일, 쭈꾸미 한 못을 사들고 상서 동림 사는 양지댁에게 부탁했더니
이렇게 멋진 상을 차린다. 파란 봄똥과 집사방에서 뜯어 무쳤다는 봄나물...
향도 향이지만 고풍스러운 그릇들과 어우러져 완벽한 색감까지를 연출한다.
사진2~6/소랑패기를 이용해 쭈꾸미를 잡고 있다.
사진7/쭈꾸미 알. 쌀밥으로 착각할 정도로 똑같다. 맛도 비슷하다.
해넘이도 좋지만 쭈꾸미 맛이 더 좋더라!
변산의 마천대에 오른 듯 내려
저분네 바쁜행차 어디로 가오
물속에 불구슬이 빠진다기에
월명암 낙조대를 찾아간다오
/노산 이은상
노산 이은상 님의 시이다. 예부터 동해의 낙산 일출, 서해의 변산 일몰을 으뜸으로 꼽았다. 봄날, 이렇듯 낙조가 아름다운 변산의 격포나 궁항, 아니면 모항이나 곰소 어디쯤의 창가에 앉아 금방 물속으로 빠지는 불구슬을 바라보며 쭈꾸미회에 소주 잔 기울이노라면 낙조에 취하는 건지, 쭈꾸미 맛에 취하는 건지 흠뻑 취하고 만다.
부안에서는 쭈꾸미가 봄소식을 몰고 온다. 쭈꾸미는 2월부터 어부들이 바다에 던져놓은 소랑패기에 들기 시작하여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까지 가장 많이 잡힌다. 이 시기가 바로 쭈꾸미 산란기라 살이 오동통하니 맛이 좋을 때다. 이 무렵이면 부안은 완전히 쭈꾸미 세상이 된다. 격포나 곰소 등지는 말할 것도 없고, 부안시장의 어물전, 시장통, 심지어 버스정류장 등 행인이 많은 곳 어디를 가나 좌판대 위에는 쭈꾸미가 가득가득하고, 제철 쭈꾸미 맛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격포나 곰소, 모항 등지로 몰려든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예부터 변산이 쭈꾸미 고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변산 쭈쭈미는 다른 지방과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 변산 앞바다는 육상에 공단이 없는 청정해역인데다. 금강, 만경, 동진강의 영향을 받아 건강한 하구역 갯벌이 발달해 있어 쭈꾸미들에게는 최상의 서식환경이다. 그러기에 이 무렵의 변산 쭈꾸미는 살이 오동통하니 실한 것이다. 변산 쭈꾸미 맛의 비결은 또 있다. 쭈꾸미를 잡는 방법은 낭장망이라는 정치성 어구로 잡아 올리는 방법과 소랑패기를 이용해 잡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변산에서는 소랑패기를 이용해 잡는다. 낙지는 펄 속에 구멍을 파고 살지만 쭈꾸미는 바다 속에서 펄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빈 소라껍질이나 조개껍질 등의 아늑한 곳을 찾아 산란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소랑패기를 이용해 잡는 쭈꾸미는 낭장망에 걸려 든 쭈꾸미에 비해 깨끗하고 싱싱할 뿐 아니라 통통하게 알이 꽉 차 있어서 맛이 좋다.
이렇게 소랑패기로 건져 올린 쭈꾸미는 먹통(먹물주머니) 채 먹어야 제맛이다. 먹물주머니가 터지지 않게 머리부분을 잘라내고, 다리는 고운 붉은색을 내기 위해 소금을 넣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살짝 데쳐야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머리부분은 살짝 익히건 완전히 익히건 취향대로 먹는데, 암놈의 머리에는 쌀밥처럼 생긴 알이 들어 있어 맛이 기가 막히다. 쭈꾸미 먹물의 성분은 멜라닌인데 먹물주머니의 안벽에는 케로시나아제와 다량의 구리가 들어 있다고 한다. 또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학설도 있다. 몸에 좋다고 선전해대는 먹물과자도 허위과장 광고만은 아닌 듯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어찌 알고 쭈꾸미를 먹통 채 먹었는지 지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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