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토요일, 적당히 꿀꿀한 날씨. 구름이 가득하구만.
바람도 없다, 해도 없다, 잔차 타기에는 너무나 딱 맞는 날씨 아닌가?
비만 안 내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구나.
왈바의 남부군에서 안양천, 한강, 양재천 따라 200리를 달린다고 한다. 나도 한번 가 볼까나? (이것이 첫번째 오산이었다)
오후 2시까지 인덕원 4거리에서 모인단다. 인덕원까지는 또 어떻게 가지?
잔차 타고 가자, 새 잔차 하드테일인데. . .(이것이 두번째 오산이었다.)
집에서 12시 40분에 출발했다. 점심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는데, 중간에 쉴 때 뭐라도 사 먹으면 되겠지 뭐.(이것이 세번째 오산이었다.)
수원시내를 관통하고, 지지대 고개를 올라가서, '별로 힘들지는 않군. 이제 나도 제법 잘 타는데' (이것이 네번째 오산)
어디로 갈 것인가? 1번 국도를 따라 가다 인덕원으로 빠질 것인가? 아니다, 버스 매연이 너무 싫다. 그래, 계요병원 옆으로 올라가자, 백운호수 쪽으로 언덕 한번 오르면 시원스레 다운힐이 아니더냐!
금연한 지 일주일째. 백운호수 넘어가는 업힐에도 호흡조절이 잘된다. 금연하면 정말 이게 좋은 것이구나 절실히 탄복하고 있다. 숨 가쁜 게 하나도 없다. 그래 완전히 금연해 버리는 거야. 이렇게 좋은 것을 가지고, 그동안 왜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원.
오후 2시 인덕원 4거리에서 함께 할 분들과 만났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몸매들도 하나같이 운동선수같이 좋으시고, 잔차도 좋으시고, 잔차와 함께 한 경륜도 꽤 되신듯한 게, 그냥 헐렁헐렁 타는 내가 끼일 자리가 아닌 듯 한 느낌이 팍팍 온다. 역시나 한번 함께 가 볼까 했는 내 생각이 첫번째 오산이 맞았다. 여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 반갑습니다. 수원에서 온 이상발입니다. 처음입니다." 슬슬 출발 준비를 한다.
함께 달리기를, 번장이신 바이킹님이 일번을 달리시고, 그 뒤를 어리버리 내가 따라 붙고, 타기옹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분께서 다음에 오시고, 풀샥의 코마맨님이 따르시고, 뮤즈라고 부르는 게 맞나요? 이런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마지막 후미를 지켜 주시고, 출발.
앗, 출발 순간에 바로 앞에 보이는 바이킹 님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보는 순간, 역시나 첫번째 오산이었음을 절감한다. 대단한 파워의 소유자임을 감지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바이킹님의 자전거는 내 시야에서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페달링 횟수를 바이킹 님과 똑같이 유지하려고 하지만, 한 박자만 늦추면 벌써 저만큼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오늘, 난 제대로 걸렸구나. 어디 중간쯤에서 회차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계속 따라가 본다.
안양천으로 내려가서 안양천변을 계속 끼고 달린 듯 하다. 나는 원래 길눈이 밝고 방향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여, 한번 간 길도 잘 기억하고, 어디 잔차를 타고 가도, 여기가 동이고 저기가 서쪽이고, 아하 이 쪽으로 가면 노루표 페인트 공장이구나, 아하 이리로 가면 석수역이겠구나 하고 방향과 위치에 대해 잘 기억도 하는데, 이번에는 도무지 길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린 기억 뿐이니, 어디 옆의 경치나 풍경을 감상할 짬이 나지 않는다. 잠시 한 눈을 팔면 앞의 선두와 거리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질퍽한 길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에 오르고 보니, 그래도 기분이 상쾌하다. 속도계를 보니, 25km 이상은 계속 찍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앞서 가는 바이킹 님 줄기차게 잘 달리신다.
안장이 좀 높은 듯 하다. 사타구니 사이의 회음부의 통증이 극심해진다. (이것이 두번째 오산이다. 새로운 잔차의 안장 높이 조절에 실패로, 가는 동안 사타구니의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글쎄 집에 세워놓은 싸이클 하고 같은 높이로 안장을 뽑아 올려 놨으니....)
벌써 한시간은 넘게 달린 것 같은데, 쉬지를 않으신다. 점점 허기가 심해진다. 목도 마르다. 허리 뒤에 가방에 물을 두통이나 달고 왔지만, 먹을 짬이 없다. 계속 앞만 보고 달린다. 길에 작은 둔턱만 만나도, 사타구니에 가해지는 압력은 대단한다. 이건 앞 서스펜션이 있으나 마나다. 내 체중 전체를 사타구니로만 떠 받치고 있으니, 힘들 수 밖에.
잠시 쉬는 짬을 내야지 물도 마시고, 안장도 보정을 할텐데, 가도 가도 계속 간다. 이런 날은 왜 누구든지 튜브 펑크도 안나는 것인가?
중간에 구일역이나 어디 지하철 역 근처에서 중도포기를 하고 회항을 할까도 생각해 본다. 에고 힘들어.
드디어, 안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잠시 휴식. 바이킹님의 조언대로 안장을 우선 좀 낮추고, 가방 속에서 간식거리를 나눈다.
다른 분은 가방에서 자신의 간식거리를 꺼내어 다른 이들에게 먼저 권하고 나누어주고 그러시는데, 나는 그럴 정신이 없다. 내 가방에서 양갱 하나 꺼내서 내 입에 우겨 넣기 바쁘다. 사타구니의 아픔과 더불어서 함께 했던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서. (역시 네번째 오산이다, 달리기 전에는 잘 먹어 놓자.)
그래도 가슴이 아프지도 않고, 호흡도 어렵지 않아 이럭저럭 달릴만 했다. 역시 금연하길 잘했다 싶다. 그런데. . .
나를 제외한 세 분이 모두 담배를 한 모금씩 하시는 게 아닌가? 아니, 담배를 피시면서 저토록 잔차를 잘 타신단 말인가? 그것도 최고속도 모드로? 음, 그동안은 내가 잔차를 잘 못 타는 것은 호흡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호흡기 문제도 있지만, 다리 근육의 문제였구나 싶다.
잠시 휴식 후, 본격적으로 한강변 잔차길을 달린다. 여기는 서강대교 밑, 그 유명한 오장터가 매주 열리는 곳이다. 음, 바로 여기였군. 여의도를 지나, 잔차 도로를 쭉쭉 밟아 나간다. 오늘처럼 이렇게 빡세게도 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입장에는 레이싱 팀 훈련에 참여한 듯 하다.
나는 타다가 힘들면 쉬어도 가고, 배 고프면 떡볶이도 사 먹고 가고, 설렁설렁 그렇게 타는 스타일인데,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바이킹 님과 뮤즈님이 앞서 가신다. 어차피 잠실에 가면 만날 것이니까, 앞서 쏜살같이 달려가신다.
이제는 페달을 세게 밟아 역주할 힘도 없다. 사타구니 아픈 것도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안장을 낮추었는데도, 계속 아프다. 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다리 사이에 끼운 것 같은 아픔이다.
동작대교를 지나고, 반포대교를 지나서 부터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이 없다. 반포대교 이후의 길은 초행길이기도 했지만, 무념무상으로 일정하게 페달질만 계속 한 것 같다. 속도계를 계속 주시하면서 달렸는데, 처음에는 시속 23, 4 km를 유지하던 것이 한강가를 달리면서부터 19km로 떨어졌다.
웬간해서는 20km를 넘기지 못한다. 무념무상으로 달리니 사타구니 아픈 것도 잊고,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지하철 역도 근처에 없는 것 같고, 끝까지 가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잠실에 다 왔다. 저 앞에서 바이킹님과 뮤즈님이 어여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에구 힘들다. 잠시 쉬고,
이제는 양재천이다. 서울은 공기 나쁜 것 빼면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동네인가 보다. 집 가까운 곳에 양재천이며 한강변이며 운동하거나 잔차 탈 곳이 잘 마련이 되어 있질 않는가?
한강변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 양재천변에서도 산책하거나 달리기 하거나 하는 분들이 많다.
집에 갈 길이 더 가깝다고 느껴서였을까? 이제는 힘든 것도 좀 잊은 듯 하고, 또한 바이킹님이 주신 초코렛 한 도막에 힘을 내고, 무주님이 주신 견과류 과자에 열이 나는 듯 하다. 그래도 여전히 바이킹님과 무즈님은 앞에서 쏘신다.
코마맨님과 나는 이제 완전히 후발대로 뒤에서 쉬엄쉬엄 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제서야 나눌 짬이 난다.
양재 시민의 숲 정도에 와서 차도로 잠시 잔차를 얹었다. 그리고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뒷골목 농로를 찾아 구비구비 진행하니, 갑자기 골목들이며 좁은 도로들이며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이게 뭔가 하고 보니, 바로 옆이 과천경마장이란다. 경마가 끝나고 차들이 몰려 나오는 모양이다.
바로 이 재미야. 재미로 하지 않고, 돈을 따려고 했다가 돈을 손해 보고 막힌 길에서 자동차 속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답답하겠지만, 막힌 차 사이로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잔차맨들은 무지 신나는 법이지.
서울대공원 옆으로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어 인덕원 쪽으로 가는 길은 무주(muj)님이 길 안내를 맡았다. 과천 주민이신가 보다. 덕분에 차량들과 실랑이 하지 않고, 편하게 인덕원까지 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했는데,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시원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처음 출발했던 인덕원4거리에 다 왔다. 바로 식당으로 골인 !
막대한 열량을 소모했으니, 기름진 것으로 배를 채우고.
서울 나쁜 공기에 시달렸으니, 소주 한잔에 목구멍을 씻어 내리고.
함께 달린 동지 있으니, 담소로서 인사와 격려를 나누고.
남부군의 대장 진빠리님과 잔차님 함께 하니, 격없이 더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달릴 때의 힘든 것은 다 잊어 버리고, 머릿 속 한 켠에서는
"그래 다음 주는 수리산이야."
벌써 마음만은 수리산 임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바람도 없다, 해도 없다, 잔차 타기에는 너무나 딱 맞는 날씨 아닌가?
비만 안 내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구나.
왈바의 남부군에서 안양천, 한강, 양재천 따라 200리를 달린다고 한다. 나도 한번 가 볼까나? (이것이 첫번째 오산이었다)
오후 2시까지 인덕원 4거리에서 모인단다. 인덕원까지는 또 어떻게 가지?
잔차 타고 가자, 새 잔차 하드테일인데. . .(이것이 두번째 오산이었다.)
집에서 12시 40분에 출발했다. 점심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는데, 중간에 쉴 때 뭐라도 사 먹으면 되겠지 뭐.(이것이 세번째 오산이었다.)
수원시내를 관통하고, 지지대 고개를 올라가서, '별로 힘들지는 않군. 이제 나도 제법 잘 타는데' (이것이 네번째 오산)
어디로 갈 것인가? 1번 국도를 따라 가다 인덕원으로 빠질 것인가? 아니다, 버스 매연이 너무 싫다. 그래, 계요병원 옆으로 올라가자, 백운호수 쪽으로 언덕 한번 오르면 시원스레 다운힐이 아니더냐!
금연한 지 일주일째. 백운호수 넘어가는 업힐에도 호흡조절이 잘된다. 금연하면 정말 이게 좋은 것이구나 절실히 탄복하고 있다. 숨 가쁜 게 하나도 없다. 그래 완전히 금연해 버리는 거야. 이렇게 좋은 것을 가지고, 그동안 왜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원.
오후 2시 인덕원 4거리에서 함께 할 분들과 만났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몸매들도 하나같이 운동선수같이 좋으시고, 잔차도 좋으시고, 잔차와 함께 한 경륜도 꽤 되신듯한 게, 그냥 헐렁헐렁 타는 내가 끼일 자리가 아닌 듯 한 느낌이 팍팍 온다. 역시나 한번 함께 가 볼까 했는 내 생각이 첫번째 오산이 맞았다. 여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 반갑습니다. 수원에서 온 이상발입니다. 처음입니다." 슬슬 출발 준비를 한다.
함께 달리기를, 번장이신 바이킹님이 일번을 달리시고, 그 뒤를 어리버리 내가 따라 붙고, 타기옹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분께서 다음에 오시고, 풀샥의 코마맨님이 따르시고, 뮤즈라고 부르는 게 맞나요? 이런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마지막 후미를 지켜 주시고, 출발.
앗, 출발 순간에 바로 앞에 보이는 바이킹 님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보는 순간, 역시나 첫번째 오산이었음을 절감한다. 대단한 파워의 소유자임을 감지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바이킹님의 자전거는 내 시야에서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페달링 횟수를 바이킹 님과 똑같이 유지하려고 하지만, 한 박자만 늦추면 벌써 저만큼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오늘, 난 제대로 걸렸구나. 어디 중간쯤에서 회차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계속 따라가 본다.
안양천으로 내려가서 안양천변을 계속 끼고 달린 듯 하다. 나는 원래 길눈이 밝고 방향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여, 한번 간 길도 잘 기억하고, 어디 잔차를 타고 가도, 여기가 동이고 저기가 서쪽이고, 아하 이 쪽으로 가면 노루표 페인트 공장이구나, 아하 이리로 가면 석수역이겠구나 하고 방향과 위치에 대해 잘 기억도 하는데, 이번에는 도무지 길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린 기억 뿐이니, 어디 옆의 경치나 풍경을 감상할 짬이 나지 않는다. 잠시 한 눈을 팔면 앞의 선두와 거리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질퍽한 길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안양천변 자전거 도로에 오르고 보니, 그래도 기분이 상쾌하다. 속도계를 보니, 25km 이상은 계속 찍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앞서 가는 바이킹 님 줄기차게 잘 달리신다.
안장이 좀 높은 듯 하다. 사타구니 사이의 회음부의 통증이 극심해진다. (이것이 두번째 오산이다. 새로운 잔차의 안장 높이 조절에 실패로, 가는 동안 사타구니의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 글쎄 집에 세워놓은 싸이클 하고 같은 높이로 안장을 뽑아 올려 놨으니....)
벌써 한시간은 넘게 달린 것 같은데, 쉬지를 않으신다. 점점 허기가 심해진다. 목도 마르다. 허리 뒤에 가방에 물을 두통이나 달고 왔지만, 먹을 짬이 없다. 계속 앞만 보고 달린다. 길에 작은 둔턱만 만나도, 사타구니에 가해지는 압력은 대단한다. 이건 앞 서스펜션이 있으나 마나다. 내 체중 전체를 사타구니로만 떠 받치고 있으니, 힘들 수 밖에.
잠시 쉬는 짬을 내야지 물도 마시고, 안장도 보정을 할텐데, 가도 가도 계속 간다. 이런 날은 왜 누구든지 튜브 펑크도 안나는 것인가?
중간에 구일역이나 어디 지하철 역 근처에서 중도포기를 하고 회항을 할까도 생각해 본다. 에고 힘들어.
드디어, 안양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잠시 휴식. 바이킹님의 조언대로 안장을 우선 좀 낮추고, 가방 속에서 간식거리를 나눈다.
다른 분은 가방에서 자신의 간식거리를 꺼내어 다른 이들에게 먼저 권하고 나누어주고 그러시는데, 나는 그럴 정신이 없다. 내 가방에서 양갱 하나 꺼내서 내 입에 우겨 넣기 바쁘다. 사타구니의 아픔과 더불어서 함께 했던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서. (역시 네번째 오산이다, 달리기 전에는 잘 먹어 놓자.)
그래도 가슴이 아프지도 않고, 호흡도 어렵지 않아 이럭저럭 달릴만 했다. 역시 금연하길 잘했다 싶다. 그런데. . .
나를 제외한 세 분이 모두 담배를 한 모금씩 하시는 게 아닌가? 아니, 담배를 피시면서 저토록 잔차를 잘 타신단 말인가? 그것도 최고속도 모드로? 음, 그동안은 내가 잔차를 잘 못 타는 것은 호흡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호흡기 문제도 있지만, 다리 근육의 문제였구나 싶다.
잠시 휴식 후, 본격적으로 한강변 잔차길을 달린다. 여기는 서강대교 밑, 그 유명한 오장터가 매주 열리는 곳이다. 음, 바로 여기였군. 여의도를 지나, 잔차 도로를 쭉쭉 밟아 나간다. 오늘처럼 이렇게 빡세게도 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입장에는 레이싱 팀 훈련에 참여한 듯 하다.
나는 타다가 힘들면 쉬어도 가고, 배 고프면 떡볶이도 사 먹고 가고, 설렁설렁 그렇게 타는 스타일인데, 유격훈련이 따로 없다. 바이킹 님과 뮤즈님이 앞서 가신다. 어차피 잠실에 가면 만날 것이니까, 앞서 쏜살같이 달려가신다.
이제는 페달을 세게 밟아 역주할 힘도 없다. 사타구니 아픈 것도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다. 안장을 낮추었는데도, 계속 아프다. 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다리 사이에 끼운 것 같은 아픔이다.
동작대교를 지나고, 반포대교를 지나서 부터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이 없다. 반포대교 이후의 길은 초행길이기도 했지만, 무념무상으로 일정하게 페달질만 계속 한 것 같다. 속도계를 계속 주시하면서 달렸는데, 처음에는 시속 23, 4 km를 유지하던 것이 한강가를 달리면서부터 19km로 떨어졌다.
웬간해서는 20km를 넘기지 못한다. 무념무상으로 달리니 사타구니 아픈 것도 잊고,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지하철 역도 근처에 없는 것 같고, 끝까지 가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잠실에 다 왔다. 저 앞에서 바이킹님과 뮤즈님이 어여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에구 힘들다. 잠시 쉬고,
이제는 양재천이다. 서울은 공기 나쁜 것 빼면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동네인가 보다. 집 가까운 곳에 양재천이며 한강변이며 운동하거나 잔차 탈 곳이 잘 마련이 되어 있질 않는가?
한강변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 양재천변에서도 산책하거나 달리기 하거나 하는 분들이 많다.
집에 갈 길이 더 가깝다고 느껴서였을까? 이제는 힘든 것도 좀 잊은 듯 하고, 또한 바이킹님이 주신 초코렛 한 도막에 힘을 내고, 무주님이 주신 견과류 과자에 열이 나는 듯 하다. 그래도 여전히 바이킹님과 무즈님은 앞에서 쏘신다.
코마맨님과 나는 이제 완전히 후발대로 뒤에서 쉬엄쉬엄 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제서야 나눌 짬이 난다.
양재 시민의 숲 정도에 와서 차도로 잠시 잔차를 얹었다. 그리고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뒷골목 농로를 찾아 구비구비 진행하니, 갑자기 골목들이며 좁은 도로들이며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나온다.
이게 뭔가 하고 보니, 바로 옆이 과천경마장이란다. 경마가 끝나고 차들이 몰려 나오는 모양이다.
바로 이 재미야. 재미로 하지 않고, 돈을 따려고 했다가 돈을 손해 보고 막힌 길에서 자동차 속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답답하겠지만, 막힌 차 사이로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가는 잔차맨들은 무지 신나는 법이지.
서울대공원 옆으로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어 인덕원 쪽으로 가는 길은 무주(muj)님이 길 안내를 맡았다. 과천 주민이신가 보다. 덕분에 차량들과 실랑이 하지 않고, 편하게 인덕원까지 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했는데,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시원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처음 출발했던 인덕원4거리에 다 왔다. 바로 식당으로 골인 !
막대한 열량을 소모했으니, 기름진 것으로 배를 채우고.
서울 나쁜 공기에 시달렸으니, 소주 한잔에 목구멍을 씻어 내리고.
함께 달린 동지 있으니, 담소로서 인사와 격려를 나누고.
남부군의 대장 진빠리님과 잔차님 함께 하니, 격없이 더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달릴 때의 힘든 것은 다 잊어 버리고, 머릿 속 한 켠에서는
"그래 다음 주는 수리산이야."
벌써 마음만은 수리산 임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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