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최병수 작 "MD"
2000년 지구의 날, 문정현 신부가 세종로 미대사관 앞에 걸개를 펴고 미국의 오만과
그들의 패권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새만금에 뻗치는 미 패권주의 마수
2002년 9월29일, 북미 캐나다 원주민인 치할리스 밴드가 새만금에 왔다. 새만금 주민들과 함께 ‘새만금갯벌 생명살리기 영성나누기’ 의식을 갖기 위함이었다.
치할리스밴드의 웨카 추장은
“우리는 정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치할리스의 신성한 힘을 주기 위해 이 아름다운 땅 새만금에 왔습니다. 절대 굴복하지 말고 싸워 지키길 바랍니다.”며 새만금사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 했다.
그는 또,
‘새만금 방조제를 보면서 갯벌 원주민들의 눈물과 마음의 상처를 느껴 이 노래를 바친다’며
‘백인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기숙학교에서 돌아와 황폐해진 고향의 길을 걸으니 눈물이 난다’는 자신들의 슬픈 역사를 얘기했다.
이들은 새만금에 미국 패권주의의 마수가 뻗치고 있음을 영성으로 느끼고 온 것일까?
그 이튿날인 9월30일치 경향신문에는 이런 보도가 났다.
“미군측은 이미 2년 전부터 새만금간척 예정지에 비행안전구역 및 관리시설, 해안포대 부지용으로 1백30만평을 배정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요구지역은 새만금간척지의 북쪽지역인 만경지구 내에 있다. 한·미간 협정서의 ‘안전지역권 설정계획’에도 미군의 탄약저장소 면적은
9만5천평으로 설정돼 있고 주요 포대 주변의 필요면적은 미정으로 돼 있다. 한·미 양측은 주요 포대 주변의 경우 합동실사 후 면적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지역이 1백여만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전지역권은 탄약고 및 포대 인근의 폭발물과 관련된 위해로부터 민간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접근을 금지시키는 지역을 말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국이 LPP 협상 초기인 2001년 3∼4월께 군산 미 공군비행장 부지 26만평을
우리 측에 반환하는 대신, 새만금 간척지 공사가 완료될 경우
비행안전구역 및 해안포대 부지용으로 130만평을 추가로 공여해 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이같은 요청을 국내 정서와 비현실성을 감안, 거부통보했다"고 해명했었다.
새만금 레저베이션
역사는, 콜롬부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Discover)’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인 없는 땅을 주웠다는 뉘앙스다. 우리가 지금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원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아메리카대륙의 주인이었는데도 말이다. 인도로 가려던 콜롬부스가 항해를 잘못해 아메리카대륙에 닿았을 뿐이다. ‘아메리카대륙 발견’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미 백인들의 흉계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흉계를 알리 없었던 인디언들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북동쪽에 도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추위, 질병, 굶주림으로 죽어가자 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치료해서 살려주었다.
그로부터 백오십 년 후,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드는 백인들에겐 인디언이야말로 그들의 앞길을 막는 방해자일 뿐이었다. 그들은 자기네 선조들을 추위와 굶주림으로부터 구해준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광활한 땅을 빼앗았다. 그리고는 인디언들의 시체 위에 나라를 세웠다. 그런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그런 양키들은, 인디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보호구역’을 만들었다. 바로 ‘인디언 레저베이션’이다. 그러나 그곳은 말처럼 보호구역이 아니었다. 양키들은 그들의 땅과 재물을 빼앗고 언어와 문화마저 빼앗았다. 그리고는 이들을 ‘보호구역’에 가두었다. 인디언들은 여기서 병들어 죽어 갔으며, 도망치다 붙잡히면 죽임을 당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은 인디언들을 멸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인디언 유폐구역’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양키들은 ‘Frontiership’ 운운하며 자기 합리화를 해대지만, 따지고보면 야만적인 땅뺏기놀음에 불과하다. 지들에게야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슬기롭게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는 진취적 이념일지 모르지만, 당하는 인디언의 입장에서는 땅과 목숨을 빼앗아가는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정신인 것이다.
이렇듯, 인디언들의 학살 위에서 일어선 미국이 오늘에 이르러선 막대한 자본력과 가공할 군사력을 휘두르는 초강국이 되어 무기를 녹여 쟁기를 만들자던 해빙무드를 다시 냉각시키고 있다. 세계를 전쟁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NMD, TMD, MD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핵탄두를 무려 6,000여 두 보유한 나라가 겨우 몇 기, 몇 십 기 보유한 나라의 도발을 우려해 지구촌 곳곳에 미사일방어망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MD체제 후보지 중의 한 곳이 바로 남한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5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새만금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범종교인 기도회 및 시민촉구대회'에서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은 새만금 공사가 중단돼야 하는 이유를 자연-생명 보전 외에 다른 곳에서도 찾았다.
"미군이 현재 군산 미군기지 바깥에 조성되는 새만금 간척지 땅의 80분지 1에 해당하는 100만평을 비행기의 안전운항을 위해 요구하자 국방부가 이에 합의 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위의 경향신문 보도와 이부영 의원의 발표대로라면, 새만금의 뭇생명의 시체와 새만금 주민들의 눈물 위에 그들의 전쟁놀음을 위한 군사전진기지를 건설하고 한반도를 위시해 인근 동아시아를 차례로 침탈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 아닌가?
인디언에게 그랬던 것처럼, ‘새만금 레저베이션’을 만들어 한민족을 그곳에 유폐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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