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함성에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문규현 신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편집자 주] 부안 핵폐기장 반대싸움에 함께 하고 있으며 지난 26일에는 군청 앞 장관 면담투쟁을 하려다 부상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던 문규현 신부가, 핵폐기장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본문을 그대로 게재한다.
노무현 대통령님
편하십니까? 17년 동안 그 어떤 정권도 해결 못한 일을 마침내 당신이 해내는 것 같아 흡족하십니까? 드디어 당신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쁘십니까? 저는 지금 당신에게서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보고 전두환의 피묻은 군화를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부안 군민이 당신의 적입니까? 잘해야 인구 7만인 이곳에 무려 5천여 병력이 상주하고, 오늘은 경찰청장이 ‘부안 전담 경비부대’ 운용까지 얘기했습니다. 격포에도 위도에도 경찰 병력을 늘렸더군요. 우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엄단하라는 추상같은 당신의 호령을 거의 매일같이 듣습니다. 당신이 부안 군수를 돕기 위해 보내준 전국의 경찰들, 그들은 당신이 부여한 임무를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 가장 무섭다는 서울의 특수진압 전투경찰들이 군민을 향해 거침없이 방패를 내리치고 짓밟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당신의 적입니다.
당신이 특별히 파견한 경찰에게 들었습니다. 그들은 내려오기 전 교육받을 때 ‘제2의 광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더군요. 놀랍고 끔찍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고 확인했습니다. 그게 과연 정말인가.
‘제2의 광주’. 그렇습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참담한 상황은 그걸 생생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중상을 입고 실려갔습니다. 도망치는 사람을 삼십 미터씩 쫓아가 목뼈를 부러뜨리고, 팔십 칠 세 할머니의 쓰러진 몸도 거침없이 군홧발로 짓밟았습니다. 저를 보호하려다 방패로 머리를 찍히고 그 피 터진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청년은 연이어 날라 온 곤봉에 코뼈까지 함몰되었습니다. 장관이란 사람들이 내려와 전투경찰이 겹겹으로 막아주는 호위를 받으며 공무원들 데려다가 설득이란 걸 해대던 그 순간에도, 바깥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장관 면담을 요구하다 잡혀가고 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군민들을 투명하게 설득하라고 장관들에게 말씀하셨더군요. 그러나 정녕 투명해져야 하는 것은 당신이고, 당신의 각료들이며, 핵 산업체들이고, 핵 전문가라는 자들입니다. 왜 핵폐기장 부지 선정위원들이 누구인지 신상조차 밝히지 않습니까? 이 지역을 볼모로 대체 어떤 추악한 음모들을 꾸미고 있길래, 그토록 다급하게 밀어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 있길래, 엄청난 공권력으로 엄호하며 다정다감하고 조용하던 부안을 이렇게 한 순간에 찢어놓고 파괴한단 말입니까?
당신의 내면에 가득한 이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당신을 이처럼 비겁하게 만들고 폭력에 의지하게 만드는 그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이 나라를 둘러싼, 또는 당신이 꾀하고 있는 음모가 대체 무엇입니까? 미국입니까? 미국이 자기 나라에서 죽은 핵 산업을 이 한반도 서남단의 작은 지역 부안에서 또는 전북에서 부활시키겠답니까? 그들이 당신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공청회 한 번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정부 관계자 한 번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진정 참여와 자치를 입에 올리는 정부의 수반임을 잊지 않았다면, 군 의회가 부결시킨 핵 폐기장 유치 신청을 무시하고 날강도처럼 혼자 신청한 군수를 꾸짖었어야 마땅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군민을 더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오라 했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군민의 치솟는 분노는 무시하고 폭도로 매도하면서 군수의 행위에는 감격하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당신을 보며, 당신과 소위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대한 그 무슨 미련도 기대도 다 놓아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야말로 극단적인 행동을 이제 그만 접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의 방식은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전두환의 폭력성을 닮아 있습니다. 공권력과 폭력으로 진압하고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해대는 행위야말로 투명하지 못하고 정당성을 잃은 정권들이 전형적으로 의존해 온 방식입니다. ‘참여정부’라는 멋진 용어가 더 이상 기만당하고 유린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당신의 참여정부는 이미 ‘참여’의 형식이나마 빌릴 능력도 포장할 수준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부안 군민을 향해 당신이 보여주고 있는 통치 행태가 그것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것 이상 노무현 정권의 본질과 수준을 잘 보여주는 내용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안전하고 누군가는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면, 수많은 보상과 발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면 왜 17년간 그 어떤 대통령도, 그 어떤 장관도, 그 어떤 핵 정책가도 자기 고향에 유치하자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답니까? 그 일이 희생이 따르는 것이라면 그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 희생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수용적인 것이어야 마땅했습니다. 그 희생을 감당할 당사자에게 물었어야 합니다. 누구도 나를 위해 남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고, 내가 두려우면 남도 두려운 것입니다. 지금처럼 야합과 매수, 폭력과 고립으로 강요하는 희생이야말로 집단적 이기주의가 힘없는 이들에게 가하는 집단적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나는 당신의 이 야비함과 독선, 오만과 어리석음을 오래도록 기억해둘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수 십여 명의 군민들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그 처절한 순간에, 당신이 친히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를 잃지 말라고, 더 많은 공권력을 보내주마 하고 격려했던 그 일을 마음에서 쉬이 지우지 않을 겁니다. 새만금 간척으로 바다를 잃어가며 삶도 마음도 모두 시커멓게 타버린 순박한 어민들을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보상으로 회유하여 유치신청을 하게 하고선, 이제 와서 현금 보상 안 한다며 몇 번씩 죽이고 또 죽이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당신은 평화롭고 소박하던 한 지역 공동체를 순식간에 파괴했습니다. 군민들 가슴에 씻기 힘든 상처와 고통스런 기억을 새겨놓았습니다. 영혼과 양심을 매수하고, 돈이라면 생명과 신뢰와 관계도 죽이고, 죽음 속으로 이웃을 떠넘기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사회를, 대통령이 나서서 만들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처럼 당신이 추락하고 있는 나락의 길을, 당신이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이 사회를 우리 부안 군민이 구해줄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당신은 우리를 폭력과 엄포, 거짓과 술수로 다스리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속지 않을 것입니다. 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국 어디에도 핵 폐기장은 안 된다’는 우리의 구호와 다짐을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핵 공포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삭발한 어미와 그 어미의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던 아이의 작은 손, 소 팔아 마련한 돈 200만원을 선뜻 활동기금으로 내어놓고 핵 폐기장은 절대 안 된다고 우시던 가난한 할머니, 응급실에 실려와 치료를 받자 마자 다시 싸우러 나가던 아낙네, 목에 기브스를 하고서도 “촛불 시위가 있습니다” 하고 외치는 이들의 가슴속에 넘치는 생존과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당신을 구하고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
당신은 공포스럽고 낡은 체제에 우리를 잡아두려 하지만, 우리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래에 살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실현되는 날까지 나는 기꺼이 당신이 폭도라 부르는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지금 부안 군민은 그래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고 대전환의 광장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구원의 장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나는 부디 당신이 이 아름다운 함성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이 성스러운 초대에 응답할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3년 7월 29일 문규현 신부
문규현 신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편집자 주] 부안 핵폐기장 반대싸움에 함께 하고 있으며 지난 26일에는 군청 앞 장관 면담투쟁을 하려다 부상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던 문규현 신부가, 핵폐기장 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본문을 그대로 게재한다.
노무현 대통령님
편하십니까? 17년 동안 그 어떤 정권도 해결 못한 일을 마침내 당신이 해내는 것 같아 흡족하십니까? 드디어 당신의 힘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쁘십니까? 저는 지금 당신에게서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보고 전두환의 피묻은 군화를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부안 군민이 당신의 적입니까? 잘해야 인구 7만인 이곳에 무려 5천여 병력이 상주하고, 오늘은 경찰청장이 ‘부안 전담 경비부대’ 운용까지 얘기했습니다. 격포에도 위도에도 경찰 병력을 늘렸더군요. 우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엄단하라는 추상같은 당신의 호령을 거의 매일같이 듣습니다. 당신이 부안 군수를 돕기 위해 보내준 전국의 경찰들, 그들은 당신이 부여한 임무를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 가장 무섭다는 서울의 특수진압 전투경찰들이 군민을 향해 거침없이 방패를 내리치고 짓밟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당신의 적입니다.
당신이 특별히 파견한 경찰에게 들었습니다. 그들은 내려오기 전 교육받을 때 ‘제2의 광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더군요. 놀랍고 끔찍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고 확인했습니다. 그게 과연 정말인가.
‘제2의 광주’. 그렇습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참담한 상황은 그걸 생생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중상을 입고 실려갔습니다. 도망치는 사람을 삼십 미터씩 쫓아가 목뼈를 부러뜨리고, 팔십 칠 세 할머니의 쓰러진 몸도 거침없이 군홧발로 짓밟았습니다. 저를 보호하려다 방패로 머리를 찍히고 그 피 터진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청년은 연이어 날라 온 곤봉에 코뼈까지 함몰되었습니다. 장관이란 사람들이 내려와 전투경찰이 겹겹으로 막아주는 호위를 받으며 공무원들 데려다가 설득이란 걸 해대던 그 순간에도, 바깥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장관 면담을 요구하다 잡혀가고 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군민들을 투명하게 설득하라고 장관들에게 말씀하셨더군요. 그러나 정녕 투명해져야 하는 것은 당신이고, 당신의 각료들이며, 핵 산업체들이고, 핵 전문가라는 자들입니다. 왜 핵폐기장 부지 선정위원들이 누구인지 신상조차 밝히지 않습니까? 이 지역을 볼모로 대체 어떤 추악한 음모들을 꾸미고 있길래, 그토록 다급하게 밀어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 있길래, 엄청난 공권력으로 엄호하며 다정다감하고 조용하던 부안을 이렇게 한 순간에 찢어놓고 파괴한단 말입니까?
당신의 내면에 가득한 이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당신을 이처럼 비겁하게 만들고 폭력에 의지하게 만드는 그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이 나라를 둘러싼, 또는 당신이 꾀하고 있는 음모가 대체 무엇입니까? 미국입니까? 미국이 자기 나라에서 죽은 핵 산업을 이 한반도 서남단의 작은 지역 부안에서 또는 전북에서 부활시키겠답니까? 그들이 당신의 목을 조이고 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공청회 한 번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정부 관계자 한 번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진정 참여와 자치를 입에 올리는 정부의 수반임을 잊지 않았다면, 군 의회가 부결시킨 핵 폐기장 유치 신청을 무시하고 날강도처럼 혼자 신청한 군수를 꾸짖었어야 마땅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군민을 더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오라 했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군민의 치솟는 분노는 무시하고 폭도로 매도하면서 군수의 행위에는 감격하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당신을 보며, 당신과 소위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대한 그 무슨 미련도 기대도 다 놓아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야말로 극단적인 행동을 이제 그만 접기 바랍니다. 지금 당신의 방식은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전두환의 폭력성을 닮아 있습니다. 공권력과 폭력으로 진압하고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해대는 행위야말로 투명하지 못하고 정당성을 잃은 정권들이 전형적으로 의존해 온 방식입니다. ‘참여정부’라는 멋진 용어가 더 이상 기만당하고 유린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당신의 참여정부는 이미 ‘참여’의 형식이나마 빌릴 능력도 포장할 수준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부안 군민을 향해 당신이 보여주고 있는 통치 행태가 그것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것 이상 노무현 정권의 본질과 수준을 잘 보여주는 내용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안전하고 누군가는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면, 수많은 보상과 발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면 왜 17년간 그 어떤 대통령도, 그 어떤 장관도, 그 어떤 핵 정책가도 자기 고향에 유치하자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답니까? 그 일이 희생이 따르는 것이라면 그 희생을 감당해야 하는 주체가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 희생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수용적인 것이어야 마땅했습니다. 그 희생을 감당할 당사자에게 물었어야 합니다. 누구도 나를 위해 남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 것이고, 내가 두려우면 남도 두려운 것입니다. 지금처럼 야합과 매수, 폭력과 고립으로 강요하는 희생이야말로 집단적 이기주의가 힘없는 이들에게 가하는 집단적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나는 당신의 이 야비함과 독선, 오만과 어리석음을 오래도록 기억해둘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수 십여 명의 군민들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그 처절한 순간에, 당신이 친히 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를 잃지 말라고, 더 많은 공권력을 보내주마 하고 격려했던 그 일을 마음에서 쉬이 지우지 않을 겁니다. 새만금 간척으로 바다를 잃어가며 삶도 마음도 모두 시커멓게 타버린 순박한 어민들을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보상으로 회유하여 유치신청을 하게 하고선, 이제 와서 현금 보상 안 한다며 몇 번씩 죽이고 또 죽이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당신은 평화롭고 소박하던 한 지역 공동체를 순식간에 파괴했습니다. 군민들 가슴에 씻기 힘든 상처와 고통스런 기억을 새겨놓았습니다. 영혼과 양심을 매수하고, 돈이라면 생명과 신뢰와 관계도 죽이고, 죽음 속으로 이웃을 떠넘기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사회를, 대통령이 나서서 만들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처럼 당신이 추락하고 있는 나락의 길을, 당신이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이 사회를 우리 부안 군민이 구해줄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당신은 우리를 폭력과 엄포, 거짓과 술수로 다스리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속지 않을 것입니다. 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국 어디에도 핵 폐기장은 안 된다’는 우리의 구호와 다짐을 실천해나갈 것입니다. 핵 공포 없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삭발한 어미와 그 어미의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던 아이의 작은 손, 소 팔아 마련한 돈 200만원을 선뜻 활동기금으로 내어놓고 핵 폐기장은 절대 안 된다고 우시던 가난한 할머니, 응급실에 실려와 치료를 받자 마자 다시 싸우러 나가던 아낙네, 목에 기브스를 하고서도 “촛불 시위가 있습니다” 하고 외치는 이들의 가슴속에 넘치는 생존과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당신을 구하고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
당신은 공포스럽고 낡은 체제에 우리를 잡아두려 하지만, 우리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래에 살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실현되는 날까지 나는 기꺼이 당신이 폭도라 부르는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지금 부안 군민은 그래도 당신을 포기하지 않고 대전환의 광장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구원의 장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나는 부디 당신이 이 아름다운 함성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길 바랍니다. 이 성스러운 초대에 응답할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3년 7월 29일 문규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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