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모항 가는 길

Biking2003.11.06 18:25조회 수 319추천 수 9댓글 4

  • 2
    • 글자 크기






모항 가는 길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위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끼고
모항에 가는 거야
부안읍에서 버스로 삼십 분쯤 달리면
객지밥 먹다가 석삼 년만에
제 집에 드는 한량처럼
거드럭거리는
바다가 보일 거야
먼 데서 오신 것 같은데
통성명이나 하자고
조용하고 깨끗한 방도 있다고,
바다는
너의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대수롭지 않은 듯
한 마디 던지면 돼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말이야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뜻이거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
이 길은 말하자면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한데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에 나섰다가 지친
너는,
너는 비록 지쳤으나
승리하지 못했으나
그러나,
지지는 않았지
저 잘난 세상쯤이야 수평선 위에
하늘 한 폭으로 걸어 두고
가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이나 채석강 쪽에서 잠시
바람 속에 마음을
말려도 좋을 거야
그러나 지체하지는 말아야 해
모항에 도착하기 전에
풍경에 취하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우니까
조금만 더 가면 훌륭한 게 나올 거라는
믿기 싫지만,
그래도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 거야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 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 넣어
쉬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 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
                 - 안 도 현 -


  • 2
    • 글자 크기
만남... (by 반월인더컴) 수리산 야간라딩 예정 (by 반월인더컴)

댓글 달기

댓글 4
  • 열병을 알고 있는 바이킹님!...
    어찌하오리까!....저두 가슴이 답답하군요...
  • 우리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때론 홀로 저 넓은 광야로 달려가 서고 싶지만, 이젠 혼자가 아닌 둘이서 기대며 서야하는 것을... ^ ^;;
  • muj
    2003.11.7 12: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코딱지떼고...
    ... 모항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 2003.11.7 13:05 댓글추천 0비추천 0
    건방진 바다군요...... 객지밥 삼년먹다.....
    돌아온 주제에.... 쥔 행세를... ㅎㅎ
    나두 코닦지 좀 뗘야되는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94 정말이지 올간만에...3 ........ 2003.11.11 308
4293 올 가을에도2 Biking 2003.11.11 312
4292 잔업중....1 진빠리 2003.11.10 310
4291 일욜 아침 수리산 한바퀴 돌았습니다.1 반월인더컴 2003.11.10 317
4290 야벙 장소(수리산 8단지가 어딘지요)1 ........ 2003.11.10 382
4289 어제는 쭈꾸미님과 관악산을 다녀왔습니다. ~~~^^^)13 comaman 2003.11.10 373
4288 우면산에서11 muj 2003.11.09 419
4287 통나무6 Biking 2003.11.08 326
4286 장딴지 뒷 바퀴 수난기(빵꾸)2 장딴지 2003.11.08 330
4285 낙우 Biking 2003.11.08 334
4284 이별.... 진빠리 2003.11.08 322
4283 만남...2 반월인더컴 2003.11.08 324
모항 가는 길4 Biking 2003.11.06 319
4281 수리산 야간라딩 예정 반월인더컴 2003.11.06 310
4280 싸인회..1 onbike 2003.11.06 359
4279 빠킹님... 코베아 렌턴 샀는데..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이..1 십자수 2003.11.05 458
4278 변산 투어 이후 자전거를 한 번도 못타는군요...5 제임스 2003.11.05 383
4277 싸인회...18 진빠리 2003.11.05 374
4276 남부군의 사랑....4 진빠리 2003.11.05 335
4275 남부군의 사랑....쑥스럽네....1 leeky 2003.11.06 317
첨부 (2)
mohang_beach.gif
34.0KB / Download 0
mohang.gif
36.4KB / Download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