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익는 안변산에 가고 싶다
"감 익을 무렵이면 약방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감이 우리 몸에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잘 익은 감(홍시)은 맛은 달지만 성질은 차가우며 독이 없고, 심폐를 부드럽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하며, 폐위와 심열(심화로 생기는 열)을 낫게 하고, 열독(더위로 일어나는 발진)과 주독(술독)을 풀어주며 토혈을 그치게 한다고 한다.
특히 감에는 탄닌 성분이 많은데 탄닌산은 점막 표면 조직의 수렴작용을 통해 설사와 배탈을 멎게 하고 폐결핵, 기관지 확장, 폐종양, 자궁출혈, 치질 등으로 인한 체내출혈을 억제하는 지혈효과가 매우 우수하며,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 비타민c는 콜라겐이라는 섬유단백질을 합성해 혈관을 튼튼하게 해 줌으로써 고혈압 등 혈관계통의 질병과 심장병 등 순환기 계통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곶감도 감과 성질이 비슷하여 곶감 표면에 생긴 하얀 가루는 마른기침이나 인후건조 인후통증 등에 유효하다고 한다.
감잎은 5~6월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찻감으로 쓰는데 혈압을 내리고 동맥경화시 혈류량을 증가시키며 해소 천식에 효과가 있으며,
감식초는 잘 익은 감을 따서 항아리에 담아 약 1년간 자연발효를 시켜 만드는데, 천연구연산을 다량 함유해 살균작용이 강하고, 소화액 촉진과 체질개선 작용이 강하다고 한다.
예전에, 감 익을 무렵의 안변산은 정말 장관이었다. 우슬재에서 남여치에 이르는 안변산 청림, 사자동, 신적, 중계, 새재, 마상치 일대 골, 골마다는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익어가는 감들이 주위를 온통 붉게 물들였다.
요즈음처럼 먹거리가 흔하지 않은 시절에 감은 주요 간식거리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그 시절 안변산 사람들은 감이 붉은 기를 띠면 벌써 우려서 부안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하여, 감이 농창해질 때쯤이면 지게바작에, 달구지에 가득가득 싣고 우슬재를 넘어 부안시장을 향했다.
이렇듯, 감은 안변산 사람들에게는 가계의 주수입원이었다. 감이 있었기에 쌀밥도 먹을 수 있었고, 그 산중에서 간혹 대학생이 나기도 했다.
이렇게 우슬재 넘어 부안시장에 까지 인기가 있었던 대부분의 안변산 감들은 먹시감이었다. 작고 볼품 없는데다 얼굴에 먹물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지만 맛만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꿀처럼 달다. 서리 맞아 농창하게 익은 먹시감을 한입에 넣고 씨 뱉어내며 우물우물 먹는 맛이라니..., 그러기에 부안시장 상인들이 안변산 먹시감을 더 쳐주었던 것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