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동네 목욕탕에서 온천,찜질방까지 우리나라 목욕장 변천사와 함께해온 '이태리 타올'. 설을 앞두고 어머니 손에 이끌려 대중목욕탕에서 이태리 타올로 온몸이 화끈거리도록 때를 밀고 돌아오는 추억의 '연례 행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부산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고(故) 김필곤(1932∼2001)씨가 돌에 수건을 감아 때를 밀던 시절 비스코스 레이온 소재를 꼬아 만든 것이 이태리 타올이다. '좀 더 편리하게 목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궁리하던 김씨는 섬유 소재를 모조리 뒤져 2년여동안 실험을 거쳐 이태리 타올을 만들어 냈다. '이태리'라는 명칭은 국내산 원단에 이탈리아산 실 꼬는 기계인 연사기와 염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붙여졌다.
김씨의 발명품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1962년 특허청에 등록한 실용신안권으로 부산의 호텔 두곳을 사들일 정도로 부자가 됐다. 김씨가 이태리타올 등 목욕 관련 상표 및 서비스표로 특허청에 등록한 것만 32개에 달한다.
서구형 입욕문화의 유입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이태리 타올은 목욕관리사 '때밀이' 문화와 함께 일본으로까지 건너가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김수철 사무총장은 "1944년 대중탕 1호점이 평양에 등장했고 이듬해 서울에 생긴 후 현재 국내 목욕장만 1만여곳에 달한다"며 "1990년대부터 일본 진출이 활발해진 목욕관리사들이 이태리 타올로 한국의 목욕문화를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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