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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산장에서

Biking2006.12.22 14:39조회 수 435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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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산장에서 4일째 입니다.

어제 오전에는 성인 5~6명이 들어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크기의 눈집을 맹글었구요
우남이(개) 집도 눈으로 맹글었답니다.
날씨가 좋아 점심에 라면을 끊여먹고,
점봉산 심설 산행을 했지요
죽는줄 알았습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나가기가 여간 힘든가 아니였습니다.
곰배령에서 작은점봉 까지는 그런데로 갈 수 있었는데
작은점봉에서 점봉산 정상까지 2시간 넘게 걸렸지요
등산로는 일찌기 눈속에 묻려서 분간을 할 수 없고
가까스로 러셀을 해서 정상에 도착하니 4시 20분..
서산의 해는 벌써 백설위로 내 그림자를 길게 느러뜨리고..
불현듯 산에는 나 혼자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옵니다.

짧은 해는 기울어져 가고, 갈길은 자꾸만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급해옵니다.
잠시 마음을 가다둠고 군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며 쉬었다.

백두대간 능선에 양수발전댐 흉물처럼 자리잡고 있고 거대한 풍력발전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다.
점봉산 정산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파노라마를 보고 카메라에 담고
멀리 오대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급해진다.
어둡기전에 등산로를 찾아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발밑에 한계령이 지척에 보인다.

순백의 설악, 서북능의 긴 능선..
정산에서 설경에 취해 지체할 수 없었다.
일단 단목령 코스를 포기하고,
너른골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도에 나와있지 않은 비등산로 탈출을 시도 했다.

산짐승(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내려가니 홍포수막터가 나왔다.
계곡에는 산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했다.
강선계곡으로 내려오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행이 멧돼지는 만나지 않았다.
강선마을에는 개짓는 소리가 계곡가에 울려 퍼지고
눈속에 파묻힌 민가의 불빛은 히미하다.
산장에 도착하니 6시.
기진맥진 하다..ㅎ

몇일전 설피산장에 우남이(개)는 멧돼지 송곳이에 받히어
엉덩이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말못하는 짐승인 얼마나 아팠을까 짐작이 간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하는데..살아난 것으로도 다행이라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장작난로에 불을 지피고,
우남이와 함께 강선계곡까지 산책을 다녀오곤 하지요..

여기에 올라오니 내려가지 싫은데... 어찌하오리까..? ㅋ

여기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입니다. ㅎ

오전에는 앞산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축복같은 함박눈이 펑!펑!.
장작난로가에 앉아 쌍화차를 마시고 밤을 구워 먹고 라디오에서는  케롤송이 흘러 나오고..산장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쏟아집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저 침묵하는 것 이지요..ㅎ

백설의 산골짜기에 인적 없다고 한탄 마오
창문밖 하얀산이 바로 벗 아니겠소~

설산으로 안주를 삼고
설루(눈녹은 물)로는 술 못 만드리
광객의 노래로 만고를 슬퍼한 뒤
취하지 않으면 아니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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