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 비 해피
권혁웅
1.
워리는
덩치가 산만한 황구였죠
우리집 대문에 줄을 매서 키웠는데
지 꼴을 생각 못하고
아무나 보고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통에
동네 아줌마와 애들, 여럿 넘어갔습니다
이 피멍 좀봐, 아까징끼 값 내놔
그래서 나한테 엄청 맞았지만
우리 워리,
꼬리만 흔들며
그 매, 몸으로 다 받아냈습니다
한번은 장염에 걸려
..........중략.........
아버지는
약값과 고기 값을 한번에 벌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한성여고 수위를 하는 주인집 아저씨,
수육을 산처럼 쌓아놓고
금강야차처럼
우적우적 씹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씹을 듯했습니다
2.
누나는 복실이를 해피라고 불렀습니다
해피야,
너는 워리처럼 되지 마
세달만에 동생을 쥐약에 넘겨주었으니
우리 해피 두배로 행복해야 옳았지요
하지만 어느날
동네
아저씨들, 장작 몇 개 집어들고는
해피를 뒤산으로 데려갔습니다
왈왈 짖으며 용감한 우리 해피, 뒷산을 타넘어
내게로
도망왔지요
찾아온 아저씨들, 나일론 끈을 내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해피가 네 말을 잘 들으니
이 끈을 목에 걸어주지 않겠니?
착한 나, 내게 꼬리치는 착한 해피 목에
줄을 걸어줬지요
...........중략............
내가 여덟살, 해피가 두살 때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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