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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쪽....

타기옹2007.12.09 22:21조회 수 718추천 수 1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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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환자입니다. 심신 건강한 나만 빼구요
그래서 매주 일요일마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집단으로 종합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옵니다. 그래야 일주일 동안 아무 병이 안 납니다

그 일주일간 착하게 사는 특수 효과 할렐루야 주사를 놓아 주는 그 병원은
무슨 교회라고 합니다

저번 주 일요일엔 병원 다녀오는 막내와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 서며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 이유를 물어 보니 고 3짜리 늦동이 막내 딸이 설명을 합니다

같은 병원 다니는 중환자중에 대학생 오빠가 있는데
막내에게 꼬박 꼬박 말을 높이더랍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작은 오빠가 그 청년에게
동생인데 왜 말을 올리냐? 말을 놓으라고 하니까
그 청년이 얼굴이 벌개 지며 더듬거리며 막내를 보고 하는 말이
" 그러면 그 쪽도 말을 놓으세요" 하더라나요?

이 대목을 얘기하며 막내는 자기 방 침대에 몸을 날려 쓰러지면서
숨도 안 쉬고 까르르륵 웃습니다..저러다 정말 숨 넘어 가게 생겼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왜 그리 아름다운지요...

아마 막내는 난생 처음으로..오빠나 동생이 아닌...
"그 쪽"이라는
색갈과 향기가 애매한..그러면서 무언가 절실한 감정이 묻어있는
그 인칭대명사의 화살을 처음으로 맞았겠지요

큐피드의 화살은 아니지만...
그 이성에게 던져지는 모호한 호칭의 화살을 심장에 맞고
막내는 당황하고 부끄럽고 설레이고..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까르르륵 계속 웃기만 했습니다

아마도 그 청년 역시 지금쯤 막내에게 던진 자기의 대사를 돌아 보며
좀 더 멋진 말을 하지 못한 자신에게
분노하고 좌절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구요

아아~ 섭섭하기도 하지요
막내에게 이제 청춘의 봉오리가 열리는 모습이 보이자
내 마음은 왜 이리 슬프고 설레이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감정으로 가득 차는지요

그 후로 며칠간 막내는  " 그 쪽" 이라는 명칭에 대단히 민감했습니다
"그 쪽의 컵 좀 다오" 해도 흠칫 흠칫 놀라더라니까요

장난꾸러기 타기옹이 이런 모습을 그냥 넘어 가겠습니까?
요즘 막내를 부를 땐 이렇게 부릅니다
"그 쪽에 막내 있니? 이 쪽에 커피 좀 타 다오. 아빠는 왠지 그 쪽에 가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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