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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詩人 / 이시하

타기옹2007.12.11 23:24조회 수 900추천 수 1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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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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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하



인사동 모 찻집 겸, 밥집 겸, 술집에서 김 모 시인이 말하길

저보다 시 잘 쓰는 놈, 키 큰 놈, 잘 생긴 놈, 피부 하얀 놈, 노래 잘 하는 놈,

돈 잘 버는 놈, 큰 집에 사는 놈, 예쁜 마누라 가진 놈,

마누라에 애인까지 있다는 놈들은 다 이유 없이, 그냥 무쟈게 싫어한다며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 닦을 염念도 안하고 흰소릴 해대는데,



옆에서 머쓱머쓱 웃고만 있던 이 모 시인이

난 너처럼 입만 살아서 조동아리 나불대는 놈이 제일 싫다며

쐐기를 콱 박는 것이었는데,

에이 씨바, 너그들도 지금 속으론 내 말이 다 맞다구 하구 있잖여어,

글고 임마아, 너처럼 중간에 말 끊는 놈도 나는 무진장 싫어한다는 거 알아둬라,

해쌌는데 갑자기 저 짝 어딘가서 된소리가 띵띵 날아오는 거였다



지랄염병들 허구 있네그려!

오뉴월에 똥개 쎄빠닥 늘어지는 소리들 하구 처자빠졌네, 하는 고로,



다들 누가 배짱 좋게 시인들의 진지한 토론에 끼어드나 싶어

걸걸하게 쏟아지는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이쿠나,

찻집 겸, 밥집 겸, 술집 주인인 늙은 남자가

조금 덜 늙은 듯한 여자하고 한잔 걸치는 참에

티브이에서 앵앵대는 무신 청문회인지 담화문인지를 보며

한 소리 했던 것인데,



한참을 그리 티브이 속 나라님들 얼굴에 삿대질 해싸가며

주정인지 속내인지를 풀어내는 쥔 남자를 지켜보던 모, 모 시인 등이

괜스레 심란해져 주거니 받거니 술잔만 연신 처대는데,

야야, 우리가 시인이 아니라 저 짝이 시인 같지 않냐,

하는 이 모 시인 말에 게슴츠레한 눈을 치켜뜬 김 모 시인 왈,

씨바, 나는 저렇게 나보다 욕 잘하는 놈도 무쟈게 싫다, 씨바,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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