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소비’란 무엇인가?
윤리적 소비’란 사람과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만들어낸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서 쓰는 것을 가리킨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라고 외쳐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세상, ‘최소 지출, 최대 만족’이라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확고해진 세상이다. 이 와중에서 소비에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무거운 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게 타당할까. ‘상도덕’이란 말은 익숙해도, ‘소비도덕’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싹튼 서유럽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도 가장 빨랐다.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은 그 일환이다. 이는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무역 활동을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이같은 공정 무역 운동을 포함한 개념의 소비자 운동이다.
서구의 윤리적 소비자 운동은 이미 탄탄한 기반 위에 놓여있다.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하고, 공정 무역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한다. ‘모든 구매행위에는 윤리적 선택이 개입된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축구공, 인도 수자원을 착취하는 코카콜라,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스타벅스 등이 보이콧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동물 실험 반대,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내세워 한때 인기를 얻었던 더바디샵도 세계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에 넘어간 뒤 입방아에 올랐다. 더바디샵의 가치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운동가들은 더바디샵에서 나온 이익이 로레알의 동물 실험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윤리적 소비주의는 여행 국가의 경제, 자연, 문화를 보존하자는 ‘책임 여행’에까지 이르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일부에선 관광 수입이 군사 독재 정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미얀마 관광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이미 서구의 대기업들은 윤리적 소비자 운동을 의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800만 파운드의 공정 무역 커피를 구매했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구매한 원두의 6%에 해당한다. 네슬레, 미츠비시 등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압력에 손을 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공정 무역을 지원하고 회사 이미지 개선에 이용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싹텄다. 2004년 두레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팔기 시작했고, YMCA, 아름다운 재단, 여성환경연대도 커피, 의류 등의 공정 무역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소비자 입김이 강하다. 이같은 토양이라면 윤리적 소비주의가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섣불리 결론 내리기 힘들다. 동아시아연구원과 매일경제가 최근 실시한 ‘한국의 윤리적 소비주의’ 조사 결과는 한국 소비자의 이중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72%가 ‘소비자 개인이 기업의 CSR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으로 10% 이상의 가격 인상분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본 결과 44%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뜻은 알겠지만, 돈을 쓰기는 싫다’는 뜻이다.
윤리적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구조적 변화를 개인의 윤리적 결단에 맡긴다’는 지적부터 ‘윤리적 소비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진정 민주주의 사회라면 1인 1표를 가져야 할 텐데,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윤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주의는 1인 1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주의가 한국에선 웰빙, 로하스처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어렵다고 좌시할 순 없다. 한국도 이주 노동자의 인권,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이타적 국가’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다. 나의 손짓, 발걸음, 숨결 하나가 영향 미치지 않는 곳 없는 세상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는 윤리적이어야할 의무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자유무역(Free trade)이 아닌 공정무역, 이기적 소비자가 아닌 이타적 소비자를 꿈꿔볼 때다.
‘윤리적 소비’ 실천해 보세요
한국의 윤리적 소비자 운동은 초보 단계다.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활발한 외국의 행동 수칙, 보이콧 리스트를 찾아봐도 한국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하되, 한국에서도 당장 오늘부터 물건을 사는데 염두에 둘 만한 지침을 꼽아봤다.
(1) 동네 구멍 가게를 이용한다
대형 할인점은 물건이 다양하고 값이 싸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할인점에 가기 위해선 자동차를 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배기 가스가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게다가 할인점에서는 싼 맛에 10개 묶음을 샀다가 3개만 먹고 나머지는 결국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대형 할인점 대신 동네 구멍 가게를 이용해 필요한 것만 사자.
(2) 값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사지 않는다
동대문시장에 가서 가장 싼 티셔츠를 고르더라도 한국산은 3만원, 중국산은 5000원이다. 5000원짜리 옷에 어느 정도의 노동자 임금이 포함돼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 옷을 만든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착취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패스트 패션은 ‘한철 입다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부추긴다. 버려진 옷은 대부분 소각장으로 가고, 이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3)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
한국에서 유기농 음식은 ‘웰빙’ 바람과 더불어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아 소비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유기농 음식의 장점은 간과하기 힘들다. 백화점에 깔끔하게 진열된 유기농산물이 아니라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텃밭에서 기른 상추를 밥상에 올려보자.
(4) 유전자 변형 음식을 먹지 않는다
유전자 변형 음식(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질병에 강하고 수확이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아울러 GMO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유럽의 환경단체들은 GMO를 ‘프랑켄 푸드(프랑켄슈타인과 푸드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
(5) 재활용품, 중고품을 사용한다
재활용품이나 중고품이 자원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건 한국에서도 상식이다. ‘새 것’에 중독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종이부터 프린터 카트리지, 텔레비전까지 재활용될 수 있는 물품은 무궁하다. 벼룩시장, 녹색가게를 이용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
출처 : 경향신문
윤리적 소비’란 사람과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만들어낸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서 쓰는 것을 가리킨다.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라고 외쳐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세상, ‘최소 지출, 최대 만족’이라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확고해진 세상이다. 이 와중에서 소비에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무거운 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게 타당할까. ‘상도덕’이란 말은 익숙해도, ‘소비도덕’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싹튼 서유럽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도 가장 빨랐다.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은 그 일환이다. 이는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무역 활동을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이같은 공정 무역 운동을 포함한 개념의 소비자 운동이다.
서구의 윤리적 소비자 운동은 이미 탄탄한 기반 위에 놓여있다.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하고, 공정 무역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한다. ‘모든 구매행위에는 윤리적 선택이 개입된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축구공, 인도 수자원을 착취하는 코카콜라,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스타벅스 등이 보이콧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동물 실험 반대,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내세워 한때 인기를 얻었던 더바디샵도 세계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에 넘어간 뒤 입방아에 올랐다. 더바디샵의 가치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운동가들은 더바디샵에서 나온 이익이 로레알의 동물 실험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윤리적 소비주의는 여행 국가의 경제, 자연, 문화를 보존하자는 ‘책임 여행’에까지 이르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일부에선 관광 수입이 군사 독재 정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미얀마 관광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이미 서구의 대기업들은 윤리적 소비자 운동을 의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800만 파운드의 공정 무역 커피를 구매했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구매한 원두의 6%에 해당한다. 네슬레, 미츠비시 등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압력에 손을 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공정 무역을 지원하고 회사 이미지 개선에 이용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싹텄다. 2004년 두레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팔기 시작했고, YMCA, 아름다운 재단, 여성환경연대도 커피, 의류 등의 공정 무역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소비자 입김이 강하다. 이같은 토양이라면 윤리적 소비주의가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섣불리 결론 내리기 힘들다. 동아시아연구원과 매일경제가 최근 실시한 ‘한국의 윤리적 소비주의’ 조사 결과는 한국 소비자의 이중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72%가 ‘소비자 개인이 기업의 CSR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으로 10% 이상의 가격 인상분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본 결과 44%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뜻은 알겠지만, 돈을 쓰기는 싫다’는 뜻이다.
윤리적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구조적 변화를 개인의 윤리적 결단에 맡긴다’는 지적부터 ‘윤리적 소비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진정 민주주의 사회라면 1인 1표를 가져야 할 텐데,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윤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주의는 1인 1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주의가 한국에선 웰빙, 로하스처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어렵다고 좌시할 순 없다. 한국도 이주 노동자의 인권,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이타적 국가’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다. 나의 손짓, 발걸음, 숨결 하나가 영향 미치지 않는 곳 없는 세상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는 윤리적이어야할 의무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자유무역(Free trade)이 아닌 공정무역, 이기적 소비자가 아닌 이타적 소비자를 꿈꿔볼 때다.
‘윤리적 소비’ 실천해 보세요
한국의 윤리적 소비자 운동은 초보 단계다.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활발한 외국의 행동 수칙, 보이콧 리스트를 찾아봐도 한국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하되, 한국에서도 당장 오늘부터 물건을 사는데 염두에 둘 만한 지침을 꼽아봤다.
(1) 동네 구멍 가게를 이용한다
대형 할인점은 물건이 다양하고 값이 싸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할인점에 가기 위해선 자동차를 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배기 가스가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게다가 할인점에서는 싼 맛에 10개 묶음을 샀다가 3개만 먹고 나머지는 결국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대형 할인점 대신 동네 구멍 가게를 이용해 필요한 것만 사자.
(2) 값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사지 않는다
동대문시장에 가서 가장 싼 티셔츠를 고르더라도 한국산은 3만원, 중국산은 5000원이다. 5000원짜리 옷에 어느 정도의 노동자 임금이 포함돼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 옷을 만든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착취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패스트 패션은 ‘한철 입다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부추긴다. 버려진 옷은 대부분 소각장으로 가고, 이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3)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
한국에서 유기농 음식은 ‘웰빙’ 바람과 더불어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아 소비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유기농 음식의 장점은 간과하기 힘들다. 백화점에 깔끔하게 진열된 유기농산물이 아니라도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텃밭에서 기른 상추를 밥상에 올려보자.
(4) 유전자 변형 음식을 먹지 않는다
유전자 변형 음식(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질병에 강하고 수확이 많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기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 아울러 GMO로 인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유럽의 환경단체들은 GMO를 ‘프랑켄 푸드(프랑켄슈타인과 푸드의 합성어)’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
(5) 재활용품, 중고품을 사용한다
재활용품이나 중고품이 자원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건 한국에서도 상식이다. ‘새 것’에 중독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종이부터 프린터 카트리지, 텔레비전까지 재활용될 수 있는 물품은 무궁하다. 벼룩시장, 녹색가게를 이용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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