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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타기옹2008.05.01 21:47조회 수 897추천 수 17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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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내용도 살피지 않고 해 버린듯한 누군가의 싸인이 문제가 되어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서명이라고도 불리우는 싸인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이름을 문서에 적음, 또는 그 이름. - 입니다

싸인 자체로는 스스로 기록하였다는 증거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이지요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한번 쯤 싸인을 만들어 보고 싶거나
만들게 되는 시기가 있는 데, 나는 그 시기가
국민학교 6학년 부터 중학교 1학년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신을 표현하고픈 자아의 싹이 발아하는 때이기도 하고
당시만해도 싸인의 필수 요건인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무렵이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여겨집니다

어떤 녀석은 처음 만든 싸인인데도
영어로 능숙하게 휘갈겨 써서 친구들의 찬탄을 받기도 하고

너무나 엉터리같은 싸인을 만들어 비웃음을 사는 녀석도 있었구요
한글을 영어처럼 꼬부라지게 써서 만든 독창적인 싸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싸인은 가로나 세로로 한줄을 기세좋게 그어 놓고
그 줄에 기대어 영어나 한글로 이름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주 흔한 방법으로는 싸인을 한 종이를 뒤집어 보면
자기 이름이 보이는 싸인이었는데,

어떤 방식이든지 만드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평생을 사용할 싸인이라는 표정으로
아주 진지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내 싸인도 그 무렵에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난 다른 이들의 싸인을 보면 웃음이 슬몃 나옵니다.

나이도 지긋하고 권위있는 어른들이 중요한 문서에 싸인을 할 때
어린 시절 그 사람이 싸인을 만드는 장면이 떠 올라서 입니다..^^

개구장이 친구들 사이에서
여기 저기 컨닝도 하고
눈치도 살피면서
코를 훌쩍이며
마른버즘이 핀 머리를 긁적이며

세계의 운명이라도 가르는 듯이 진지하게 싸인을 만드는 소년의 모습....

그들이 자라서 정말로 국가와 세계의 운명을 가르는 싸인을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들의 어린 시절 그 모습은 언제나 내 머리위에 오버 랩되곤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형님이 해 준 싸인 이야기는 가장 걸작입니다

싸인을 만드느라고 골 머리를 썩이는 내 모습을 보던 형님은
열심히 싸인을 만들고 있는 종이를 휘익 빼앗더니
휘리릭 단숨에 뭔가를 휘갈기곤 내 앞에 탁 놓으며 한마디 던집니다

"이게 뭔지 아니? "

종이 위에는 작은 동그라미 안에 점이 하나 찍혀있었습니다

"이게 뭐야? 콧구멍하나 막힌 돼지 코야? "

형님은 비웃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이거... 모택동 싸인이야 "

형님의 말로는 모택동은 너무나 비밀이 많고 응큼해서
그 속마음을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싸인 역시 누구도 알 수 없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모택동의 기분과 날자에 따라서
동그라미 안에 점의 크기와 찍히는 자리가 달라지는데

날씨가 흐리느냐 개었느냐...누구를 만났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는 걸 훤히 알 수 있을 뿐더러

간단해 보이는 싸인이라고 해서 누군가가 위조했다가는. 점의 위치로
한눈에 알아 보고는 그 자리에서 사형을 당한다는 겁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내 덕에 다음 날 우리 학교 전교생이
거의 다 이 사실을 듣고 모택동의 비밀주의에 경악을 금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말입니다....내 동창생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정도까지도 이 말을 믿었을 터입니다

중요한 약속이기도 하며, 그 진실성에 대하여 서로를 확인하는 싸인

이도 저도 아닌 싸인이 될바에는 차라리 모택동 싸인을 만들어
자기 자신만 뜻을 알 수 있는 싸인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나중에 자기 마음대로 변명을 할 수도 있을 터이니까요

싸인은 ... 점찍은 자리나 모양이 아무리 근사해 보여도
내용이 중요한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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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싸인요?..그거 잘못하면 큰일날수도 있습니다. ㅋㅎ..나두 하루에 평균 5개는 하는데..
    뭐 씰데 없는거만 하구 있지요.ㅋㅎ 고객사 들렸다가 나올때..NDA에 싸인하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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