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추억삼아 써 놓은 글을 옮겨놓습니다.
예전 같으면 남부군 부추겨서 팀을 만들었을텐데...
집 떠난지 몇년만에 돌아오니 좀 어색하기도 합니다.
아묻든.. 그냥 재미삼아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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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나서는 장수와 같은 마음입니다.
하루동안 천리를 달린다는 그 말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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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만님과 무적멍이님.. 서초119소속 두분과 함께 과천을 출발합니다.
일찌감치 도착한 정선 공설운동장
저녁을 먹고 주차장 바닥에 자리깔고 잠을 청해봅니다.
이어 도착하는 팀들의 부산함에 설핏 두어시간 잤나봅니다.
04시 출발
제일 늦게 출발하게되어 출구옆에서 무적멍이님이 큰소리로 응원합니다.
"화이팅~~"
그러고 있으니 우리가 저들의 지원조 같습니다.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동생 둘과 날씨도 괜찮다며 순조로운 출발을 합니다.
임계까지 50Km
출발 한두시간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초반이니 할만합니다.
임도만 90Km인 하장까지도 험한 코스는 없지만
앞 길의 전조를 알리기에 딱좋은 길고 지루한 임도입니다.
하장에 도착하니 18시
식당에서 식사를하고 셋이서 의논합니다.
다음코스가 어렵긴하지만 우리는 24시까지 사북에 도착해서 축구 후반전이라도 보자고...
꿈도 야무집니다.
끝없는 산들을 오르는 기분입니다.
누가 강원도 아니랄까바 가파르기가...
댓시간을 끌고 메고.. 멀리 산아래 불빛이 몇 개 보입니다.
혹시 저곳이 사북 변두리쯤이 아닐까하는 기대감에 열심히 내려갔지만
예상은 항상 어긋납니다...
조그만 마을입구에 다른팀 지원조가 컵라면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들도 여유가 없으니 우리들 몫은 없는게 당연합니다.
남들 먹는거 구경하면 서글플까바 먼 산 보고있자니
오래된 전우 목동님이 얻은 컵라면국물을 권합니다.
알맹이 없는 컵라면국물을 목동님이 한모금, 나와 동생들이 한모금씩...
끝에 먹은 동생은 건더기도 조금 있었으니 배터져 죽겠을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쯤에서 포기한 것 같지만
무지원은 낙오를 해도 정선까지 돌아갈 차편도 없고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산에 붙어서야 후회를 합니다.
아.. 그래도 그곳에서 그만할걸........
길도 없는 산등성이 뻘밭을 헤메자니 죽을 맛입니다.
욕이 목구멍을 타고 넘지만 동생들 덕에 속으로만 곱씹습니다.
이제는 박자맞춰서 천둥번개까지.. 막장으로 내몰리니 무섭지도 않습니다.
오르막에서는 땀이 비오듯흐르고 내리막에선 비가 비오듯 흐릅니다..ㅎ
비가오면 저체온증에 대비해서 우의를 꼭 챙기라고 그렇게 많이 얘기해놓고
정작 본인의 방풍바지는 차에 두고왔으니...
무적멍이님이 사준 스타킹을 두켤레나 신었는데도 춥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별생각 다듭니다.. 군대 생각까지..
그래.. 다음엔 안오면되지.. 절대로 다신 안온다.
하지만 병이 있나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울컥한것이...
내년쯤에는 치유되길 바랍니다.
사북에 도착하니 03시.
축구는 졌다는데 신경도 안쓰입니다.
인간 참 얄팍합니다.
제 몸 좀 힘들다고 남 생각 전혀않습니다.
영업중인 식당을 찾아들어가니 테이블 가운데 연탄화덕이 있습니다.
추위에 지쳐서 연탄좀 넣어달라고 떼거지씁니다.
미처 살펴보지 못한 신발은 진흙투성이라 온 식당과 화장실을 더럽히지만
친절하신 아주머니는 괜찮다하시고 옷까지 말려주십니다.
그집 아드님도 자전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대로 대꾸도 못해줘서 너무 미안합니다.
다음에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갈비탕 한그릇 먹고 식탁에 기대어 삼십분 정도를 잔것 같습니다.
04시30분
다시 출발합니다.
속도를 조금 더 내고 싶지만 체력이 바닥인지라 나 챙기느라 늦은 동생들에게 먼저가라합니다.
힘이 남아도니 어느새 꽁무니도 안보이는데...
이 자슥들 구조대 맞나 싶습니다.
도강코스도 물이 많이 불었으면 형이 먼저 건너야한답니다.. 위험해지면 구해준다나...ㅋ
앞 길을 알 수 없으니 적당한 체력안배를 하면서 이제는 혼자 라이딩합니다.
일찍 도착해서 숙소에서 자고 나온 라이더들의 깔끔한 모습도 보이지만
체력이 안되니 쉬지않고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젖은 배낭에 옷가지와 행동식, 이제는 필요없는 라이트, 배터리까지 다 버리고 싶습니다.
무겁긴 왜그리 점점 무거워 지는지...
팔자려니 합니다.
얼마만큼 왔는지... 비는 계속내리고
급경사 입구 지원차량에서 라면을 끓이는지 냄새가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한그릇 먹으면 날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만하고 파워젤 하나 짜먹습니다.
새삼.. 맛 드럽게 없습니다.
08시30분.. 예미에 도착했습니다.
식당에서 밥먹으며 창밖을 보니 지원차량들이 자전걸 업고 지나다닙니다.
그들의 사연도 많으리라 보입니다.
마지막구간 어디쯤에서인지 내리막 길을 쏘고있는데 뒤에 차량에서 급하게 부릅니다.
그쪽이 아니고 이쪽이라고... 오르막입니다.
머리는 그냥 내려갈까하지만 몸은 이미 돌아섰습니다.
나머지코스는 조금 쉬울줄 알았는데...
예상은 또, 항상, 언제나... 반대입니다.
이제는 몸땡이 구석구석에서도 신호를 보냅니다.
물러진 엉덩이는 안봐도 알것 같고 빗속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을 벗어보니
발바닥이 물에 불린 부침개 같습니다.
뭐든지 먹을걸로 보이나 봅니다..
어느덧 도강코스도 끝나고 막바지 도로에 들어섰습니다.
아!! 이 말랑말랑함 이란....
행복도 잠시... 무적멍이님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마지막에 업힐 빡신거 한시간짜리 남아있으니 시간 땡겨야한다고...
무슨 업힐?? 장난하나???
장난아닙니다.. 지도에도 없던 산이 생겨났을리는 없고...
아묻튼 강원도 산 답습니다.
끌고가는데 안장에 턱 찧겠습니다..
마지막 10분짜리 내리막은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 없이 좋았습니다.
전직? 다운힐러의 울분의 내리막질....
얼굴로 튀어오르는 진흙들과 어울려 화려한 변신을 합니다.
이제 진짜 끝인가봅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진행요원이 체크포인트 숫자를 확인합니다.
6개.. 마지막구간 1개가 없습니다.
원칙대로하면 완주를 인정 못하는게 당연합니다.
실랑이 할 것도 없습니다.
괜찮다고.. 나만 완주했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ㅎ
마지막구간 철문에서 서로의 자전거를 넘겨주던 라이더가 들어오면서 알아봅니다.
가진게 없습니다.
파워젤이라도 하나 드릴까 하다가 욕먹을까봐 못 드렸습니다ㅎ... 감사합니다.
오~ 해피엔딩입니다.....
14번 34시간 31분
기록에 상관없이 완주했다는게 저에겐 가장 영광스런 장식입니다.
힘들었던 기억들을 써놓았지만 우리산하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안에서 펼쳐졌던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합니다.
떠날때는 전장에 임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올때는 초원의 행복한 마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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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젊은분들이 많은 것 같고 예전에 알던 분들은 몇 분 밖에 못 봤습니다.
목동님, 지문님, 보고픈님, 식영정님, 효정아빠님, 좋은아빠님, 구돌님...
그리고 김현님, 독수리님...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코스 만들고 진행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가슴에 뭉클함 하나가 남아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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