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다(?) 왔습니다.
고생이야 각오하고 갔으니까 따로 할 말이 있을 수 없구요.
아니지~ 고생은 누가 시켜서 할 때 쓰는 말이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건 고생이 아니지요.
아뭏든 서로 출발을 미루는 모양새가 시작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급기야 총통님으로 부터 진행을 멈추고 기다리라는 문자가 옵니다.
거의 1 시간을 지체했다가 코스 이탈에 대한 오해를 풀고 다시 춟발해 산 허리를 감아 돌고 철길 횡단 코스를 지나 도로에 나왔는데
무한질주님께서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 가랍니다 . 나오는 길이 틀렸다나 뭐라나... 그 길이 그길인데... 1/50,000 지도에서 어쩌라구~~~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갔다 포장 도로를 MTB 대회 레이싱 수준으로 40여분을 진행했는데,
분명히 우체국과 교회, 지도에 표시된 모든 지형지물을 확인하고 지나왔는데 이상합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민가에 들러 길을 물어보니 상운면이어야 하는데 이산면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사람살려~~~
레이싱 수준으로 40여분을 달려 온길을 되돌아 가야 합니다.
더군다나 지나온 길이 살짝 내리막길이었습니다.
동네분들은 길을 물어보면 지름길만 가르켜주고, 지도를 보여주면 그런 길로 왜 가려고 하느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이때부터 갑론을박이 시작됩니다.
지름길로 해서 본 코스를 찾아 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같겠지만
맘대로 코스를 잡아 목적지에 도착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며, 운영진에서 알게되면 다시 되돌려 보낼텐데 도저히 그럴수는 없더군요.
한참을 가다 선두그룹이 동네분에게 길을 묻는 것을 보고는 그냥 질주를 했습니다.
가다가 누가 오나 되돌아 보니 산비탈님 혼자 열심히 따라 오더군요.
방금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이 맞다면 눈에 익은 풍경이어야 하는데, 가도가도 점점 이상한 풍경만 나오고, 아차 싶습니다.
삼거리에서 주저앉아 네비를 켜고 길을 찾는데 이번에는 산비탈님이 왜 그러냐면서 획 지나갑니다.
확인하고 같이 갔으면 했는데 하는 생각으로 네비를 검색해보니 역시 길을 잘못들었네요.
다시 되돌아 가야 하는데 산비탈님은 어쩌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잠시 지체해 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되돌아 갑니다.
다시 교회가 나옵니다.
배는 고프고 혼자 떨어지니 의욕도 기운도 떨어집니다.
이왕 늦었는데 라면이라도 끓여 먹자 하고, 교회로 들어가 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라면을 끓이려는데
기다리라 하시면서 사모님께 라면을 끓이라 하십니다. 아니 되옵니다.
밥을 주신답니다. 아니 되옵니다.
계란을 주신답니다. 역시 아니 되옵니다.
그럼 김치라도 그러시길래 고맙습니다. 그랳지요.
새벽부터 파워젤만 먹어댔더니 입안이 달달하고 느끼한 것이 견디기 어려웠는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렇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획 지나갑니다.
앗! 산비탈님입니다.
혼자 되돌아 온 괜한 죄책감도 있었고, 일행이 생겼다는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크게 불렀지요.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가자 했더니 어쩔거냐구 묻더군요.
본래 등따시고 배부르면 자고 싶다고,
주린 배 채우고 나니 해도 떨어지는데 먼 길을 어찌 가나 싶어 가다 않되면 접지요 했더니
새벽에 도착해도 완주를 할거라면서 휭하니 가버립니다.
배낭을 챙겨 가는데 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길이 이상합니다.
갈림길만 나오면 불안한 마음에 멈추고 길을 물어봅니다.
어찌어찌해서 읍내로 나와 이젠 됐다 싶어 내달리는데 또 길이 이상합니다.
주유소에 들러 길을 물어보니 지나왔답니다. 우라질 이런 된장, 어쩝니까? 되돌아 가야지...
다시 읍내로 돌아와 우체국(아주 신물이 납니다)을 돌아 길을 잡았는데 뭔놈의 갈림길이 그렇게 많은지 미치고 팔딱 뛰겠습니다.
길을 골라 올라가면 막다른 길이고, 그래도 50%의 확률이 잇는데 어찌 하나같이 그런 길만 고르는지 참.....
50m 가고 100m 알바하고, 30m 가서 길 물어보고, 아주 지쳐갑니다.
옥돌봉에 올라도 문수산을 헤메고 다녀도 지치지는 않았는데 모르는 길을 혼자 가려니 점점 기운이 빠져 갑니다.
그대있음에님께 전화를 했더니 완주하라고 부추깁니다.
그러지 않아도 완주는 할끼라고 예까지 왔는데 내가 언제 포기한다고 말했냐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길을 묻고 다녔으면 동네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킵니다. ㅠㅠ
그렇게 무진장이란 마을까지 왔는데 날이 어두워집니다.
지도를 보니 깜깜합니다.
밤에 혼자 저 길을 어찌 가나 싶은게 딱 그만두면 좋겠다 싶습니다.
아까 산비탈님과 함께 같으면 완주를 할 수 있었을텐데 괜히 쓸데없는 말 한마디로 먼저 보냈다는 후회가 밀려 옵니다.
길가에 앉아 홀릭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직 체크포인트에 아무도 도착을 안해서 사람들을 찾아 다닌답니다.
말은 못하지만 애먹이지 말고 접었으면 하는 기운이 전화기를 통해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랳지요. 접고 싶다고...
그랳더니 차량이 지금쯤 근처를 지나고 있으니 연락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대있음에님께 전화를 했지요. 근처에 있으면 데불고 가주라고.
그랳더니 홀릭님께 확인해야 한답니다. 왈바정신은 복귀도 자신의 몫이라나 뭐라나... 으이그~~~
한참 후 어디까지 나오라구 연락이 옵니다. 하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데리러 오겠습니까?
얼마나 애가 탓는지 통화 기록에 그대있음에님 밖에 없습니다.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지요~~
그렇게 접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그렇게 먹고 싶던, 막걸리, 점방의 아이스크림, 콜라, 시원한 맥주... 참느라고 힘들었는데 이젠 마음놓고 마실 수 있습니다.
청량산 밑에 도착해 우선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친구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선두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잘못왔다고 되돌아 가라 합니다.
듣는 내가 돌아버리겠더군요.
그런데 이 사람들 되돌아 갑니다.
정말 지독한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그 길로 다시 왔습니다.
건너편에 길이 없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따집니다. 화두 나게 생겼습니다.
죽기살기로 왔는데 되돌아 가라 해서 갔는데 길도 없는 곳으로 내몰았으니 어찌 화가 안나겠습니까?
그런데 그 때, 건너편에서 누군가 불을 밝히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참 할 말 없구로...
이후는 신바람님의 후기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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