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빠이어님/맑은내님과 의기투합하여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연인산에 또 가기로 했습니다.
몇번째 이러는지 제 자신을 모르겠습니다.
며칠전 술자리에서 우연히 빠이어님의 재활 잔차질에 대해 논의중 이 인간이 그럼 강촌말고 연인산을 가자는 겁니다.
술김에 OK 했죠. 사실 아픈 기억은 다 잊고 다운힐의 쾌감만이 기억에 남는지라....
늘 다녀오면 후회하는곳이 연인산입니다. 일반적인 코스로 타면 재미가 없는지라 허구헌날 계곡길로만 다니고 굳이 정상을 찍어야 하는 이상한 습관때문입니다.
잔차질 시작후 오전부터 점심때까지는 날씨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렇게 잔차질하기 좋은 날씨가 또 있을까? 하고 말이죠.
아침 9시에 정확히 가평역에서 출발하여 라면과 김밥으로 때우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산 중턱에 도착하자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턱까지도 완벽하게 유실된 계곡길을 오르느라 올 봄에 왔을때와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였습니다.
길이 사라져도 이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이건 뭐 초토화되었다고 표현해야 함이 마땅하더군요.
게다가 기온은 팍팍 떨어지고, 곳곳이 산사태로 무너져 공사중이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간 8인의 잔차인들이 빽~~하며 우리보고
" 더 이상 진행못합니다. 발이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고 산사태때문에 포크레인 공사로 못가요 " 하며 되돌아가는겁니다.
그말에 저는 계속 먼저 달려가 대안코스로 다른 등산로를 찾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습니다. 마지막에 찾던 코스는 1시간을 넘게 소비했죠.
결국 원래계획대로 진행했는데 ....뭐 이건 정상적으로 갈만한데 괜히 쫄아서 길찾느라 시간만 버린셈이 되었습니다.
우린 포크레인을 세우고 계속 진행했죠.
왜 못간다고 그랬을까? 의아해하며..아...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가는 길은 못간다고 생각했나보다....하며
" 원래 자전거는 끌고 다니는거 아니겠습니까? 그게 기본이죠? "
를 우리끼리 주저리주저리 거리며 계속 올랐습니다.
다만, 연인산 정상을 해발 400미터 남겨둔 시점에서 10여년전에 올라갔던 등산로로 코스를 변경했습니다...아....이 역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정상에 올랐으나 이미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려하고....기온은 마치 10도 이하라도 될듯 엄청 춥습니다.
바람은 갑자기 스톰으로 변했습니다.
연인산 중턱~정상~이후의 전코스내내 산에서 사람 한명 못보았습니다. 다 내려오니 그제서야 비박산행으로 산을 오르는 4명을 본게 전부입니다.
연인산 정상에서 내려오고있는 맑은내님과 빠이어님입니다.
사진 자체가 뿌연것이 엄청 추워보이죠? 바람도 장난 아니었고, 풀이 많이 자라 사진의 코스 이후부터는 길이 보이지 않아 쏘지도 못했습니다.
우정능선 다운힐도 추위와의 싸움인지라 모두들 체력이 소진되어 참 고생스럽더군요.
결국 어찌어찌하여 우정능선은 해지기전에 타고 내려왔으나 막판 계곡구간에서 완전히 해가 져버렸습니다.
구름에 달이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속에, 폭우로 망가진 계곡길을 내려가며
"아....왈바랠리의 저주는 언제 끝날것인가?" 를 외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클릿신발은 이날 아주 개아작이나서 클릿을 끼우기는 커녕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죠.
계곡 업힐때부터 작살이 나는 바람에 오늘 잔차질이 어떨것인가를 암시하는듯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요. 밑창은 이랬습니다.
발바닥 트레드란 트레드는 모두 사라진데다가 악어신발이 되었으니 자전거 타는건 둘째치고 계곡길 내려오는것 자체가 고통이더군요.
집에와서 양말과 세트로 바로 던져버렸습니다. 개쓰레기~~라는 한마디 욕과 함께 말이죠.
원래 계획은 가평시내에서 맛있는 삼겹살과 함께 술한잔 꺽고 편하게 전철타고 오는것이었는데....
시간이 늦어 막차시간을 맞추느라 삼겹살은 커녕 동네 슈퍼에서 [ 오징어땅콩 2봉지와 캔맥주 ] 만으로 때우고
춥고 / 배고프고 / 졸린 [ 거지가 갖추어야할 기본 소양 삼박자 ] 를 모두 갖춘 우리는 그냥 전철을 타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오는도중 전철이 끊겨 중간에 내려 김포공항까지 또 잔차질로 이동했어야 했다는.....아.....
연인산은 진짜 다시는 안갈겁니다. 저보고 연인산 가자는 소리 하지 마세여~~~
연인산이란 단어....아니..비스므레한 느낌의 인연이란 단어조차도 꺼내지 말아주세요~~
그 이후 저는 감기에 골골대고 있습니다. ㅜㅜ
(너무 힘들게 잔차를 들고 다니다보니 사진은 달랑 한장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신발 사진은 좀전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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