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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무슨 맛

........2000.08.12 16:03조회 수 25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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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프론은
신맛
쓴맛
단맛
뜰뜨름한맛
쾌쾌한 맛
무슨맛에요
onbike wrote:
>일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도저히 입이 근질거려 못참겠슴다. 후기만 써놓고 일해야지...
>
>7시가 조금 넘자 온갖 뒤숭숭한 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있는 온바이크의 침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홀릭님이었다. -- 속사 휴게소요? 옙 바로 쏩니다. 전화를 끊은 온바이크는 뒤숭숭했던 꿈자리를 다시 떠올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소태같이 쓴 소금을 됫박으로 집어먹고 켁켁대는 꿈이었다. 아직도 입안에 소금기가 남아있는듯 연신 쩝쩝대면서 온바이크는 부산스럽게 투어준비를 한다. 어머님의 걱정하시는 눈빛과 아내의 꼼꼼한 지적들을 뒤로하고 이렇게 묻지마 번개의 첫단추가 끼워졌다.
>
>속사휴게소에서 케코님과 홀릭님을 만났다. 동지를 만난듯한 즐거움.. 홀릭님으로부터 대청봉님도 합류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자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케코님의 차가 앞장을 서고 온바이크는 그 뒤를 정말 똥줄이 타게 쫓아갔다. -- 음, 정말 터프하시군.
>
>오대산 자락의 진고개를 넘어 소금강까지 오자 힘찬 계곡물소리를 배경삼아 소나무와 아담한 평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우리가 하룻밤 야영할 베이스 켐프. 대청봉님이 합류하시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케코님이 준비해오신 식빵에 케코님 사모님이 손수 만드신 복숭아쨈을 발라 케코님이 사오신 아침햇살 세병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홀릭님은 아침을 안먹고 왔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그 맛있는 걸 거의 대부분 먹어치웠다.
>
>그러나 우리에겐 식빵보다 더 강한(?) 먹거리가 필요했다. 바로 튀어가 맥주를 두 병 샀다. 종이컵이 없단다. 혹시 맥주를 아침햇살 병에다 따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애주가 여러분 꼭 한번 시도해보시라.
>
>낮술을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먹고난 온바이크는 난생 첨 맞보는 야리꾸리한 알딸딸함에 취했다. 마치 신체의 감각기관과 외부세계 사이에 얇은 막이 쳐진 것 처럼 멍한 것이... 아침햇살표 맥주의 효과인가?
>
>잔차를 타고 놀기 시작했다. 홀릭님이 개울로 내려가는 다소 험한 돌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온바이크는 아무도 안말려주었기 때문에 그 길을 따라내려갔다. 다 내려갔더니 홀릭님이 다시 그 길을 올라간다. 돌뿌리가 중간중간 상당히 높게 도드라져있기 때문에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했다. 역시 이번에도 아무도 말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온바이크는 홀릭님의 뒤를 따라 그 길을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쯤에서 뒷바퀴가 헛돌면서 온바이크는 클리트도 채 빼지 못한체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기냥 툭툭 털고 일어났다. 순간 왼쪽 무릎 바로 아랫쪽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있는게 보였다. 그러나 내 몸과 세상사이에 쳐진 알콜막 덕분인지 전혀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
>지혈을 하고 치료하고 몇번 씨팔거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대청봉님께서 도착하신다. 함께 점심을 먹으려 식당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는데... 다들 산중의 정갈한 풍경에 넋을 잃고 있었을 무렵 케코님께서 갑자기 뭔가를 감지하신 듯 눈을 번쩍이시며 말씀하신다. -- 비가 오고있어, 빗소리가 들려. -- 아 이거 개울물소리 아닌가요? 우리들의 귀엔 개울물소리밖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근데 이에 왠일인가. 한 15초쯤 후에 산너머에서 먹장구름이 넘어오면서 능선을 따라 이쪽으로 비가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마자 쏟아지는 소나기. 우리는 모두 케코님의 대단한,,, 머라고 할까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탁월한 지각력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오후 두시경 우리는 드디어 장도에 올랐다. 6번국도를 따라 진고개쪽으로 올라가다가 임도로 접어들었다. 오대산 북쪽의 준봉들이 즐비한 산악지대를 가로질러 동해한 하조대까지 가서 거기서 동해한 7번국도를 따라 주문진까지, 다시 주문진에서 6번국도를 타고 야영지인 소금강까지 돌아오는 것이 오늘의 코스였다. 계속 업힐, 관자놀이가 펄쩍거리고 숨은 목구멍 밑에까지 치밀어오르고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경사는 완만해질 줄 모르고.... 산모퉁이를 돌아나올때가 가장 무섭다. 아, 이 모퉁이만 돌면 그래도 좀 평지가 나오겠지 -- 첨에는 이런 기대로 올라갔는데 그것이 헛된 기대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고 돌아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함없는 경사의 오르막길, 오르막길...
>
>쉬었다. 쉴 수 밖에 없었다. 케코님이 준비하신 오이를 나눠먹으면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케코님께선 우리를 위로하시기 위해서였는지 이렇게 한말씀 하셨다. 저 꼭대기가 부연동이라고 하늘아래 첫동네라고들 하지요. 그만큼 높은 곳이니 맘 다잡아먹고 한번 정복해보자, 머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때 대청봉님의 한 마디가 우리들의 지친 심장에 와서 박혔다.
>
>"근데 와 우리가 거기 가야 되는데"
>"........"
>"거기 머, 친척 살아요"
>"........"
>
>우리는 친척도 안사는 그 하늘아래 첫동네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잔차위에 몸을 실었다. 끝도 없다. 잔차위에서 내려서 쉬지 않는 한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 그런 지형이었다. ...... 그렇게 땅만보고 페달을 찍어누르기를 한시간, 드디어 산과 하늘이 맞닫는 지점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6킬로 남짓되는 오로지 오르막만 있는 길이 끝이 난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대산의 구비구비... 우리는 그 짧은 순간에 한시간 동안의 고통스런 노동을 말끔히 잊어버린다. 아까 비가 다가오는 것을 직감하셨던 케코님은 한시간 남짓한 수련으로 그 신기에 가까운 직관력이 더 날카로와지셨는지 이번에는 지렁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신다. 정말 귀를 기울여보니 어디에선가 "지르렁지르렁"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청봉님은 지렁이가 그렇게 울기 땜에 지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라고 말씀 하셨지만 그게 진짜 지렁이 우는 소린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케코님의 영험있는 말씀이니 그렇게 믿고싶을 뿐이다.
>
>그 다음부터는 또 진창 내리막길 뿐이다. 산 아래까지 한뼘의 평지도 없이 그냥 내리닫는다. 순식간에 청천벽력같은 다운힐을 마치고 산아래로 내려왔다. 산아래 매표소 같은데서 표받느라고 서 계시던 아저씨가 여길 잔차로 내려왔냐고 물어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 온바이크가 꿈에도 잊지못할, 온바이크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몸매에 대한 자의식을 갖기 시작한 이후 근 20년 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한 말씀을 하셨다. "야, 운동으로 다져져서 그런지 다리나 늘씬하시군요" 온바이크는 그 아저씨의 선입관을 깨지 않기 위해 끝까지 그 아저씨에게 앞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잔차를 옆으로만 몰았다.
>
>"산이 참 과묵하군요"
>다 내려온 후 홀릭님의 일성이다. 그랬다. 이 산은 뭐랄까 참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 올라오는 길에도 가파른 오르막 다음에는 평지나 짧은 내리막을 준비해둬서 구비구비 아기자기하게 오르는 자의 심기를 위로해주는 그런 산이 아니다. 대신 "음, 올라오나? 그럼 끝까지 올라온나, 음 내려가나 그럼 끝까지 내려가라" 머 이런 식이다. 친절하고 기분 잘 맞춰주는 사람만 만나다가 과묵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대할 때 느껴지는 묘한 매력, 그런 걸 이 산은 갖고 있었다.
>
>중간에 부연동 약수라는 곳에 들렀다. 온바이크는 약수터 내려가는 곳이 돌계단으로 되어있어 타고 내려갈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너무 오래 망설인 나머지 또다시 낙마하여 아까 까졌던 바로 그 부분을 다시 깨먹었다. 아무래도 꿈이 전조였어..
>
>이런 과묵한 산들을 세 개 더 넘은 후에(첫번것이 가장 과묵했고 나머지 세개는 첫번에 비하면 잔챙이에 불과했다) 우리는 어성전이라는 평화로운 마을 --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개천에서 꺽지가 노니는 -- 에 도착했다. 음료수를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서울의 염천에서 허덕이고 있을 왈바 동료들에게 염장 전화를 한 통씩 돌린다음 우리는 동해안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계속되는 평지/완만한 내리막길. 물씬 풍기는 논내음, 시원한 바람, 세시간 남짓 산길에서 시달린 후라 정말 침대같은 푹신함 마져 주는 아스팔트길.. 그러나 온로드의 달콤함은 30분을 넘기지 못한다. 30분이 지나자 어께쭉지, 허리, 엉덩이, 너무너무 아프다. 아 1200투어팀은 도대체 인간들인가?
>
>그래도 우린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댔다. 해지기 전까지 하조대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낙조를 봐야지.... 그러나 해는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진다는 간단한 사실을 안 것은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 뽀사지듯 아픈 엉덩짝을 어루만지며 하조대에 도착한 후였다.
>
>페달링을 관광모드(혹은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한 우리는 그래도 자꾸 앞서가기만 하시는 케코님의 뒷모습을 야속하게 처다보면서 주문진에 도착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주문진에서 삼겹살과 반찬거리들을 산 우리는 다시 완전히 어두워진 6번 국도를 달려 야영지에 도착했다. 역시 대청봉님의 라이트는 .... 생명의 빛 그 자체였다. 거의 빈사상태의 엉덩이를 다독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우리들에게 드뎌 야영지 바로 옆의 식당집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환성을 질렀다. 밤 8시 40분....
>
>식당집에서 주신 얼음물과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푼 우리는 야영지로 이동하여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런데 온바이크에게 또다른 시련이 닥쳤다. 이것저것 소지품을 정돈하여 차에다 넣고 묻을 닫는데, 아 문이 닫기는 순간 허리쌕이 운전석에 떨어져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손쓸 겨를도 없이 문은 쿵 하고 닫혀 잠겨버렸다. 허리쌕에는 자동차키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낼 서울볼일이 있어 오늘 밤에는 올라가야 하는 온바이크. 다른 분들 저녁준비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식당집에서 옷걸이 얻어와 쑤시고 때리고 쌩 난리를 피웠다. 대청봉님도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시고. 그러나 헛수고.
>
>"일부러 그러셨죠? 가기 싫어서?" 홀릭님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술잔이 돌았다. 그래도 온바이크는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술을 먹지않고 차문 딸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변의 정황을 미루어보건대 낼 서울의 약속을 미루고 오늘밤은 여기서 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았다. 정말 온바이크는 일부러 차문을 잠궈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
>집에 자고간다는 전화를 넣기가 무섭게 줄잔이 온바이크에게로 날아들었다. 온바이크는 "이래서는 안되는데,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다 저눔의 달 때문이야." 휘헝한 밝은 달에 소나무와 계곡물소리 글구 하루종일 고난의 길을 같이했던 좋디 좋은 사람들... 누구라서 이 좋은 밤을 버리고 매연냄새 맡으며 도시라는 소굴로 기어들고 싶겠는가!
>
>온바이크는 소주 5잔이 넘으면 반드시 두병을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으로 변모한다. 대청봉님과 케코님은 내일의 아침가리길 라이딩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드시고 온바이크는 애꿎은 홀릭님을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온갖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런 밤에는 누구나 응큼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지만 온바이크는 그날 밤 쏟아지던 수많은 별빛과 달빛의 숭고한 비호를 받아 끝까지 홀릭님의 순결을 지켜드렸다. 그리고 두사람은 내내 귀신(?)얘기만 했다.
>
>다음 날 아침. 드뎌 올 것이 왔다. 숙취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대청봉님과 케코님은 기상하라고 성화신데 간밤의 뻑적지근한 술자리 땜에 홀릭과 온바이크는 아직 일어날 수가 없었다. 황송스럽게도 어린 두 놈은 텐트와 평상을 교대로 오가면서 빈둥거리고 두 분 어른들께서 텐크 걷고 온갖 잔해들이 널부러진 술자리 다 치우시고, 아이구 다시한번 죄송합니다요.
>
>아침 아홉시 반쯤에 대청봉님과 케코님과 홀릭님은 아침가리길을 향해 출발하시고 술이 덜 깬 온바이크는 좀 더 자면서 술깨워가지고 수원 간다고 뒤에 남았다. 홀릭님도 아직 술이 덜깬 상태라 온바이크와 함께 더 자다가고싶어 했지만 두 매정한 어르신들의 억센 팔에 끌려가다시피 따라나섰다. 홀릭님께도 죄송함다. 술은 같이 먹어놓고 혼자만 사지로 떠나보내다니...
>
>다시 평상에 누워 잠을 청하는 온바이크. 바람도 시원, 아 비록 술기운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거 정말 신선놀음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관리인 아저씨다. 이미 피서객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다. 자리를 비워 달랜다. 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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