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 97.8 km
적산주행거리 : 676.6 km
주행시간 : 5:18
평균속도 : 18.5 km/h
최고속도 : 60.0 km/h
부산 -> 울산 -> 경주
오늘은 주행 예상거리가 별로 되지 않는다. 약 90 km 정도 예상된다. 경주까지만 가면 되기 때문에 늦이막히 10시 쯤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일단 부산을 빠져나오느네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예상이 철저히 빗나가는 것을 예감하는 순간이다.
12시쯤이면 도착하리라던 울산에 도착하니 벌써 2시 반이다. 신복동 로터리에서 소고기 국밥으로 점심을 가다보니 아무래도 핸드폰 충전을 해야할 것 같다. 가지고 간 충전기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참을 가다 다시 돌아와서 충전을 하느라 얼렁뚱땅 1시간이 추가로 지체가 되었다. 핸드폰 충전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데 울산이라는 동네는 참 고갯길이 많기도 하다. 보통 고갯길이 있으면 한참 동안의 내리막이 있게 마련인데 이건 한참동안의 오르만 그리고 잠시의 내리막이다. 이것이 끝없이 로데오처럼 반복이 되니 너무 힘이 든다.
허벅지의 근육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고 엉덩이는 이제 고통의 한계를 넘어 수시로 단발마가 튀어나온다. 게다다 설상가상으로 바람도 앞에서 불어온다. 이건 죽음이다. 그만 잔차를 세우고 싶은 생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내리막에서조차 가속이 되지 않는다.
깨지는 듯한 엉덩이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길가의 한 가구점이 들렀다. 가구점이 들러 주인 아주머니에게 사정 얘기를 하니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책상밑에서 스폰지를 잔뜩 꺼내놓는다. 스폰지를 둘둘말아 안장에 달아 놓으니 조금 안심이 된다. 장갑을 가지러 다시 가구점에 들어가니 책상위에 벗어놓은 장갑이 그 새 난로위의 주전자 뚜껑에 올라가 있다. 아주머니가 장갑을 말리느라 올려놓고 그 새 따끈한 당귀차를 내 놓는다. 따뜻한 마음이 가슴깊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다시 출발.... 여행자는 엉덩이가 무거우면 않되는 법!
안장에 매단 스폰지의 효과는 대단하다. 갑자기 티코가 그렌저로 바뀐 느낌이다. 엉덩이가 아프지 않으니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부쩍 들어간다. 잔차도 씽씽 잘도 달린다. 이젠 울퉁불퉁한 길도 두렵지 않다.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달려 날이 어두워진 한참 후에야 예상했던 불국사에 도착하였다. 24시간 영업하는 찜질방을 찾았으나 없어 결국 하룻저녁 25,000원을 달라는 여관에 이틀에 30,000원에 묵게 되었다.
신라 천녕의 고도 경주!
이곳에는 네번째의 방문이다. 약 10여년전에 자전거 여행을 하다 이곳 경주에서 지나가는 열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포기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 때는 겨우 5단 기어의 다 썩어가는 싸이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27단의 튼튼한 고급 MTB가 나와 함께 있으니 중도 포기란 있을 수 없다.
하람이 두람이 두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석굴암 일출을 보고 경주시내 구경을 가야겠다. 내일은 완전한 휴식이다. 그 동안 입었던 옷과 양말을 모두 세탁소에 맡기고 저녁식사와 함께 동동주 한 잔으로 여독을 푼다.
사람들이 그립다. 그 동안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가 정겹다.
하람이 두람이 이 녀석들이 보고 싶다. 이 녀석들이 이 아빠가 이렇게 여행하는 이유를 알까? 나중에 어느정도 자라면 이해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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