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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전국일주 - 9

........2001.01.16 12:42조회 수 331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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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 9. 화요일

주행 거리 : 110 km
적산 주행거리 : 868.5 km
주행 시간 : 5:30
평균 속도 : 20.0 km/h
최고 속도 : 60.0 km/h

강구 -> 영덕 -> 울진 -> 원덕 -> 삼척

간 밤에 지사제를 먹어서인지 아랫배의 쌀쌀함은 사라졌다. 아침인데도 어두운걸 보니 아직도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역시 비가 내리고 있다. 파도도 어제 저녁에 비해 전혀 수그러지지 않았다. 여기에서 하루를 또 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일정이 자꾸 늦어지게 된다. 길이 얼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다시 출발이다.
설사도 다 나았고 어제의 주행거리가 별로 되지 않아 피로가 좀 회복된 데다 바람도 그리 세지 않아 페달을 밟는 대로 잔차가 쫙쫙 내 달린다. 내리는 비와 튀기는 흙탕물에 몸은 금새 흠뻑 젖고 말지만 기분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비가 오는 상황이 더욱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댜. 역시 출발하길 잘했지! 자고로 여행자는 엉덩이가 무거우면 안되지.
이제 평지는 거의 없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일 뿐이다. 때론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 온 몸을 땀에 흠뻑 적신다. 이런 장거리에선 XTR도 별 수가 없나보다. 분명히 전날 밤에 변속기와 디레일러의 모든 부분과 작동을 점검하고 재 조정해놨건만 7~80km 정도 달리고 나면 기어 변속이 원활치가 않게 된다. 때론 변속이 되지 않고 있다가 한참 힘을 쓰는데 뒤에서 투둑! 소리가 나면서 때 늦은 변속이 되곤한다. 조정할 때와 주행할 때의 온도 차이 같기도 하고 디레일러에 달라붙은 먼지 때문이기도 하리라.
가파른 고갯길에서 앞 기어를 1단으로 낮추는데 변속이 되지 않는다.
"젠장! 이거 XT 맞아?"
시마노사를 욕하다 애꿎은 잔차샵을 욕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꼬불꼬불한 동해안 길을 시속 60 km/h로 내리 쏜다. 반대편 차선에서 낑낑거리며 올라오는 차량 운전자의 부러운 표정이 눈에 잡힌다.
*나는 더 죽을X싸며 올라왔어, 마!*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어를 최대로 걸고 페달을 밟은 다리에 더욱 힘을 가한다. 여전히 내리는 빗물과 정신없이 튀기는 흙탕물은 마치 폭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앞을 가린다.
*그래! 이것도 잔차를 타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지!*
1시 반쯤되어 망양 바닷가의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가니 인심좋아 보이는 할머니께서 반기신다. 옷을 말리려 난롯가에 붙어 앉으니 또 하나의 난로를 내 오시며 이 추운 날씨에 웬 고생이냐며 혀를 끌끌 차신다. 그러면서도 여행하는 속내가 있음을 알아차리신다.
한참만에 내오시는 생선찌게를 맛나게 먹어치웠다. 이제 식욕을 완전히 되 찾았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으나 빗줄기는 확연히 가늘어졌고 곧 해가 날 것 같다. 옷도 거의 말랐다.
이젠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그 산에는 하얀 눈이 두텁게 덮여 있는 것이 보인다. 강원도이다.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점점 길은 험해지기만 한다. 고갯길의 오르막이 점점 길어진다. 다 올라왔다 싶으면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 양 손으로 바앤드를 바짝 끌어당기고 스템에 들이댄 코에서 나오는 더운 김이 스템에서 양 옆으로 갈라진다. 목은 바짝바짝 타 오르고 허벅지 근육은 하나하나가 핵 분열을 하려는 찰나 허벅지에 가해지는 부하가 서서히 줄어든다. 아~! 이제 정상이다. 급히 저단으로 감아올린 기어를 고단으로 풀어내린다. 착착착착! 경쾌한 소리와 함께 금새 잔차는 다운힐 준비를 마치고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며 웅웅거린다. 재빨리 다리에 힘을 실으니 바큇살의 바람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난 이 소리가 좋다. 마치 뒤에서 대형트럭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는 듯한 그런 웅웅 거리는 소리....
목적했던 원덕에 도착하여 삼척에 살고 있는 조카와 통화를 하니 차를 가지고 원덕까지 내려왔다. 결국 40km를 벌었다. 정말 벌었을까? 오히려 40km를 잃은 것 같다.
내일은 양양까지 가야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와 코스다. 이제 부터는 길에 눈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고갯길이 무척 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일은 무척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내일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2001년 1월 10일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하루동안 나는 열심히 페달질을 해야 한다. 저 높은 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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