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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 투어 후기] 6/15( 금) 삼척~인제

........2001.06.17 11:41조회 수 874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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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 175 Km

어제의 궂은 날씨와는 달리 오늘 삼척의 아침은 너무나 화창합니다.
미리 사다 놓은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출발 준비합니다.
어제 빨아 널어놓은 양말과 신발이  덜 말라 매우 찝찝합니다.

07:00분...맨소래담과 안티프라민으로 떡칠을 한, 여섯명의 환자들이 길을 나섭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한계령입니다.
우선 김밥을 든든히 먹었으니...강릉까지 냅다 달리기로 합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햇볕은 따갑습니다.

푸른하늘과 시퍼런 파도가 장관입니다.
오늘 처음 합류한 왕창님...넘넘 좋아 하십니다.
우리는 어제 지겹게 많이 봐서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망상쯤에서 카메라를 들고 제가 먼저 앞으로 나갑니다.
사실...와일드파일을 보시면 알겠지만...
여러 투어사진들 보면...늘 뻣뻣하게 서서 단체사진으로 일관 되어있는...
보는사람들이 재미 읍지요.
앞에서 찍고 뒤에서 찍고...달리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싶은 겁니다.
그러나 피곤하다보니...누구도 희생봉사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나게 앞으로 달려나가 사진 찍고...다시 열나게 쫓아 붙어야 하구...

바닷가를 따라가는 동해안 7번국도...
시원한 모래사장 해변과 푸른 소나무 숲...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간간히 얕으막한 고갯길을 올랐다 내렸다 반복하면서 강릉방면으로 북상합니다.

10:00분...정동진을 지납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때문에 일약 관광지가 되어버린 시골 조그만 간이역...
어설픈 카페와 음식점으로 너저분해져 있습니다.
술취한 잡것들의 오바이트 흔적들...

장우석님...배 고프다고 짐승의 포효하는 소리를 냅니다.
밥은 경포대 가서 먹기로 했다는데...
달리면서 연양갱과 쵸코바를 까먹습니다.
무엇때문에 우리는 이토록 처참하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뒤쳐진 재성이님한테 왕창님이 묻습니다.
"재성이님...지쳤지요 ?"
"아니요...힘 아껴두는건데여..." 라며 펄쩍 뜁니다.
너무 아꼈다간...한나절 가버리겠다...킬킬킬

강릉시내를 통과하는 패달질에 힘이 없습니다.
시민들이 보기엔...웬 흐느적 거리는 넘들이 잔차를 타는가 했을겁니다.

11:00분...작년 투어팀이 점심식사를 했던 곳에서 갈비탕을 먹습니다.
1인당 밥 두그릇은 기본입니다.
재성이님...갈비탕에 공기밥 두그릇 하고도 반을 더 먹습니다.
그런데도 그 반 밖에 안먹는 우석님보다 금방 지칩니다.
한마디로 연비가 좋지 않다고 스스로 고백(?)합니다.
적어도 끼니당 50 Km는 가야 하는데...

식후 음식점 잔디밭에서 쉬면서... 양말 신발 등등 죄다 널어 말립니다.
마치 수재민 같습니다.
따가운 햇볕에 뽀송뽀송 금방금방 마릅니다.

12:00분...양양까지 다시 출발...
충분한 식사와 휴식 덕분에 사기 충천입니다.
거의 평지같은 도로가 끝도 없이 뻗어 있습니다.

업힐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초보맨님...더운 날씨에 드디어 돌아 버렸습니다.
평속 40 Km/h로 미친듯이 달립니다.
와우님...무릎 통증이 없는가 봅니다.
선두를 탈환하여 절라 밟습니다.
재성이님이 가만 있었겠습니까 ?
두그릇반 먹은 갈비탕의 연비를 이 곳에서 쏟아 붓습니다.
왕창님...우리들중에서 컨디션 제일로 쌩쌩합니다.
갑자기 제정신들이 아닌가 봅니다.
잔차 여섯대가 초고속으로 질주 합니다.
지나는 차에서 환호를 보내주면 평속이 조금씩 더 올라 갑니다.
왈바에 드림팀이 있다면 단연 오늘의 멤버들 입니다.

1950년 10월 1일...인천상륙후 포항에서부터 북진중인 국군 3사단...
바로 이날 38선을 통과한 기념으로 국군의 날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우리팀이 북상하고 있는 7번국도를 따라서...북진, 또 북진...

미친 왈바 드림팀은 이곳 38선 휴게소에서 광란의 질주를 마칩니다.
한계령을 대비한 몸풀기...충분 했습니다.

14:00분... 양양 삼거리 도착...
파리바게뜨 빵집으로 들어가 팥빙수를 시킵니다.
제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이렇게 간식이나 한번 제공하는것 뿐입니다.

14:30분...한계령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고... 
1200투어의 꽃...한계령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전년도 챔피언 와우님의 2연패냐?
장우석님의 금번 1200 완주및 한계령1위 2관왕이냐?
왕창님의 두꺼운 허벅지냐?
뚜껑을 엽니다.

뜨거운 해를 마주하고서 정상을 향해...해발 920m의 한계령에 한계도전...
25 Km가 조금 넘는 길고 가파른 오르막...
굳은 각오로 패달을 돌립니다.
두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아이들을 위해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만 수백번 고쳐 먹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습니다.
한굽이 돌아 오르면 더욱 가파른 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월해 올라가는 승용차 몇대가 손을 흔들어 주는데...너무 고맙습니다.
뒤의 초보맨님과 재성이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백미터 앞에 와우님, 왕창님, 우석님이 가물가물 보입니다.

세상 태어나서 이날 흘린 땀이 제일 많을 것입니다.
엉덩이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더워...물통의 음료수를 헬멧 위로 쏟아 붓습니다.
공냉식으로는 도저히 이 뜨거운 대갈통을 식힐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고통스러울수는 없다.

양양 삼거리에서 부터 쉬지않고 1시간 30여분을 오르니 정상의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지대라 그런지 숨쉬는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은거리 2 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맥 빠지게 합니다.
다행히 바람이 잔잔하여 심각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정상의 기온은 매우 서늘합니다.

한계령...race의 결과...
1위 : 와우님    1시간 42분
2위 : 왕창님    1시간 43분
3위 : 장우석님 1시간 44분
4위 : 수류탄    1시간 52분
5위 : 재성이님 2시간 08분
6위 : 초보맨님 2시간 39분

와우님의 2연패를 축하하면서...오징어 한마리 사라고 들들 볶습니다.
초보맨님이 도착할 때까지, 거의 한시간 넘게 정상에서 오징어를 뜯으며 쉽니다.

한계령 내리막...최고시속 69 Km/h
패달질 단 한번에 몇십Km를 가는것이 신기합니다.

인제까지 달리는데...애타게 기다렸던 뒷바람이 불어 줍니다.
속도가 마구마구 붙습니다.
고속열차...바로 이런겁니다.
검문소 헌병들이 우리를 몹시 부러워합니다.
짜샤...이 행님들도 다 고생 했느니라...

인제읍내...돼지갈비로 영양보충을 합니다.
먹는거 만큼은, 든든히 그리고 많이 먹어야 합니다.

경진모텔...여러분...인제 가시면 이곳을 조심하세요.
온수도 안나오구...냉장고도 안돼구...선풍기도 없구...탈수기도 못쓰구...형광등은 겨우 들어 옵니다.
기진맥진이어서 다른곳을 찾을 엄두가 안나...걍 숙박합니다.

재성이님...방구벌레...세상에 이렇게 지독한 냄새는 처음입니다.
나머지 다섯명이 거의 졸도하여...군대 가스실 저리가랍니다.
한번만 더 그랬다가는, 암매장 해버린다고 협박합니다.

어느덧 마지막날의 기쁨이 다가와 있습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리고...
지도를 펼쳐놓고 우리의 여정을 손끝으로 따라가 보니...자랑스럽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작품입니다.
작년도에 미완으로 끝난 완주의 성취감이 코 앞에 놓여져 있는듯 합니다.
첫날부터 힘들어...집어 치우고 싶은 생각이 수백번 이었지만...
모두들 잘 참고 견뎌냈습니다.

전선의 달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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