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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의 대전 방황기.

........2001.09.03 07:22조회 수 403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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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우리 와이프의 바둑동호회 정모가 대전에서 있는 날.
와이프덕에 회사도 제끼고 대전으로 가야합니다..
바둑도 못두는 나는 와이프 바둑두는동안 모할까 고민하다가....
  " 그거야! 자전거를 갖고 가는거야 ㅋㅋㅋ"

오후 6시 45분, 와이프를 회합장소에 내려놓고, 오다가 눈여겨 봐둔
갑천 주차장으로 갑니다..
아직은 환한지라, 행여 누가 볼새라 차안에서 끙끙거리고 옷을 갈아
입습니다..
오후 7시 물통도 채우고,라이트도 달고,크락션도 달고,모든 준비를
마치고 슬슬 잔차의 시동을 겁니다.

한강의 고수부지같이 정비되어 있는 갑천은 자전거도로 역시
비슷합니다.
조깅하는 사람,산책나온 사람,낚시하는 사람 또 한켠에서는 축구하는
동호인들... 사람사는 세상은 서울이나 대전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급할일도 없는 잔차는
유유자적합니다.

그러나, 이무꼬!! 자전거 도로는 3 Km만에 끝납니다.
갑천변을 벗어나 도로로 올라오니 다리 건너로 엑스포공원이 보입니다.
실제로 엑스포가 열렸을 때는 설에서 대전까지의 고속도로가 엄청난
정체상황을 일으켜 잔차로 하여금 관람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곳이
지금은 인적이 드문 한가한 곳처럼 보입니다...

다리를 건너 다시 갑천으로 내려섭니다.
갑천 자전거도로의 전체길이를 알고 싶은 욕심에 다시 밟기 시작합니다.
머리위로 교각이 3~4개 지나는 동안 날은 어두워지고,강변에는
가족단위로 놀러나온 소풍객들덕에 자전거의 속도는 줄어 듭니다..

5Km정도 달리자 주변에 인적도 끊기고 갑천변의 도로도 한가해질즈음,
길 한복판의 돌더미를 치고 나가는 순간,라이트에 한쌍의 연인과 함께
자전거 도로의 끝이 보입니다.

으슥한 곳에서 데이트하던 연인들,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의 불빛에
놀라고, 데이트를 방해한 잔차도 놀라서 그곳을 빨리 벗어나려던 순간,
뒷바퀴가 끌리는 기분이 듭니다.

빵구입니다..ㅡㅡ;
커다란 대못 하나가 타이어를 관통했습니다..
좀전의 돌더미가 원흉인 것 같습니다.
연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뒤에두고 수리를 합니다.

연인중의 남자가 물어봅니다.
"아저씨, 빵구예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여자,째려보는 것 같습니다.
남자, 또 물어봅니다..
"얼마나 걸려요?"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 금방 돼요."

연인들 멀뚱멀뚱 가만히 쳐다봅니다.
잔차, 열심히 빵구 때웁니다..
공구때 구입한 토픽모프펌프덕에 난처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ㅎㅎ

그자리를 벗어나 도로로 올라온 잔차, 지도를 봅니다.
"율동공원"
그래, 공원에 가서 트라이얼 연습이나 하자고 생각한 잔차, 지도를 보고
율동공원으로 방향을 정합니다.

연인들의 데이트를 방해한 곳에서 10 km정도를 주행한 후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어라? 가로등도 하나없고,인적도 없고... 서울의 도심공원을 생각하던
우리의 잔차, 황당해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을수록 잔차타기에는 더 좋을거란 생각을 굳히고
공원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나 어디가 어딘지 너무 어두워 도로쪽으로
방향을 바꿔봅니다.

이때, 나이트라이더의 강력한 라이트 불빛 속으로 간판 하나가
들어옵니다.

"" 율동공원 장묘 관리사업소 ""

허걱!!!
등줄기로 식은 땀이......ㅡㅡ;;;;;

우리의 잔차, 냅다 뒤돌아 밟기 시작합니다..
군에서 관람한 월하의 공동묘지 영화가 오버랩됩니다.  ∏.∏

이렇게 대전에서의 달밤의 체조는 끝이 납니다...
누적거리 35 Km,  평속 23Km

PS) 우리 와이프 한마디 합니다
    " 공동묘지에서 타이어 빵구났으면 어쩔뻔 했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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