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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역시...

........2001.09.04 08:43조회 수 26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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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맡기길 잘했습니다.
라이딩중 이렇다할 말이 없으신 가온님.......
상당한 글솜씨를 발휘하시는군요. 어제의 일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상하게 잔차를 탓는데 팔이 더 아프군요... ㅎㅎㅎㅎ
가온님도 그렇죠? 워낙 끌고 메고 했으니........
새로운 후기라이터의 탄생입니다.

ps : 참.. 박영춘씨한테 저작권 관계는 협의 하셨습니까? ㅋㅋㅋ


kaon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정발산 전야제와 박달산 등산기..
:
: -------- 그랬다. 박달산은 라이딩이 아니라 등산이었다. -----------
: (아래 사진은 "박영춘의 산행정보"에 있는 사진들입니다.)
:
:
: 요즘 짱구님이 묻지마에 관심이 많으시다.
: 온바님을 쫓아 묻지마투어에 갈 생각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이는 얼마전까지 말바가 체질이라고 말한 짱구님 본인의 말과는 진정으로 상반되는 내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 언감생심 가온같은 말바가 어찌 묻지마를 꿈인들 꿀 수 있단 말인가?
:
: 이번 박달산 벙개는 아마 그 일환으로 서울 서북쪽 주위산들을 섭렵해 보고 싶은 짱구님의 깊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역시 묻지마로 진행되어 박달산의 라이딩 후기가 아닌 등산후기를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
: 일요일 박달산 벙개를 둘이서 단촐히 갔다 오기로 약속이 된 상태로,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아침 마일드바이크 게시판에 가온을 부르는 짱구님의 목소리가 있다.
: 박달산 전야제로 정발산이나 고봉산을 가잔다. 흠..어찌해야 하나?
: 아마 짱구님이 저녁 라이딩 후 맥주한잔이 생각나시나 분데...
: 슬쩍 와이프의 의향을 물으니 갔다오랜다.
: 고봉산은 조금 먼 거 같고, 정발산 간단하게 타면 좋겠습니다하고 리플달고, 약속시간 맞춰 정발산으로 향한다.
:
: 오호, 우리 동네에 이런 샛길이 있었단 말인가? 항상 넓은 차도를 이용해서 일산으로 향했는데, 여기에 이렇게 아름답고 분위기 나는 기차길과 논, 밭을 왜 몰랐더란 말인가?
: 기분좋게 페달링하여 정발산 입구!!
:
: 이전에 혼자서 왔을 때 무지 힘들어하던 업힐이다.(보도블럭이 끼워져 있다.)
: 근데 이게 왠일인가? 쑥쑥 그냥 올라가는 거다. 한 참 신기해하며 올라가는데, 중간에 왠 잔차가 옆에서 나온다. 두 분 이서 아는 척을 한다. 누굴까?
: 아하..
: 이번에 미국에서 잔차를 사 오신 짱구님의 형님(이하 짱형님이라 약칭합니다.)이셨던 것이다.
: 짱구님이 짱형님에게 엠티비를 가르쳤는데 지금은 짱형님이 더 잘 탄다는 짱구님의 설명이다.
: 셋이서 올라가니 금방 정상이다...(정발산은 86m의 아주 야트막한 산이다..)
: 여기서 잠시 휴식하고 다운힐을 하기로 한다. 정발산은 아주 많은 등산소로가 있는데, 하나하나가 너무나 훌륭한 싱글코스라고 한다. 역시 두분 이서 급한 경사도 타는데, 나는 아직 불안하다. 탈만한 곳은 타보는데 아직 몇 군데는 어렵다.
:
: 내려와서 약수한잔 하고 다시 업힐.
: 아주 급하지는 않지만 나무뿌리가 군데군데 위협한다. 이 나무뿌리만 보면 더 긴장된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잘 올라왔다고 생각하던 싱글업힐을 마지막 부분에서 나무뿌리를 보고는 지레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자전거가 옆으로 기울면서 한쪽등으로 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 넘어졌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꽤 자랑스럽다. 이정도가 어디냐 ^^*
: 짱구님은 잘 넘어지는 곳이라고 하면서 위로해주셨다. 담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
: 좀 쉬다..다시 다운힐...벌써 날이 어둡다..
: 역시 짱구님...맥주한잔 하고 가잔다. 짱형님 집 근처의 맥주집으로 들어가서 흑맥주를 들이킨다. 땀흘리고 나서의 맥주는 정말 시원하다.
: 여기서 짱형님의 미국 엠티비 코스를 타고 곰과 맨몸으로 대결(사실은 곰은 나올 뻔 했다는군요^^)한 얘기, 그쪽나라 사람들의 엠티비 습관등을 재밌게 들었다. 미국인들은 개와 함께(물론 이것도 혹시 곰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라는데...) 라이딩을 많이 하고, 엠티비코스에 항상 말발굽자국(말발굽님이 갔다오신 것은 아니시죠?^^)과 함께 말똥이 계속 있다는 말씀이며, 코스를 5등급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책자며, 아주 자세한 라이딩 지도, 항공사진을 이용한 지도...등등 경험담들을 많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비디오로 찍어오실 예정이라고 하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을거 같다.
:
: 시간이 지나 다들 헤어지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
: 다음날!!
:
: 아침 대충 챙겨먹고 이것저것 준비해 7시 약간 지난 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
: 짱구님 벌써 나와 계신다. 가볍게 인사 후 로드를 탄다.
: 일요일 아침이라 차들은 별로 없고, 길옆에 한 줄로 늘어선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
: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는데, 이 때 옆 보도를 지나가던 한 쌍의 젊은 남녀, 갑자가 걸어가면서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닌가?
: 짱구님 얼굴 돌아가고, 나도 역시 돌아갔다. 앞서가던 짱구님 나를 돌아보며 씩 웃는다.
: 우리나라 좋은나라다.
: 약간의 언덕이 있었지만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박달산 입구에 도착.
:
:
:
: 참고로 짱구님도 이 산은 처음이다. 고로 묻지마 벙개인 것이다.
:
: 초입의 아주 편안한 싱글을 보면서 '야, 이정도면 정말 좋은 코스다'라고 생각했지만 뒤로 가면서 이러한 즐거운 상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
: 쉬엄쉬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몇 번 반복한 후 경사가 급한 업힐이다. 잔차를 내려 끌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이날 등산의 출발이 될 줄이야..
: 이후로 거의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수준의 길이 계속된다.
: 등산객은 하나도 없었고, 산 아래에서 우리를 본 동네 아주머니의
: '이길을 자전거를 타고 우째 간데?' 하던 말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사실 등산하기에는 참 좋은 산인건 확실하다. 근데 왜 등산객이 없을까.....
:
: 중간 기착지인 전망대!
: 그래도 아래를 내려다보니 즐겁기는 하다. 들고온 간식을 먹으면 잠시 담소..다시 오른다. 물론 끄는게 대부분이지만....
:
: 지도에 나와 있는 헬기장이 왜 이렇게 먼 것인가? 가도 가도 헬기장은 보이지 않고 군부대의 훈련장만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
: '짱구님, 여기가 예비군 훈련장인가요?'
: 나의 질문에 짱구님의 대답
: '여기서 예비군들 훈련하라고 하면 게거품 물고 다들 도망갈 겁니다' 그런다.
: 내가 봐도 예비군들은 이런 거 못할 거 같다. ^^
:
: 어렵게 정글을 헤치고..헬기장 도착...전망이 시원하다.
:
: 역시 등산객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고, 길은 타다 끌다 하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등산객이 워낙 없어 등산로에 풀들이 많아 길이 안보일 때가 많았다.
:
: 체력은 이제 거의 바닥이 난 상태고 이런 길을 계속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정상까지 가실 건가요?' 가온이 물었다.
: 짱구님 말씀
: '묻지마는 정상을 밟아야지요. 임도로 8부정도 타는 것은 재미없잖아요' 그런다.
: '네 올라가시지요'
: 이 말이 화근이었겠지.
:
: 헬기장부터 박달산 정상까지의 처음 길은 정말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싱글길이었다. 이 길을 안 거치고 내려갔으면 나중에 후회를 꽤 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길이었으므로.....
:
: 그러나 그 이후 나무계단과 바위를 자전거를 짊어지고 오르는 등산이 끝날 줄을 모른다. 하지만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이 있는 법.
: 정상이다 라는 짱구님의 목소리가 반갑다. 정글이 확 개이면서 아래가 다 내려다보이는 정상이다.
: 역시 산은 정상을 밟아봐야 돼. 기분이 다르잖아!!
:
:
: 하지만 나무그늘이 하나도 없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해가 너무 뜨거워 바로 하산결정.
:
: 반대방향으로 다운힐시작이다.
: 역시 초반 급경사의 다운힐(바위가 뾰족뾰족하다.)은 당연히 들고 내려가고 흙길이 나오면 조금씩 탄다.
: 이 때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난다.
: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여긴 꽤 높지요 그런다. 네 하고 지나갔다...끌고 가고 있는 중이었기 땜시.^^*
:
: 앞서가는 짱구님, 뒷바퀴를 지지지직 끌면서 다운힐 하는 중인데, 뒤에서 보니 빨간 뒤바퀴가 납작하다.
: '짱구님, 펑크에요'
: 안들리는지 그래도 지지지직..
: ''펑크에요, 짱구님'
: 내려서 보시고는 난감한 표정.
: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털썩주저앉아 잠시쉬다 자전거 펑크수리..
:
: 금방 끝나고 다시 잠시 탄다. 정말 잠시 탔다. 정글이다.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람 한사람 다닐 정도의 등산로이다. 자전거는 자꾸 옆 덩굴에 걸려 나가지를 못하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자전거 들고 다니느라 팔도 아프다.
:
: 정글을 통과하니..이제야 하늘이 보인다. 몇 분의 등산객을 다시 만났다. 여길 자전거를 가지고 왔냐고 하면서 어디를 통해서 왔는지 물어본다.
: 가슴을 활짝 펴고, 보무도 당당히, 세상에서 가장 거드름을 피우는 얼굴을 하고, 뿌듯하게 말했다. 에헴(또는 어흠)
: '박달산 정상에서 왔습니다.' 후후후 속이 후련하다...정상에서 왔다니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듯 다시 본다.(혹은 왠 미친 사람이냐는 듯)
: 한분은 엠티비를 보는 등산객이 늘 하는 말이지만 짱구님 잔차를 보고 이거 비싸죠? 얼마에요 라고한다.
: 늘 하는 대답인 듯 짱구님..심드렁하게.
: '비쌉니다.'
: 지지않고 등산객아저씨 돈 천만원정도 하나?
: '그 정도는 아니죠'
: 이전에 어는 분 말씀처럼 자전거 타는 사람보다는 자전거값이 궁금할게다.
:
: 대충 이렇게 마감되고, 아래쪽 길 물어보니 자전거 탈만하단다.
: 그 말만 믿고 클릿끼우고 출발.
: 호호...돌임도가 나타난 것이었다.
: 덜덜덜덜 손바닥에 느껴지는 자전거핸들바가 기분좋다. 끝까지 내려오는데 한참 걸렸다.
:
: 다시 차도로 나와 천천히 로드를 탄다.
:
: 슈퍼에 들러 짱구님이 쏘신 음료수와 간식을 먹고 '바이크리님의 남한산성'이 궁금해서 전화한다.
: 점심식사중이라면서 바이크리의 명성에 비하면 오늘 참가한 인원이 적다고 한다. 허니비만 타고 내려왔단다. 이쪽은 어땠냐고 물어본다.
: '묻지맙니다.'라고 대답해줬다.
:
: 전화가 끝난후 다시 로드로 이동..
: 보광사 앞의 빡센 업힐이 기다린다.
: 딴 때 같았으면 지레 겁먹었겠지만, 짱구님보다 먼저 출발했다. 굽이굽이 끝이 안보였지만 그래도 한번 쉬고 다 올라왔다. 역시 대견스럽다. 강촌갔다온게 꽤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 시속 63km의 다운힐...시원하다....
: 돌아오는 길은 차량이 벌써 정체되어 길이 좁다.
: 조심조심 돌아왔다.
: 점심을 집에 가서 먹겠다고 말했더니, 배낭 속의 헨드폰이 연신 울어댄다. 빨리 안 오냐는 와이프겠지 하면서 열심히 페달질하여 집에 도착했다.
:
: 재밌는 산 가르쳐주신 짱구님께 감사말씀을 전하고 싶구요, 땀도 무지 많이 흘린 즐거운 박달산 등산이었습니다.
:
: 가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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