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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고봉산 라이딩 후기

........2001.10.23 06:53조회 수 36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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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시간관계상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지난 두 주동안 유명산이다 오크밸리다 하여 쫓아 다니다보니, 마나님의 머리에 뿔이 돋았다.
이번주에 또 가면 집의 열쇠를 바꾸어 버리겠다는 말을 듣고는 꼬리를 내렸다.
김정기님처럼 가족들을 다 데리고 가기에는 아직까지는 벅찬지라, 일요일날 강화의 석모도 여행을 가자고 꼬드기고는 언제쯤 가면 좋겠냐니까 오후쯤이 될 꺼 같다.

찬스다!!

그럼 오전 중에 잠깐 나갔다 오면 되겠네?
처음에는 그것도 안 된다고 강경한 자세를 고집하다 그럼 잠깐만 갔다 오라고 한다.

재수다!!

짱구님도 그날은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하시니...
그럼 오전 중 라이딩 할 수 있는 짧은 거리인 일산의 '고봉산'에 갔다 오자고 하신다.

아침 8시에 약속 장소로 나가니, 먼저 와 계신다. 오늘은 동네 산에 가는데 헬멧을 쓰고 오셨다.
왜?
안쓰면 가온이 또 잔소리를 하니까...ㅎㅎ

원당쪽으로 온로드를 한참 달린다.
그런데 왠일로 짱구님, 온로드에서 속도를 계속 낸다.
업힐속도 23km/h!!

뒤에서 오늘 왜 이러시나 하면서 헉헉거리면서 달린다.

앞바람이 꽤 불길래, 선두에서 바람 막아 드리려고 치고 나갔다. 그냥 막가는데, 짱구님 뒤에서 부른다.
"어~~이, 횡단보도 지나가야 돼"
헉.....괜히 더 올라갔다.^^

슈퍼 앞, 물 챙기면서 짱구님 한마디 하신다.

"오늘은 거품벙개가 될거 같아요"(스스로 왜 이리 빨리 가나 하셨나보다.)
"왜 그리 빨리 가세요, 쫓아오느라 힘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산인데 올라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속으로는 요즘 짱구님이 2.3의 고려산이다 가리산이다 하여 무진장하게 더 업 되신 거 같아 쫓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날 오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가을하늘이 참 좋죠? 빨간 단풍에 빨간 고추잠자리...^^>

고봉산 입구!!

잠깐 쉬면서 이전에 올라가던 말씀을 해 주신다. 선수들이 연습 삼아 여기를 몇 번씩 오르내리는 얘기며, 시멘트 업힐이 빡세서 잘 못 올라갔다는 얘기 등을 해 주신다.

가볍게 놓고 설설 밟는다. 금방 각도가 일어선다. 엉덩이가 약간 들리면서 자세가 나온다. 드르륵드르륵하는 시멘트길의 홈 때문에 나는 소리에 맞춰 열심히 젓는다. 짱구님 또 힘들어 속도가 줄어드는거 같다. 풀샥이라 하드테일보다는 힘들겠지만...곧 멈춰 버릴 거 같아 뒤에서, 이제 조금만 가면 끝이 보이네요 라고 하면서 응원을 했다. 역시 내리지 않고 저으신다. 잠깐 숨 고를수 있는 각도가 나온다. 짱구님 숨소리 거칠게 들린다. 잠깐 고르고 가시죠 하면서 휴식을 제안했다.

짱구님 이만큼 올라온 거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신다. 혼자 타면 오르다가 그냥 내려버린다고 하시는데, 역시 둘 이상 타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한 2년 정도 혼자 타는 재미에 라이딩 하시던 짱구님이 요즘은 2.3이나 전체 라이딩에 나오고 싶어하신다.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어쩐일로 가온은 아직 숨소리가 고르다. 내가 봐도 신기하다. 사패산의 충격인가?

잠시 쉬고 다시 업업이다. 짱구님은 중간 싱글길 접어드는 곳에서 담배한대 피고 있을테니 끝까지 올라가 보란다. 지금 힘이면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아 가온은 그냥 계속 업한다. 한 굽이 도니 시멘트가 끊어지고 군부대의 출입제한 표시가 보인다. 그냥 한번 올라가볼까 하다가 등산객에게 물으니 못 올라갈거라고 한다. 차선책으로 아래로 보이는 딴힐이 있길래 물으니 절까지 길이 좋다고 한다. 슈숭하고 내려가면 좋으련만 딴힐만 만나면 벌벌이다. 그래도 절까지 한달음에 내려와서는 잠시 구경하고 다시 업하여 처음 위치로 복귀.
왜이리 안오는지 하고 걱정하시는 짱구님.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싱글입니다. 짱구님 말씀하시고..
처음부터 왠 구덩이 같은 곳을 지난다. 다시 보니 군부대의 교통호로 쓰는 길을 개방한 것이다. 남쪽산에서는 못 느낄 그런 길이다. 등산객들 간간히 지나다닌다.
싱글길에서는 짱구님을 따라 갈 수가 없다. 휙휙 잘도 다니신다. 그에 반해 아직도 벌벌 기는 가온.

한참 가다보니 나무계단이 나온다.
오늘은 서로 오래 라이딩 할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런 길을 하나씩 정복해 보기로 했다.
짱구님도 2.3 할 때면 나무계단 같은 거 많이 나오는데 계속 끌기도 뭐하고 해서 한번 정복해 보고 싶다고 하신다.
먼저 시범을 보이시면서 퉁퉁 잘 내려가신다. 한번에 성공..짝짝짝..

이번에 가온의 차례..
'ㄱ'자가 두 번 꺽어진 계단이다. 아직까지 가온도 계단은 어떤 계단을 막론하고 한번도 못 타봤다. 산초님의 계단 타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지만, 아직까지 실력이 안 된다. 지난번 사패산 1m짜리 흙계단을 그냥 날라서 떨어질 때 그것도 계단이면 계단이다. 지금도 왼쪽 허벅지에 손바닥 2개만한 멍이 들어있다.(근데 거기를 점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왜 자꾸 드는걸까?^^)

3번 시도했으나 번번해 첫 계단앞에서 브레이크.
못 내려가고 만다. 짱구님이 시범 한번 더 보여 주셨는데..그래도 실패. 설상가상 구경하겠다며 등산객까지 옆에 서 있다. 그냥 가시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더니 그제서야 좋은 구경거리 놓쳤다며 그냥 간다.(휴 살았다.)
브레이크 심하게 잡다 크랭크의 톱니에 오른쪽 안쪽 복사뼈 위쪽을 찍혔다.(집에 와서 보니 피가 펑펑펑 난다.) 우찌 꼭 보호대 없는 곳만 다치냐?

다음번을 기약하며 이 통나무 계단은 그냥 통과.

잠깐의 업힐 후 다시 두 번째 통나무 계단을 지나친다. 아까보다는 완만한 직선이다. 해 볼만하다.
역시 짱구님 퉁탕 거리면 내려 가시고, 이번에는 가온의 차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잔차에 올라탄다. 첫바퀴가 내려서면서 몸은 앞으로 확 기울어지지만 엉덩이 뒤로 쑥 빠지면서 퉁탕거리면 내려간다.(정말 속으로 한 계단 내려 갈 때마다 내가 왜 내려온다 그랬을까? 그냥 서버릴까? 무진장한 생각이 든다. 그 잠깐 몇 초 사이에) 제동을 너무 조금만 했나? 굉장한(?) 스피드라 제어가 안 된다. 다 내려와서 짱구님 앞에서 가까스로 브레이크.
"왜 이리 빨리 내려오세요?"
"앞브레이크 잡지 말래면서요? ㅠㅠ"
다시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제동을 적절하게 잘 하고 내려와서 부드럽게 성공! (아 뿌듯하다...)
약간 더 위에서도 내려갔는데 둘 다 무사하게 성공...재미있다.

지나가는 등산객 아주머니 왈
"자전거 타면 이런 길(계단)도 자전거 타고 내려가나요?"
"저 분이 잘 타는 분인데 한번 보세요"(짱구님 가르키며..)
짱구님 내려가는 모습 보시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신다.(우헤헤 즐겁다)

잠시 체력단련장에서 귤하나씩 까먹고 어디로 갈지 의논한다.
내려갔다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시간이 조금 모자라는 듯해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이 꽤 험하다.
중간에 조금 급한 계단하나 있었지만, 앞에 가던 짱구님 반쯤 계단 타다가 선다. 조금 낙차가 큰듯하다. 나는 위에서 세 계단만 내려오다 멈춰서 끌었다. 내려오면서 대충 보니 충분히 탈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번에는 다시 시도해 봐야지.

끝날 때쯤에 일직선의 얕은 나무계단이 꽤 길다. 이 정도 쯤이야...
우당탕탕 하면서 신나게 내려간다.

오늘은 계단의 날이다. 산초야 게 섰거라..(농담입니다 산초님 *^^*)

일산의 자전거 길로 관광하면서 돌아온다.

백마를 지나는 철길변으로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짱구님 왈 가리산 단풍보다 더 좋다고 한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곳에서....>

설설 오는데 왠 트렉 잔차를 탄 연세드신 분이 지나친다. 짱구님이 "저분 김훈님 아닌가?"라고 한다. 누군데요 그랬더니 '자전거여행'이라는 책을 쓴 분이란다.

그럼 가서 인사라도 드리죠 그랬더니 따라갈 수 있으면 가보란다. 돌아서서 체인 고속으로 바꾸면서 신나게 저었다. 한참을 달리니 앞에 가고 계시다. 인사드리면서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짱구님 말씀으로는 최근 '칼'이라는 책을 쓰고 계시단다.
연세가 꽤 있으신거 같던데...멋진 분으로 보였다.

다시 천천히 가을의 들녘을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운 하루였다.

후기의 후기

석모도 가려던 와이프가 돌연 시간이 너무 걸릴거 같다면서 백화점이나 가자고 해서 가을, 겨울 양복 한 벌 씩 더 사고, 오던 길에서 봤던 자전거도로 옆의 잔디밭에 돗자리 깔아 놓고 물들어가는 가을을 즐기다 왔다. 와이프와 애들 모두 즐거워 하였다.


<큰 녀석입니다.>


<폼만....>


<가을의 가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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