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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만난 세상, 수리산

........2001.12.17 11:35조회 수 702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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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쫓아만 다녀 스토리거리가 없군요.
약수터에서 얼떨결에 과자를 받아 배낭에 넣느라고 얼굴도 이름도 기억에 없네요(요즘 심해지고 있는 건망증이 때문이지요). 그 분이 주신 과자로 허기를 달래며 순환고속도로로 향하는데 바이크리님 차가 앞에 가더군요. 자주색 트렁크에 붙은 노란 바탕의 와일드바이크 스티커가 선명하더군요. 지붕 위에는 자전거 두 대가 나란하게 손잡고 달리고 있었지요. 그걸 보며 가족 송년회에서 제 동생에게 '너도 자전거 타라' 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앞서 달리는 두 대의 자전거를 보니 오늘 하루의 경험들이 꽃다발처럼 엮어지더군요. 우선 급경사에 겁 먹은 것과 남들 다 타고 내려가는 계단을 끌고 간 것이 맘에 좀 걸리는군요. 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흡족해집니다.
끊어진 체인을 손가락에 기름 묻혀가며 이어주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음식점 앞에다 한 덩어리로 뭉쳐 놓은 38대의 자전거를 보면서 다들 느끼셨을 테지요.여럿이 한마음이 되는 기분 말이지요.
낯선 사람들끼리 지기처럼 가까이 앉아 자전거 얘기를 나누는 풍경과 그 많은 사람들의 점심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분들의 계산없는 웃음이 눈에 꼭 잡히네요.
동료의 가방을 닫아주며 손잡이가 아래에 있어야 가방 속의 물건이 안전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모습도 보기 좋더군요.
공원이나 공터에서 보여주는 스탠딩이나 윌리 묘기를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특별한 두 사람을 가까이서 보게 된 것이 행운이군요.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하던데, 그분들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하지요.
싱글의 막바지 어느 쉼터 벤치에서 발바닥을 나무에 대고 앉아 계셨던 할아버지를 기억하시지요? 그 할아버지의 표정이 편치 않으셔서 귤 하나 드리려던 마음이 슬며시 사라지더군요. 그 할아버지의 마음 한 켜를  이해할 것 같네요.
이제라도 자전거를 탄 것이 참 다행이라는 것이 오늘의 결론입니다.
어느 새 판교 대전 방면 알리미가 나타나고 손잡은 두 대의 자전거는 1차선에서 성남을 향해 신나게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하게 되었네요. 그런데 변명거리가 너무 훌륭해 부담이 전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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