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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투어 후기(거기엔 우리의 땀방울이 있었다)

........2002.05.20 11:55조회 수 103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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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9시, 일찍 잠들지 않으면 오늘도 잠을 설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한다. 이상한 일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피곤할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이...,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신은 더 맑아만 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사로 잡고 있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빨리 잠자리에 들기 위해 샤워도 하고 거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 밤 만큼은 떠들지 말고 좀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잠은 오지 않는다.
  불현듯 이틀 전 일이 생각 난다. 어느 동호회에서 주문진 투어를 간다기에 몸도 풀겸, 페달링 연습도 할 겸 해서 양평까지 따라 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었다. 하지만 그날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함께 라이딩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날 겨우 2시간 눈을 붙이고 제법 빡센 라이딩을 했었다. 그날 얼마나 피곤하던지...,

  "오늘 밤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내일의 라이딩을 위해서 오늘 밤 만큼은 제법 많은 양의 수면을 취해 두어야 한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사로 잡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잠은 더욱 오지 않는다. 이럴 때 내가 취하는 방법은 억지로 잠을 청하기 보다는 일어나 잠시 뭔가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방법이다. 하여 불을 켜고 배를 깔고 노트북을 켰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뒤 화면이 뜬다. 잠들기 전 게시판에 인삿말을 남겼는데, 혹 누가 굴비라도 달지 않았을까 싶어 왈바를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트레키님의 "잘 다녀 오십시오" 라는 굴비가 반갑게 나를 맞이 한다. 어떤 내용의 글을 남겼을까? 궁금한 마음에 내용을 들여다 보았다. 거기엔 이런 글이 있었다. "안전 라이딩 하시고.... 아! 그 머나먼 길을 왜 가시는지??? 달마는 알까용???" 그리고 그 아래 또 다른 분은 이런 글을 덧 붙여 놓았다. "님들은 왜 자전거를 타십니까? 장거리 투어를 하려는 나의 마음을 사로 잡는 문구들이다. 잠시 스스로를 향해 질문해 본다. 나는 왜 그 먼거리를 가려 하는 것일까? 나는 왜 자전거를 타는 것일까? 여러 단어들이 머리 속에 돌아 다닌다. 재미, 도전, 건강....,  사실 내가 내 스스로에게 기대 했던 것은 이런 상투적인 단어들이 아닌 뭔가 철학적이고 좀 더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런 것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구력이 짧아서일까? 자전거 타는 일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못한 때문일까...?
  좀 더 그럴 듯 한 이유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고 노트북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해 본다. 그래도 잠은 오지 않는다. 그렇게 뒤척이기를 세시간 열두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에 빠진다.

  다음 날 새벽, 차로 잠실까지 이동을 하려고 5시에 시계를 맞추어 놓았었다. 장거리 라이딩을 위해서 체력을 아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눈을 뜬 시간은 그것보다도 훨씬 빠른 3:50분, 어떻게 해야 하나? 경험상 다시 잠을 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 진다. 그래 일어나자. 일어나 신문도 좀 보고 목욕도 좀 하고 하면서 시간을 때워보자 하는 심산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해 본다. 그리고 앉아 새벽 일찍 배달 된 신문의 여기 저기를 뒤적여 본다. 어디에도 내 마음을 사로 잡을 만한 기사 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다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 뿐....

  "그래 여기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하면서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어제 밤 챙겨 두웠던 배낭을 맨다. 그리고 자전거를 꺼내 들고 페달질을 시작한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도 인적이 드물다. 아마 지금쯤 무초로꼬님은 선착장에 와 있을께다. 몸을 풀기 위해서 5시 부터와서 라이딩을 한다고 했으니까. 모임 시간 까지 50여분, 넉넉한 시간이다. 춥지 않을 정도의 페달질을 하면서 탄천변을 달린다.

  봄맞이님, 온바이크님의 서리산 번개에서 이미 만난 경험이 있어 그리 염려 되지 않는다. 자전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무서운 초보다. 이미 4월달에 속초 왕복을 했었으니까..., 비록 끝나는 지점에서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무척 아쉬웠던 모양이다. 지난 서리산 번개에서 여러번 완주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내게 이야기 했었으니까, 나는 그것을 빌미로 해서 속초 투어를 제안했었고...,

  무초로꼬님, 본인의 말로는 초보라 했다. 새로 자전거를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이번 투어의 관건은 무초로꼬님이다. 이분의 실력을 전혀 알 수 없다. 이분이 얼마나 잘 따라 주느냐에 따라서 시간 안에 속초에 도달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이번 투어를 위해서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록키 마운틴이라는 새로운 자전거를 공수 할 정도였으니까... - 사실 이것이 참 마음에 많이 부담이 되었다. 속초 투어 몇 일 전 투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내게 있었다. 하지만 새로 자전거까지 구입을 하면서 열성을 보여준 무초로꼬님이 있어 어떻게 결정해야 할 것인가를 한 참 망설였다. 결론은 가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은근히 겂이 난다. 혹 내가 제일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사십대 중반, 봄맞이님 삼십대 초반, 무초로꼬님 역시 전화 상에 들리는 목소리로 치자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간혹 무서운 초보들이 있던데..., 이번에 보기 좋게 당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벌써 잠실 선착장이 저 만큼 보인다. 모임 시간 5분전...,
눈을 크게 뜨고 여기 저기를 살핀다. 저 만큼 자전거를 차에서 꺼내 만지작 거리는 분이 보인다. "혹시" 하고 말을 건내자 그분 역시 아는 척을 한다. 무초로꼬님이다. 어, 이거 잘 하면 문제가 되겠는걸...,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자전거 잘 타는 체형의 소유자가 아니다. 머리 속에 걱정이 앞선다. 과연 잘 해 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중에 봄맞이 님이 나타난다. 졸린 눈으로..., 저 역시 잠을 못 잔 모양이다. 서로 잠시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한 후 코스 설명을 하고 라이딩을 시작한다. 이 때 시계 바늘은 6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어떻게 라이딩 순서를 정할 것인가를 의논했다. 일단 내가 번장으로서 제일 앞서고 무초로꼬님을 가운데 그리고 봄맞이 님이 제일 뒤에서 받쳐 주기로 했다. "무초로꼬님 제 뒤데 바짝 붙으세요. 한 30센티 간격으로요, 그래야 힘을 덜 듭니다." 이 말을 남기고 우리는 라이딩을 시작한다. 우리가 처음 택한 코스는 천호대교 밑을 빠져 상일 인터체인지를 지나 하일동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거쳐  팔당대교를 건너는 것이었다. 몸을 풀기 위해 페달을 가볍게 놓고 페달질을 해 본다. 컨디션이 제법 괜찮은 것 같다.  몸이 어느 정도 페달질에 익숙했다 싶을 때 기어비를 조금씩 무겁게 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더해 본다. 이틀전 젊은 선수들과의 라이딩 덕분이었을까? 속도계의 속도가 쉽게 올라간다. 30, 35, 40..., 잠시 뒤를 돌아 다 본다. 간격이 벌어 져 있군, 속도를 좀 줄여야 겠는 걸..., 다시 속도를 줄여 무초로꼬님과 맞추어 본다. 하지만 페달링은 이내 내가 몇일 동안 익혀 놓은 속도와 회전수를 되 찾고 만다. 얼마를 달렸을까? 상일 인터체인지 근처에 조그만 언덕 -사실 언덕이라 부를 것도 없다. - 을 만난다. 지난 얼마 동안의 훈련 덕분인지 일정한 속도가 유지 된다.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본다. "그래 이런 식으로 가면 쉽게 갈 수 있겠는걸" 하면서..., 언덕이 다시 숨을 죽이기 시작한 시점에 이를러 뒤를 돌아다 보았다. 무초로꼬님과 봄맞이님이 저 만큼 보인다. 큰일이다. 이정도의 언덕에서도 저리 쳐지다니... 아무래도 오늘 투어가 걱정 된다. 무초로꼬님은 과연 완주를 해 낼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를 하면 어떻게 하지? 저분을 어떻게 도와 주면 되지?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에이 벌써부터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말자, 상황이 벌어지면 그 때 가서 대처를 하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페달질을 하다 보니 벌써 팔당 대교다. 팔당대교까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법 빠른 속도다 거의 35키로 대로 달려 왔으니까... 팔당대교를 건너면서 구 도로 빠져 나가는 길이 애매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주의를 살펴 본다.

  사실 속초 투어를 갈 때는 늘 분당에서 출발을 했었다. 여러번 혼자 투어를 하다 보니 위험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서 이번만큼은 사람을 모아 출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왈바에 공지를 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모집 되고 그래 처음으로 잠실에서부터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팔당대교 끝 부분에서 서서 이리 저리 길을 살펴 보며 가늠해 본다. 우측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서울 방향으로 트는 것이 구도로로 가는 듯 싶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구도로 진입로를 쉽게 찾은 것이다. 셋은 다시 라이딩을 시작한다. 팔당댐으로부터 흘러 나온 물들은 물안개를 만들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우리는 그 경치를 감상하며 힘찬 페달질은 해 댄다. 마치 서로 원수라도 진 사람인양, 아무 말없이...

  한 시간 남짓 페달질을 했을 때 우리는 팔당댐을 지난 어느 지점에서 쉴 수 있었다. 잠시 서로의 안부를 나눈다. 한 시간 동안 거의 침묵으로 일관한 우리들이... 참 우습다. 함께 같은 길을 가면서도 한 마디도 나누지 않다니... 몸은 괜찮은가? 할만 한가? 페달링이 중요하다. 이렇게 페달질을 해라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다시 양평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내심 잘 하면 내가 세운 계획대로 양평월드까지 8시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거기서 아침을 할 것이다. 한참을 달려 뒤를 돌아 보았다. 헌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무초로꼬님은 보이지 않고 봄맞이 님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닌가? 봄맞이 님은 내게 이런 제안을 해 온다. 속도를 좀 늦추어야 할 것 같다고 이렇게 가다가는 무초로꼬님이 지쳐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나는 봄맞이님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한 줄 안다. 봄맞이님은 지난 속초 투어 때 완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혹 이번 투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을 것이다.

  봄맞이님의 속내를 알아차린 나는 "봄맞이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초로꼬님이 처지면 내가 무초로꼬님하고 함께 갈테니까 봄맞이님은 혼자 미시령을 넘어 가세요." 이 말이 봄맞이님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모를 일이다. 한참을 기다려 무초로꼬님을 맞이 한다. "무초로꼬님 얼마 남지 않았어요, 잠시만 더 가면 아침을 먹을 수 있어요" 무초로꼬님은 계속 괜찮다고 한다. 우리를 위안하려 하셨는지, 짐이 되지 않으려 하셨는지, 정말 괜찮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다시 따져 묻지 않는다. 8시를 조금 넘은 시간, 우리는 생각해 두었던 식당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아침을 시키고 잠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도 묻고, 자전거 이력도 나누고...,

  아침 식사 후 다시 페달질을 시작한다. 무초로꼬님이 말을 꺼낸다. "저, 오토바이를 탔었기 때문에 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고날 염려가 없을 테니 두분 너무 염려하지 말고 두분 패이스 대로 그냥 가세요. 전 제 패이스 대로 가겠습니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함께 가자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따라 오세요 할 수도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저 말없이 페달질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내 봄맞이님과 나의 행동에서 무초로꼬님의 말에 동의 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속력으로 무초로꼬님은 무초로꼬님 나름대로의 속력으로 페달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를 이끌어 가는 번장으로서의 책임감일까? 자꾸 뒤를 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페달을 잠시 멈추고 기다린다. 이렇게 여러 번의 질주와 기다림이 반복 되면서 며느리고개 바로 직전인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우린 거기서 이온음료를 보충하고 행동식을 샀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자전차에 올라타 페달질을 시작한다. 며느리 고개다. 예전 같으면 며느리 고개도 그리 쉬운 고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뻥 뚫린 대로에 낮아진 언덕, 인간의 힘은 무섭다. 길을 넓히고 터널을 뚧고, 다리를 놓고 하면서 쉽고 편한길을 만들어 낸다. 왜 이런 일에 그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편하고 빠른 세상을 위해서? 편하고 빠른 세상을 만들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편하고 빠른 세상, 그것은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값자기 느림의 미학이라는 책 제목이 생각 난다. 하지만 어쩌랴! 나도 이미 빠른 것을 추구하면서 페달질을 하고 있는데..., 느리게 뒤 따르는 동료를 뿌리치고..., 며느리 고개를 올라 섰을 때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방역조취가 한창이다. 우린 자전거를 탔다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다. 기분이 좋다. 사람은 참 이상하다. 이런 자그마한 특혜에도 기분이 좋아지니...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에게만큼은 특혜가 베풀어 졌으면 하는 모양이다. 며느리 고개를 내려 섰을 때 도로 군데 군데 제법 많은 수의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한참을 달리고 난 다음 우리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홍천 입구에 도달 해 외각도로로 빠지는 길목에 이르러 무초로꼬님이 혹 길을 잘 못 들까 해 멈추어 섰다. 그리고 검문소 옆 그늘을 찾아 자전거를 세우고 쉬고 있었다. 이 때 한 경찰관이 나오더니 "당신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긴장을 했는 줄 아느냐?" 한다. 알수 없는 말에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다시 되묻자 그 경찰관은 서울을 출발한 싸이클 선수들이 좀 전에 양평을 막 출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놓고 있는데 선두가 지금 홍천을 향해 가고 있다는 무전을 들었단다. 그래서 경찰들은 긴장을 하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우리가 싸이클 선수들의 선두로 착각한 것이었다. 우리가 잠시 쉬고 있는 틈을 타 몇몇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몰려 든다. 자전거를 이리 저리 살펴 보더니 자전거가 얼마나 하느냐고 묻는다. 값을 말하자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은 자기들 끼리 이야기 하면서 기아가 몇단이냐는 둥, 자전거가 가볍다는 등의 이야기를 건넨다. 그들의 표정에는 이런 비싼 자전거는 별 힘 들이지 않고 타지 않느냐는 듯 했다. 잠시 뒤 무초로꼬님이 도착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한다. 홍천 외각 도로다. 작년 속초 투어를 할 때가 생각 난다. 나는 여기서 맞 바람을 맞으며 힘든 페달질을 했었다. 아무리 밟아도 18키로를 넘지 않았다. 출발하는 날 아침 비가 와 망서리다 늦게 출발을 한데다 맞바람까지 쳐서 길을 가로 막자 여간 불평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혼자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원망까지 해 가면서... 오늘은 그 길을 35키로를 찍으며 달려간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위력을 실감한다. 얼마를 달렸을까? 휴게소가 보이자 봄맞이님이 식사를 하잔다. 아직 12시가 체 안된 시간이다. 점심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 다음 휴게소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저기 저 앞에 보이는 언덕만 돌아 서면 하얗게 지은 휴게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니나 다를까 언덜을 돌아서자 삼포 휴게소가 우리를 반긴다. 사실 난 별 시장하지 않았지만 어쩌랴 시장끼를 느끼는 팀원이 있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읽었든지 봄맞이님은 행동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더 가잔다. 하지만 시장으로 인해 피곤이 쌓이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여기서 점심을 하자 한다. 얼마가 지났을 까? 무초로꼬님이 도착한다. "여기서 점심하고 가죠?"  모초로꼬님도 점심하자는 이야기를 반긴다.

  점심식사 후 우리는 잠시 그늘에 앉아 커피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우리가 할 이야기가 뭐 있겠는가? 그저 자전거 타는 무용담이지... 사람들은 늘 그렇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그 이야길 나누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또 그 나름대로의 무용담을 나눈다. 취미, 그것은 이렇게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 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준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맞춘 뒤, 자전거 위에 엉덩이를 걸친다. 순간 무초로꼬님이 걱정 된다. 지금까지는 잘 따라와 주었지만 언덕만 나오면 맥을 못 추는 무초로꼬님, 이제 남은 것은 언덕들 밖에 없는데..., 이러다가 뒤 떨어 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할 것인가? 냉정하게 우리 먼저 갈테니 뒤 따라 오라 하겠는가? 아님 속초행을 포기하고 같이 행보를 맞추겠다고 하겠는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면서 슬며서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원통 삼거리 쯤에 이르러 못 가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타고 미시령을 오를 수도 있다고..., 그러자 무초로꼬님은 이내 눈치를 채고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힘들면 그 방법을 택하겠노라 한다. 참 고맙다. 우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그 배려가.... 그래 이렇게 말을 건넨다. 무초로꼬님 여기 까지 왔는데 미시령에서는 함 쏘고 가야죠. 차로 미시령을 넘지는 마세요. 우리는 서로 잠시 미소를 뛰우며 무언의 약속을 한 뒤 다시 페달질을 시작 했다.

  이젠 누구를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는 라이딩이 시작 되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우리가 예상한 시간 내에 충분히 미시령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봄맞이님을 좀 앞세우고 뒤를 따라야 하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충분히 앞서 이끌 수 있는 자질이 있어 보였다. 그 두꺼운 2.1 타이어를 끼고 1.75의 세미 슬릭을 잘도 쫓아 와 주었으니까..., 봄맞이님은 잠시 부담스러워 하였으나 이내 무서운 질주를 시작하였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신남을 향하여 힘찬 페달질을 한다. 얼마를 달렸을 까 저만큼 엠티비를 타고 가는 두 명의 사람이 보인다. 멀리서 보아 하니 부자지간인 듯 싶다. 긴 여정 가운데 처음 만나는 동호인들...,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하기사 겨울 산행을 혼자 하다 보면 하루 종일 산행을 해도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다가 몇 일 만에 사람을 만나면 그리 좋기 즐거운지..., 그만큼의 기분은 아니라 하더라도 반갑기 그지 없다. 우리는 이내 추월을 하면서 인사를 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유니클 소속이란다. 양수리에서 속초까지 가는 부자지간이었다.

  신남 좀 못 미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시 무초로꼬님을 기다려 본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우리는 두시가 넘어도 오지 않으면 원통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지 말자는데 합의 하고는 기다려 본다. 두 시가 다 되어도 오지 않는다. 아까 그 부자가 지나가도록...., 무초로꼬님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나 페달질을 시작한다. 신남에서 인제, 미시령을 빼고 가장 언덕이 많은 구간이다. 이 구간만 속력을 잃지 않고 지나간다면 별 문제 없이 미시령을 넘을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앞서거니 뒷 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질주해 나간다. 제법 많은 언덕들을 거침없는 속도로..., 얼마 만에 우리는 소양호를 옆에 끼고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작년에도 이곳은 공사중이었는데..., 값자기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물통에 물을 꺼집어 내어 보았지만 이온음료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곳 까지 오면서 이온음료 두통이 내가 먹은 전부다. 물통에 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 한 갈증을 느끼면서 리듬이 깨뜨려진다. 그 사이에 봄맞이님은 저 만큼이나 가 있다. "어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한 번 깨진 리듬이 좀처럼 되 찾아 지지 않는다. 여기가 고비인가? 아무리 쫓아도 멀어져간 봄맞이님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갈증이 더해 가지만 어디 물을 보충할 만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참 아이러니칼 한 이야기다 소양호변을 달리면서 물이 없어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다니..., 저만큼 군축령이 보인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저곳을 넘어 다녔다. 얼마나 힘들던지... 힘이 빠진 상태에서 그 빡샘이란...,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따지면 나에게는 미시령 보다 더 힘든 곳이 군축령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그 군축령을 힘들이지 않고 지날 수 있다. 터널이 뚫렸기 때문이다. 터널을 지나 인제 시가지를 옆으로 하고 한참을 달려 간다. 하지만 어디에도 휴게소가 보이질 않는다. 더해만 가는 갈증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달리는 수 밖에...,
  때마침 앞에 주유소가 나타난다. 거기엔 시원한 음료수 자판기도 있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를 세우고 자판기에 돈을 밀어 넣고 음료수를 꺼낸다. 그리 시원할 수 없다. 뒤 따라 오고 있는 무초로꼬님은 어떻게 되었을까? 점심을 먹고 아직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잘 오고 있을까? 전화를 시도 했지만 전화가 되지 않는다... 아마 무초로꼬님도 달리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주유소직원에게 원통 삼거리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 보자 한 5분 정도만 가면 된다는 말을 한다. 아 그렇지 바로 저기 저기만 돌아 가면 원통삼거리지... 하면서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다시 페달질을 시작한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뒤 따라 오는 무초로꼬님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많이 외롭겠지..., 우리가 야속하게 보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원통 삼거리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이 때의 시간이 3시 30분..., 잠시 쉼을 가지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데 무초로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릎이 아파서 아무래도 완주가 어렵단다. 원통 삼거리까지 와서 승합차를 빌려 타고라도 미시령에 갈테니 염려말고 가란다. 얼마나 아픈 것일까?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지만 어쩌랴..., 우리에게는 목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4시 좀 넘어 우리는 전열을 정비하고 미시령을 향해 출발 했다. 미시령 7키로 전에서 쉬기로 마음을 먹고,

  원통 삼거리에서 미시령 구간은 속초투어 중에 경치가 제일인 곳이다. 하여 잠시 잠시 시선을 딴 곳에 둔다. 하지만 이곳은 사고 위험이 제일 많은 곳이기도 하다. 도로도 굽고 갓길도 없어서 큰 차가 지날 때 차칫 실수하면 큰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이번 투어 중에도 이곳을 지나는 덤프트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뒤 따르던 봄맞이님이 무척 당황을 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나도 섬찟 했었으니까...,
  봄맞이님과 나, 상당히 많은 시간을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달려 왔지만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때쯤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뒤 따르는 봄맞이님은 나를 나는 봄맞이님을..., 7시간이 넘는 라이딩을 한 터라 이제는 서서히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을 한다.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들 정도로... 일어서서 페달질을 해 보기도 하고 잠시 잠시 엉덩이를 들어 보기도 하지만 이내 엉덩이의 통증은 나를 힘들게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엉덩이의 통증을 면해 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이젠 그 누구와의 싸움도 아니고 내 엉덩이와 싸우는 싸움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계속 엉덩이를 들썩이는 사이 자전거는 진부령을 넘는 삼거리를 지나 미시령 7키로라는 펫말 앞에 이르렀다. 우리는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마지막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지금까지 평균 시속이 28키로다. 제법 빠른 속도로 우리는 여기 까지 달려 왔다. 기다림의 시간들이 적었다면 우리는 벌써 속초에서 뒷풀이를 하고 있었을게다.

  물을 마시고 마지막 힘들 때 먹으시라고 건네 받은 파워 젤을 뜯어 먹고는 다시 마지막 페달질을 시작한다. 무초로꼬님은 이미 미시령에 가 있을 것이다. 내가 내 엉덩이와 싸움을 하던 중에 손을 흔들며 횡하니 달려가던 택시가 있었으니까...,
눈에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미시령 6키로전, 5키로 전, 4키로 전, 이런 펫 말들만 계속 기다려 지고 눈에 들어 온다. 놀라운 것은 미시령 펫말 4키로전 까지 우리는 17,8키로의 속도로 올라 왔다. 문제는 3키로 전서부터다. 속도가 점점 줄어 들기 시작을 하면서 봄맞이님이 앞서 가기를 시작한다. 역시 젊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뒤를 묵묵히 따라본다. 저만치 한계령에 위치하고 있는 주유소 펫말이 눈에 들어 온다. 아, 이제 끝인가? 그래 끝이었다. 이제는 내려 가기만 하는 상황. 이 때의 시간이 5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다시 무초로꼬님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속초 중앙시장을 향해 내어 미끌어지기 시작 했다. 값자기 허기가 몰려 왔다. 중앙 시장이 가까워 오면 올 수록..., 허기는 더해만 갔다. 허기를 잠시라도 빨리 면하기 위한 페달질은 계속 되고 그러면 그럴 수록 허기는 더해가고...,

  드디어 중앙시장이다. 속초에 오면 들리는 횟집에 앉아 흥정을 한다. "자연산 광어 1키로 5만원"에 흥정을 하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투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가족들에게 전화를 한다. 무사히 도착했노라고...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예약을 해 놓은 숙소는 설악동에 위치한 한국콘도. 여길 가려면 또 한참을 페달질을 해야 하고 제법 빡센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식사를 하고 나면 더 퍼질 텐데..., 날도 어둡고, 어떻하지...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투어 후기를 정리하면서도 투어를 떠나기 전 왜 자전거를 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을 사로 잡는다. 왜 자전거를 타는 것일까? 이제는 이것을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알피니스트들이 알피니즘을 꽃 피웠던 것처럼 우리 라이더들에게도 우리의 생각을 대변해 줄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여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는 왜 자전거를 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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