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퀵실버 입니다.
아침은 고요하다.
아직도 밖은 어둠으로 치장되어 앞을 분간하기 힘들다.
시계가 5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무거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본다.
아! 바로 오늘이구나.
급하게 준비. 어제 저녁 꾸려논 배낭을 매고 따블캡에 오른다.
공기는 아직 차갑다. 윈도우를 내렸다가 후욱~~ 하고 다시 올린다.
워커힐과 천호대교, 올림픽도로를 거쳐 잠실 선착장으로 진입.
벌써 번장이신 노을님과 바이크리님등 몇몇분들이 나와 계신다. 바이크리님은 임대한 화물트럭에 자전거를 올리시느라 여념이 없고 놀을님은 인원파악, 여기저기 전화하기, 이름표 나누어 주기 등으로 바쁘다.
간단히 인사 마치고 내 따블캡에도 자전거 올리기 시작.
한참후 인원점검 마치고 장정에 오른다.
트럭 두대와 머리에 자전거를 두,세대씩 올린 승용차의 무리가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지나가는 차속에서 사람들이 흘끔거린다.
저것이 뭔 짓들이여? 하는 표정들이다. 내 옆의 뭉치님과 인사하고 (뭉치님은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아주 친절하고 쾌활하신 분, 그리고 뭉치라는 아이디가 너무나 잘 어울리시는 분)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 받으며 이동하다 보니 벌써 아침식사 장소에 이른다.
현지 출발해서 오신분들과 접선해 아침식사를 한다.
다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먹고 나오지 못했으리라.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주 맛있게 마치고 다시 출발.
이번에는 뭉치님이 운전대를 잡으신다. 고마우신 뭉치님.
한참을 달려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승용차들은 벌써들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다. 부랴부랴 차에서 자전거 내리고 나도 준비.
노을님이 다들 모이라 부르시고 곧이어 주의사항과 영사장님이 지원해주신 오렌지와 김밥(김밥은 어느분이 지원을 하셨을까?)을 하나씩 배급받고
곧이어 스트레칭. 선두조가 출발한 후 노을님의 출발신호에 따라 무리지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다. 그야 말로 떼다 떼. 자전거 떼.
좁은 길을 온통 점령하고 퉁퉁거리며 잘도 올라간다.
비가 한번 내린것 같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두번째 와보는 유명산의 코스는 시멘트 급힐후 딴힐하면 만나게 되는 (점심식사한 곳) 작은 다리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는 코스로 생각되는 곳.
몇굽이의 업과 아직도 연결되지않고 있는 끊어진 길까지의 다운.
다들 자전거를 어깨에 매고 건넌다. 연이어지는 시멘트 급힐!!
지난번 노을님의 초보 번개 때도 올랐던 곳이지만 여전히 힘에 부친다.
훅훅거리며 올라간다. 심장의 고동이 요동친다. 짧은 구간이지만 심한 경사에 나를 포함한 몇몇분들이 힘들어 하신다. 속도를 약간 줄이고 페달을 부지런히 밀어낸다. 얼마 되지않는 거리지만 내겐 몇킬로미터 처럼 느껴진다.
난 언제쯤이나 이런 급힐과 급다운도 여유롭게 해낼수 있을까?
시멘트 급힐이 끝나고 이어지는 그리 길지않은 다운힐 후 작은 개울에 걸려있는 다리위에서 모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삼삼오오 모여 출발지에서 배급받은 김밥과 각자가 싸온 음식이며 과일들을 꺼내놓고 점심을 즐긴다. 한번 둘러본다. 정말이다. 소풍이 틀림없다.
열심히 먹고, 이야기 하고, 하얀 이를 내보이며 웃는 모습들이 내 초등학교 시절 낮은 뒷산에 올라 보물찾기도 하고 상품으로 누런색의 공책들을 탈때의 기쁨! 그리고 보리밥에 김치와 어머니가 애지중지 삶아 주신 달걀 한알의 보잘것없는 도시락과 사이다 한병이었만 너무나 맛있었던, 바로 그 소풍의 풍경이다.
다들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 즐겁고 아련한 추억의 또 한 페이지를 메워 줄것이다.
잠깐 감상적이 되어버려서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힘든 라이딩을 생각도 못하고 있다. 문득 저쪽 하늘에서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뭘까? 비라도 오려는 건가? 소리가 만만치 않다.
내심 초조해 진다. 혹시 비라도 오면 중도에 라이딩을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출발이다. 계속되는 업힐이다. 조금씩 힘에 부친다.
게다가 사륜차들이 오르락 내리락 거려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다.
앞에서 뒤에서 '찹니다'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결국 빗물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허! 난리다. 더 굵어지면 않되는데.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선두조에 끼어버렸다. 그새 빗발이 폭우로 변해 있다.
- 우와! 많이 오네.
- 큰일이지?
- 이거 우박아냐?
- 우박은 아녀요'
- 노을님은 어디 있는거지?
- 저어 아래요. 후미와 함께 오고 계시죠.
- 전화해봐.
- 전화 않되는데여?
- 아이들도 있고 여자분들도 계시고 하니....
- 그럼 내려가자고. 내려가다가 노을님 만나면 이야기 하고...
몇몇분들이 모여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다가 결국 자전거를 돌린다. 비는 계속 쏟아진다.
길은 벌써 진창이 되었고 차가 지나간 바퀴자국으로 빗물이 고여 흐른다.
아래로 내리 꼿는 자전거의 뒷바퀴에서 빗물이 분수처럼 튀어오른다.
휙휙하고 지나가다가 노을님의 얼굴이 언뜻 보인다.
어라? 뭔짓들이여? 호랭이라도 나왔냐?
뚱한 표정으로 멀거니 쳐다보고 있다.
후미에서 올라오던 분들도 다들 내려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전거를 돌린다.
정신없이 다시 다리위까지 내려오니 먼저 내려오신 분들이 웅성거린다.
- 얼래? 비가 그쳐부렀네?
- 뭐여? 어찌 되는 거염?
- 잉! 옷 다 젖어뿌렀네.
- 난 내려 오다가 날렀어. 자전거랑 같이 날렀는데 클립 않빠져서리
죽는줄 알았다니까? 아고!! 내 도가니!! (월광님)
- BMX 타야겠구먼? 녀허허허~~~
그때 트레키님이 특유의 고음으로 웅성거림을 깨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 다시 올라갑니다. 다들 올라가세요. 올라오랩니다.
- 뭐여? 아 누가 그려요?
- 노을님이 다시 올라오랍니다. 정상까지 갑니다.
- 에잉! 난 못가. 어찌 다시 올라가? 길도 미끄러운데.
- 아씨! 난 내려오다가 날러서 다 까졌단 말야.
- 근데 누가 내려가자고 한거여?
- 마져. 난 다들 막 내려 가길래 얼떨결에 따라왔지 모에요?
결국 몇분은 남으시고 다시 올라간다.
투덜거리며 오르기 시작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시간의 낭비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난 너무 재밌다. 그래! 소풍이야. 어릴적 소풍의 냄새가 난다.
소풍가는 날 아침이면 언제나 일찍 일어나 가슴 졸이며 문에 귀를 대고
빗소리가 나는지 않나는지 확인하던 기억.
비는 소풍가는 날만 골라서 잘도 내렸었다. 그래서 친구들 끼리 이런 말도
했었다.
- 야!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 모라구?
- 소풍날을 맘속으로 정해놓고 발표는 그 전날 날짜로 하는거야.
그럼 소풍가기 전날 비가 올거 아냐?
- 구래!! 그거 좋네. -.-;;;;
한참을 다시 올라가다 보니 노을님이 길가에 떠억허니 버티고 서 계신다.
서로 얼굴을 보다가 멋적어서 내 쪽에서 먼저 헤에~~~ 웃는다.
꾸역꾸역 다시 올라오는 사람들을 향해 노을님이 통한의 한방을 날리신다.
- 그러게 왜 내려가요? 난 내려가란 명령 내린적 없습니다.
계속되는 급한 업! 업! 업! 내리지않고 오르리라 맘먹고 계속 페달을 밀어낸다.
올라가는 사람들의 엉덩이에서 머리까지 온통 흙탕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결국 몇개의 험한 언덕을 넘어 다운힐!!
사륜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정상 중턱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한 분들이 모여있다.
춥다고 몇몇분들은 마른 가지를 꺽어 불을 피운다.
하지만 젖어있어 불은 좀처럼 붙지 않는다.
재성이님은 한쪽에서 쭈그려 고개를 무릎사이에 묻고...... 주무시나?
좀 쉬고 난 후 곧바로 이어지는 정상으로의 행군.
그리고 정상이 얼마 남지않은 8부 능선쯤.
지금까지 올라오며 느꼈던 '어휴! 힘들다'는 아무것도 아니다.
각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절벽(?)들이 앞을 가로막고 줄줄이 선다.
숨이 턱! 막힌다.
저걸....? 어찌 올라가나?
그러나 다들 용맹하게 올라간다. 내 앞으로 대여섯 분.
뭔가에 홀린듯 자전거에 올라탄다.
내가 가진 혼신의 힘을 다해 페달을 밀어낸다.
등 뒤에서 산은 완강히 날 잡아 당긴다.
허벅지의 근육이 떨려오고 심장은 터질듯 맹렬히 도화선에 불을 붙힌다.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이 터질듯한 심장의 피를 토해내며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위해......
아무런 느낌도 느낄수가 없다. 계속되는 페달질.
훅훅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와 '넌 이곳에 절대 못올라'하는 산의 메아리만...
결국 두개의 언덕을 넘어선다.
히야!!!!~~~
그리고 맞이하는,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고 끝까지 넘어선 이가 없었다는
그 완강하고 까마득한 절벽.
이번건 정말 다르다. 이놈은 정말 절벽이다.
몇분이 용감히 맞서 보지만 얼마 못오르고 끌고간다.
당연히 나는 처음부터 끌고간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도 벅차다.
그리고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언덕.
여긴 한번 해볼만 하다 하고 자전거에 올라탄다.
힘차게 도약한다.
켁!! 얼마 못가 바퀴에 슬립이 나며 하차. 다시 끌고간다 -.-;;;;
그리고 정상이다.
여기가 유명산의 정상이다. 엄청난 바람이 모든것을 날려 버릴듯이 맹렬한 기세로 몰아친다. 젖은 몸이 차가운 바람에 떨려온다.
아래를 내려다 본다. 까마득한 아래로 골짜기와 능선들이 교차되며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깊은 골마다 안개와 비의 소립자들이
하얀 공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정상에 오른 기쁨은 없다.
올라 오기까지의 인내와 힘겨움을 이겨낸 내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해 본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장소 중에 가장 높은 곳!
지금 한명 두명 올라오고 있는 분들중엔 더욱 힘든 코스며 산들을 정복한
분들도 많을것이며 또 나처럼 처음인 분들도 있을 터!
그러나 누구는 누구, 이사람은 이사람 하고 편을 가르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모두가 다 같이 힘들이고 자신이 가진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여 이곳에 섰다.
흘러내리는 굵은 땅방울이 아름다운 사람들.
사귐성이 없어서 항상 변방으로만 돌던 내겐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용맹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산 정상에서 본 풍광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이 순간만큼은 미약하다.
단체사진을 찍으며 다시 한번 감격한다.
이 좋은 사람들과 한 무리에 섞여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사진을 찍는다.
^.^;;;
잠깐의 휴식에 이어 본격적인 하산.
비때문에 시간이 늦어져 서둘러 하산한다.
우지끈 뚝딱 하산을 마치고 엄천난 속도로 자전거를 차에 올리고
산을 빠져나온다. 역시 뭉치님이 음식점까지 운전을 해주신다.
다시 음식점에 모인 일행들.
다들 지치고 추워서 초췌한 모습들이지만 매콤한 비빔막국수 한그릇에
행복한 표정들이다. 들뜬 마음들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다.
막국수 한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다시 서둘러 출발.
시간이 많이 흘러 사방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곤지암으로 회차하여 달린다. 그럭저럭 막힘없이 잠실 선착장에 도착.
미리 도착한 분들은 자전거 내리는 분, 아쉬움을 인사로 대신하는 분,
임대한 화물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기다리는 분들로 분주하다.
자전거를 다 내리고 나도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노을님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오늘 젤로 수고하신 노을님!
몇몇분들과 인사하고 서둘러 선착장을 빠져 나온다.
왕창 밟아서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어 있다.
아이들은 자고 있고 아내가 맞이한다.
- 늦었네? 힘들었나 봐요?
- 웅. 좀. 정상까지 올라 갔거덩.
팔백미터가 넘는데 말야 가다가 비를 만나서 다시 내려왔다가....
어쩌구 저쩌구....... 힘들어서..... 어찌나 가파르던지.....
늘어지는 내 이야기에 아내가 그런다.
- 씻고 자라. 응?
너무 늦은 귀가라 미안한 마음에 주절거린다는게 그만 늘어지고 말았다.
샤워하고 잠을 청하는데 아내가 가만히 말한다.
- 가서... 행복했어?
- 웅!
................................. -.-;;;;
- 당신도 같이 갔더라면 더 행복했을텐데.
- 그랬어?
- 웅!
그리곤 골아 떨어졌다.
다들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비에 젖어서 감기에 걸리신분 혹시 없으신지?
여러모로 도와주신 여러분들 감사의 말씀을 글로나마 올리구요,
노을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많이 늘어진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제가 말이 좀 많아서리.. -.-;;;)
다음 만남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피-에쑤
아참! 월광님.
두번이나 날으셨는데 몸은 좀 어떠신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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