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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강매산(봉태산) 라이딩 후기

kaon2002.10.24 14:50조회 수 1592추천 수 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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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강매산 라이딩


- '수요꺼리'를 제공해 주신 짱구님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10월 23일, 어느덧 가을이다 싶더니 한라산에 서리꽃이 피었다는 말이 들린다. 눈꽃이 예쁘다 했더니 서리꽃은 더욱 멋있게 보였다. 한라산의 안개가 나뭇가지에 바람 부는 방향으로 붙어 꽤 멋졌던 것이다. 올 겨울 스노라이딩 생각을 하니 약간의 흥분이 온다.

다행히 오후 들어 따뜻하다. 왈앵글에 있는 게시판에서 짱구님이 가온에게 준 숙제(수요꺼리)를 한 장 프린트하고는 콩나물에서 지도검색하니 혹 그쪽이 봉태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페달질을 한다.(정확한 지명을 모르니 일단은 강매산이라 이름 붙혔습니다)

번잡한 도시의 차로 사이를 지나니 한적한 변두리가 나온다. 자전거라는 것이 좋은 점은 차로도, 걸어서도 안 올 곳을 오게 한다는 것이다. 그 적절함의 미학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네에 이런 데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참 신통하다.

구릉의 산책로

문산에서 신촌으로 가는 옛날의 비둘기호가 아닌 신형 꽃기차를 보면서 산책하는 사람들로 반들반들해진 구릉을 지나간다. 기차에 손이라도 흔들어 주려 하지만 사람도 별로 타고 있지 않아 그냥 지나간다.

곧 이어 기차길을 넘어가는 고가도로가 하나 나온다.
"기차길 넘어가려면 이곳 밖에 없나요?" 산책 나온 아저씨에게 물으니 그렇다 한다.
"감사합니다"하고는 슬렁슬렁 가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입구가 보인다.

비포장이라는 말과는 달리 검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는데, 부대에서 해 놓은 것 같다 . '이정도 경사야..' 생각하고 오르는데 중간쯤에 두 군데쯤 힘 좀 써야 하는 각도가 나온다. 헉헉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1차 목적지인 부대 앞 공터가 나온다. 보호대를 착용할 요량으로 잠깐 휴식한다.(사실은 좀 힘들어서 쉬었습니다.^^;;)

휴식사이 등산객 한 분이 내가 가야할 곳으로 내려간다. 바로 가면 추월을 해야 하므로 핑계 김에 1-2분 더 쉰다. 메모지 한번 더 확인하고는 싱글길로 접어드는데 약간 급한 경사라고 쓰여져 있는 길이 나온다. 넓은 길에 중간에 낙엽인데 슬립이 팍팍 생긴다. 스스스스 낙엽 쓸리는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데 등산객 아저씨 뒤로 한번 돌아본다. 넘어지지 않고 내려오니 4거리다.
'이건 메모지에 안 나오는데....'

노란 잠바의 아저씨는 허위허위 직진한다. 뭐 별로 고민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냥 따라간다. 약간 길이 타고 가기 힘들어지는 흙계단이 나오면서 갈등하게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야지. 앞에 가는 노란 잠바 아저씨께,
"이리로 가면 길이 계속 이런가요?"
돌아보며 말씀하신다.
"네, 계속 이렇지요. 타기가 좀 힘들텐데..."
그러나 장사 한 두 번 해보나? 좀 전 사거리서 좌회전을 했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면에 보이는 깃발(태극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정상이다)을 보고 그냥 끌고 오른다. 몇 분이 앉아 있다 슬쩍 눈길만 한번 준다.

길 일러줬던 노란 잠바 아저씨, 묻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이리로 내려가면 저쪽 큰 길이 나오는데, 그리로 가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열심이시다.(감사합니다.^^)

"어디서 오셨나?"
"화정에서 왔습니다. 여기가 봉태산인가요?" 프린트해 간 지도를 보여 드린다.
"그런가? 나도 잘 몰라요. 지난번에 보니 누가 여기를 자전거 타고 내려가더만..."
하면서 가리키는 곳은 공동묘지 사이로 난 소로다. 약간의 경사가 있고 턴을 해야할 곳이 많아 선뜻 갈만하지는 않다.
"그렇겠네요"하며 괜히 탄청 부리며 사방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척 한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내려갈 곳을 여기저기 재 보며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한다.

지금 몇 명의 아저씨들이 자전거로 내려가는 걸 기대할 거라 생각이 들면서 '그럼 가야지'하는 객기를 부린다. 자전거 들고는 출발대에 선다. 다운힐 하는 선수들이 마음이 이럴까? '초반은 이렇게 가다 브레이크 잡고 요렇게 턴하고...'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는데, 노란 잠바의 아저씨
"내려 갈 수 있어요"한다. 갈 수 있다는데 그럼 가야지. 안 내려 갈 것 같아 옆에서 쿡 찌른 것이다.
안장에 엉덩이 올리고는 출발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경사는 급하지 않고 브레이크도 잘 먹는데, 작은 돌들 때문에 약간 슬립 나지만 괜찮게 내려왔다. 뒤통수가 뜨거운 게 쭉 지켜봄을 당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위에서는 못 볼 숲 사이로 들어와서 안정을 찾으려는데, 사거리가 나오면서 메모 확인 한번 할 겸 안장에서 내린다. 좌측 후 바로 우측이란 글 확인하고는 출발한다.

여기부터 한참 동안은 아주 편안한 싱글이다. 단풍잎이 바닥에 있으면 좋으련만 군부대가 있는 산들의 싱글 길에는 그냥 지저분한 낙엽 들 뿐이다. 얼마만큼 오니 웅성웅성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간단한 운동중이다. 내려오는 도중 만난 분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등산하는 분들은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인사해서 경계심이라든지 거리감을 줄이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편안한 싱글길

"안녕하세요"하고 아주머니 두분 에게 인사하니
"왠 산에 자전거야"하고 한 분이 말씀하시고,
"저게 산에서 타는 자전건가봐"라고 또 한 분이 소근거린다.
속으로 '네'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길이 갑자기 급해져서 '산에서 타는 자전거'에서 내린다. 며칠 후 있을 '화야산 임도-묻지마 혼합 라이딩'을 앞두고는 있는데 쪽지에서는 여기서 다시 돌아오라고 쓰여 있지만, 묻지마끼가 발동해서 억지로 끌고 들고 내려가 본다. 멀리서는 개 한 마리가 끈질지게 짖고 있는데, 자전거 바퀴를 본 때문이리라. 내려와 보니 이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찾기도 힘들게 생겼다. 주변 지리를 전혀 모르는데, 흙탕물같이 생긴 연못에서 낚시꾼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다. 뭐 물어보기도 뭐하고 해서 마을로 보이는 쪽으로 약간 이동하니 자전거 탄 분이 지나간다.
"여기가 무슨 동넨가요?"
"강매지요"
"그럼 강매역이 어딘가요?"
"이 길로 가다 새로 난 길로 가세요."하며 진행방향을 가리킨다.

마을로 접어들어 큰길로 가는데 멀리 방화대교의 꼬리가 보인다. 계속 가보니 자유로와 길이 붙었다. 대충 어디쯤인지 감이 온다. 고개 한번 끄덕하고는 돌아서 오는데 입구쯤에서 그렇게 열심히 짖던 개는 이번에는 본체도 안 한다.

얼마 전에 어느분이 개 만나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아주 많은 분들이 답해 논 것을 읽었지만, 나 같은 경우도 개 만나는 게 아주 싫다. 보통 바퀴가 막 돌면 이 녀석들이 뛰어오면서 짖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전 장흥 라이딩 때는 집체 만한 개 두 마리가 옆에서 따라오는데 죽을 맛이었다. 여하튼 이런 경우에는 개 얼굴을 안 보는 상태로 아주 천천히 패달질 해서 움직이면 자기 영역 이상은 쫓아오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한다.(아주 소극적 대응법이다^^)

다시 예의 그 길을 질질 끌고 들고 오르는데 화야산의 정상길이 제발 좋기만을 바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재의 심정인가 보다.(왈앵글에 '화야산 임도-묻지마 혼합 라이딩'이 공지되어 있습니다.)

거꾸로 오는 길은 항상 빠르다. 길을 안다는 것이 그렇게 빨리 오게 하나 부다. 금새 멀리 묘지가 보인다. 오늘은 특이한 곳이 별로 없어 사진을 많이 안 찍은 관계로 올려다본 싱글길과 심어져 있는 나무가 인상적이라 한 컷 찍는다. 저녁 그림자에 나도 넣어본다.^^

묘지의 소로와 가온의 秋影

'자, 업힐이다'라고 생각하고 모처럼 뒷샥도 잠그고 패달질인데, 이미 이만큼 올라온다고 힘을 많이 뺏을 뿐만 아니라 길이 업힐하기에 아주 어렵다. 결국에는 하단부에서 포기하고는 끌고 오른다.(헥헥, 니가 그러면 그렇지..^^;;)

정상에는 연세드신 어르신 몇 분이 말씀 중인데, 아무도 관심 안 가지고 열심히 대화 중이다. 바로 아래로 내려오는데, 올라오시는 부부로 보이는 분 중 아저씨가 질문을 던진다.
"그런 자전거는 얼마나 해요?"
늘 당하는 질문이지만, 뭐라 말할까 늘 고민되는 질문이다.
"여러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내가 대답하고도 신통치가 않다. (뭔 대답을 요 따위로 했다냐? ^^;;)
"한 삼사십만원 하나?"
흠...더 고민되게 물어보시는구나.
"오륙십만원 정도 되면 산 탈수 있는 거 사실 수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말하고는 갈 길을 재촉한다.

이후로는 편안한 가을길을 느끼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생각보다 빨리 저물 것 같은 가을의 귀퉁이에서 편안한 길 가르쳐 주신 짱구님과 좋은 친구인 '가리둘'(잔차이름입니다)에게 감사한다.

가온

2002년 10월 23일 날씨 : 맑음 그러나 약간 추움 //라이딩거리 : 싱글길과 도로 합쳐 16.9km

ps 짱구님 약간 짧아 3시간 꺼리는 안되더라구요..^^

ps 짱구님이 주신 '수요꺼리'는 왈앵글게시판에 있습니다.
가보고 싶은 분들은 한번 가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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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후기도 잘 쓰시고, 사진도 잘 찍으시고...배 아프당...^^
  • 따뜻한 느낌이 드는 흙길이 좋아보입니다. 안전하리딩하세요...^^
  • 제가가면 3 시간입니다. 업에서 한 두세번 내리고...
  • 정상에서 담배피고 머하면 한 30 분 잡아먹고...^^ 암튼 총알같은 반응 보람이 있네요...^^.
  • 담에 정 갈데없으면 요 산 갈래길 더듬어도 재미있을 겁니다.
  • 멋지네요 저도 후기를 이런식으로.. 근데 디지탈 카메라는 어디에 휴대하시죠?
  • 베낭에? 음 위험할듯한데 ^^;;;
  • 참 아기자기한게 이쁜 산이군요. 후기 잘 봤습니다.^^
  • 매주 수요일은 근처 산 개척하는 날이군요. 일산 근방에도 아기자기한 코스가 많네요. 전에 동생이랑 고봉산 한번 갔었는데 그 산도 재미있더군요. 근데 수요일은 진료가 없으신가요 ㅎㅎ
  • 히야 그 햇살속에 뭍히고 싶다
  • kaon글쓴이
    2002.10.26 00: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이 산은 가라산공원 뒤쪽의 야산보다 등산객이 훨씬 많았습니다. 저야 생활의 모토가 '안전라이딩'이라 늘 안전하게 합니다^^ // 카메라는 배낭에 넣습니다. 이번에는 카메라가방을 배
  • kaon글쓴이
    2002.10.26 00:33 댓글추천 0비추천 0
    낭에 넣었습니다. 모르는길은 이렇게 두번 완충합니다. // 수요일 오후는 시간날 때가 가끔 있어 동네 산책겸 라이딩 합니다. 구바님처럼 휴가내고 라이딩 하고 싶습니다.^^;; //
  • kaon글쓴이
    2002.10.26 00: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실제로 보면 마이콜님, 저 흙길과 그 옆의 나무에 부서지는 가을햇살이 사진보다 훨씬 멋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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