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리..........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본다. 4시30분.
아! 피곤하다. 욕실로 가 찬물에 얼굴을 씻는다. 목덜미가 서늘하다.
어제저녁 꾸려 놓은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벌써 가?' 아내가 부시시한 얼굴로 배웅을 한다. 미안한 생각에 그냥 '응'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걱정했던 비는 오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워커힐 쪽으로 달린다
워커힐 언덕을 넘어가며 허벅지가 뻑뻑해짐을 느낀다.
몸풀기라고 생각하며 천호대교를 건너 사무실 주차장까지 줄달음 친다.
포터에 자전거를 올리고 다시 잠실 선착장까지 간다. 6시 30분! 시간 정확히 맞췄다.
벌써 몇몇분들이 나오셔서 자전거를 차에 올리고 계시고 그 옆에는 영MTB 사장님이 벌써 나오셔서
봉고차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에 물을 끓이고 계신다. 고마우신 사장님. 알고 보니 2.3회원분들 이시다.
영사장님께 인사 드리고 커피한잔 마신다. 채 다 마시기도 전에 2.3회원들이 서둘러 떠난다.
6시 40분이 지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산초님과 혜정님 오시고 이모님도 구운 계란 한박스 들고 택시 타고 오셨다.
나와 월광님의 화물트럭과 6대의 승용차에 자전거를 올리고 무리 지어 출발한다.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좌회전. 조금 가다가 선두차가 유턴 한다. 길이 공사 중이어서 진행 불가란다.
다시 양평쪽으로 머리를 돌려 달린다. 양수리를 지나 대성리 방향으로 빠진다.
이른 아침이라 길은 한가하다. 그러나 진로가 바뀌는 바람에 계획했던 아침 해장국집은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순조롭게 강촌쪽으로 달린다. 한참 달리다가 온로드로 개인 출발한 분들을 스쳐지난다.
말발굽님과 성우님이신것 같다. 윈도우를 내리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강촌에 도착해 된장찌게로 아침을 먹는다. 노을님은 벌써 온로드로 도착해 계신다.
곧이어 성우님과 말발굽님 도착하시고 구곡폭포 주차장으로 이동, 출발준비를 한다.
기차로 오신다던 철인자전거님과 동행한 미국인 켄이 뒤늦게 도착해 출발준비 완료다.
그런데 내 포터의 문을 잠그면서 열쇠를 꽂아 놓은 채로 잠궈버려 당황한다.
왠지 찜찜하다.
경비 아저씨께 부탁하니 쇠꼬챙이를 주시면서 '난 해본적 없어서 못해. 함 해봐.' 하신다. -.-;;;
한참을 이리저리 해봐도 열리지 않는다. 마이콜님이 다가오신다.
'친구가 하는걸 함 봤거든요? 줘 보세요.' ....... '친구넘은 잘 하던데....'
그러다 문득 열린다. 고마우신 마이콜 님. ^.^
말발굽님의 구호에 맞춰 스트레칭과 회원분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출발.
온로드로 7~8km를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강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점점 뒤쳐진다. 월광님과 같이 달리면서 '이야~~ 공기 조오타. 그쵸?'
'네! 상쾌하네요.' 어쩌구 하다 보니 드디어 임도 입구에 도착한다.
길은 주로 깨어진 돌조각들이 많이 깔려 있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다들 퉁퉁거리며 잘들 올라간다. 후미조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시는 나르는 짱돌님이 계셔서
그리 걱정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산에 가서 여러 사람과 라이딩을 할 때면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자' 이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쾌해지거나 피곤해 하는걸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남들보다 월등히 앞서서 갈 실력은 물론 아니지만 낙오되거나 사고는 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하는데, 오늘은 영 예감이 좋질 않다.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한다. 중간에 좀 쉬면서 사진도 찍고 시원하게 다운힐도 하고 좀 빡세게 업힐도 하면서
경치구경도 하면서 그야말로 마일드하게 진행한다.
선두로 가신 분들은 영 보이질 않는다. 얼마만큼 뒤쳐저 있을까?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다.
가도가도 길은 끝이 없고 참 심심하고 재미없는 길이다. 혼자 뚝 떨어져 심심하게 간다. 지루하다.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니 노을님과 말발굽님, 독수리님등등 몇분들이 쉬고 계신다.
합류해 같이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독수리님은 개인적으로 볼 때 굉장히 유쾌한 분이다. 주위를 아주 밝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
그리고 말발굽님은 오늘 첫번째 같이 라이딩을 하지만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신 분.
자전거를 타는 능력도 물론이거니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존경할 만한 분이다.
점심식사후 벌떡 일어선 언덕을 넘어 가정리 민가가 있는 곳까지 간다.
언덕이 보통이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속도를 좀 늦춘다. 하진만 거친 돌길이라 쉽지가 않다.
옆에선 산초님이 열심히 페달을 밀어내고 계신다. 검은색 블릿과 굳센 이미지의 산초님이 너무 잘 어울린다.
한치령까지 올라 증표 남기기 사진찍기에 왁자하다.
말발굽님이 외치신다. '아 빨랑 내려가요. 시간 읍서.' 그래도 마냥 즐겁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당히 급하고, 거친 다운힐. 다들 보호대를 차는데 난 보호대가 없다.
왠지 불편할 것 같아 구입하지 않고 있다. 사야 할까? 막 쏘다가 돌이 밀려 나가면서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간다. 얼른 뛰어 내린다. 하지만 무릎에 타박. *.*;;; 사야겠다, 보호대.
다시 타고 또 쏜다. 거의 다 내려와서 이번엔 배낭에 넣어 둔 양갱하나가 빠져 나와 떨어진다.
아이쿠! 내 양갱. 또 얼른 내려 줍는다.
말발굽님께 다운힐 기술에 대해 강의 듣고 다시 진행.
가정리 마을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엄청난 언덕. 뭐 언덕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굉장히 길고 경사도 만만치
않은 곳이란다. 날으는 짱돌님이 그러신다.
'전 여기까지 오면 삼분의 일왔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길고 힘들어요. 끈적끈적 하다고나 할까?'
내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본다. 본드 힐! (끈적끈적 하니깐. -.-)
이 언덕을 넘으면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계속 다운 힐, 그리고 라이딩 끝!
잔뜩 겁을 주시 길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한다. 허나, 여기서 일이 터지고 만다.
막 시작해 변속을 하는데 순간 '철컥' 하면서 다운 페달링이 걸린다.
잉? 뭐지? 하고 내려 보니 맙소사. 일 터졌다.
체인이 안쪽으로 이탈하면서 걸려 버렸다. 그리고 뒷드레일러가 꼬여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하고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월광님이 다가와 그런다.
'날으는 짱돌님한테 보여 드리고 부탁하죠?'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날으는 짱돌님이 다가와 보시더니 '힉! 프레임 엔드가 휘었네'
뒷드레일러를 잡아 주던 프레임 엔드가 휘어 버렸다? 그럼, 타고 못 가? 저 언덕을 어쩌라고?
막막해 진다. 누군가 옆에서 그런다. '넘어가는게 빨라요, 아님 돌아가는게 빨라요?' 왠 염장? ^.^;;;;
날으는 짱돌님이 대답한다. '당연 넘어 가는게 빠르죠'
어쩐다? 이런 민폐가 있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건데 이런 일이......
어쩔 수 없다. 끌고 들고 넘어간다. 다짐하고 있는데 날으는 짱돌님 손길이 빨라진다.
체인컷터와 링크를 꺼내 들고 수리를 시작 하신다.
어쩐지 얼마 전부터 공구가 사고 싶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변속라인을 끊어 빼내고 뒷드레일러를 떼어 낸다. 체인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다시 체인링크로 이어 주신다.
이렇게 해서 후륜무변속 MTB가 탄생되었다. -.-;;;;;;;
한번 타 보세요. 한번 타본다. 크랭크쪽과 라인이 맞지 않아 뒤쪽이 자꾸 고속쪽으로 빠져나간다.
다시 수리. 좀더 잘라내고 라인을 마춘다. 최저단비로 맞추어 주신다.
한번 타보세요. 또 한번 타본다. 이번엔 안정적이다.
좋은데요. 날으는 짱돌님 얼굴을 보며 헤에~~ 웃는다.
날으는 짱돌님이 말씀하신다. 'MTB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게끔 만들어 졌지요.'
고마운신 짱돌님! 손이 온톤 체인에서 묻은 검댕이가 묻어 있다. 그 검댕이처럼 내 가슴속도 시커멓다.
너무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오른다.
나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 되어 버렸다.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극심한 심장의 헐떡임에도 내색하지 않고
오른다. 아까 다운 힐 할 때 넘어져 다쳤던 오른쪽 무릎이 욱씬거린다. 생각보다 심하게 다친 것 같다.
말발굽님의 바로 뒤에서 님의 뒷바퀴만 보고 계속 페달을 밀어낸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도 내기가 싫다. 말발굽님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고요하게 올라가신다.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올라간다. 언덕은 벌떡 일어섰다가 고요해지며 다시 굽이쳐 순간적으로 으르렁거린다.
어딜 올라와? 쉽게 허락할거면 널 초대하지도 않았다. 목덜미를 아래로 아래로 잡아 내린다.
땀이 이마에서 맺혀 고글사이로 파고든다. 고글을 벗어 버린다. 이젠 무릎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이다. 자전거를 눞히고 잠시 하늘을 본다. 휴~~~ 긴 한숨을 쉬어 본다. 무릎을 만져 본다.
꽤 아프다. 잠시 쉬면서 뒤이어 올라온 분들과 간식을 먹는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끝이다.
사진 몇 컷 찍고 다운 힐 시작.
길고 급하고 거칠다. 끝없는 나락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 치는 것 같다.
엉덩이를 들고 웨이백을 하자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뼈 속으로 파고든다.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다시 안장에 붙인다.
무게중심만 뒤쪽으로 이동하고 천천히 내려온다. 결국 페달링 없이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먼저 내려오신 분들은 벌써 차에 자전거를 올리고 계신다.
우리가 가장 마지막 조다. 부리나케 짐 꾸리고 차에 올라 강촌 입구 닭갈비집으로 간다.
다들 흥에 겨워 있다. 운전을 하지 않는 분들은 소주도 한잔씩 마시고 뜨거운 닭갈비도 맛나게 드신다.
입맛이 없다. 몇점 먹다가 만다.
기차를 타야 한다며 먼저 일어나시는 철인자전거님과 켄에게 작별인사하고 담배하나를 빼 문다.
담배 연기가 폐부 깊이 파고든다.
월광님이 나와 커피를 뽑아 주시며 그러신다.
'아~~ 오늘 넘 빡셌어요. 이건 마일드가 아녀. 히히. 퀵실버님은요?'
'아! 글쎄요. 뭐 별루요 -.-;;;. 맘과 다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잉? 아니 그럼 얼마나 더 험한 델 가야....'
'예? 아...하...하... -.-;;;'
오는 길은 순조롭다. 다들 기분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다. 내 속도 좀은 진정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앞 차량들을 따라가다가 양평대교 건너기 전에 놓쳐 버렸다. 출발 전 들었던 데로 양수대교 건너 곤지암 쪽으로
좌회전 한다. 자동차들이 거의 없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
빠르게 달린다. 가도가도 선두차량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월광님이 전화한다.
'어디쯤이세요? 안 보여서요'
'지금 곤지암 쪽으로 막 가고 있어요'
'잉? 곤지암 요? 그럼 양평대교에서 좌회전 했어요?'
'그러기로 하지 않았나요?'
'그러기로 했지만 선두 차량이 갑자기 우회전 하는 바람에 저두 그냥 따라왔어요'
'많이 막혀요? 여긴 차가 하나도 없는뎅'
'뭐잉? 진짜요? 여긴 시속 20키로예염'
그리고 곤지암을 통해 중부로 들어선다. 역시 소통은 더없이 원활하다.
월광님께 전화한다. '여긴 중분데요, 시속 100키로 이상이요'
'히익!! 내가 미쳐.'
잠실에 도착해 20분쯤 기다리니 드디어 도착들 하신다.
늦은 시간이라 모두들 급하다. 각자 갈 길로 빠르게 흩어진다.
모두 모여 인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얼굴이 보이는 데로 인사 드리고 헤어진다.
날으는 짱돌님을 찾아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집으로 포터 끌고 가다 아내에게 전화 받는다.
'올때 소주 한병 사와. 우럭 매운탕 끓였거든.'
쭈뼛거리며 집에 들어서니 아내 당장 알아보고 이런다.
'응? 아니 자전거가 왜이래?'
'응! 좀....'
'넘어졌어?'
'응? .... 응! 좀.'
'아휴! 그러게 조심하지 않구서. 고칠려면 돈 들겠네.' -.-;;;;;;
아내가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무릎 아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겠다. 옷 갈아 입다가 들킨다. 피가 흥건히 베어 있다.
'무릎은 또 왜?'
'응.... 넘어지면서. 괜찮아.
'아휴! 못살아. 그러게 조심하지 않구서. 병원가려면 돈 들겠네.' -.-;;;;;;
돈만 밝히는 아내는 분명 아닌데......
걱정의 표현이겠지 뭐. -.-;;;;
소주 한병 나누어 먹고 잠을 청한다. 오늘 참가한 분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즐거우셔서 다행이다.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
그래서 오늘 나는 또 한번 행복하다.
SPECIAL THANKS : 날으는 짱돌님. 산초 및 혜정님. 말발굽님. 월광님. 마이콜님. 그리고 참가하신 모든 분들.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본다. 4시30분.
아! 피곤하다. 욕실로 가 찬물에 얼굴을 씻는다. 목덜미가 서늘하다.
어제저녁 꾸려 놓은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벌써 가?' 아내가 부시시한 얼굴로 배웅을 한다. 미안한 생각에 그냥 '응'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걱정했던 비는 오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워커힐 쪽으로 달린다
워커힐 언덕을 넘어가며 허벅지가 뻑뻑해짐을 느낀다.
몸풀기라고 생각하며 천호대교를 건너 사무실 주차장까지 줄달음 친다.
포터에 자전거를 올리고 다시 잠실 선착장까지 간다. 6시 30분! 시간 정확히 맞췄다.
벌써 몇몇분들이 나오셔서 자전거를 차에 올리고 계시고 그 옆에는 영MTB 사장님이 벌써 나오셔서
봉고차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에 물을 끓이고 계신다. 고마우신 사장님. 알고 보니 2.3회원분들 이시다.
영사장님께 인사 드리고 커피한잔 마신다. 채 다 마시기도 전에 2.3회원들이 서둘러 떠난다.
6시 40분이 지나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산초님과 혜정님 오시고 이모님도 구운 계란 한박스 들고 택시 타고 오셨다.
나와 월광님의 화물트럭과 6대의 승용차에 자전거를 올리고 무리 지어 출발한다.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좌회전. 조금 가다가 선두차가 유턴 한다. 길이 공사 중이어서 진행 불가란다.
다시 양평쪽으로 머리를 돌려 달린다. 양수리를 지나 대성리 방향으로 빠진다.
이른 아침이라 길은 한가하다. 그러나 진로가 바뀌는 바람에 계획했던 아침 해장국집은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순조롭게 강촌쪽으로 달린다. 한참 달리다가 온로드로 개인 출발한 분들을 스쳐지난다.
말발굽님과 성우님이신것 같다. 윈도우를 내리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강촌에 도착해 된장찌게로 아침을 먹는다. 노을님은 벌써 온로드로 도착해 계신다.
곧이어 성우님과 말발굽님 도착하시고 구곡폭포 주차장으로 이동, 출발준비를 한다.
기차로 오신다던 철인자전거님과 동행한 미국인 켄이 뒤늦게 도착해 출발준비 완료다.
그런데 내 포터의 문을 잠그면서 열쇠를 꽂아 놓은 채로 잠궈버려 당황한다.
왠지 찜찜하다.
경비 아저씨께 부탁하니 쇠꼬챙이를 주시면서 '난 해본적 없어서 못해. 함 해봐.' 하신다. -.-;;;
한참을 이리저리 해봐도 열리지 않는다. 마이콜님이 다가오신다.
'친구가 하는걸 함 봤거든요? 줘 보세요.' ....... '친구넘은 잘 하던데....'
그러다 문득 열린다. 고마우신 마이콜 님. ^.^
말발굽님의 구호에 맞춰 스트레칭과 회원분들의 자기소개에 이어 출발.
온로드로 7~8km를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강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점점 뒤쳐진다. 월광님과 같이 달리면서 '이야~~ 공기 조오타. 그쵸?'
'네! 상쾌하네요.' 어쩌구 하다 보니 드디어 임도 입구에 도착한다.
길은 주로 깨어진 돌조각들이 많이 깔려 있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다들 퉁퉁거리며 잘들 올라간다. 후미조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시는 나르는 짱돌님이 계셔서
그리 걱정되지는 않는다. 사실 나는 산에 가서 여러 사람과 라이딩을 할 때면 상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말자' 이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불쾌해지거나 피곤해 하는걸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남들보다 월등히 앞서서 갈 실력은 물론 아니지만 낙오되거나 사고는 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하는데, 오늘은 영 예감이 좋질 않다.
그럭저럭 순조롭게 진행한다. 중간에 좀 쉬면서 사진도 찍고 시원하게 다운힐도 하고 좀 빡세게 업힐도 하면서
경치구경도 하면서 그야말로 마일드하게 진행한다.
선두로 가신 분들은 영 보이질 않는다. 얼마만큼 뒤쳐저 있을까?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든다.
가도가도 길은 끝이 없고 참 심심하고 재미없는 길이다. 혼자 뚝 떨어져 심심하게 간다. 지루하다.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니 노을님과 말발굽님, 독수리님등등 몇분들이 쉬고 계신다.
합류해 같이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독수리님은 개인적으로 볼 때 굉장히 유쾌한 분이다. 주위를 아주 밝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
그리고 말발굽님은 오늘 첫번째 같이 라이딩을 하지만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신 분.
자전거를 타는 능력도 물론이거니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존경할 만한 분이다.
점심식사후 벌떡 일어선 언덕을 넘어 가정리 민가가 있는 곳까지 간다.
언덕이 보통이 아니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속도를 좀 늦춘다. 하진만 거친 돌길이라 쉽지가 않다.
옆에선 산초님이 열심히 페달을 밀어내고 계신다. 검은색 블릿과 굳센 이미지의 산초님이 너무 잘 어울린다.
한치령까지 올라 증표 남기기 사진찍기에 왁자하다.
말발굽님이 외치신다. '아 빨랑 내려가요. 시간 읍서.' 그래도 마냥 즐겁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당히 급하고, 거친 다운힐. 다들 보호대를 차는데 난 보호대가 없다.
왠지 불편할 것 같아 구입하지 않고 있다. 사야 할까? 막 쏘다가 돌이 밀려 나가면서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간다. 얼른 뛰어 내린다. 하지만 무릎에 타박. *.*;;; 사야겠다, 보호대.
다시 타고 또 쏜다. 거의 다 내려와서 이번엔 배낭에 넣어 둔 양갱하나가 빠져 나와 떨어진다.
아이쿠! 내 양갱. 또 얼른 내려 줍는다.
말발굽님께 다운힐 기술에 대해 강의 듣고 다시 진행.
가정리 마을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엄청난 언덕. 뭐 언덕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굉장히 길고 경사도 만만치
않은 곳이란다. 날으는 짱돌님이 그러신다.
'전 여기까지 오면 삼분의 일왔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길고 힘들어요. 끈적끈적 하다고나 할까?'
내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본다. 본드 힐! (끈적끈적 하니깐. -.-)
이 언덕을 넘으면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계속 다운 힐, 그리고 라이딩 끝!
잔뜩 겁을 주시 길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한다. 허나, 여기서 일이 터지고 만다.
막 시작해 변속을 하는데 순간 '철컥' 하면서 다운 페달링이 걸린다.
잉? 뭐지? 하고 내려 보니 맙소사. 일 터졌다.
체인이 안쪽으로 이탈하면서 걸려 버렸다. 그리고 뒷드레일러가 꼬여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하고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월광님이 다가와 그런다.
'날으는 짱돌님한테 보여 드리고 부탁하죠?'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날으는 짱돌님이 다가와 보시더니 '힉! 프레임 엔드가 휘었네'
뒷드레일러를 잡아 주던 프레임 엔드가 휘어 버렸다? 그럼, 타고 못 가? 저 언덕을 어쩌라고?
막막해 진다. 누군가 옆에서 그런다. '넘어가는게 빨라요, 아님 돌아가는게 빨라요?' 왠 염장? ^.^;;;;
날으는 짱돌님이 대답한다. '당연 넘어 가는게 빠르죠'
어쩐다? 이런 민폐가 있나.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건데 이런 일이......
어쩔 수 없다. 끌고 들고 넘어간다. 다짐하고 있는데 날으는 짱돌님 손길이 빨라진다.
체인컷터와 링크를 꺼내 들고 수리를 시작 하신다.
어쩐지 얼마 전부터 공구가 사고 싶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후회가 막심하다.
변속라인을 끊어 빼내고 뒷드레일러를 떼어 낸다. 체인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다시 체인링크로 이어 주신다.
이렇게 해서 후륜무변속 MTB가 탄생되었다. -.-;;;;;;;
한번 타 보세요. 한번 타본다. 크랭크쪽과 라인이 맞지 않아 뒤쪽이 자꾸 고속쪽으로 빠져나간다.
다시 수리. 좀더 잘라내고 라인을 마춘다. 최저단비로 맞추어 주신다.
한번 타보세요. 또 한번 타본다. 이번엔 안정적이다.
좋은데요. 날으는 짱돌님 얼굴을 보며 헤에~~ 웃는다.
날으는 짱돌님이 말씀하신다. 'MTB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게끔 만들어 졌지요.'
고마운신 짱돌님! 손이 온톤 체인에서 묻은 검댕이가 묻어 있다. 그 검댕이처럼 내 가슴속도 시커멓다.
너무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오른다.
나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 되어 버렸다.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극심한 심장의 헐떡임에도 내색하지 않고
오른다. 아까 다운 힐 할 때 넘어져 다쳤던 오른쪽 무릎이 욱씬거린다. 생각보다 심하게 다친 것 같다.
말발굽님의 바로 뒤에서 님의 뒷바퀴만 보고 계속 페달을 밀어낸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도 내기가 싫다. 말발굽님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고요하게 올라가신다.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올라간다. 언덕은 벌떡 일어섰다가 고요해지며 다시 굽이쳐 순간적으로 으르렁거린다.
어딜 올라와? 쉽게 허락할거면 널 초대하지도 않았다. 목덜미를 아래로 아래로 잡아 내린다.
땀이 이마에서 맺혀 고글사이로 파고든다. 고글을 벗어 버린다. 이젠 무릎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이다. 자전거를 눞히고 잠시 하늘을 본다. 휴~~~ 긴 한숨을 쉬어 본다. 무릎을 만져 본다.
꽤 아프다. 잠시 쉬면서 뒤이어 올라온 분들과 간식을 먹는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끝이다.
사진 몇 컷 찍고 다운 힐 시작.
길고 급하고 거칠다. 끝없는 나락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 치는 것 같다.
엉덩이를 들고 웨이백을 하자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뼈 속으로 파고든다.
무의식적으로 엉덩이를 다시 안장에 붙인다.
무게중심만 뒤쪽으로 이동하고 천천히 내려온다. 결국 페달링 없이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먼저 내려오신 분들은 벌써 차에 자전거를 올리고 계신다.
우리가 가장 마지막 조다. 부리나케 짐 꾸리고 차에 올라 강촌 입구 닭갈비집으로 간다.
다들 흥에 겨워 있다. 운전을 하지 않는 분들은 소주도 한잔씩 마시고 뜨거운 닭갈비도 맛나게 드신다.
입맛이 없다. 몇점 먹다가 만다.
기차를 타야 한다며 먼저 일어나시는 철인자전거님과 켄에게 작별인사하고 담배하나를 빼 문다.
담배 연기가 폐부 깊이 파고든다.
월광님이 나와 커피를 뽑아 주시며 그러신다.
'아~~ 오늘 넘 빡셌어요. 이건 마일드가 아녀. 히히. 퀵실버님은요?'
'아! 글쎄요. 뭐 별루요 -.-;;;. 맘과 다르게 그렇게 말해 버렸다.
'잉? 아니 그럼 얼마나 더 험한 델 가야....'
'예? 아...하...하... -.-;;;'
오는 길은 순조롭다. 다들 기분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다. 내 속도 좀은 진정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앞 차량들을 따라가다가 양평대교 건너기 전에 놓쳐 버렸다. 출발 전 들었던 데로 양수대교 건너 곤지암 쪽으로
좌회전 한다. 자동차들이 거의 없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다.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아
빠르게 달린다. 가도가도 선두차량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월광님이 전화한다.
'어디쯤이세요? 안 보여서요'
'지금 곤지암 쪽으로 막 가고 있어요'
'잉? 곤지암 요? 그럼 양평대교에서 좌회전 했어요?'
'그러기로 하지 않았나요?'
'그러기로 했지만 선두 차량이 갑자기 우회전 하는 바람에 저두 그냥 따라왔어요'
'많이 막혀요? 여긴 차가 하나도 없는뎅'
'뭐잉? 진짜요? 여긴 시속 20키로예염'
그리고 곤지암을 통해 중부로 들어선다. 역시 소통은 더없이 원활하다.
월광님께 전화한다. '여긴 중분데요, 시속 100키로 이상이요'
'히익!! 내가 미쳐.'
잠실에 도착해 20분쯤 기다리니 드디어 도착들 하신다.
늦은 시간이라 모두들 급하다. 각자 갈 길로 빠르게 흩어진다.
모두 모여 인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얼굴이 보이는 데로 인사 드리고 헤어진다.
날으는 짱돌님을 찾아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집으로 포터 끌고 가다 아내에게 전화 받는다.
'올때 소주 한병 사와. 우럭 매운탕 끓였거든.'
쭈뼛거리며 집에 들어서니 아내 당장 알아보고 이런다.
'응? 아니 자전거가 왜이래?'
'응! 좀....'
'넘어졌어?'
'응? .... 응! 좀.'
'아휴! 그러게 조심하지 않구서. 고칠려면 돈 들겠네.' -.-;;;;;;
아내가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무릎 아픈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겠다. 옷 갈아 입다가 들킨다. 피가 흥건히 베어 있다.
'무릎은 또 왜?'
'응.... 넘어지면서. 괜찮아.
'아휴! 못살아. 그러게 조심하지 않구서. 병원가려면 돈 들겠네.' -.-;;;;;;
돈만 밝히는 아내는 분명 아닌데......
걱정의 표현이겠지 뭐. -.-;;;;
소주 한병 나누어 먹고 잠을 청한다. 오늘 참가한 분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즐거우셔서 다행이다.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
그래서 오늘 나는 또 한번 행복하다.
SPECIAL THANKS : 날으는 짱돌님. 산초 및 혜정님. 말발굽님. 월광님. 마이콜님. 그리고 참가하신 모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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