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종치는 종자제가 되기를
다운힐 시작 봉우리를 앞두고 등이 갑자기 허전해지다. 그것을 느낀 후 곧바로 180도 자전거를 돌려 오거리로 향하다. 짧은 순간 참 많은 것이 떠오르다.
어제(11/30) 광교산 라이딩, 오늘 수리산 라이딩, 내일(12/2) 유명산 라이딩 예정. 연속 3일간 라이딩으로 몸이 너무 힘들텐데. 해서 말발굽님의 싱글 번개를 망설이다 광즐라를 생각해 참여하기로 했는데 이게 웬일. 가방을 벗어 벤치에 걸면서 갈 때 잘 챙겨야지. 그것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가방을 두고 와? 그래도 그 가방이 그대로 벤치에 걸려 있겠지. 오거리에는 그저 왈바들이 땀을 식히고 있을 거야. 혹시 없으면? 지갑 잃으면 골치 아픈데. 이 건망증을 어찌해야 하나. 나이 들면 눈과 이빨에 제일 먼저 문제가 생긴다고 어느 선배님이 말씀하셨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건망증이 제일 문제구먼.
놀랄 정도로 갖가지 상념이 우후죽순 떠올랐는데, 유독 저지를 한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잃다니 하는 생각이 인상적인 것 같다. 오늘 종자제 행사로 기념품 교환이 있었는데 33번 자격으로 산지기님이 기증하신 저지를 주저없이 고르고 배낭 뒤에 잘 묶어 둔 것이다. 다운힐을 거의 앞두고 잃어 버린 물건을 찾으러 씽씽 달리는데 마주 오는 라이더들의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
다행히 오거리는 그저 왈바들로 붐비다. 벤치에 가방이 그대로 걸려 있다. 저지도 그대로다. 안심이다. 이제 어떻게 한다? 다시 싱글 코스로 가나 아니면 주차장으로 바로 가나. 마이콜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다. 그런데 모두가 싱글로 간다. 제이님을 성가시게 해 짧은 싱글 코스를 캐묻고 싶지만 지쳤을 때 함께 해야 힘이 덜 든다. 해서 오거리에서 다시 싱글길로 오른다. 광즐라를 위해서라도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도 한 몫 하다.
생각해 보면 가방 사건은 서막이다.
1년 전 수리산 싱글 계단에서는 꼬리를 내리다. 오늘은 다 타다. 기분이 삼삼하다. 연립에서 주차장으로 오는 길을 눈여겨 두다. 내 차는 8단지 상가 근처에 있지만 모두 모여 있는 공터로 향하다. 인사라도 나누고 헤어져야지. 오늘의 라이딩은 참으로 만족스럽네 하는 생각이 연방 떠오르다. 공터에서 말발굽님이 귀가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시다. 귀가 상황이 확정되자 지하철 이동팀이 먼저 뜨다. 나도 그들과 함께 공터를 빠져 나오다.
배낭을 벗어 트렁크에 넣다. 그 위에 오늘 뽑은 나의 첫저지를 유심히 보며 배낭 위에 얹다. 트렁크를 닫고 운전석에 앉다.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음료수라도 사 마시고 싶ㅇ다. 그러나 빨리 집에 가서 고사떡과 머릿고기를 나눠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참다. 헬멧을 벗고 헬멧 자국을 빗으로 손질하다. 그리고 나서 자전거를 뒷좌석에 싣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무심코 뒷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다. 어! 잠겨 있네. 네 문 모두!
트렁크도 닫혀 있고 비상키가 있는 지갑도 가방 속에 있다. 가방은 차 트렁크 안에 있다. 현대 엑센트 95년형! 잠금 장치가 중앙 통제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운전석을 나올 때면 언제나 운전석 쪽의 잠금막대를 누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조수석과 뒷문 모두 잠겨 있는 것을 모르고 시동을 켜 둔 채 잠그고 나온 것이다.
아직 출발하지 않을 말발굽님 일행이 생각나다. 자전거를 타고 공터로 달려가다. 분명 임자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한 임자가 열어 보시겠다고 자청하시다. 그는 철사를 이용해 한 10여분 애써 보았지만 허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철사를 내게 맡기고 그는 상가 쪽으로 달려가신다. 노란 포장끈을 구해 오시다. 그런데도 잘 되지 않는다. 실망스럽고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보험회사에 전화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도 나의 생각에 동의하시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114에서 가르쳐 준 번호로는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다. 전화 번호를 뒤적이며 번호를 알아내 걸면 받지 않다. 다른 번호를 발견해 걸어 보니 안내원의 사무적인 설명이 길게 이어진다. 짜증이 나다. 그 때 우공님! 하는 소리가 들리다.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다. 그제서야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 않은 것 같다. 비로소 요산님이라고 알게 되다. 고맙고 멋쩍고…….
운전석에 앉으니 정태춘 테이프는 그저 돌아가고 있다. 난방을 3단으로 올리다. 더운 공기가 걱정과 추위에 움츠린 몸을 기분 좋게 풀어 주다. 앞에서 달리는 요산님의 흰색 엘란트라를 놓치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운전하다. 경황 없이 헤어진 것이 아무래도 맘에 걸리다. 기회가 있으리라.
누구처럼 멋진 모습만으로 왈바분들과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데 쩝.......
다운힐 시작 봉우리를 앞두고 등이 갑자기 허전해지다. 그것을 느낀 후 곧바로 180도 자전거를 돌려 오거리로 향하다. 짧은 순간 참 많은 것이 떠오르다.
어제(11/30) 광교산 라이딩, 오늘 수리산 라이딩, 내일(12/2) 유명산 라이딩 예정. 연속 3일간 라이딩으로 몸이 너무 힘들텐데. 해서 말발굽님의 싱글 번개를 망설이다 광즐라를 생각해 참여하기로 했는데 이게 웬일. 가방을 벗어 벤치에 걸면서 갈 때 잘 챙겨야지. 그것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가방을 두고 와? 그래도 그 가방이 그대로 벤치에 걸려 있겠지. 오거리에는 그저 왈바들이 땀을 식히고 있을 거야. 혹시 없으면? 지갑 잃으면 골치 아픈데. 이 건망증을 어찌해야 하나. 나이 들면 눈과 이빨에 제일 먼저 문제가 생긴다고 어느 선배님이 말씀하셨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건망증이 제일 문제구먼.
놀랄 정도로 갖가지 상념이 우후죽순 떠올랐는데, 유독 저지를 한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잃다니 하는 생각이 인상적인 것 같다. 오늘 종자제 행사로 기념품 교환이 있었는데 33번 자격으로 산지기님이 기증하신 저지를 주저없이 고르고 배낭 뒤에 잘 묶어 둔 것이다. 다운힐을 거의 앞두고 잃어 버린 물건을 찾으러 씽씽 달리는데 마주 오는 라이더들의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
다행히 오거리는 그저 왈바들로 붐비다. 벤치에 가방이 그대로 걸려 있다. 저지도 그대로다. 안심이다. 이제 어떻게 한다? 다시 싱글 코스로 가나 아니면 주차장으로 바로 가나. 마이콜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다. 그런데 모두가 싱글로 간다. 제이님을 성가시게 해 짧은 싱글 코스를 캐묻고 싶지만 지쳤을 때 함께 해야 힘이 덜 든다. 해서 오거리에서 다시 싱글길로 오른다. 광즐라를 위해서라도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도 한 몫 하다.
생각해 보면 가방 사건은 서막이다.
1년 전 수리산 싱글 계단에서는 꼬리를 내리다. 오늘은 다 타다. 기분이 삼삼하다. 연립에서 주차장으로 오는 길을 눈여겨 두다. 내 차는 8단지 상가 근처에 있지만 모두 모여 있는 공터로 향하다. 인사라도 나누고 헤어져야지. 오늘의 라이딩은 참으로 만족스럽네 하는 생각이 연방 떠오르다. 공터에서 말발굽님이 귀가 차량을 일일이 확인하시다. 귀가 상황이 확정되자 지하철 이동팀이 먼저 뜨다. 나도 그들과 함께 공터를 빠져 나오다.
배낭을 벗어 트렁크에 넣다. 그 위에 오늘 뽑은 나의 첫저지를 유심히 보며 배낭 위에 얹다. 트렁크를 닫고 운전석에 앉다.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음료수라도 사 마시고 싶ㅇ다. 그러나 빨리 집에 가서 고사떡과 머릿고기를 나눠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참다. 헬멧을 벗고 헬멧 자국을 빗으로 손질하다. 그리고 나서 자전거를 뒷좌석에 싣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무심코 뒷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다. 어! 잠겨 있네. 네 문 모두!
트렁크도 닫혀 있고 비상키가 있는 지갑도 가방 속에 있다. 가방은 차 트렁크 안에 있다. 현대 엑센트 95년형! 잠금 장치가 중앙 통제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운전석을 나올 때면 언제나 운전석 쪽의 잠금막대를 누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조수석과 뒷문 모두 잠겨 있는 것을 모르고 시동을 켜 둔 채 잠그고 나온 것이다.
아직 출발하지 않을 말발굽님 일행이 생각나다. 자전거를 타고 공터로 달려가다. 분명 임자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한 임자가 열어 보시겠다고 자청하시다. 그는 철사를 이용해 한 10여분 애써 보았지만 허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철사를 내게 맡기고 그는 상가 쪽으로 달려가신다. 노란 포장끈을 구해 오시다. 그런데도 잘 되지 않는다. 실망스럽고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보험회사에 전화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도 나의 생각에 동의하시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114에서 가르쳐 준 번호로는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다. 전화 번호를 뒤적이며 번호를 알아내 걸면 받지 않다. 다른 번호를 발견해 걸어 보니 안내원의 사무적인 설명이 길게 이어진다. 짜증이 나다. 그 때 우공님! 하는 소리가 들리다.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다. 그제서야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 않은 것 같다. 비로소 요산님이라고 알게 되다. 고맙고 멋쩍고…….
운전석에 앉으니 정태춘 테이프는 그저 돌아가고 있다. 난방을 3단으로 올리다. 더운 공기가 걱정과 추위에 움츠린 몸을 기분 좋게 풀어 주다. 앞에서 달리는 요산님의 흰색 엘란트라를 놓치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운전하다. 경황 없이 헤어진 것이 아무래도 맘에 걸리다. 기회가 있으리라.
누구처럼 멋진 모습만으로 왈바분들과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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