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서로의 몸에 붙은 흡혈귀 진드기를 때어내고 날짱님의 몸에도 진드기가 있나 살펴본다.
다행이 없다.
지나가는 소나기려니 했건만 빗줄기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검푸른 백두대간의 파도에 휩싸인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날짱님은 차 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다굵님은 개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 첩첩산중에 무슨 차 소리와 개소리란 말인가?
모두가 환청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공포감이 밀려올 때 이런 환청을 들을 수가 있다.
상황이 이렇게 다급해지자 가이드인 나 조차도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대원들을 안정 시키고 옛날 기억을 더듬어 등산로를 가늠해 본다.
968.1봉을 지나서 30여분의 다운으로 내려오니 3거리 이정표가 있다.
아침가리까지 1.6km 계곡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다.
이제서야 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30m정도 희미한 길은 금새 사라지고 바로 계곡이 시작된다.
우리는 길이 없는 어둠의 늪 속으로 자꾸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계곡 어디에서도 인간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도가도 끝없이 깊어만 가는 계곡…이미 해는 능선으로 떨어졌다.
오직 한가지 생각뿐.. 빨리 이 어둠의 계곡을 벗어나고 싶다는..
그러나 우리의 생각을 아는지 계곡은 작은 협곡으로 깊이를 더해간다.
우리는 여기에서 공포와 경외심이 엄습해옴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다.
나도 자꾸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알고있는 길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오판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라이트를 안 가져왔다
어둠이 계곡을 뒤 덮기 전에 빠져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꾸만 걸움이
빨라지고 체력을 다한 대원들은 갈수록 뒤쳐진다.
이렇게 1시간 3여분을 내려오자 그 옛날 일제시대 산판길로 사용했던
콘크리트 다리가 나온다.
이 깊고 험한 계곡까지 길을 내어 아름드리 나무를 약탈해갔던 것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서로의 상태를 묻고,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여기서부터 계곡 따라 산판길이 계속 이어지며 30여분 정도 내려가면 아침가리 임도가 나온다
오래된 산판길은 나무가 우거져 겨우 자전거를 타고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다
중간중간 나무 가지를 꺽어 지나온 길 표시를 해둔다. 뒤에 따라오는 대원들을 생각해서다.
드디어 아침나절에만 해가 든다는 아침가리에 도착했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온 느낌이다
그간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서 산이 무너져라 함성을 질러본다
아침가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가리 계곡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다시 아침가리 계곡으로 장장 8시간 곰(?)과의 사투였다
대원들을 남겨두고 총통의 구조대를 찾으러 아침가리 임도를 신나게 달린다.
그래 이거야 자전거는 이렇게 달리는 거야..이랴~ㅎㅎㅎ
싸늘한 아침가리골의 바람을 가르며 조경동 분교를 지나서 아침가리교에 도착하자
onbike님이 금의환향인양 반갑게 맞이한다. 오~ 살아서 돌아왔군요 ㅎㅎㅎ
비와 땀으로 촉촉이 젖은 내 몰꼴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준비해온 라면을 끓여준다.
onbike님이 끓여준 그 라면 맛이란 내가 지금 것 살아오면서 먹어봤던 그 어떤
산해 진미 와도 비교할 수 없는 기가 막힌 맛이다..
라면을 먹어 몸의 온기가 돌자 날짱,다굵 대원들이 기다려진다.
농가의 개 짖는 소리와 조경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곡물 소리뿐 고요하기 그지없다.
산 그림자가 내려오자 자욱한 안개는 지나온 발자취를 덮어버린다.
총통의 함선이 라이트 불빛을 밝히고 어둠을 가르며 내려온다
여기서부터 홀릭님의 “(베이스캠프 상황 및 구조대 편) " 후기를 읽어보시라.
그 누가 우리나라 땅을 좁다고 하였던가
그런 사람들은 이곳에 한번 들어와 볼지어다.
얼마나 깊고 높은지를 절로 알수 있으려니
우리나라 산을 평지로 펼수 있다면 지금 한반도 넓이의 3배는 되리라
생사고락을 함께한 날짱,다굵 대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자칭 구조대를 결성 했던 홀릭님,온바이크님,케코님께도 안도의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내년에는 따라오지 말어~ ㅋㅋㅋ
곰취투어 올해로 막 내렸쓰~
내년부터는 "백두대간 MTB 투어"를 합니다.
영혼을 깨어 있게 하고 싶으면 오래 걸어 보라,
폭풍우 치는 벌판과 숲과 눈밭을 맞서 보라,
거친 자연에 떨어보라,
추위와 허기에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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