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죽팀이란 돌아오는 길을 대비한 체력 안배와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쳐
유명산 꼭대기에서 기념사진을 박지 못한 일명 낙오자의 모임입니다.
도라지. 이슬님. 이모님. 시드님. 가죽가방님. dhunter님. 폴라님. 이상 7명이 죽팀 멤버입니다.
다른 몇분들이 후기란에 후기를 올리셨으나 자세한 내용이 적힌 것은 없길래
시간내서 자세하게 한번 써 봅니다. 존칭어가 생략되고 약간의 저속한 어휘가 사용될수 있으니
이 후기를 읽으시는 분은 많은 양해바랍니다
===========================================================================================
6월 8일 아침 6시 30분.
조용한 노래를 켜놓고 침대에 앉아 고민한다.
가자:갈까?
말자:가지 말자.
가자:가면 반 죽어서 돌아오겠지?
말자:아냐, 퍼져서 오늘 못돌아 올거야.
가자:그래도....난이도가 초보수준이라는데...
말자:흥!!! 왈바초보가 어디 초보냐?! 한두번 속았냐 바부팅...
가자:그래도......
말자:고 3인데 무리하면 안되잖아.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구..
가자:가고 싶은데..
말자:어제 인라인이랑 접촉하소 난거 핑계대고 빠질까?
가자:씨~ 쪽팔리게.
이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시계는 7시 5분을 가리킨다.
워매~ 빨랑 정해라..이러다 늦겠다(?)
가자:그래 가면은 핀버튼도 준다잖아.
결국은 핀버튼에 눈이 멀어 아빠몰래 준비를 서두룬다.
씻고 밥먹고 자전거. 가방. 헬멧을 집 밖으로 꺼내놓고 착용한뒤 출발하려 하는데 뒤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 야 임마! 너 고 3이 되가지고 맨날 자전거만 타고 다닐래.. 너 갖다오면 맞아 죽을줄 알아...!
라고..ㅡ.ㅡ;; 그래 남자가 한번 죽지 두번 죽냐.
(그날 저녁 7시가 넘어 집에 들어갔을때 얼마나 참혹한 상황이 연출되었을까 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아이구~~온몸이 다 쑤시네...T.T)
귀신에 쫒기듯 집을 나서 한강으로 향한다. 아침 공기가 시원한게 기분좋다.
암튼 일단 한강에 들어서서 많은 라이더를 보니 맘이 편해진다. 더불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말바의 정예 멤버인 퀵실버님과 노을님. 마이콜님도 뵐수 있었다. 또 전에 뵜던 바람존님(불꽃저지가 참 잘어울리신다)
가가멜님(참 애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스머프의 주적이란게 뭔가요?) 이슬님(훗날 생긴 죽팀의 부두목급 실력파)
똥글뱅이님(어딜가나 붙임성이 좋으셔서 금방금방 친해지시더군요^^ 부럽습니다^^)을 다시 만나 뵐수 있었다.
번개 나가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초보에겐 정말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이로써 용기백배해진 도라지. 가가멜님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핀뱃지를 나눠주심과 동시에 주의사항과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신다. "출발"이라는 소리와 함께 한강 도로에 일렬로 늘어선 약 30명의 라이더와 자전거가
달리는 모습은 예술이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에 선두그룹과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어차피 선두조를
따라갈 생각도 없었으니깐..후미조는 널럴함의 극치다. 딱 마이 페이스다^^. 점점 자심감이 붙는다.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새긴다. 난 갈수있어. 갈수 있어. 갈수 있어.......
되새기는 숫자와 비례해서 속도가 점점 올라간다. 후미조에서 맨 끝무분에 대롱대롱 붙어있었는데 어느새
후미조의 앞부분에서 선두가 되어 이끌고 있다. 신호에 걸려 멈춰 있는데 아킬레스님께서 다가와 간절히(?)
부탁하신다. "오늘 초보번개라고.....삐끼질 하셨다고^^;.......오늘 삐끼질에 말려서 나오신 분들이
퍼지거나 속았다는 배신감을 느끼는 날엔 본인은 맞아 죽어요" 하신다...
아니, 이렇게 페이스 걱정 하시는 분께서 초보들 다 놔두고 혼자서 유명산 정상까지 다녀오시다니...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고^^;
조금더 길을 나서니 이모님이 합류하신다. 인상이 우리 할머니 처럼 너무너무 좋으신 분이시다.
상일 I.C 에서 선두조와 합류하고 가는 도중에 잠깐의 해프닝으로 도라지와 퀵실버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노을님께 혼인 난다..
노을님 정말 무섭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을님은 진행자도 아니신데 안전하고 원할한 번개의 진행을 위해
너무 많이 애를 써주셨다. 지금에서야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물론 번짱님을 비롯한 싸이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드디어 미사리 경기장 입구가 보이는 곳에 도착. 몇기로나 달렸나 하고 속도계를 바로보니.겨우 11KM 정도.
이제 한 110KM 만 달리면 되는구나..응? 잠깐잠깐만!! 120 을 둘로 나누면 60KM 목표지점은 유명산 꼭대기...크헉, 켁켁
뭐야 이거...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도로가에 있는 풀이 팔에 스치는데 따갑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뒤따라 오시던 이슬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따가운 팔을 처다보니 피가난다..ㅡ.ㅡ;;
잠시 섰다가 후미조에 맨 뒤쪽에 비집고 들어간다.내가 도대체 무슨짓을 한거야...이럴수가.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자.
바꾼지 얼마안된 안장은 너무나 딱딱하게 느껴지고 기어도 무겁잖아...순간 번개공지란에 적혀있던 내용이 머리속을
두리뭉실 떠 다닌다. 유명산을 올라가려면 빡센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이곳을 오르려면 힘을 아껴야 한다....
가가멜님이 힘을 아껴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크헉...이 때부터 본격적인 몸사리기가 시작된다. 못가못가..못가못가.
마음속으로 되새기지 않았다. 몸이 말하고 있었다. 동시에 속도가 떨어지고 기어가 한단씩 올라가며 숨이 차 오른다.
힘겹게 힘겹게 용마대교(?? 맞나요?)에 오른다. 엄청 길고 멋있었지만 갓길에 주인없이 버려진채 나뒹구는 흰 운동화
한 켤레와 모자때문에 별 상상을 다한다. 설마 누군가 여기서 자살을......크헉크헉. 콜록콜록...놀래서 물한모금 마시고
간신히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페달링에 집중한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느린 템포의 클래식 음악을 바탕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니
한결 수월해 진다. 끝이 없어보이던 다리를 지나 만남의 광장이라는 휴게소에서 휴식시간을 갖는다.
다리를 건널때 뒤에서 달리시던 시드님이 참 가볍게 타시는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셨다. 내 속이 이랬을 줄은
아마도 모르셨을 거다.^^; 그 때쯔음 해서 후미를 책임지시던 싸이님의 나시 입은 모습을 보았다. 순간 이런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와! 살찐 노을님이다...노을님과 이미지가 너무나도 비슷하신 것 같다. 져지 색도 비슷하고(기분나쁘셧다면 죄송합니다)
눈을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오토바이다. 그 비싸다는 하야부사가 널려있고 일명 R차라 불리는 쑝카들이 천지에 깔려있다
오~ 저 타이어랑 디스크 브레이크를 자전거에 끼우면...오~~ 머리속에서 내가 만든 자전거가 산과 도로를 누비는 상상에
마냥 즐겁다. 번짱님의 "출발합시다"라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와 상황을 살핀다. 이제부터는 갓길이 제법 널럴하다
아직은 몸도 가볍다. 다리도 괜찮다. 차분하게 달리면 괜찮겠지..라고 마음먹고 달려나간다. 서울에서 대략 35KM 정도
시골냄세가 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는 맡을래야 맡을수도 없는 비료냄세에 계단식 논, 한가한 도로, 시냇물, 셀수 없을
정도로 빽빽히 우거진 산림, 나비. 모든게 신기하고 정답다. 이제 12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다. 상황이 마냥
좋지 많은 않다. 주행거리가 이쯤되고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죽팀멤버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몇몇분들이 일행과 떨어지면서 추스려진다. 가죽가방님은 출발 직후부터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유명산을 포기하셨고.
몸상태가 않좋으시다는 dhunter 님도 포기. 브레이크 트러블로 폴리님도 포기. 결국 도라지와 이모님 이슬님 이렇게
셋이서 늦었지만 슬슬 끌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유명산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적어도 2~3킬로 정도 도로 업힐이 있다.
이렇게 업힐만 있는 코스가 있을수 있다니......=.=; 게다가 뒷꿈치가 신발 뒷편에 딱딱한 면에 계속 긁히면서
물집까지 생겼다. 끌고라도 올라간다면 갈수 있었지만 올때를 생각해서 포기..이모님과 이슬님도 포기하시고 시드님도
위에서 내려오셨다.넷이 그늘에 앉아 이야기도 주고 받고 시드님께서 주신 홍삼양갱(맞죠?)도 얻어먹고^^
시드님은 잔차질 시작하신지 1달째라는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한참 쉬다가 먼저 묵밥집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한참 아래쪽에서 쉬고 계시던 나머지 세분과 합류해서 먼저 묵밥집으로 향한다. 이럴때 몸무게의 위력이 나타난다.
허브가 뭐고 구름성이 어떻고 다 필요없다..몸무게 덕분에 쭈욱쭈욱 뻗는다. 페달 돌리는 사람보다 내가 더
빨리 내려간다.^^; 암튼 고생끝에 묵밥집에 도착해서 계획에 없이 먼저 식사를 한다. 어르신들은 시원한 동동주까징..^^;
원래 도토리묵은 뒷맛이 씁쓸하고 떨떠름해서 별로였었는데 와! 여긴 얄짤없다. 역시 들꽃님의 추천장소 다운 맛과 서비스였다.
밥 한그릇 말아서 뚝딱 하고 유명산 정복팀이 내려와서 밥을 먹고 출발하는데까지 대략 2시간 정도 쉴수 있었다.
덕분에 집에 갈때는 너무나 쉽게 갈수 있었다. 죽팀 조끼리 재미있게 논다. 이모님은 왈바에 흔치않은 여성라이더를 늘리기
위해 가죽가방님을 잡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셨다. 한참을 쉬고나니 지루해졌는지 잠도 오고 산을 못탄게 한이 됬는지
서울가면 일자산 갈까하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까지 든다.....ㅡ.ㅡ;;(도라지 많이 컸져?ㅋ)
약 1시간 30분이 지나갈쯔음 해서 정복팀원들이 식당안으로 모습을 들어낸다.
가가멜님을 비롯한 23명의 정복자들은 거의 지친기색이 없다. 그 기세등등한 모습에 죽팀 멤버들은 더욱 기가
죽어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축하 + 오기의 박수를 보낼뿐이다.
가가멜님이 두리번두리번 거리시길래 농단조로 조용히 "다시는 가가멜님 번개 안올거야"했더니 가가멜님이 놀라신다..ㅋ
정복팀이 방에 자리잡고 나니깐 번짱님이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갖겠노라고 집합명령을 내리신다. 쭈우욱 소개를 하다가
가죽가방님이 소개(이화여대 1년, 미술전공) 이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왈바의 늑대들 난리가 난다...^^;
여기저기서 격려의 + 의도를 파악할수 없는 끝없는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용신님과 마이콜님 이었다.
용신이란 용접의 신이란 말의 줄임말이고 장차 용접계에 신이 되는게 목표라 하신다.
어느분 말씀대로 프렘하나 만들어 보심이^^
마이콜님은 비록 사고로 한쪽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무한체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꼭 만화속에(스피드 도둑) 테루라는 케릭터를 보는듯 했습니다.
이슬님과 이모님이 하시는 칭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는데 참 좋은 분이신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귀가길에는 한참동안이나 쉰 덕분에 선두에 자리잡은 가가멜님 뒤를 졸졸 쫗아 다녔습니다.
뒤로 보내는 수신호도 따라해보고 페이스도 맞춰보고 똑같은 기어로도 달려보고 라이딩 하는 모습도 따라해보니
재미있더라구요. 음!~근데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속도 안내시려고 많이 억제하시는 것 같더군요.
만약 있는 힘껏 달렸다면...윽..생각하는 걸로도 끔직하네요...그리하여 긴 다리를 다 건너고 교통 통제소 같은
곳에 잠시 들러 쉬면서 냉수도 얻어먹었습니다. 그곳 분들도 경험이 있으신지 참 잘해주시더군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우리 일행분 중에 아는 분이 있는것 같던데...
암튼 여기서 노을님과 퀵실버님을 비롯한 여러명의 라이더와 헤어졌고 저도 한강길로 복귀하던 중에
똥글뱅이님 일행과 합쳐져서 또 찢어져 버렸습니다.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결국엔 모두 헤어져 버렸는데 모두들 잘 들어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산라이딩이 어찌어찌하다보니 100km가 넘는 로드 라이딩이 되어버렸는데요.
참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한것 만큼 그렇게 힘이 들지도 않았구요.
번짱님이신 가가멜님도 뜻밖에 대박번개가 되어버려서 당혹스러워 하시는 것 같던데
결국엔 그 흔한 펑크한번 나지 않은 엄청 깨끗한 라이딩이 되어버렸습니다.
후미조에 있다보니 여러사람들의 불만을 듣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같이 라이딩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__)(^^)
SPECIAL THANKS 가가멜님, 이모님, 이슬님, 시드님, 똥글뱅이님, 노을님, 싸이님, 퀵실버님,
초강력 스페셜 땡쓰::: 가가멜님, 이모님, 이슬님, 시드님
(개인적으로 죽팀멤버들한테 정이 가네요^^;)
P.S 1. 똥글뱅이님 한강에서 처음 만났을때 살 빠진것 같다는 소리 정말 고마웠습니다^^
(사실 요새 다이어트 중이라 그 소리에 매우 굶주려 있었습니다^^)
2. 다음 번개나 혹 라이딩 중에 저를 보시면 아는 척좀 해주세요 저 외로워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