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5월은 내게 꾀 의미 있는 달이 되었다. 매년 속초 라이딩을 하기로 내 자신과 약속한 일을 실행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월이 다 되도록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만큼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바빴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 역시 없었다. “어! 벌써 5월이네…” 하는 순간 머리 속에 ‘속초’라는 단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어떻하지…?” “6월이면 너무 더울 텐데…,” 하지만 어쩌랴 덥다는 이유로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적당한 날짜를 잡기 위해 6월 달력을 펼쳐 드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6월 6일이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시간을 내기 힘든 일요일을 피해서…, 어쩌면 이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참석 할 수 있겠는걸…, 공휴일에다 샌드위치 데이니…, 하는 생각을 하며 코스를 생각해 본다. 이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부터 ‘속초는 더 이상 속초가 아니다’ 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터라 좀 더 재미있는 코스를 잠시 생각해 본다.
속초…, 왜 우리는 속초에 연연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기와의 힘든 싸움을 통해 이루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성취 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루 왼 종일을 달려야 하고 빡 센 언덕을 오르내려야 하는…, 그러면서도 오직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수 많은 질문에 질문을 던지며 달려야만 하는…, 하지만 속초가 더 이상 속초가 아니란 말 속에서 속초를 가야 하는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이번이 속초 투어 다섯번째, 해마다 속초가 가까워 지고 있음을 느낀다. 언덕이 없어지고 돌던 길이 곧 바로 이어지고, 갓 길이 없어 차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길들에 자전거 전용도로라 불러도 좋을 만한 갓 길들 까지 생겨 버리고 말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편하고 빠른 것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속초를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속초…, 자전거를 처음 입문한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속초, 그것이 속초를 찾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속초, 그것은 이미 뒷 동산의 이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번 속초 라이딩을 계획 하면서 나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 했다. 하나는 아무나 갈 수 있는 뒷 동산 속초가 아닌 아무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속초를 만들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전거를 처음 타던 해 두 달 만에 겁 없이 도전했다 미시령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했던 코스에 대한 재 도전이 그것이었다. 그래 5년 전 실패했던 코스는 머리 속에 떠올려 본다. 잠실, 춘천, 양구, 원통삼거리, 미시령, 속초. 이 코스에는 숨이 턱턱 막히는 코스들이 여럿 된다. 춘천 초입까지는 흔히 말하는 널 널 버전이다. 하지만 춘천 초입에서 우회전해서 도는 외각 도로는 지루한 언덕 9개를 넘어야 한다. 그것도 가면 갈수록 길어 지는 언덕을…, 그리고 그 언덕이 끝나 잠시 숨을 고른 후에는 세월교를 건너 배후령을 넘어야 한다. 배후령, 그 길이만 해도 10키로나 되는 고개이다. 속초 쪽에서 넘는 미시령과 맞먹는 커다란 고개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추곡터널 그리고 구비치는 소양호변, 5키로 언덕인 광치령…, 그리고 마지막 미시령이 버티고 있다. 홍천을 경유하는 코스에서는 미시령이 라이딩 내내 큰 중압감으로 작용하지만 양구를 경유하는 코스에서는 미시령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미시령 보다는 배후령이 훨씬 더 강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이번 라이딩에서 배후령을 넘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코스를 정하고 자세한 코스 소개를 왈바에 올려 놓고 몇 번씩 새로 고침 키를 누르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 본다. 마치 낚시줄을 던져 놓고 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심정으로…,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마치 태풍전야와 같이…, 바로 이 태풍전야를 깨는 전화가 한 통화 있었다. “여보세요, 저 봄맞이인데요.” 하면서 시작된 전화였다. 봄맞이님, 그는 이미 작년에 속초 투어를 함께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다.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체격과 자전거에 대한 열정과 투지가 있는 젊은이다. 하지만 그는 유명산에서 부상을 입어 치료 중이란다. 회복하는 상태를 봐 가면서 참석하겠단다. 비록 부상자였고 불확실한 이야기 였지만 목마름을 적시는 한 줄기 시냇물 같은 전화 였다. 그리고 몇 일 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마법의 숲님을 만났다. 마법의 숲님,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분이다. 한 번 본 사람은 잊혀지지 않을 외모에 인상적인 라이딩을 하는 분이다. 내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작년 봄이다. 그 때 저는 저승사자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었고 슬바님의 번개에서 만나 죽이 맞아 서로의 번개에 의무감을 갖고 참석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내가 쫓아 갈 수 없을 만큼 저 만큼 가 있지만 그 땐 그래도 서로 적수가 되었었지…,
마법의 숲님은 그렇지 않아도 속초 라이딩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는 말과 함께 곧 결정해서 연락을 주겠다 한다. 월척을 건진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법의 숲님이 참가 해 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다 잡았던 고기 놓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일도 아닌데…, 다시 몇 번의 새로 고침 끝에 회심의 미소를 짖는 일이 벌어 지고 말았다. 드디어 월척을 건진 것이다. 독수리님께서 마법의 숲님, 탱크님을 대동하고 함께 참여 하시겠다 한다. “어! 이건 월척들이 한 꺼 번에 주루룩…,”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월척 하나도 덥석 내 미끼를 물어 주셨다. 바로 다름 아닌 주목님이셨다. 마법의 숲님, 독수리님, 탱크님, 주목님, 그리고 나, 단숨에 참가 인원을 마감해 버리고 말았다. 이건 대박이었다. 참여 인원에서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에 있어서도…, 월척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 일 뒤 또 다른 월척이 하나 걸려 들었다. 공체선님께서 춘천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꼬리표가 달린 것이다. 공체선님, 나는 이 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왈바에 빠르기로 소문난 몇 몇 분들과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 로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월척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왈바에 올린 번개 가운데 이런 대박은 처음이다. 얼마나 붙어 줄 것인가 걱정하며 올린 번개가 대박이 나다니…
하지만 대박의 기쁨은 곧 긴장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그것은 번장의 실력이 가장 허접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법의 숲님을 필두로 해서 모두가 다 한 물에 노는 분들이다. 나만 이방인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이분들은 서로 친분도 있고 함께 자전거를 즐기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거 잘 못 하다가는 내가 제일 뒤에 처지겠는 걸…”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소홀 했던 훈련 강도를 좀 높여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장기 라이딩을 할 때면 자주 우리집 주변에 있는 언덕을 찾는다. 감사하게도 우리집에서 30키로 이내에 제법 빡 센 언덕이 4개나 있다. 이 코스를 엮으면 1:30분 안에 언덕 4개를 넘을 수 있다. 야탑동-화장터 언덕-광주 세브란스 병원 언덕-이배재-공단언덕-야탑동, 이것이 내가 일주일에 세 번 타기로 작정한 코스이고 여기에 시간이 좀 더 날 때는 남한산성을 넘어 갔다 다시 넘어 오는 코스를 덧 붙일 것을 계획했다. 이렇게 하면 60키로 가까운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언덕에서 언덕으로…, 그리고 일 주일에 한 번은 장기 라이딩을 계획해 본다. 유명산이나 산음으로…,
장기 라이딩의 관건은 지구력, 손 저림과 엉덩이 아픔의 면역, 자신의 한계체력 극복하기, 언덕 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라 언덕만을 골라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훈련에 돌입한다. 나는 언제나 언덕에 약하다. 평지에서는 그리 뒤지지 않는데 언덕만 만나면 죽죽 뒤로 밀리는 내 자신의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준비기간 내내 언덕과 붙어 살았다. “지금 힘들면 그날 편하지만 지금 편하면 그날 힘들 꺼야”라는 말을 수 없이 되 뇌이며 언덕에 붙어 살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투어기간 내내 긴 언덕은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지금 힘들면 그 날 편하지만 지금 편하면 그 날 힘들 꺼야”라는 말을 내가 얼마나 되풀이 했던가? 나는 준비기간 내내 이 말을 되 뇌이며 내 자신의 게으름에 일침을 가했었다.
몇 번의 장거리 투어를 통해 나의 체력의 한계점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도 했다. 매번 속초를 갈 때면 130에서 150키로 구간에서 체력이 바닥이 난다. 이 때가 되면 급격하게 체력저하를 경험해야 했고 투어 팀을 이끌 능력 마저 상실할 정도로 바닥에서 헤매어야 했다. 이번에는 그리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대안을 생각해 내었다. 하나는 150키로 대의 라이딩을 몇 번 함으로서 한계체력을 극복하는 일이고 체력 저하가 오기 직전서부터 계속해서 영양섭취를 집중적으로 함으로서 체력이 저하 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이런 나의 계획은 적중했다. 240키로 그 빡 센 언덕을 달리면서도 힘들다 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봄맞이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봄맞이님, 몸은 어떠세요? 어떻게 이번에 함께 갈 수 있겠어요?” 이 물음에 대해 봄맞이님은 아직도 상황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몇 일 전 유명산을 혼자 다녀온 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봄맞이님을 집요하게 설득해 본다. 함께 연습하자고…, 봄맞이님은 흔쾌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동행하겠다 한다. 잠실 보다는 분당에서 출발하는 것이 연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야탑으로 불러 함께 라이딩을 시작했다. 야탑에서 시작하면 라이딩 시작부터 언덕을 넘어야 한다. 나는 이미 언덕에 붙어 씨름을 한 터라 별 어려움 없이 넘지만 봄맞이님은 축축 처진다. 부상 후유증이 심각해 보인다. 평지에서도 여간해서 따라 붙질 못한다. 과연 봄맞이님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하지만 봄맞이님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의 뒤를 따라 주었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거의 초 죽음이 되다시피 하면서도 끝끝내 뒤를 따라 주었으니…,
이 즈음 해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 속초 라이딩을 잘 감당하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나에게 (나는 장기 투어를 떠날 때면 3주 전부터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축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 졌다. 부상의 위험이 있는 터라 극도로 몸을 사리며 공을 찼지만 나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상대 수비수가 내 발을 걷어 차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로 인해 발 목 부상을 입고 말았다. 발목이 얼마나 시큰 거리는 지…, 이제 속초 투어도 2주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가장 많은 훈련을 해야 하는 기간인데…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숙소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아 속초 답사를 하고 온 후로 어깨의 통증은 내 마음에 조바심만 늘게 했다. 이거 이러다가 자전거가 아닌 차를 끌고 속초를 가겠는걸…, (아무리 아파도 번장인데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를 끌고 라도 길 안내를 해야지…) 하는 생각에 한의원을 찾았다. 발목과 어깨에 침을 맞고 피를 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발목은 치료가 잘 되어 가는데 어깨는 통증이 더욱더 심해 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투어의 관건은 어깨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훈련을 마무리 하고 날짜에 대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 갔다. 투어 날이 가까워 오면 어깨가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런데 그게 그리 생각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깨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이러다가는 투어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집에서는 비밀이었다. 단지 좀 불편한 정도로만 생각 할 뿐이었다. 만약 내 어깨가 좋지 않은 것을 알면 투어를 말릴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날짜의 연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난 평일에 시간이 되고 투어에 동참한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고민 고민 하다 생각해 낸 묘안이 진통제다. 그래 진통제를 먹고 라이딩을 해 보는 것이다. 만약 편도만이라도 성공을 한 후 어깨 통증이 심해 진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번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 통의 진통제를 준비 했다. 그것도 가장 약효가 강한 놈으로…,
6일
어찌 어찌 해서 멤버가 봄맞이님, 마법의 숲님, 주목님, 아이롱맨님, 춘천까지의 공체선님, 그리고 나 이렇게 짜여지고 말았다. 새벽 일찍 마법의 숲님의 차를 얻어 타고 잠실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법의 숲님, 그 역시 환자 였다. 안장이 닿는 부분에 작은 혹이 생겨 라이딩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짧은 거리는 별 무리가 없지만 장거리 투어는 많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여 우리들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대고 웃었다. “이거 환자들의 라이딩이네”
잠실 선착장에는 자전거 캐리어를 실은 제법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마도 유니클과 천리안의 사람들일께다 저들은 우리 보다 먼저 간다 했으니까. 몇몇 분들이 눈에 뛰어 인사를 나눈다. 자신을 아이롱맨으로 소개 했다. 아이롱맨님, 출발하기 몇 일 전 전화를 통해 참가 의사를 밝혀 온 분이다. 나는 이분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망설였다. 이분은 자신에 대해서 어느 대회(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에서 11등을 했고, 말발굽님 유명산 번개에서 말발굽님과 함께 라이딩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 했다.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이분을 추천한 마법의 숲님의 의견을 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노라고 했다. 마법의 숲님의 의견은 함께 참가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었다. 이렇게 함께 하게 된 아이롱맨님, 그의 외모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체격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목님과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두리 번 거리고 있는 순간, 아주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우리 대열에 합류하는 분이 계셨다. 바로 대천명님이었다. 대천명님은 참석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춘천까지 함께 하고 싶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나오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무례에 대한 보상으로 아침을 사시겠다고…, 아침은 고사하고 걱정이 앞섰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게 이 분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체격조건을 볼 때 썩 자전거를 잘 탈 것 같지 않은 조건을 갖춘 (대천명님 이렇게 말함을 용서하세요) 분이라는 것 밖에는…, 이런 나의 얼굴표정을 읽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신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따라 가겠지만 못 가면 저 혼자 갈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가세요.” 이 말에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번장의 책임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목적한 라이딩을 마치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라이딩을 포기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점에서 볼 때 대천명님의 말씀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곧 이어 공체선님이 도착하신다. 공체선님 명성만 들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얼굴을 뵙고 보니 이미 남한산성에서 함께 라이딩을 한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봄맞이님이 늦으신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시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라이딩에 대한 긴장 때문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어 나지 못했다 한다.
이제 최종 참가자가 확정 된 것이다. 아이롱맨님, 주목님, 마법의 숲님, 공체선님, 대천명님 그리고 나, 이렇게 6명의 라이더들은 내가 준비한 코스 안내와 전화번호부를 받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라이딩을 시작한다. 처음 2,30분간은 몸 풀기다. 몸은 페달링의 회전 수를 신비하게도 기억한다. 그래 페달을 가볍게 해 몸을 풀어 본다. 그리고 그 회전 수에 익숙 해 질 무렵 기어 비를 높여 간다. 이 때 역시 회전 수는 처음의 그것을 유지한다. 이렇게 몸 풀기를 마친 후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된다. 나는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며 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체선님의 꽁지에 바짝 붙었다. 거의 30센티 간격으로…, 뒤에서 바라본 공체선님의 페달링은 역시 선생님 다웠다. 내가 페달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상식 그대로 였으니까.
하일 인터체인지를 지나 하남에 가까웠을 때 우리는 대천명님이 안 보이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잠시 내 얼굴을 쳐다 본다. 번장으로서 결정을 내려 달라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이 때 대천명님의 말이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따라 가겠지만 못 가면 저 혼자 갈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가세요.” “원래 우리 멤버도 아니고 혼자 알아서 하신다 하셨으니 갑시다.” 라고 냉정한 말 한 마디를 내 뱉었다. 모두들 내 말에 동의를 하고 다시 냉정한 페달 질을 시작한다. 뒤 떨어진 사람이 도무지 따라 올 수 없을 정도의 페달링으로…,
팔당댐 언덕에 이르렀을 무렵 공체선님의 “앞서 가세요”라는 말과 동시에 주목님이 앞으로 튀어 오른다. 언덕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파괴력으로 앞서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공체선님, 마법의 숲님이 번장인 나를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 했다. 무서운 질주다. 나는 여기서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꾀나 애를 먹었다. “헉! 주목님의 힘이 보통이 아닌데” “이러다가 정말 허접 번장 되겠는 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사실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나는 마법의 숲님 다음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팔당댐의 언덕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주목님을 보면서 나의 그런 생각이 깨어지는 듯 했다. 이 때 또 한가지 생각을 했다. 여기서 오버페이스 하면 안 되는데…, 두시간 동안 쉬지 않고 페달 질을 해야 하고 아침 식사 뒤에는 춘천의 외각도로와 배후령을 넘어야 하는데…, 저들은 나에게 제지할 틈도 주지 않고 까마득히 앞서가기 시작을 했다. 하지만 나는 무리 하지 않고 평소 연습한대로 내 페이스에 맞춰 페달 링을 해 본다. 단숨에 내 닫고 끝낼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인데…, 아니나 다를까 두시간 남짓 페달 질을 했을 때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던 선두 그룹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을 한다. 공체선님, 주목님, 차례차례 꽁지를 밟고 지나갔지만 마숲님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참을 달려도 마숲님의 꼬리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공체선님, 주목님과 한 그룹이 되어 앞서 갔는데 이분이 어디로 갔을까? 공체선님과 주목님의 꼬리를 밟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마법의 숲님의 꼬리는 보이질 않는다. “혹 내가 못 본 사이 지나쳐 왔나” 하는 순간 저만큼 앉아서 쉬고 계신다. 나를 보시더니 멋적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타신다. 역시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분이다. 어디서 저런 파괴력이 나오는지…,
이렇게 두 시간동안의 힘찬 페달 질 끝에 우리가 처음 목적한 상천 에덴 휴게소에 도착했다. 처음 내가 계획했던 시간에 정확하게…
회비를 걷고 아침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며 다시 출발 준비를 할 즈음 다시 그 쑥스러운 미소를 뛴 대천명님이 도착을 하신다.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늦으셨단다. 우리는 포기 했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거기까지 혼자 따라 온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기까지 잠시 담소를 나누고 다시 출발을 외친다. 이때 대천명님께서 본인은 여기서 떨어지면 다시 보기 힘들 터이니 점심 사 먹으라 하시며 점심 값을 주신다. 우리는 그럴 수 없노라고 했지만 대청명님은 완강함에 밀려 감사함으로 점심 값을 받아 넣었다. 우리 계획 대로라면 다음 휴식은 세월교를 지나 쉬게 될 것이다. 상천 에덴 휴게소에서 세월교까지는 50키로 이다. 이 50키로 구간 가운데 30여 키로는 평지이지만 20여 키로는 언덕 9개를 넘어야 하는 힘든 코스이다. 이 구간을 나는 두 시간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지 30키로 구간은 35키로 이상 속도가 날 것이고 언덕 20키로 구간은 평속 20키로 정도는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 30키로 평지 구간을 지나 드디어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하는 춘천 외각 도로로 접어 들었다. 지루한 언덕의 시작이다. 차로 넘으면서도 지루했었는데 자전거로 이 길을 넘으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니 숨이 가슴까지 차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여기서부터 이제 그 힘든 언덕들이 시작 되는 것이니…, 언덕을 몇 개 넘고 홍천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공체선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해어져야 했다. 마법의 숲님은 이미 인사하기 전에 어디론 가 사라져 보이지도 않았고 주목님이 앞서고 나, 아이롱맨님이 그 뒤를 따른다. 다시 팔당댐 부근에서 보았던 주목님의 그 파워가 돋보인다. 죽죽 앞서 나가기 시작하더니 저만큼 사라져 버린다. 뒤를 돌아 보니 아이롱맨님도 저만큼 뒤떨어져 따라 오고 있다. 아이롱맨님, 그는 유일하게 산악용 타이어를 달고 오신 분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는 모두 1.5, 1.75 도로용을 달고 달렸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었을까? 드디어 마지막 언덕인 구봉산 휴게소가 있는 언덕이다. 이 언덕은 9개의 언덕 중에 가장 긴 언덕이다. 마지막 9번째 언덕에 이르자 주목님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신다. 죽죽 내 앞을 지나가시던 분이 뚝뚝 떨어져 이제 내게 꼬리를 내 주고 계신다. 주목님께서 휴게실에서 한 말이 생각 난다. “난 두 시간짜리 배터리예요” 나는 처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 의미를 실감한다. 두 시간이 다가오자 그만 쳐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주목님의 배터리는 두 시간 이상이다. 그의 문제는 배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못 된 페달 링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페달 링으로 언덕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언덕을 오르기에 종 단지에 젖산이 싸여 쉬 피로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주목님이 제대로 된 페달 링을 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파워를 가지실 분처럼 보였다. 우리는 20여분 일찍 세월교 부근에서 쉴 수 있었다.
예상했던 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10키로의 언덕인 배후령에 붙었다. 주목님이 먼저 출발을 하고 다음 마숲님 그리고 나와 아이롱맨님이 출발을 했다. 역시 마숲님과 주목님은 엄청난 파워로 앞을 치고 나가신다. 페달 질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꼬리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앞서 가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주목님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마숲님이야 나하고 비교 대상이 아니니 제쳐 두고 주목님은 내가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게 언덕 5키로 지점에서 주목님을 따라 잡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언덕이었지만 이미 마음에 단단한 각오를 한 터라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7키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어 이거 잘 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 질 수 있겠는 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마숲님의 페달 링이 무척 힘들어 보였고 속도 역시 현저하게 줄기 시작을 했다. 나는 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고 마숲님 뒤를 따라 붙었다. 8키로 지점을 좀 넘어 섰을 때 마숲님의 자전거가 내 자전거 바로 앞에 붙어 버렸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속초 투어를 하면서 난 마숲님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 여러 대회에서 입상을 거듭 하고 있는 마숲님과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내 마음이 얼마나 설렜을까?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다리에 힘이 빠졌던 것으로 보였던 마숲님이 내 숨소리를 듣더니 다시 엄청난 파워를 쏟아 부으며 페달 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 분명 힘이 빠져 있었는데…” 도대체 마숲님의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마숲님의 패달링을 보면 교과서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의 파워는 엄청나다. 그가 이렇게 엄청난 파워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린다. 하나는 엄청난 연습량이다. 거의 매일 상당한 시간을 자전거와 함께 사신다. 다른 사람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른 하나는 남다른 승부 근성이다. 나는 마숲님과 몇 번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숨이 턱에 차 오르면 더 이상 힘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마숲님은 다르다 그런 순간이라 할지라도 앞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극한 상황까지 자기를 몰고 간다. 이런 그가 여러 번의 시합으로 정신력까지 다져졌으니 아무리 힘이 빠졌다 하더라도 나를 앞질러 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배후령 정상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먹을 장소를 향해 힘찬 라이딩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여기가 분수령과 같은 곳이다. 내 체력이 바닥이 나는 130에서 150키로 구간이다. 나는 이미 라이딩 계획을 세우면서 이 구간에서는 좀 쉬기로 생각을 했었다. 마숲님과 주목님을 저만큼 앞서 보내고 페이스 조절을 해 본다. 이 구간 동안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갈 수 있다면 속초 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 속에 체력을 아끼며 페달 링을 해 본다. 추곡터널을 지나고 소양호변에 들어 섰다. 이 구간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구간이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곳을 가기 위해 한참을 돌아 가야 하는 굴곡이 심한 도로이다. 나는 이 구간을 혼자 달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처음 이곳을 라이딩 하다 너무 더워 목욕을 하던 다리 밑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짖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며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기도 했다. 앞 선 사람들은 얼마나 가 있을까? 뒤에서 따라 오는 아이롱맨님은 얼마나 처졌을까? 공체선님은 어디쯤? 대천명님은 춘천에 도착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코너를 돌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마숲님과 주목님이다. 소양호변 첫 휴게소에서 두 분이 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다시 영양 보충을 한다. 주목님 후배가 싸 주었다는 홍삼, 밤 등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페달 질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역시 마숲님이 앞서 가신다. 그리고 나 주목님, 아이롱맨님 순으로 그 지루하고 지루한 소양호변을 달려 본다.
여기서 나는 큰 사고를 당할 뻔 한 아 찔 한 순간이 있었다. 커브를 돌면서 마숲님이 어디쯤 가고 있나 싶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그만 자전거가 같 길로 들어 가고 말았다. 거기는 도로 보수로 인해 많은 모래 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거 라이딩을 접어야 하는 구나” “사고가 크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절대로 브레이크를 잡아서는 안 되 하는 것이었다. 로드 타이어로 아스발트 위의 모래 위를 달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내 생각은 적중했다. 자전거는 약간의 흔들림만 허용한 체 유유히 그곳을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렸는지…,
점심을 먹기로 했던 양구 선착장 부근의 통일 휴게소는 문을 닫은 지 오랜 듯 했다. 하여 부근의 다른 식당을 찾았다. 밤나무 집이었던가? 개울가에 지어진 제법 괜찮은 집이었다. 음식 맛도 훌륭했고 잠시 드러누워 있기도 괜찮은 집이었다. 우리는 거기서 약 한 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광치령을 향해 힘찬 페달 질을 시작했다. 광치령, 5키로에 가까운 제법 긴 언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10키로 대의 배후령을 넘지 않았는가? 또 이 광치령만 넘으면 원통까지 내리막 길이다. 그야 말로 거저 갈 수 있는 길이다. 이번에도 순서는 정해 졌다. 마숲님 나 그리고 주목님, 아이롱맨님, 우리는 단숨에 5키로의 광치령을 넘어 원통삼거리까지 내 달았다. 원통삼거리 휴게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결전을 위해 영양보충을 하고 미시령을 향해 다시 출발을 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서울을 출발한 많은 라이더들을 만났다. 50씨씨 오토바이를 앞 세우고 그 뒤를 따르던 라이더들과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라이더들, 그리고 그 외에 무리들을…, 우리는 저들을 제치고 미시령을 향해 마지막 힘찬 페달 질을 했다. 미시령, 처음 속초를 찾을 때만 하더라도 "미시령을 어떻게 넘지" 하는 중압감에 시달렸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미 우리는 미시령과 맞 먹는 언덕들과 씨름을 하고 난 터라 미시령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다. 미시령 정상 3키로 푯말이 보일 때까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페달 질을 했다. 하지만 3키로 푯 말이 보이고 난 이후 페달 질은 점점 힘들어만 갔다. 언덕의 경사가 심해 질수록 잠깐 페달 질을 멈추고 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더욱이 자전거를 타던 라이더들이 줄줄이 쉬고 있을 땐…, 그럴 때마다 마음 속에 갖었던 생각은 이건 나만 힘든 것이 아니야. 나를 앞서가고 있는 마숲님도, 내 뒤를 따르는 주목님이나 아이롱맨님도 힘든 건 마찬가지 일 꺼야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며 저들도 참고 달리는데 나라고해서 못 참을 것이 무엇이 있냐는 말을 수 없이 되 뇌이며 힘든 페달 질을 했다. 미시령 2키로 전이었을까? 갑자기 앞서가던 마숲님께서 자전거에서 내리신다. 어찌 된 일이지…?, 순간적으로 나도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그 때 마숲님이 이렇게 말한다. 체력이 바닥이 나 도무지 못 가겠다고 배를 채워야 하겠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번투어를 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미시령에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건 당연히 마숲님의 몫이었고 난 단지 그 뒤를 따라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마숲님이 그 자리를 내게 내 주신 것이다. 행운이 내게 찾아 온 것이었다. 잠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본다. 하지만 이내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마숲님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허접 한 번장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게 양보한 것이라고…,
미시령에 오르자 비 맞은 차들이 눈에 보인다. 아마도 저 아래는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여기서 내려 서야 한다. 로드타이어를 끼고 빗길의 미시령을 내려 가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다. 잠깐 비 옷을 꺼내 입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옆을 지나는 차들에서 간간히 “파이팅” 이라는 소리가 들려 온다. 빗길이라 긴장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 소리에 눈길을 줄리 만무하다. 차들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는 판인데 자전거는 오죽하랴…, 시속 60키로 이상은 쏠 수 있는 미시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내 24키로 이상을 내지 못한 체 미시령을 내려 왔다. 미시령을 내려 서면서 비로소 함께 한 이들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에 앞선다. 미시령에 함께 모여서 빗 길에 대한 주의를 주고 내려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 빗 길에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툭 튀어 나오더니 앞서 간다. 주목님이다. “어! 저러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지…” 나중에 주목님은 이 일에 대해서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말씀해 오셨다. 사실 그 때 난 주목님의 뒤를 따르며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우리는 숙소에 도착을 해 여장을 풀었다. 옷을 빨아 말리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은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중앙시장을 향했다. 하지만 아이롱맨님은 못 가시겠단다. 감기 기운도 있고 배도 아프고 엉덩이도 벗겨져 움직이기 힘들 다는 말을 하신다. 우리는 냉정하게도 그 힘든 길을 함께 해 온 아이롱맨님을 홀로 남겨 두고 속초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롱맨님을 잊은 체 담소를 나누고 배를 채웠다. 식사 후 아이롱맨님께서 부탁한 물품을 사 들고 숙소에 도착을 했을 때 아이롱맨님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도무지 내일 함께 라이딩 하기 힘들 것 같아 형님을 오시라 했다 한다. 1시 도착 예정이니 신경 쓰지 말고 주무시란다. 아쉽다. 그 힘든 길을 여기까지 함께 했는데 내일 함께 하지 못함이…,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 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잠 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 동안의 라이딩에 대해 정리 해 본다. 어깨가 아파 진통제를 먹어 가며 달려 온 240키로의 긴 여정을…
참고:잠실 출발 시간 : 5:40분, 미시령 도착 5:40분
실제 자전거 탄 시간 8:45분
총 키로 수 240키로
평속 27,3
위의 자료는 1.9에서 1.5로 수정하지 않은 자료입니다.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시령을 24키로로 내려 온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오차는 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5월은 내게 꾀 의미 있는 달이 되었다. 매년 속초 라이딩을 하기로 내 자신과 약속한 일을 실행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5월이 다 되도록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만큼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바빴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 역시 없었다. “어! 벌써 5월이네…” 하는 순간 머리 속에 ‘속초’라는 단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어떻하지…?” “6월이면 너무 더울 텐데…,” 하지만 어쩌랴 덥다는 이유로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적당한 날짜를 잡기 위해 6월 달력을 펼쳐 드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6월 6일이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시간을 내기 힘든 일요일을 피해서…, 어쩌면 이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참석 할 수 있겠는걸…, 공휴일에다 샌드위치 데이니…, 하는 생각을 하며 코스를 생각해 본다. 이미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부터 ‘속초는 더 이상 속초가 아니다’ 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터라 좀 더 재미있는 코스를 잠시 생각해 본다.
속초…, 왜 우리는 속초에 연연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기와의 힘든 싸움을 통해 이루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성취 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루 왼 종일을 달려야 하고 빡 센 언덕을 오르내려야 하는…, 그러면서도 오직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수 많은 질문에 질문을 던지며 달려야만 하는…, 하지만 속초가 더 이상 속초가 아니란 말 속에서 속초를 가야 하는 의미가 많이 퇴색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이번이 속초 투어 다섯번째, 해마다 속초가 가까워 지고 있음을 느낀다. 언덕이 없어지고 돌던 길이 곧 바로 이어지고, 갓 길이 없어 차들과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길들에 자전거 전용도로라 불러도 좋을 만한 갓 길들 까지 생겨 버리고 말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편하고 빠른 것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속초를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속초…, 자전거를 처음 입문한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속초, 그것이 속초를 찾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속초, 그것은 이미 뒷 동산의 이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번 속초 라이딩을 계획 하면서 나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 했다. 하나는 아무나 갈 수 있는 뒷 동산 속초가 아닌 아무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속초를 만들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전거를 처음 타던 해 두 달 만에 겁 없이 도전했다 미시령을 코 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했던 코스에 대한 재 도전이 그것이었다. 그래 5년 전 실패했던 코스는 머리 속에 떠올려 본다. 잠실, 춘천, 양구, 원통삼거리, 미시령, 속초. 이 코스에는 숨이 턱턱 막히는 코스들이 여럿 된다. 춘천 초입까지는 흔히 말하는 널 널 버전이다. 하지만 춘천 초입에서 우회전해서 도는 외각 도로는 지루한 언덕 9개를 넘어야 한다. 그것도 가면 갈수록 길어 지는 언덕을…, 그리고 그 언덕이 끝나 잠시 숨을 고른 후에는 세월교를 건너 배후령을 넘어야 한다. 배후령, 그 길이만 해도 10키로나 되는 고개이다. 속초 쪽에서 넘는 미시령과 맞먹는 커다란 고개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추곡터널 그리고 구비치는 소양호변, 5키로 언덕인 광치령…, 그리고 마지막 미시령이 버티고 있다. 홍천을 경유하는 코스에서는 미시령이 라이딩 내내 큰 중압감으로 작용하지만 양구를 경유하는 코스에서는 미시령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미시령 보다는 배후령이 훨씬 더 강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이번 라이딩에서 배후령을 넘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코스를 정하고 자세한 코스 소개를 왈바에 올려 놓고 몇 번씩 새로 고침 키를 누르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 본다. 마치 낚시줄을 던져 놓고 고기가 물리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심정으로…,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하다. 마치 태풍전야와 같이…, 바로 이 태풍전야를 깨는 전화가 한 통화 있었다. “여보세요, 저 봄맞이인데요.” 하면서 시작된 전화였다. 봄맞이님, 그는 이미 작년에 속초 투어를 함께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다. 자전거 타기에 알맞은 체격과 자전거에 대한 열정과 투지가 있는 젊은이다. 하지만 그는 유명산에서 부상을 입어 치료 중이란다. 회복하는 상태를 봐 가면서 참석하겠단다. 비록 부상자였고 불확실한 이야기 였지만 목마름을 적시는 한 줄기 시냇물 같은 전화 였다. 그리고 몇 일 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마법의 숲님을 만났다. 마법의 숲님,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분이다. 한 번 본 사람은 잊혀지지 않을 외모에 인상적인 라이딩을 하는 분이다. 내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작년 봄이다. 그 때 저는 저승사자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었고 슬바님의 번개에서 만나 죽이 맞아 서로의 번개에 의무감을 갖고 참석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내가 쫓아 갈 수 없을 만큼 저 만큼 가 있지만 그 땐 그래도 서로 적수가 되었었지…,
마법의 숲님은 그렇지 않아도 속초 라이딩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는 말과 함께 곧 결정해서 연락을 주겠다 한다. 월척을 건진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법의 숲님이 참가 해 주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다 잡았던 고기 놓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일도 아닌데…, 다시 몇 번의 새로 고침 끝에 회심의 미소를 짖는 일이 벌어 지고 말았다. 드디어 월척을 건진 것이다. 독수리님께서 마법의 숲님, 탱크님을 대동하고 함께 참여 하시겠다 한다. “어! 이건 월척들이 한 꺼 번에 주루룩…,” 그리고 다음 날 또 다른 월척 하나도 덥석 내 미끼를 물어 주셨다. 바로 다름 아닌 주목님이셨다. 마법의 숲님, 독수리님, 탱크님, 주목님, 그리고 나, 단숨에 참가 인원을 마감해 버리고 말았다. 이건 대박이었다. 참여 인원에서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에 있어서도…, 월척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 일 뒤 또 다른 월척이 하나 걸려 들었다. 공체선님께서 춘천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꼬리표가 달린 것이다. 공체선님, 나는 이 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사람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왈바에 빠르기로 소문난 몇 몇 분들과 견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 로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월척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왈바에 올린 번개 가운데 이런 대박은 처음이다. 얼마나 붙어 줄 것인가 걱정하며 올린 번개가 대박이 나다니…
하지만 대박의 기쁨은 곧 긴장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그것은 번장의 실력이 가장 허접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법의 숲님을 필두로 해서 모두가 다 한 물에 노는 분들이다. 나만 이방인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이분들은 서로 친분도 있고 함께 자전거를 즐기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거 잘 못 하다가는 내가 제일 뒤에 처지겠는 걸…”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소홀 했던 훈련 강도를 좀 높여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장기 라이딩을 할 때면 자주 우리집 주변에 있는 언덕을 찾는다. 감사하게도 우리집에서 30키로 이내에 제법 빡 센 언덕이 4개나 있다. 이 코스를 엮으면 1:30분 안에 언덕 4개를 넘을 수 있다. 야탑동-화장터 언덕-광주 세브란스 병원 언덕-이배재-공단언덕-야탑동, 이것이 내가 일주일에 세 번 타기로 작정한 코스이고 여기에 시간이 좀 더 날 때는 남한산성을 넘어 갔다 다시 넘어 오는 코스를 덧 붙일 것을 계획했다. 이렇게 하면 60키로 가까운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언덕에서 언덕으로…, 그리고 일 주일에 한 번은 장기 라이딩을 계획해 본다. 유명산이나 산음으로…,
장기 라이딩의 관건은 지구력, 손 저림과 엉덩이 아픔의 면역, 자신의 한계체력 극복하기, 언덕 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라 언덕만을 골라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훈련에 돌입한다. 나는 언제나 언덕에 약하다. 평지에서는 그리 뒤지지 않는데 언덕만 만나면 죽죽 뒤로 밀리는 내 자신의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준비기간 내내 언덕과 붙어 살았다. “지금 힘들면 그날 편하지만 지금 편하면 그날 힘들 꺼야”라는 말을 수 없이 되 뇌이며 언덕에 붙어 살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투어기간 내내 긴 언덕은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지금 힘들면 그 날 편하지만 지금 편하면 그 날 힘들 꺼야”라는 말을 내가 얼마나 되풀이 했던가? 나는 준비기간 내내 이 말을 되 뇌이며 내 자신의 게으름에 일침을 가했었다.
몇 번의 장거리 투어를 통해 나의 체력의 한계점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도 했다. 매번 속초를 갈 때면 130에서 150키로 구간에서 체력이 바닥이 난다. 이 때가 되면 급격하게 체력저하를 경험해야 했고 투어 팀을 이끌 능력 마저 상실할 정도로 바닥에서 헤매어야 했다. 이번에는 그리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대안을 생각해 내었다. 하나는 150키로 대의 라이딩을 몇 번 함으로서 한계체력을 극복하는 일이고 체력 저하가 오기 직전서부터 계속해서 영양섭취를 집중적으로 함으로서 체력이 저하 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이런 나의 계획은 적중했다. 240키로 그 빡 센 언덕을 달리면서도 힘들다 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봄맞이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봄맞이님, 몸은 어떠세요? 어떻게 이번에 함께 갈 수 있겠어요?” 이 물음에 대해 봄맞이님은 아직도 상황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몇 일 전 유명산을 혼자 다녀온 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봄맞이님을 집요하게 설득해 본다. 함께 연습하자고…, 봄맞이님은 흔쾌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동행하겠다 한다. 잠실 보다는 분당에서 출발하는 것이 연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야탑으로 불러 함께 라이딩을 시작했다. 야탑에서 시작하면 라이딩 시작부터 언덕을 넘어야 한다. 나는 이미 언덕에 붙어 씨름을 한 터라 별 어려움 없이 넘지만 봄맞이님은 축축 처진다. 부상 후유증이 심각해 보인다. 평지에서도 여간해서 따라 붙질 못한다. 과연 봄맞이님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하지만 봄맞이님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나의 뒤를 따라 주었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거의 초 죽음이 되다시피 하면서도 끝끝내 뒤를 따라 주었으니…,
이 즈음 해서 내게 문제가 생겼다. 속초 라이딩을 잘 감당하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나에게 (나는 장기 투어를 떠날 때면 3주 전부터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축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 졌다. 부상의 위험이 있는 터라 극도로 몸을 사리며 공을 찼지만 나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상대 수비수가 내 발을 걷어 차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로 인해 발 목 부상을 입고 말았다. 발목이 얼마나 시큰 거리는 지…, 이제 속초 투어도 2주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발목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가장 많은 훈련을 해야 하는 기간인데…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숙소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아 속초 답사를 하고 온 후로 어깨의 통증은 내 마음에 조바심만 늘게 했다. 이거 이러다가 자전거가 아닌 차를 끌고 속초를 가겠는걸…, (아무리 아파도 번장인데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차를 끌고 라도 길 안내를 해야지…) 하는 생각에 한의원을 찾았다. 발목과 어깨에 침을 맞고 피를 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발목은 치료가 잘 되어 가는데 어깨는 통증이 더욱더 심해 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투어의 관건은 어깨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훈련을 마무리 하고 날짜에 대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 갔다. 투어 날이 가까워 오면 어깨가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런데 그게 그리 생각 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깨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이러다가는 투어를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집에서는 비밀이었다. 단지 좀 불편한 정도로만 생각 할 뿐이었다. 만약 내 어깨가 좋지 않은 것을 알면 투어를 말릴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날짜의 연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난 평일에 시간이 되고 투어에 동참한 분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고민 고민 하다 생각해 낸 묘안이 진통제다. 그래 진통제를 먹고 라이딩을 해 보는 것이다. 만약 편도만이라도 성공을 한 후 어깨 통증이 심해 진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번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한 통의 진통제를 준비 했다. 그것도 가장 약효가 강한 놈으로…,
6일
어찌 어찌 해서 멤버가 봄맞이님, 마법의 숲님, 주목님, 아이롱맨님, 춘천까지의 공체선님, 그리고 나 이렇게 짜여지고 말았다. 새벽 일찍 마법의 숲님의 차를 얻어 타고 잠실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법의 숲님, 그 역시 환자 였다. 안장이 닿는 부분에 작은 혹이 생겨 라이딩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짧은 거리는 별 무리가 없지만 장거리 투어는 많이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여 우리들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대고 웃었다. “이거 환자들의 라이딩이네”
잠실 선착장에는 자전거 캐리어를 실은 제법 여러 대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마도 유니클과 천리안의 사람들일께다 저들은 우리 보다 먼저 간다 했으니까. 몇몇 분들이 눈에 뛰어 인사를 나눈다. 자신을 아이롱맨으로 소개 했다. 아이롱맨님, 출발하기 몇 일 전 전화를 통해 참가 의사를 밝혀 온 분이다. 나는 이분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어 망설였다. 이분은 자신에 대해서 어느 대회(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에서 11등을 했고, 말발굽님 유명산 번개에서 말발굽님과 함께 라이딩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 했다.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이분을 추천한 마법의 숲님의 의견을 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노라고 했다. 마법의 숲님의 의견은 함께 참가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었다. 이렇게 함께 하게 된 아이롱맨님, 그의 외모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체격 조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목님과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두리 번 거리고 있는 순간, 아주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우리 대열에 합류하는 분이 계셨다. 바로 대천명님이었다. 대천명님은 참석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춘천까지 함께 하고 싶어서 무례를 무릅쓰고 나오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무례에 대한 보상으로 아침을 사시겠다고…, 아침은 고사하고 걱정이 앞섰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게 이 분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체격조건을 볼 때 썩 자전거를 잘 탈 것 같지 않은 조건을 갖춘 (대천명님 이렇게 말함을 용서하세요) 분이라는 것 밖에는…, 이런 나의 얼굴표정을 읽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신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따라 가겠지만 못 가면 저 혼자 갈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가세요.” 이 말에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번장의 책임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목적한 라이딩을 마치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다. 비록 자신의 라이딩을 포기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점에서 볼 때 대천명님의 말씀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곧 이어 공체선님이 도착하신다. 공체선님 명성만 들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얼굴을 뵙고 보니 이미 남한산성에서 함께 라이딩을 한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봄맞이님이 늦으신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으시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라이딩에 대한 긴장 때문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어 나지 못했다 한다.
이제 최종 참가자가 확정 된 것이다. 아이롱맨님, 주목님, 마법의 숲님, 공체선님, 대천명님 그리고 나, 이렇게 6명의 라이더들은 내가 준비한 코스 안내와 전화번호부를 받고 새벽공기를 가르며 라이딩을 시작한다. 처음 2,30분간은 몸 풀기다. 몸은 페달링의 회전 수를 신비하게도 기억한다. 그래 페달을 가볍게 해 몸을 풀어 본다. 그리고 그 회전 수에 익숙 해 질 무렵 기어 비를 높여 간다. 이 때 역시 회전 수는 처음의 그것을 유지한다. 이렇게 몸 풀기를 마친 후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된다. 나는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며 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체선님의 꽁지에 바짝 붙었다. 거의 30센티 간격으로…, 뒤에서 바라본 공체선님의 페달링은 역시 선생님 다웠다. 내가 페달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상식 그대로 였으니까.
하일 인터체인지를 지나 하남에 가까웠을 때 우리는 대천명님이 안 보이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잠시 내 얼굴을 쳐다 본다. 번장으로서 결정을 내려 달라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이 때 대천명님의 말이 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해 따라 가겠지만 못 가면 저 혼자 갈 테니까 염려하지 말고 가세요.” “원래 우리 멤버도 아니고 혼자 알아서 하신다 하셨으니 갑시다.” 라고 냉정한 말 한 마디를 내 뱉었다. 모두들 내 말에 동의를 하고 다시 냉정한 페달 질을 시작한다. 뒤 떨어진 사람이 도무지 따라 올 수 없을 정도의 페달링으로…,
팔당댐 언덕에 이르렀을 무렵 공체선님의 “앞서 가세요”라는 말과 동시에 주목님이 앞으로 튀어 오른다. 언덕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파괴력으로 앞서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공체선님, 마법의 숲님이 번장인 나를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 했다. 무서운 질주다. 나는 여기서 깜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꾀나 애를 먹었다. “헉! 주목님의 힘이 보통이 아닌데” “이러다가 정말 허접 번장 되겠는 걸” 이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사실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나는 마법의 숲님 다음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팔당댐의 언덕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주목님을 보면서 나의 그런 생각이 깨어지는 듯 했다. 이 때 또 한가지 생각을 했다. 여기서 오버페이스 하면 안 되는데…, 두시간 동안 쉬지 않고 페달 질을 해야 하고 아침 식사 뒤에는 춘천의 외각도로와 배후령을 넘어야 하는데…, 저들은 나에게 제지할 틈도 주지 않고 까마득히 앞서가기 시작을 했다. 하지만 나는 무리 하지 않고 평소 연습한대로 내 페이스에 맞춰 페달 링을 해 본다. 단숨에 내 닫고 끝낼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인데…, 아니나 다를까 두시간 남짓 페달 질을 했을 때 꼬리조차 보이지 않았던 선두 그룹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을 한다. 공체선님, 주목님, 차례차례 꽁지를 밟고 지나갔지만 마숲님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참을 달려도 마숲님의 꼬리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공체선님, 주목님과 한 그룹이 되어 앞서 갔는데 이분이 어디로 갔을까? 공체선님과 주목님의 꼬리를 밟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마법의 숲님의 꼬리는 보이질 않는다. “혹 내가 못 본 사이 지나쳐 왔나” 하는 순간 저만큼 앉아서 쉬고 계신다. 나를 보시더니 멋적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타신다. 역시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분이다. 어디서 저런 파괴력이 나오는지…,
이렇게 두 시간동안의 힘찬 페달 질 끝에 우리가 처음 목적한 상천 에덴 휴게소에 도착했다. 처음 내가 계획했던 시간에 정확하게…
회비를 걷고 아침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며 다시 출발 준비를 할 즈음 다시 그 쑥스러운 미소를 뛴 대천명님이 도착을 하신다.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늦으셨단다. 우리는 포기 했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거기까지 혼자 따라 온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기까지 잠시 담소를 나누고 다시 출발을 외친다. 이때 대천명님께서 본인은 여기서 떨어지면 다시 보기 힘들 터이니 점심 사 먹으라 하시며 점심 값을 주신다. 우리는 그럴 수 없노라고 했지만 대청명님은 완강함에 밀려 감사함으로 점심 값을 받아 넣었다. 우리 계획 대로라면 다음 휴식은 세월교를 지나 쉬게 될 것이다. 상천 에덴 휴게소에서 세월교까지는 50키로 이다. 이 50키로 구간 가운데 30여 키로는 평지이지만 20여 키로는 언덕 9개를 넘어야 하는 힘든 코스이다. 이 구간을 나는 두 시간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지 30키로 구간은 35키로 이상 속도가 날 것이고 언덕 20키로 구간은 평속 20키로 정도는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 30키로 평지 구간을 지나 드디어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하는 춘천 외각 도로로 접어 들었다. 지루한 언덕의 시작이다. 차로 넘으면서도 지루했었는데 자전거로 이 길을 넘으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니 숨이 가슴까지 차 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여기서부터 이제 그 힘든 언덕들이 시작 되는 것이니…, 언덕을 몇 개 넘고 홍천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우리는 공체선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해어져야 했다. 마법의 숲님은 이미 인사하기 전에 어디론 가 사라져 보이지도 않았고 주목님이 앞서고 나, 아이롱맨님이 그 뒤를 따른다. 다시 팔당댐 부근에서 보았던 주목님의 그 파워가 돋보인다. 죽죽 앞서 나가기 시작하더니 저만큼 사라져 버린다. 뒤를 돌아 보니 아이롱맨님도 저만큼 뒤떨어져 따라 오고 있다. 아이롱맨님, 그는 유일하게 산악용 타이어를 달고 오신 분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는 모두 1.5, 1.75 도로용을 달고 달렸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었을까? 드디어 마지막 언덕인 구봉산 휴게소가 있는 언덕이다. 이 언덕은 9개의 언덕 중에 가장 긴 언덕이다. 마지막 9번째 언덕에 이르자 주목님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신다. 죽죽 내 앞을 지나가시던 분이 뚝뚝 떨어져 이제 내게 꼬리를 내 주고 계신다. 주목님께서 휴게실에서 한 말이 생각 난다. “난 두 시간짜리 배터리예요” 나는 처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 의미를 실감한다. 두 시간이 다가오자 그만 쳐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주목님의 배터리는 두 시간 이상이다. 그의 문제는 배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못 된 페달 링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페달 링으로 언덕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언덕을 오르기에 종 단지에 젖산이 싸여 쉬 피로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주목님이 제대로 된 페달 링을 한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파워를 가지실 분처럼 보였다. 우리는 20여분 일찍 세월교 부근에서 쉴 수 있었다.
예상했던 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10키로의 언덕인 배후령에 붙었다. 주목님이 먼저 출발을 하고 다음 마숲님 그리고 나와 아이롱맨님이 출발을 했다. 역시 마숲님과 주목님은 엄청난 파워로 앞을 치고 나가신다. 페달 질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꼬리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앞서 가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주목님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마숲님이야 나하고 비교 대상이 아니니 제쳐 두고 주목님은 내가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아니나 다를까 정확하게 언덕 5키로 지점에서 주목님을 따라 잡았다. 끝없이 펼쳐지는 언덕이었지만 이미 마음에 단단한 각오를 한 터라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7키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어 이거 잘 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 질 수 있겠는 걸”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마숲님의 페달 링이 무척 힘들어 보였고 속도 역시 현저하게 줄기 시작을 했다. 나는 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고 마숲님 뒤를 따라 붙었다. 8키로 지점을 좀 넘어 섰을 때 마숲님의 자전거가 내 자전거 바로 앞에 붙어 버렸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속초 투어를 하면서 난 마숲님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 여러 대회에서 입상을 거듭 하고 있는 마숲님과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내 마음이 얼마나 설렜을까?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다리에 힘이 빠졌던 것으로 보였던 마숲님이 내 숨소리를 듣더니 다시 엄청난 파워를 쏟아 부으며 페달 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 분명 힘이 빠져 있었는데…” 도대체 마숲님의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마숲님의 패달링을 보면 교과서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의 파워는 엄청나다. 그가 이렇게 엄청난 파워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두 가지 결론을 내린다. 하나는 엄청난 연습량이다. 거의 매일 상당한 시간을 자전거와 함께 사신다. 다른 사람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른 하나는 남다른 승부 근성이다. 나는 마숲님과 몇 번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숨이 턱에 차 오르면 더 이상 힘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마숲님은 다르다 그런 순간이라 할지라도 앞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극한 상황까지 자기를 몰고 간다. 이런 그가 여러 번의 시합으로 정신력까지 다져졌으니 아무리 힘이 빠졌다 하더라도 나를 앞질러 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배후령 정상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먹을 장소를 향해 힘찬 라이딩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여기가 분수령과 같은 곳이다. 내 체력이 바닥이 나는 130에서 150키로 구간이다. 나는 이미 라이딩 계획을 세우면서 이 구간에서는 좀 쉬기로 생각을 했었다. 마숲님과 주목님을 저만큼 앞서 보내고 페이스 조절을 해 본다. 이 구간 동안 체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갈 수 있다면 속초 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 속에 체력을 아끼며 페달 링을 해 본다. 추곡터널을 지나고 소양호변에 들어 섰다. 이 구간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구간이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곳을 가기 위해 한참을 돌아 가야 하는 굴곡이 심한 도로이다. 나는 이 구간을 혼자 달리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처음 이곳을 라이딩 하다 너무 더워 목욕을 하던 다리 밑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짖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며 부르던 노래를 떠올리기도 했다. 앞 선 사람들은 얼마나 가 있을까? 뒤에서 따라 오는 아이롱맨님은 얼마나 처졌을까? 공체선님은 어디쯤? 대천명님은 춘천에 도착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코너를 돌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마숲님과 주목님이다. 소양호변 첫 휴게소에서 두 분이 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다시 영양 보충을 한다. 주목님 후배가 싸 주었다는 홍삼, 밤 등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페달 질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역시 마숲님이 앞서 가신다. 그리고 나 주목님, 아이롱맨님 순으로 그 지루하고 지루한 소양호변을 달려 본다.
여기서 나는 큰 사고를 당할 뻔 한 아 찔 한 순간이 있었다. 커브를 돌면서 마숲님이 어디쯤 가고 있나 싶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그만 자전거가 같 길로 들어 가고 말았다. 거기는 도로 보수로 인해 많은 모래 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순간 나는 머리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거 라이딩을 접어야 하는 구나” “사고가 크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절대로 브레이크를 잡아서는 안 되 하는 것이었다. 로드 타이어로 아스발트 위의 모래 위를 달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내 생각은 적중했다. 자전거는 약간의 흔들림만 허용한 체 유유히 그곳을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렸는지…,
점심을 먹기로 했던 양구 선착장 부근의 통일 휴게소는 문을 닫은 지 오랜 듯 했다. 하여 부근의 다른 식당을 찾았다. 밤나무 집이었던가? 개울가에 지어진 제법 괜찮은 집이었다. 음식 맛도 훌륭했고 잠시 드러누워 있기도 괜찮은 집이었다. 우리는 거기서 약 한 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광치령을 향해 힘찬 페달 질을 시작했다. 광치령, 5키로에 가까운 제법 긴 언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10키로 대의 배후령을 넘지 않았는가? 또 이 광치령만 넘으면 원통까지 내리막 길이다. 그야 말로 거저 갈 수 있는 길이다. 이번에도 순서는 정해 졌다. 마숲님 나 그리고 주목님, 아이롱맨님, 우리는 단숨에 5키로의 광치령을 넘어 원통삼거리까지 내 달았다. 원통삼거리 휴게실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결전을 위해 영양보충을 하고 미시령을 향해 다시 출발을 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서울을 출발한 많은 라이더들을 만났다. 50씨씨 오토바이를 앞 세우고 그 뒤를 따르던 라이더들과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라이더들, 그리고 그 외에 무리들을…, 우리는 저들을 제치고 미시령을 향해 마지막 힘찬 페달 질을 했다. 미시령, 처음 속초를 찾을 때만 하더라도 "미시령을 어떻게 넘지" 하는 중압감에 시달렸지만 이번은 달랐다. 이미 우리는 미시령과 맞 먹는 언덕들과 씨름을 하고 난 터라 미시령이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다. 미시령 정상 3키로 푯말이 보일 때까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페달 질을 했다. 하지만 3키로 푯 말이 보이고 난 이후 페달 질은 점점 힘들어만 갔다. 언덕의 경사가 심해 질수록 잠깐 페달 질을 멈추고 쉬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더욱이 자전거를 타던 라이더들이 줄줄이 쉬고 있을 땐…, 그럴 때마다 마음 속에 갖었던 생각은 이건 나만 힘든 것이 아니야. 나를 앞서가고 있는 마숲님도, 내 뒤를 따르는 주목님이나 아이롱맨님도 힘든 건 마찬가지 일 꺼야 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며 저들도 참고 달리는데 나라고해서 못 참을 것이 무엇이 있냐는 말을 수 없이 되 뇌이며 힘든 페달 질을 했다. 미시령 2키로 전이었을까? 갑자기 앞서가던 마숲님께서 자전거에서 내리신다. 어찌 된 일이지…?, 순간적으로 나도 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그 때 마숲님이 이렇게 말한다. 체력이 바닥이 나 도무지 못 가겠다고 배를 채워야 하겠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번투어를 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미시령에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건 당연히 마숲님의 몫이었고 난 단지 그 뒤를 따라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마숲님이 그 자리를 내게 내 주신 것이다. 행운이 내게 찾아 온 것이었다. 잠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본다. 하지만 이내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마숲님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허접 한 번장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게 양보한 것이라고…,
미시령에 오르자 비 맞은 차들이 눈에 보인다. 아마도 저 아래는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여기서 내려 서야 한다. 로드타이어를 끼고 빗길의 미시령을 내려 가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다. 잠깐 비 옷을 꺼내 입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옆을 지나는 차들에서 간간히 “파이팅” 이라는 소리가 들려 온다. 빗길이라 긴장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 소리에 눈길을 줄리 만무하다. 차들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는 판인데 자전거는 오죽하랴…, 시속 60키로 이상은 쏠 수 있는 미시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내 24키로 이상을 내지 못한 체 미시령을 내려 왔다. 미시령을 내려 서면서 비로소 함께 한 이들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에 앞선다. 미시령에 함께 모여서 빗 길에 대한 주의를 주고 내려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혹 빗 길에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툭 튀어 나오더니 앞서 간다. 주목님이다. “어! 저러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지…” 나중에 주목님은 이 일에 대해서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말씀해 오셨다. 사실 그 때 난 주목님의 뒤를 따르며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우리는 숙소에 도착을 해 여장을 풀었다. 옷을 빨아 말리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은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중앙시장을 향했다. 하지만 아이롱맨님은 못 가시겠단다. 감기 기운도 있고 배도 아프고 엉덩이도 벗겨져 움직이기 힘들 다는 말을 하신다. 우리는 냉정하게도 그 힘든 길을 함께 해 온 아이롱맨님을 홀로 남겨 두고 속초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롱맨님을 잊은 체 담소를 나누고 배를 채웠다. 식사 후 아이롱맨님께서 부탁한 물품을 사 들고 숙소에 도착을 했을 때 아이롱맨님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도무지 내일 함께 라이딩 하기 힘들 것 같아 형님을 오시라 했다 한다. 1시 도착 예정이니 신경 쓰지 말고 주무시란다. 아쉽다. 그 힘든 길을 여기까지 함께 했는데 내일 함께 하지 못함이…,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 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잠 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 동안의 라이딩에 대해 정리 해 본다. 어깨가 아파 진통제를 먹어 가며 달려 온 240키로의 긴 여정을…
참고:잠실 출발 시간 : 5:40분, 미시령 도착 5:40분
실제 자전거 탄 시간 8:45분
총 키로 수 240키로
평속 27,3
위의 자료는 1.9에서 1.5로 수정하지 않은 자료입니다.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시령을 24키로로 내려 온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오차는 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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