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숙소를 목욕탕과 같이 있는 여관으로 잡았더니 샤워기에서 물나오는게 영 시원찮습니다 -_-; 일부러 찔끔찔끔 물나오게 해서 1층에 있는 목욕탕을 이용케하려는 여관주인의 상술같습니다 =_= 거기 말려들 저희가 아닙니다. 여관주인한테는 미안하지만 수도꼭지란 수도꼭지는 다 틀어서 욕탕에 물가득 받아다 씻습니다. 어제 자면서 오늘은 좀 일찍일어나서 출발후 대구까지 가지고 다짐을 했건만 여전히 출발은 9시30분경입니다. 이눔의 늦잠자는 버릇은 어쩔수가 없나봅니다. 깨우는 사람이 없으니 둘다 이불위에서 딩굴딩굴입니다.
대구까지의 거리가 너무 먼듯해서 중간에 한번더 경유할까하다가 미친척 밟아봅니다. 특별히 넘어야할 업힐도 그다지 없는것이 속도내기 딱좋습니다. 하늘도 우리를 돕는듯 지금껏 사흘간이나 우리를 고생시켰던 맞바람도 오늘은 안붑니다. 폐달링하다가 죽더라도 대구까지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봅니다. 사흘간을 죽어라 장거리 탔더니 똥꼬에선 점점 감각이 사라져가고 허리는 구부려진채 펴지질않습니다. 여전히 오른쪽 종아리는 폐달링때마다 아프다고 난립니다. 하지만 이미 가기로 마음 먹은것 포기하고 싶은마음 굴뚝같지만 오기로 버팁니다. 대전을 들어서면서 점심때가 지났지만 밥생각도 없습니다. 대전시내에서 이미 1시간가량을 헤메고 다닙니다. 아마 수십번 길을 물어봤는데 물어보는 사람마다 알려주는 방향이 다릅니다 -ㅅ-; 차들도 많은것이 서울시내에서 헤메던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다음번 장거리 계획떄는 도심을 통과하지 않던가..아니면 지리를 잘 아는 분 한분을 섭외한후에 라이딩하리라 다짐합니다. 결국 대전시내에서 왔던길을 수차례 되돌아가길 반복한후 겨우 이정표발견해서 국도로 올라탑니다. 이미 시간은 지체될대로 지체됐습니다. 대구까지가야할길이 까마득한데 빗방울도 떨어지는게 서서히 오기로 버텨왔던 맘조차 무뎌집니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대구행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싶은 맘이 굴뚝같이 밀려듭니다. 결국은 지금껏 해온게 아까워서라도 버스는 못탑니다.
갈등을 하는 동안 국도로 이미 올라탔습니다. 에이몰라.. 그냥 폐달 밟습니다.
자정전에는 도착하겠지 -_-;; 설마 오늘안에는 못갈려고.. 대전에서 헤메느라 끼니도 걸렀습니다. 당연 밥굶어가면서 타니 힘도 안나고 죽을지경입니다. 너무 무리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들지만 기록 한번 세워보자라는 심보로 갑니다. 한참을 이런생각저런생각하며 달리다보니 큼지막한 초록색 간판에 흰글씩로 '대 구 118km' 라고 적힌게 휙~ 지나갑니다. 앗!! 대구다 대구.. 순간 몸에서 힘이 번쩍번쩍나는 것이 비명한번 지릅니다. 갈길이 보이기 시작하니 비실비실하던 몸에 힘도 나고 정신이 없습니다. 성한형도 환호성을 지릅니다. 타지에 있으니 고향생각이 절로나는것이 애국자가 되려면 해외에 있어봐야한다라는 그 말이 실감납니다. 지금껏 봐오던 어떤 이정표보다도 반갑습니다. 집으로 향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폐달질합니다. 서서히 날은 저물어 가고 배가죽은 등에 달라붙었습니다 -_-; 이제는 배고파서 다리가 안움직입니다. 영동을 지나면서 갑자기 짜장면한그릇이 생각납니다. 둘이서 얘기합니다. 짜장곱배기 한그릇먹고 힘내서 대구까지 밟자. 둘다 배가 고프니 눈빛교환만으로도 서로의 의사교환이 되는듯합니다. 밥먹기위해 일부러 시내로 들어가긴 시간이 아깝고해서 가는길에 중국집보이면 들어가기로 하고 갑니다. 영동을 지나가며 길옆으로 고개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중국집찾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있을듯하면서도 안보입니다. 이제는 밥먹을생각에 있는힘 없는힘 다 짜내서 갑니다. 힘들어도 밥먹을생각에 마냥행복합니다. 엇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집들이 점점 사라집니다. 어랍쇼.. 이러면 안되는데..집들 대신 슬슬 논과 밭만 늘어납니다. 헉.. 우리 짜장면은.. 가던길 되돌아갈순없기에 눈물을 꿈참으며 다시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이제는 다리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속도계를 보니 14~15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약간만 오르막되면 9도 나옵니다 -_-;
유니폼 맞춰입고 이런속도로 달리다니.. 남들이 보면 혀를 찰노릇입니다. 짜장면 먹자고 결정하고 벌써1시간을 넘게 달려왔습니다. 좀더가다간 죽을꺼같은 시기에 딱 중국집이 나타납니다. 식당 고를것도 없이 바로 자전거 던져놓고 짜장곱배기에 꾼만두하나 시킵니다. 씻을여유도 없습니다. 허겁지겁 먹고 배에 포만감이 생기고 나니 힘이 납니다. 이제는 배고푸지말자며 슈퍼에 들러 사탕도 한봉지삽니다. 자 이제 배도 채웠고 다시 대구를 향해 떠납니다. 자전거에 올라타 폐달을 밟으니 아까완 차원이 다릅니다. 오르막을 평지처럼올라갑니다. 역시 사람은 먹어야 힘이 나는가 봅니다. 라이딩하면서 사탕까지 까먹으며 가니 힘도 나고 지겹지도 않은것이 딱좋습니다. 예전 군대에서 행군할때 까먹던 사탕생각이 납니다. 그때 주던사탕이 괜히 주는것이 아니었습니다. 사탕한개에 이렇게 힘이 날줄알았더라면 진작부터 먹는건데.. 이미 해는 저물었고 짜장면과 사탕의 힘으로 이미 김천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시야가 어두워지니 라이딩하기엔 최악이었지만 이미 고지를 눈앞에둔 상황이라 어쩔수없습니다. 길은 성한형이 잘 아는터라 무작정뒤에 램프만 보고 따라갑니다. 어두워서 업힐인지 평지인지 구분이 안되던터라 무작정밟습니다. 짜장면과 사탕에 힘도 얻은지라 크랭크엔 항상 젤큰넘이 걸려있고 카세트쪽엔 평지와 다운힐은 젤 작은넘 업힐엔 세번째 작은넘입니다. 힘들어도 무작정밟습니다. 업힐하는데도 속도가 30이 넘습니다. 사탕의 힘이란 -_-; 전 길도 모르는터라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모릅니다. 무작정 성한형뒤만 쫓습니다. 뒤에서 제가 힘들어하니 성한형이 다왔다 다왔어란 말만 반복합니다. 지금생각해보니 다왔어란 말은 대구도착2시간전부터 했고 진짜다왔어는 도착하기 1시간전부터 계속외친거같습니다 -ㅅ-;; 마지막 짜장면과 사탕의 힘도 점점떨어질쯤에 상해형과 재승형이 형수와 가족들과 함께 마중나왔다는 연락이 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반겨준다는게 더없이 기쁘고 힘이 날수가 없습니다. 응원의 힘이란 이런것인가 봅니다. 아무것도 없어도 응원해주고있다는 그말한마디와 마중와서 기다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에너지의 200%를 내고있습니다. 서서히 눈에 익은 길이 보이고 그 깜깜한 와중에도 우측편으로 대구광역시라는 이정표가 눈에 확들어옵니다. 해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밀려듭니다. 형들이 마중나왔다는 장소로 이동후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샴페인도 터뜨려줍니다.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습니다. 대구도착을 하니 이미 시간은 10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생각보단 일찍도착한듯 싶습니다. 자정전에 갈수있을까했었는데.. 사람들의 많은 응원으로 이렇게 힘을 낼수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자릴 빌어 저흴 응원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싶습니다.
지금껏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나마 저희경험이 다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날 라이딩 정보 : 오산 - 대전 - 김천 - 왜관 - 대구
라이딩 거리 : 289Km 투어간 총 누적거리 88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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