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동료애와
가슴속이 멍멍하도록 아픈 감동을 안고 다녀왔습니다.
출발때의 목표는 분명 속초였지만 가는 도중, 그리고 도착해서
우리의 목표가 속초만은 아니었다는걸 알았습니다.
속초라는 지역적 목표를 보고 출발했지만 그건 거기까지 달려가자는 말이었고
거기까지 어떻게 갈것인가를 생각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모자라는 글솜씨로 어찌 그 감동과 희열을 여러분에게 전해드릴수 있을까요?
출발 전날에도 비는 오락가락 합니다. 제 아내나 아이들도 걱정입니다.
고생하니까 포기하고 집에서 부침개나 부쳐 먹자고 말입니다.
레드맨님께 쪽지를 드립니다.
[가실거죠?]
[당근이죠 ^^]
말바게시판에 올라온 마이콜님의 글을 보고 결정합니다.
[따르겠습니다.]
그 순간부터 퀵실버는 하나의 의심도 없이 마이콜님을 믿기로 합니다.
짐을 정리하고 차가운 물을 한잔 벌컥거리며 들이킵니다.
가슴이 시립니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드디어 간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속초투어를 간다.
동경과 질투의 대상이었던 속초투어의 일원이 되어 나는 내일 아침이면 힘차게 달릴것이다.
아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만히 말합니다.
[잠이 안와?]
[웅!]
[그래도 자야지. 멀리 갈거면...]
[웅!]
......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납니다.
시계가 4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허둥대며 얼굴을 씻고 짐을 들쳐 맵니다. 자전거를 꺼내어 집을 나섭니다.
아내가 따라나와 말합니다.
[비가 오네?]
[그러네.]
[가려구?]
[그럼! 가야지]
[... 조심해서.....]
아내의 말속에 물기가 고여있습니다.
[다녀올께.]
짐짓 힘차게 말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트럭에 자전거를 올리고 시동을 켭니다.
그르렁하는 소리에 가슴이 흠찟 놀랍니다.
워커힐을 넘어 모임장소로 달립니다.
도착하니 내가 제일 늦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응원나오신 니콜라님과도 반갑게 악수를 하고 나니 잠시후 노을님이 편안한
복장으로 도착합니다.
이것저것 부산하게 챙겨주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충동구매 하셨다는 펌프로 꼼꼼하게 바람도 넣어주시고 가온님에게
짐받이도 달아주십니다.
그리고 기념 촬영후 곧바로 출발.
굳이 팔당터널까지 에스코트를 해주시겠다는 노을님을 뒤에 달고 워커힐을 넘어
힘차게 출발합니다. 퀵실버가 선두에 섭니다.
비가 점차 굵어집니다. 빗길이라 신경이 곤두섭니다.
자주 후미를 힐끔거리며 선두에서 리딩합니다. 대열은 흐트러짐 없이
순조롭게 달립니다.
팔당터널 앞에서 잠시 쉽니다. 노을님이 특유의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십니다.
터널을 통과해 양평을 향해 다시 달립니다.
터널이 끝나자 노을님, 차를 돌려 돌아가시며 화이팅을 힘차게 외칩니다.
힘이 납니다. 초반이고 빗길이라 부담가지 않는 속도를 유지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양평길 다리구간을 지나 두개의 언덕을 넘어 양평공항앞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검은 흙탕을 뒤집어써 엉망입니다.
선두에 섰던 퀵실버만 그나마 좀 깨끗합니다.
[이거 찍어야 돼]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두 여유가 있어 즐겁습니다.
따뜻한 식사를 하니 몸이 더워집니다. 식사중 잠시 그쳤던 비가 출발하니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비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투어가 끝날때까지 팀을 괴롭힙니다.
홍천쪽으로 자전거를 돌려 더 굵어진 빗속을 질주합니다.
선두에 퀵실버와 슈가바이크님, 중간에 마이콜님과 가온님, 후미에 레드맨님의 순서로 일사불란하게 달립니다.
별다른 사고 없이 순조롭게 달립니다.
이제는 내리는 비에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 쏟아붓는 빗물에도 별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빗물이 자꾸 눈에 튀어 눈이 아픕니다.
홍천을 지나 신남, 인제쪽으로 달립니다.
조금씩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무릎 바깥쪽에 서서히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냥 참을만해서 말없이 달립니다. 대원들 모두 다 힘들고 추울테니 특별히 나만
봐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린 [팀]이니까요.
중간에서 달리던 가온님이 추위로 인해 조금씩 힘들어 합니다.
그러다 슈가바이크님의 타이어에 인라인 리쁠로 추정되는 커다란 못이 박히면서
잠시 쉽니다. 버스정류장에 자전거들을 세워 놓고 비를 피하며 쪼그리고 앉아 타이어를 정비합니다.
레드맨님은 공구를 참 많이도 가져오셨습니다.
무게도 다른사람의 두배는 되어 보입니다. 튜브도 다섯개씩이나...
다시 출발하여 한참을 달린후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쏘세지랑 이것저것 먹거리로
허기지고 피로해진 심신을 달랩니다.
마이콜님이 말합니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으니 인제까지 바로 갑시다. 약 50km 정도 남았습니다.
가면서 행동식을 먹고 점심은 거기서 먹기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단 하나의 의심이나 이견이 있을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팀장의 말을 믿어야 하고 그는 우리의 팀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팀원들은 단하나의 마음으로 뭉쳐있으니까요.
다시 선두에 서서 리딩을 합니다.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다운스트로크 하기가 무서워집니다.
페달을 밀어낼때마다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중간과 후미가 선두와 조금씩 멀어지면 잠시 서행하고 가까워지면 다시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 백두산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인제가 바로 코앞에 있다고 합니다. 모두 춥고 젖어서 덜덜거리며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비가 다시 잦아듭니다. 참 너무하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식당아주머니가 이거이 먼일이여 하시며 얼른 들어오라 하십니다.
갈비탕으로 통일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립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춥지?] 하며
가스불판에 불을 올려줍니다. [손이라도 좀 따뜻하게 해]
그 조그맣고 파란 불의 온기보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더 우리의 몸을 녹여줍니다.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남여 한쌍이 우릴 보며 말합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서울요]
[서울요? 이 빗속에 자전거로요?]
[예]
[허 참!]
뜨거운 국물이 하얀 김을 피어올리며 테이블에 놓여집니다.
모두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을 바라봅니다.
레드맨님이 고기 한점을 물더니 조용히 말합니다.
[질기네. -.-;;;]
다들 허겁지겁 먹을줄 알았지만 식욕이 떨어져서 인지 겨우겨우 한그릇씩 비웁니다.
거의 마시지 않은 물통에 혹시나 하며 물을 보충하고 다시 출합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선두에 섭니다.
조금 가다가 뒤를 몇번 살핍니다.
표정들을 보니 컨디션이 좀 좋아진듯 보입니다.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마이콜님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씩 속도를 내봅니다.
이제 무릎의 통증은 아예 뼈속을 파고듭니다.
다시 뒤를 봅니다. 잘 따라옵니다.
좀더 속도를 냅니다. 한참을 달린후 또다시 뒤를 봅니다.
한치의 뒤쳐짐도 없이 출발했던 그대로의 간격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달립니다.
가슴이 뜨거워 집니다. 본격적인 팀라이딩을 위해 더욱 속도를 올립니다.
대여섯개의 크고 작은 언덕들을 단숨에 치고 넘어갑니다.
한사람의 움직임처럼 모두가 부드럽고 힘차게 쾌주합니다.
갈비탕의 위력이 심하게 발휘됩니다.
입에서 희열과 감동의 외침이 나옵니다.
[OK! 바로 이거야. 고우!!!]
이제 퍼붓는 비따위나 무릎의 통증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합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무장된 건각들이 힘차게 페달을 밀어냅니다.
뜨거운 가슴이 최고조로 팽창해 터질듯 합니다.
가는 길쪽엔 자동차의 통행이 거의 없어 편도일차선의 도로 중앙을 미친듯이 질주합니다.
반대편에 밀려있는 차들중에서 간간히 파이팅과 월드컵때의 그 박수소리 리듬에 맞춰 크락숀을 울려줍니다.
그 와중에도 손을 흔들어 줍니다.
한참을 달려 미시령과 한계령을 가르는 검문소 삼거리 휴게소를 얼마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가 이상합니다.
포크가 자꾸만 주저 앉습니다.
아~ 포크가 터졌나 보다. 큰일이다.
몇번 반동을 주며 자세히 보니 포크가 아니라 앞바퀴의 바람이 다 빠져나가고 홀쭉해져 있습니다.
휴게소가 얼마 남지 않아 그냥 갑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검문소 삼거리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검문소 위병들이 길을 터주며 거수경례를 올려붙입니다.
다들 기분이 좋아져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한참동안의 쾌주에 모두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듯 합니다.
급하게 튜브를 갈고 행동식을 섭취한 뒤 미시령을 향해 다시 출발합니다.
슈가바이크님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대원들이 따라갑니다.
묵묵하고 조용히 선두를 이끄는 슈가바이크님이 믿음직 합니다.
그리고 인공폭포에 진입합니다.
상당히 높은 절벽위에 설치해 놓은 폭포에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이거 찍어야 돼]
레드맨님이 카메라를 꺼내 기념촬영을 합니다.
한쪽에서 몇사람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평상복 차림으로 족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우리가 미친게 아니고 저사람들이 미친게 아닐까요?]
[그러게. 이 빗속에서 먼놈의 족구?]
[우헤헤~~]
다들 떠들썩하니 웃어봅니다.
슈퍼에서 뭐 좀 먹고 미시령을 넘자는 말에 레드맨님이 조금만 가면 휴게소가 있다며 거기서 먹자고 합니다.
다들 좋다며 출발합니다.
다시 선두에 서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오른쪽 다리는 구부리기가 힘들정도입니다.
가온님은 추위와 체력저하. 레드맨님은 고질적인 관절염. 슈가바이크님은 왼쪽 다리 오금의 통증.
마이콜님은 내색을 하지 않아 파악하기 힘들지만 역시 힘드시긴 마찬가지겠지요.
팀원 모두 기분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지만 심신은 지치고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휴게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기점 6km를 지나 4km에 도착해도 휴게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 된거죠?]
뒤에 오시던 레드맨님께 소리칩니다.
[없어졌네요]
[뭐가요? 휴게소가요?]
[네. -.-;;;]
[에이~ 설마요.]
그러며 조금더 올라가니 저만치 앞쪽에 포크와 숟가락이 그려져있는 포지판이 보입니다.
[있구만. 휴게소.]
반가운 마음에 얼릉 가서 자세히 보니 (휴게소. 미시령 정상 4km) 라고 써있습니다.
[헐~~ 레드맨님]
결국 그 지점에서 쉽니다.
[어찌 된거죠?]
[아~ 한계령하고 착각했어요. 쩝!!]
[잉? 에헤헤~~ 난 또..]
다들 한바탕 웃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원들은 출발때 보다는 가슴이 백평은 더 넓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행동식을 섭취하고 미시령을 점령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섭니다.
마이콜님이 만원짜리 한장을 주시며,
[퀵실버님이 먼저 가셔서 뜨거운거 좀 사 놓으세요.]
[오뎅하고 떡볶이] 가온님이 거듭니다.
[쿄오~~ 거 조치요]
[이쑤시게 꼿아서..]
[이히히~]
퀵실버 먼저 출발합니다.
자전거에 올라 오른쪽 발을 밀어내는 순간 입에서 억~~ 소리가 나옵니다.
미시령을 올라갈 자신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위해 꾸역꾸역 오릅니다.
그 순간만큼은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이 너무나 먹고싶은 지상과제입니다.
초반 나즈막하지만 지루한 언덕을 시작하여 갈수록 점점 일어서는 고개를 천천히 정복해 나갑니다.
몸은 추위와 통증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의지만은 더욱 선명하게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정상기점 3km, 그리고 정상기점 2km.
이제 2km 남았다. 흐느적거리며 오르는데 잠시후 다시 정상기점 2km라는 표지판이 또 보입니다.
[이런. 이런 떡을 할~~]
성질죽이며 계속 오릅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무엇 때문에 오르나 하는 생각은 이미 부질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위해 오릅니다.
그 빨갛고 쫀득한 떡볶기와 뜨거운 김을 피워 올리며 우릴 반길 오뎅을 위해 오릅니다.
그리고 정상기점 1km. 거의 다왔다. 거의 다왔다.
언덕은 이제 아예 벌떡 일어서 있습니다.
저 아래에서 레드맨님이 화이팅을 외칩니다.
퀵실버도 화답합니다.
아! 그러나 미시령은 결국 퀵실버를 품에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앞바퀴가 다시 주저앉기 시작합니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널 오르기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뼈를 깍아내는 통증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럴수가. 이럴수가...
홀쭉해진 타이어를 보며 어떡하든 오르려고 페달질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윌리를 배워둘껄...]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는 순간 가슴속이 편안해 집니다.
펑크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도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부처의 깨닳음도 이러했을까요?
나의 목표는 네가 아니었나보다. 아니, 꼭 자전거를 타고 널 오르는게 목적이 아니었구나.
저 아래에서 온힘을 쏟아내며 오르고 있는 대원들이 나에겐 있다.
단단한 끈으로 묶여있는 저 팀을 보라.
저 감동적이고 멋진 보습들을 보라. 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미 저들과 고난과 추억과 사랑으로 단단히 묶여있는 한팀이니까.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그리고 정상에 섭니다. 정상에 섭니다. 정상에 섭니다.
차가운 한기의 바람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정상은 온통 운무와 비와 바람으로 소용돌이 칩니다.
텅 비어있는 휴게소의 광장이 쓸쓸해 보입니다.
잠시 서서 황량해 보이는 정상의 풍광을 둘러봅니다.
펑크수리를 위해 천막이 쳐져있는 곳으로 갑니다.
잠시후 레드맨님이과 슈가바이크님이 올라오고 마이콜님과 가온님도 올라옵니다.
타이터를 분리하고 있는데 다가와서 그럽니다.
[잉? 또 빵꾸여? 쉴때마다 빵꾸네?]
[그러네요. 아하하 ^.^;;;]
결국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포기, 기념촬영만 하고 서둘러 내려갑니다.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고 브레이크 레버를 힘차게 당겨 잡은 후 천천히 내려갑니다.
내려갈수록 운무가 짙어집니다.
중간쯤 내려와서는 거의 10m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깊고깊은 수렁속으로 천천히 빠져들듯이 다운합니다.
브레이크를 잡은 손이 곱아 감각이 없어집니다.
앞사람의 깜빡이는 테일라이트 불빛만을 보며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지루한 다운이 끝나고 속초 시내로 접어듭니다.
행보가 빨라집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기 위함입니다.
한참을 달리다 앞서가던 가온님의 체인이 이탈되며 걸려 꼬여버립니다.
선두에서 달리던 마이콜님을 불렀지만 듣지못하고 그냥 갑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전화를 합니다.
먼저가셔서 예매를 하시라 하고 자전거를 손봅니다.
이상하게 꼬여버려 쉽지가 않습니다. 걱정이 태산이었으나 결국 한참을 씨름하다 레드맨님의 기지로 풀어냅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시외버스 터미널로 달려갑니다.
얼마를 가니 앞에 마이콜님이 기다립니다.
[축!! 예매 성공]
마음이 놓입니다.
바로 근처의 사우나에 들어가 미안함을 무릅쓰고 험한 몰골들로 목욕을 합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다들 아우성을 칩니다.
성한곳이 하나도 없는듯 합니다.
속도전입니다. 9:30분에 목욕탕에서 튀어나와 가장 가까운 횟집을 찾았지만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아무데나 들어가 해물탕을 시켜놓고 시원한 맥주 몇잔으로 피로를 풉니다.
한잔씩 마시며 또 아우성들을 칩니다.
[끄허헉~~ 바로 이거여. 우헤헤!!]
허겁지겁 해물탕을 닥치는대로 먹고 우동사리도 두개나 넣어 먹습니다.
백세주도 한병 시켜 훌쩍 마십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에 쫒겨 다 먹지도 못하고 서울에서의 뒷풀이를 기대하며 버스터미널로 서둘러 갑니다.
겨우 20분전에 도착하여 짐칸에 자전거를 꾸겨 넣고 자리를 잡습니다.
운전수가 그럽니다.
[타고왔으면 타고 가야지.]
[네? 아하하... ^^;;; 내일 다들 출근이라서.. 하하..]
그리고 모두
깊고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깊고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팀원으로 다녀오신 분들,
마이콜님. 가온님. 슈가바이크님. 레드맨님.
여러분들에게서 용기와 집념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감사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special thanks : 노을님. 니콜라님.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분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동료애와
가슴속이 멍멍하도록 아픈 감동을 안고 다녀왔습니다.
출발때의 목표는 분명 속초였지만 가는 도중, 그리고 도착해서
우리의 목표가 속초만은 아니었다는걸 알았습니다.
속초라는 지역적 목표를 보고 출발했지만 그건 거기까지 달려가자는 말이었고
거기까지 어떻게 갈것인가를 생각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모자라는 글솜씨로 어찌 그 감동과 희열을 여러분에게 전해드릴수 있을까요?
출발 전날에도 비는 오락가락 합니다. 제 아내나 아이들도 걱정입니다.
고생하니까 포기하고 집에서 부침개나 부쳐 먹자고 말입니다.
레드맨님께 쪽지를 드립니다.
[가실거죠?]
[당근이죠 ^^]
말바게시판에 올라온 마이콜님의 글을 보고 결정합니다.
[따르겠습니다.]
그 순간부터 퀵실버는 하나의 의심도 없이 마이콜님을 믿기로 합니다.
짐을 정리하고 차가운 물을 한잔 벌컥거리며 들이킵니다.
가슴이 시립니다.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드디어 간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속초투어를 간다.
동경과 질투의 대상이었던 속초투어의 일원이 되어 나는 내일 아침이면 힘차게 달릴것이다.
아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만히 말합니다.
[잠이 안와?]
[웅!]
[그래도 자야지. 멀리 갈거면...]
[웅!]
......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납니다.
시계가 4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허둥대며 얼굴을 씻고 짐을 들쳐 맵니다. 자전거를 꺼내어 집을 나섭니다.
아내가 따라나와 말합니다.
[비가 오네?]
[그러네.]
[가려구?]
[그럼! 가야지]
[... 조심해서.....]
아내의 말속에 물기가 고여있습니다.
[다녀올께.]
짐짓 힘차게 말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트럭에 자전거를 올리고 시동을 켭니다.
그르렁하는 소리에 가슴이 흠찟 놀랍니다.
워커힐을 넘어 모임장소로 달립니다.
도착하니 내가 제일 늦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눕니다.
응원나오신 니콜라님과도 반갑게 악수를 하고 나니 잠시후 노을님이 편안한
복장으로 도착합니다.
이것저것 부산하게 챙겨주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충동구매 하셨다는 펌프로 꼼꼼하게 바람도 넣어주시고 가온님에게
짐받이도 달아주십니다.
그리고 기념 촬영후 곧바로 출발.
굳이 팔당터널까지 에스코트를 해주시겠다는 노을님을 뒤에 달고 워커힐을 넘어
힘차게 출발합니다. 퀵실버가 선두에 섭니다.
비가 점차 굵어집니다. 빗길이라 신경이 곤두섭니다.
자주 후미를 힐끔거리며 선두에서 리딩합니다. 대열은 흐트러짐 없이
순조롭게 달립니다.
팔당터널 앞에서 잠시 쉽니다. 노을님이 특유의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십니다.
터널을 통과해 양평을 향해 다시 달립니다.
터널이 끝나자 노을님, 차를 돌려 돌아가시며 화이팅을 힘차게 외칩니다.
힘이 납니다. 초반이고 빗길이라 부담가지 않는 속도를 유지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양평길 다리구간을 지나 두개의 언덕을 넘어 양평공항앞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검은 흙탕을 뒤집어써 엉망입니다.
선두에 섰던 퀵실버만 그나마 좀 깨끗합니다.
[이거 찍어야 돼]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두 여유가 있어 즐겁습니다.
따뜻한 식사를 하니 몸이 더워집니다. 식사중 잠시 그쳤던 비가 출발하니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비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투어가 끝날때까지 팀을 괴롭힙니다.
홍천쪽으로 자전거를 돌려 더 굵어진 빗속을 질주합니다.
선두에 퀵실버와 슈가바이크님, 중간에 마이콜님과 가온님, 후미에 레드맨님의 순서로 일사불란하게 달립니다.
별다른 사고 없이 순조롭게 달립니다.
이제는 내리는 비에도 어느덧 적응이 되어 쏟아붓는 빗물에도 별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다만 빗물이 자꾸 눈에 튀어 눈이 아픕니다.
홍천을 지나 신남, 인제쪽으로 달립니다.
조금씩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른쪽 무릎 바깥쪽에 서서히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냥 참을만해서 말없이 달립니다. 대원들 모두 다 힘들고 추울테니 특별히 나만
봐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린 [팀]이니까요.
중간에서 달리던 가온님이 추위로 인해 조금씩 힘들어 합니다.
그러다 슈가바이크님의 타이어에 인라인 리쁠로 추정되는 커다란 못이 박히면서
잠시 쉽니다. 버스정류장에 자전거들을 세워 놓고 비를 피하며 쪼그리고 앉아 타이어를 정비합니다.
레드맨님은 공구를 참 많이도 가져오셨습니다.
무게도 다른사람의 두배는 되어 보입니다. 튜브도 다섯개씩이나...
다시 출발하여 한참을 달린후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쏘세지랑 이것저것 먹거리로
허기지고 피로해진 심신을 달랩니다.
마이콜님이 말합니다.
[시간이 좀 지체되었으니 인제까지 바로 갑시다. 약 50km 정도 남았습니다.
가면서 행동식을 먹고 점심은 거기서 먹기로 하죠]
[예. 알겠습니다.] 단 하나의 의심이나 이견이 있을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팀장의 말을 믿어야 하고 그는 우리의 팀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팀원들은 단하나의 마음으로 뭉쳐있으니까요.
다시 선두에 서서 리딩을 합니다.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집니다. 다운스트로크 하기가 무서워집니다.
페달을 밀어낼때마다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중간과 후미가 선두와 조금씩 멀어지면 잠시 서행하고 가까워지면 다시 달립니다.
달리고 달려 백두산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인제가 바로 코앞에 있다고 합니다. 모두 춥고 젖어서 덜덜거리며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비가 다시 잦아듭니다. 참 너무하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식당아주머니가 이거이 먼일이여 하시며 얼른 들어오라 하십니다.
갈비탕으로 통일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립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춥지?] 하며
가스불판에 불을 올려줍니다. [손이라도 좀 따뜻하게 해]
그 조그맣고 파란 불의 온기보다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더 우리의 몸을 녹여줍니다.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남여 한쌍이 우릴 보며 말합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서울요]
[서울요? 이 빗속에 자전거로요?]
[예]
[허 참!]
뜨거운 국물이 하얀 김을 피어올리며 테이블에 놓여집니다.
모두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을 바라봅니다.
레드맨님이 고기 한점을 물더니 조용히 말합니다.
[질기네. -.-;;;]
다들 허겁지겁 먹을줄 알았지만 식욕이 떨어져서 인지 겨우겨우 한그릇씩 비웁니다.
거의 마시지 않은 물통에 혹시나 하며 물을 보충하고 다시 출합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선두에 섭니다.
조금 가다가 뒤를 몇번 살핍니다.
표정들을 보니 컨디션이 좀 좋아진듯 보입니다.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마이콜님의 말을 떠올리며 조금씩 속도를 내봅니다.
이제 무릎의 통증은 아예 뼈속을 파고듭니다.
다시 뒤를 봅니다. 잘 따라옵니다.
좀더 속도를 냅니다. 한참을 달린후 또다시 뒤를 봅니다.
한치의 뒤쳐짐도 없이 출발했던 그대로의 간격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달립니다.
가슴이 뜨거워 집니다. 본격적인 팀라이딩을 위해 더욱 속도를 올립니다.
대여섯개의 크고 작은 언덕들을 단숨에 치고 넘어갑니다.
한사람의 움직임처럼 모두가 부드럽고 힘차게 쾌주합니다.
갈비탕의 위력이 심하게 발휘됩니다.
입에서 희열과 감동의 외침이 나옵니다.
[OK! 바로 이거야. 고우!!!]
이제 퍼붓는 비따위나 무릎의 통증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합니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무장된 건각들이 힘차게 페달을 밀어냅니다.
뜨거운 가슴이 최고조로 팽창해 터질듯 합니다.
가는 길쪽엔 자동차의 통행이 거의 없어 편도일차선의 도로 중앙을 미친듯이 질주합니다.
반대편에 밀려있는 차들중에서 간간히 파이팅과 월드컵때의 그 박수소리 리듬에 맞춰 크락숀을 울려줍니다.
그 와중에도 손을 흔들어 줍니다.
한참을 달려 미시령과 한계령을 가르는 검문소 삼거리 휴게소를 얼마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가 이상합니다.
포크가 자꾸만 주저 앉습니다.
아~ 포크가 터졌나 보다. 큰일이다.
몇번 반동을 주며 자세히 보니 포크가 아니라 앞바퀴의 바람이 다 빠져나가고 홀쭉해져 있습니다.
휴게소가 얼마 남지 않아 그냥 갑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검문소 삼거리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검문소 위병들이 길을 터주며 거수경례를 올려붙입니다.
다들 기분이 좋아져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한참동안의 쾌주에 모두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듯 합니다.
급하게 튜브를 갈고 행동식을 섭취한 뒤 미시령을 향해 다시 출발합니다.
슈가바이크님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대원들이 따라갑니다.
묵묵하고 조용히 선두를 이끄는 슈가바이크님이 믿음직 합니다.
그리고 인공폭포에 진입합니다.
상당히 높은 절벽위에 설치해 놓은 폭포에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이거 찍어야 돼]
레드맨님이 카메라를 꺼내 기념촬영을 합니다.
한쪽에서 몇사람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평상복 차림으로 족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우리가 미친게 아니고 저사람들이 미친게 아닐까요?]
[그러게. 이 빗속에서 먼놈의 족구?]
[우헤헤~~]
다들 떠들썩하니 웃어봅니다.
슈퍼에서 뭐 좀 먹고 미시령을 넘자는 말에 레드맨님이 조금만 가면 휴게소가 있다며 거기서 먹자고 합니다.
다들 좋다며 출발합니다.
다시 선두에 서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오른쪽 다리는 구부리기가 힘들정도입니다.
가온님은 추위와 체력저하. 레드맨님은 고질적인 관절염. 슈가바이크님은 왼쪽 다리 오금의 통증.
마이콜님은 내색을 하지 않아 파악하기 힘들지만 역시 힘드시긴 마찬가지겠지요.
팀원 모두 기분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지만 심신은 지치고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휴게소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기점 6km를 지나 4km에 도착해도 휴게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찌 된거죠?]
뒤에 오시던 레드맨님께 소리칩니다.
[없어졌네요]
[뭐가요? 휴게소가요?]
[네. -.-;;;]
[에이~ 설마요.]
그러며 조금더 올라가니 저만치 앞쪽에 포크와 숟가락이 그려져있는 포지판이 보입니다.
[있구만. 휴게소.]
반가운 마음에 얼릉 가서 자세히 보니 (휴게소. 미시령 정상 4km) 라고 써있습니다.
[헐~~ 레드맨님]
결국 그 지점에서 쉽니다.
[어찌 된거죠?]
[아~ 한계령하고 착각했어요. 쩝!!]
[잉? 에헤헤~~ 난 또..]
다들 한바탕 웃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원들은 출발때 보다는 가슴이 백평은 더 넓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행동식을 섭취하고 미시령을 점령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섭니다.
마이콜님이 만원짜리 한장을 주시며,
[퀵실버님이 먼저 가셔서 뜨거운거 좀 사 놓으세요.]
[오뎅하고 떡볶이] 가온님이 거듭니다.
[쿄오~~ 거 조치요]
[이쑤시게 꼿아서..]
[이히히~]
퀵실버 먼저 출발합니다.
자전거에 올라 오른쪽 발을 밀어내는 순간 입에서 억~~ 소리가 나옵니다.
미시령을 올라갈 자신이 없어집니다.
하지만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위해 꾸역꾸역 오릅니다.
그 순간만큼은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이 너무나 먹고싶은 지상과제입니다.
초반 나즈막하지만 지루한 언덕을 시작하여 갈수록 점점 일어서는 고개를 천천히 정복해 나갑니다.
몸은 추위와 통증으로 지칠대로 지쳤지만 의지만은 더욱 선명하게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정상기점 3km, 그리고 정상기점 2km.
이제 2km 남았다. 흐느적거리며 오르는데 잠시후 다시 정상기점 2km라는 표지판이 또 보입니다.
[이런. 이런 떡을 할~~]
성질죽이며 계속 오릅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무엇 때문에 오르나 하는 생각은 이미 부질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위해 오릅니다.
그 빨갛고 쫀득한 떡볶기와 뜨거운 김을 피워 올리며 우릴 반길 오뎅을 위해 오릅니다.
그리고 정상기점 1km. 거의 다왔다. 거의 다왔다.
언덕은 이제 아예 벌떡 일어서 있습니다.
저 아래에서 레드맨님이 화이팅을 외칩니다.
퀵실버도 화답합니다.
아! 그러나 미시령은 결국 퀵실버를 품에 안아주지 않았습니다.
앞바퀴가 다시 주저앉기 시작합니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널 오르기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뼈를 깍아내는 통증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럴수가. 이럴수가...
홀쭉해진 타이어를 보며 어떡하든 오르려고 페달질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윌리를 배워둘껄...]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는 순간 가슴속이 편안해 집니다.
펑크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도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부처의 깨닳음도 이러했을까요?
나의 목표는 네가 아니었나보다. 아니, 꼭 자전거를 타고 널 오르는게 목적이 아니었구나.
저 아래에서 온힘을 쏟아내며 오르고 있는 대원들이 나에겐 있다.
단단한 끈으로 묶여있는 저 팀을 보라.
저 감동적이고 멋진 보습들을 보라. 넌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미 저들과 고난과 추억과 사랑으로 단단히 묶여있는 한팀이니까.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그리고 정상에 섭니다. 정상에 섭니다. 정상에 섭니다.
차가운 한기의 바람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정상은 온통 운무와 비와 바람으로 소용돌이 칩니다.
텅 비어있는 휴게소의 광장이 쓸쓸해 보입니다.
잠시 서서 황량해 보이는 정상의 풍광을 둘러봅니다.
펑크수리를 위해 천막이 쳐져있는 곳으로 갑니다.
잠시후 레드맨님이과 슈가바이크님이 올라오고 마이콜님과 가온님도 올라옵니다.
타이터를 분리하고 있는데 다가와서 그럽니다.
[잉? 또 빵꾸여? 쉴때마다 빵꾸네?]
[그러네요. 아하하 ^.^;;;]
결국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뜨거운 떡볶기와 오뎅을 포기, 기념촬영만 하고 서둘러 내려갑니다.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고 브레이크 레버를 힘차게 당겨 잡은 후 천천히 내려갑니다.
내려갈수록 운무가 짙어집니다.
중간쯤 내려와서는 거의 10m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깊고깊은 수렁속으로 천천히 빠져들듯이 다운합니다.
브레이크를 잡은 손이 곱아 감각이 없어집니다.
앞사람의 깜빡이는 테일라이트 불빛만을 보며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렇게 지루한 다운이 끝나고 속초 시내로 접어듭니다.
행보가 빨라집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속버스 표를 예매하기 위함입니다.
한참을 달리다 앞서가던 가온님의 체인이 이탈되며 걸려 꼬여버립니다.
선두에서 달리던 마이콜님을 불렀지만 듣지못하고 그냥 갑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전화를 합니다.
먼저가셔서 예매를 하시라 하고 자전거를 손봅니다.
이상하게 꼬여버려 쉽지가 않습니다. 걱정이 태산이었으나 결국 한참을 씨름하다 레드맨님의 기지로 풀어냅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시외버스 터미널로 달려갑니다.
얼마를 가니 앞에 마이콜님이 기다립니다.
[축!! 예매 성공]
마음이 놓입니다.
바로 근처의 사우나에 들어가 미안함을 무릅쓰고 험한 몰골들로 목욕을 합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다들 아우성을 칩니다.
성한곳이 하나도 없는듯 합니다.
속도전입니다. 9:30분에 목욕탕에서 튀어나와 가장 가까운 횟집을 찾았지만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아무데나 들어가 해물탕을 시켜놓고 시원한 맥주 몇잔으로 피로를 풉니다.
한잔씩 마시며 또 아우성들을 칩니다.
[끄허헉~~ 바로 이거여. 우헤헤!!]
허겁지겁 해물탕을 닥치는대로 먹고 우동사리도 두개나 넣어 먹습니다.
백세주도 한병 시켜 훌쩍 마십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에 쫒겨 다 먹지도 못하고 서울에서의 뒷풀이를 기대하며 버스터미널로 서둘러 갑니다.
겨우 20분전에 도착하여 짐칸에 자전거를 꾸겨 넣고 자리를 잡습니다.
운전수가 그럽니다.
[타고왔으면 타고 가야지.]
[네? 아하하... ^^;;; 내일 다들 출근이라서.. 하하..]
그리고 모두
깊고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깊고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팀원으로 다녀오신 분들,
마이콜님. 가온님. 슈가바이크님. 레드맨님.
여러분들에게서 용기와 집념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감사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립니다.
special thanks : 노을님. 니콜라님.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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