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제2회 마일드바이크 속초 투어 후기 (그래도 그들은 간다)
● 프롤로그
여름이라 여기저기에서 속초투어의 열기가 대단하다. O-O님이 몇 개의 고개를 넘는 사상최장의 속초투어를 기획중이었고, 늘 가는 유니클의 가족 속초투어도 기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작년에 이은 마일드바이크의 2회 속초투어를 가자고 게시판에 슬쩍 써 보아도 별 반응들이 없다.
작년 1회의 마일드바이크 속초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은 가온이 속초에 가면 회를 쏘겠다고 했으나 그래도 묵묵부답!
이러다가 마이콜님과 단둘이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이콜님이 마일드바이크게시판에 날짜 공고 내면서 한 두 분씩 참가 의사를 보였고, 레츠레이스 게시판에 밤 12시가 넘은 시간 공지를 내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7명의 인원이 다 차버렸다. 마음들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올 때의 여건상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하기는 어려워 마감을 하니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자면, 요즘 한창 장거리라이딩에 주가를 올리시는 퀵실버님과 레드맨님, 영원한 라이더 마이콜님(서울에서 완도까지 24시간 라이딩 기록의 소유자), 처음 뵙지만 자전거 출퇴근과 속초투어에 진작부터 열의를 가지고 계셨던 슈가바이크님(이하 슈바님으로 약칭), 그리고 가온. (몇 분은 개인사정으로 다음기회를 기약하셨습니다.)
이러고 보니 라이딩 내내 '제일 허접한 나만 잘하면 이번 라이딩은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노을님은 지난번 말발굽님의 산음 온로드 라이딩 중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은 것이 너무 힘들어 비가 오면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작년 속초투어 때의 노을님과는 다르게 요즘은 수준이 엄청 높아져 가온은 최근 '허접 노을'이라 부르던 것을 취소하고 '날으는 노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 출발 당일 새벽 집
약간의 잠은 자 두어야 했기에, 12시쯤에 잠이 들어 3시에 자명종 소리에 깨어난다. 얼른 창 밖을 내다보니 날씨가 괜찮은 것도 같고.....(오늘의 일기는 오전 30%, 오후 40%의 확률로 5-20mm의 비가 오리라는 예보였다.)
삑삑 거리는 휴대폰을 보니 말발굽님의 무사 라이딩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보인다.(감사합니다. 말발굽님 무사히 잘 갔다오겠습니다.)
준비했던 물품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니 웬걸, 주룩주룩 비가 오고 있다.
할 수 없다.
가기로 한 이상, 가야지!
● 천호대교 북단, 광장사거리
약속 시간 4시 반, 현재 참석자는 슈바님, 마이콜님, 가온, 그리고 환송해 주러 나오신 니콜라님이다. 니콜라님은 집이 아무리 근처라고는 하셨지만, 이른 새벽 라이더들을 위해 시간까지 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복 받으실 겁니다.^^)
곧 이어 퀵실버님, 레드맨님 도착하시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중 노을님, 가온의 짐받이를 챙겨들고 동네주민 복장(?)으로 나타난다. 민소매를 즐겨 입고 라이딩해서 그런지 팔이 아주 새까맣다. (한순간 내공이 전해져 온다..휘~~~익)
'늦은 죄로 짐받이 붙여 주세요' 하니 열심히 붙여 주신다. 그리고 우중라이딩 경험이 많은 마이콜님의 도움으로 짐을 꽁꽁 싸서 잘 실었다. 덕분에 짐 풀고 묶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가 계속 내려 가지고 간 카메라를 꺼내기가 힘들어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나로서도 아쉬운 대목인데, 레드맨님과 슈바님의 사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노을님 말씀은 "이 비에 어딜가? 그냥 집에서 쉬지?" 하면서도 자전거펌프까지 들고 나와 튜브에 바람 넣어 주신다. "아, 이건 80까지는 넣어야지~~"하면서...
"아, 타이어에 60까지 넣으라는데 80은 무슨 80" 하면서 가온이 타박한다.
노을님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하다. ㅎㅎㅎ
● 출발
처음 주유소에서 잠시 쉬겠다는 마이콜님의 구령과 함께 힘찬 패달질을,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쉰다. 첫 주유소가 50m 앞에 있었던 것이다. 마이콜님 화장실이 급하다.^^
라이딩은 참가하지 못하는 노을님, 팔당의 터널이 있는 곳까지 후미를 지켜주시겠단다. 고마운 사람!
● 다시 출발
좀 전 까지 내리지 않던 비가 출발과 더불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더니 덕소와 팔당구간 동안 꽤 많이 온다. 딴 때 같으면 앞사람의 뒷바퀴에 바짝 붙어 패달질을 할텐데, 뒷바퀴에서 튀기는 물이 코와 입에 계속 부딪힌다. 그러다 보니 옆으로 살짝 비켜나면 맨 뒤에서 호랑이 선생님처럼 지켜보던 레드맨님의 호각이 여지 없이 삑삑 거린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 팔당과 양평구간
어~호, 비가 내리지 않는다.
"와, 비 그쳤다."라는 선두 퀵실버님의 환호성이 들린다. 정말 양평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이 말라있다.
아침식사 장소인 휴게소에 도착한다. 비 맞고 라이딩하는 것이라 멈추어 서니 무진장 춥다.
맥반석 불 앞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아니 추워요?, 나는 더워 죽겠는데" 하신다.
그 아주머니랑 바꾸고 싶다.
얼굴들은 흙탕물이 튀어 다들 가관인데 그래도 뭐가 좋다고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희죽)
대충 씻고 밥 먹고 나오니 아니 또 비다.
어느새 따라왔나 부다. 이때부터 쉬거나 밥 먹을 때는 비가 오지 않다가, 출발만 하면 비가 내리는 일이 반복되어 하늘 원망도 많이 하게 된다.
● 양평에서 홍천구간
여기부터는 갓길이 넓어져 달리기가 좀 편하다. 마이콜님의 25km 라이딩에 10분 휴식 명령에 다들 묵묵히 복종한다. 근데 첫 25km가 넘었는데 아무도 쉬자는 말을 안 한다. 왼쪽 다리에서 쥐가 날 것 같은 생각이 간간이 든다. 패달링에 힘이 빠진다.
마이콜님에게 다가가 언제 쉴 건지 묻는다. 2km 앞쯤에 휴게소가 있다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쥐가 날 것 같아 말씀드리니, 바로 선두에게 정지 명령을 내린다.
길 옆에는 젖소들이 외양간에서 풀을 먹고 있다.
"니네들은 좋겠다. 비도 안 맞고." 퀵실버님이 한마디 하신다.
"그럼 바꾸세요^^" 가온이 대답하니 퀵실버님 소 흉내를 낸다. 다들 즐겁다.^^
작년에 힘들게 넘었던 언덕을 올해는 그래도 넘기가 수월한 편이다. 늘 기어가 바닥까지 떨어졌었는데, 2단 기어로 그래도 겨우겨우 오른다. 다시 반대편 다리에 쥐가 나려는 신호가 와서 다음 휴게소에서 쉰다.
다들 갈 길이 바쁜데도 걱정들 해주신다.
중간에 언덕 하나 넘고는 앞에서 가던 슈바님 펑크 신호 보낸다.
다들 서서 확인하니 압정만한 머리만 보인다.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아 일단 안전지대로 가서 수리하기로 한다.
막상 꺼내보니 이게 엄청 큰 못 같이 생겼다. 인라인 부속이라는데 어찌 이게 들어갔을까 싶다.
척척 수리를 하는데 수리도중 이런저런 상황발생으로 30분쯤 쉬고 가게 된다.
그래서 일까, 라이딩 도중 처음으로 해를 보게 된다. 비옷들 다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심기일전이다.
이 도로에서 처음으로 가온은 라이딩 중 잠깐 리딩을 한다. 날이 따뜻해지니 땀도 약간 나면서 훨씬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런 정도만 계속된다면...
● 홍천에서 인제구간
하지만 출발 전 하늘을 올려다 본 마이콜님, "다들 비 옷 꺼내 입으세요" 한다.
하늘을 보니 또 몰려 올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후 5분이 지나니 가장 심한 빗줄기가 내려친다. 시간이 지체된 관계로 50km 정도의 인제까지 논스톱으로 달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20km 정도를 심한 비를 맞고 달리니 컨디션이 바닥이 난다. 게다가 현재시간은 1시를 넘었다. 패달링에 힘이 빠지고 얕은 언덕에서도 지친다. 이 때 눈앞에 뭔가가 날아와서 고글에 부딪힌다. 앞에서 지켜주는 마이콜님의 바퀴에서 진흙이 튀어서 고글에 맞은 것이다. 하지만 얼굴에 계속 빗줄기가 때리는 중이라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진흙눈물이 되어 아픈 가온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선두와 간격이 벌어지고 배가 너무 고프다. 도저히 신남과 인제 구간의 업힐을 할 자신이 없다. 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가자고 말한다. 이 때가 제일 미안했다. 나 때문에 스케쥴이 계속 밀리는구나 하는 심정에 너무나 죄송해서 사진에 약간 오바를 했다.^^;;
적당한 식당이 없어 급하게 우유와 빵, 행동식으로 때우고, 다음 나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신남으로 들어가기 전 나오는 휴게소에서 갈비탕을 시킨다. 너무 추워 입술은 파래지고 몸은 벌벌 떨린다. 마침 측은해 하시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가스렌지에 불도 켜 주시고, 따뜻한 물도 주어서 좀 살 것 같다. 물론 예상한바 대로 식당에 들어가서 밖을 쳐다보니 비는 그쳐 있다. ㅠㅠ
많이 먹을 것 같았는데 밥이 잘 안 들어간다. 대부분 마찬가진 것 같다.
밥 먹고 나니 꾸벅꾸벅 졸린다. 의자에 앉아 잠깐 존 것도 같다.
신남이 가까워진다. 레드맨님은 후미를 보면서 이정표 하나 나오면 괴성(?)을 지르면서 좋아하신다. 맞장구 쳐드리고 싶었지만, 기력이 모자른다.(레드맨님 죄송했습니다.^^;;)
좁은 갓길에 대열 맞춰 잘 진행한다.
이 때 맞은편에서 오는 차에서 누군가 '화이팅'하는 소리를 지른다.
나도 모르게 '화이팅'을 따라 하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치민다. 눈시울이 뜨거위지면서 이 비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비오니까 편하게 다음번에 가자고 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100km가 남았는데 과연 이러고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앞에서 속도 줄여 뒤를 힐끗힐끗 보면서 가온이 잘 따라오는지 체크하는 마이콜님에게 더더욱 미안해지고, 앞으로 치고 나가면 달리기가 더 쉬울 텐데 끝까지 뒤에서 챙겨주시는 레드맨에게도 미안하고, 50m 앞에서 힘차게 오르는 퀵실버님, 슈바님에게도 미안한 생각과 함께, 이들이 있으니까 이 비에도 내가 라이딩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서러운 생각과 고마운 생각에 한참을 눈시울이 뜨겁게 달렸다. 비가 내려 주어서 고마웠던 순간이다.
● 인제에서 삼거리휴게소 구간
인제터널을 지나면서 업힐이 거의 끝났다. 시간을 많이 넘겨 그대로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앞에 가는 마이콜님의 바퀴에서 튄 물이 입으로 들어가든, 코로 들어가든 상관없는 경지가 된지 오래다.
중간에 번지점프를 누군가 하고 있다. 가면서 드는 생각이 지금 저기서 떨어져 보라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저런 건 죽어도 못한다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이제 휴게소가 보인다. 거리는 160km 정도를 달려왔다.
휴게소 들어가자마자 퀵실버님 펑크라고 한다.
깜짝 놀라면서 "아니 펑크난 타이어로 이 정도를 달려 오셨어요?"하니 "아니, 요 앞에서 났어요^^" 그런다.
그러면서 분주하게 수리를 한다. 하지만 '바람이 잘 안 들어가요'라는 말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펌프를 들여다보고, 튜브를 들여다보고 하면서 바람을 넣어본다. 마이콜님이 바람 넣자 잘 들어간다.
"퀵실버님이 미시령 올라갈 힘 아끼려고 바람 안 들어간다 한거지요?"하면서 마이콜님이 웃긴다.
가온이 튜브에 바람을 넣으면서 "마이콜님 30번만 넣어요" 하니, 마이콜님 "아니 30분이나 넣으라구요?"하면서 또 웃긴다.
마이콜님과 퀵실버님이 계속 웃겨주어서 힘이 많이 나는 가온이다.
● 휴게소에서 미시령 오르기 전 구간
20km 남짓의 평탄한 길인데 이제 거의 힘이 다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이번 라이딩 중 가온은 2가지의 목표를 세웠는데, 첫째는 작년과 달리 엠티비 타이어로 완주를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시령구간을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잘 아는 마이콜님, 천천히 체력을 맞춰주면서 가온 앞에서 리드를 해 준다. 자전거 타보면 앞에서 바람 막아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게 된다. 묵묵히 그 역할 해주시는 마이콜님에게 시종 미안했고, 또 감사했다.
미안한 가온이 "뒷바퀴에서 튄 물 다 먹었다"고 힌소리를 해도 "제 바퀴에서 튄 물은 생수에요"라고 하면서 넉넉하게 대꾸해 준다.
중간에 인공폭포를 하나 만난다. 이 비가 오는데도 물줄기를 보니 장관이긴 하다. 단체사진 한 장 더 찍는다. 레드맨님 비에 고생이다.^^
● 미시령구간
다음 휴게소에서 잠시 쉬자 했는데, 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한계령의 휴게소를 착각들을 한 것이다. 평지에서 마지막 행동식(퀵실버님 사모님의 구운계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직접 하신거다, 아니다 목욕탕에서 산 거다. 우리 집사람 목욕탕 안 간다^^ 등등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ㅎㅎ)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들 부지런히 오른다.
마이콜님, 가온에게 목표는 성공해야 하지 않겠냐고 힘내라 응원해 주신다.
마이콜님의 기어수에 맞춰 2단으로 천천히 천천히 밟으면서 오른다. 작년 노을님과 오를 때 1단의 마지막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오늘은 용하다. 페이스 잃지 않게 해 준 마이콜님의 공이다. 이제 미시령이 1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보이고, 앞서가는 분들의 파이팅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파이팅 소리에 힘입어 힘이 좀 더 난다.
하지만 한 700m 전인가? 2단 기어로는 나머지 거리가 좀 힘들 것 같다. 아직은 힘이 남은 상태라 계속 갈까 말까를 갈등하다 오르는게 중요하다 싶어 1단으로 내린다. 그런데 아뿔사!
흙이 잔뜩 뭍어 있던 체인이 걸려 버리고 만다. 패달질이 먹히지 않으면서 그만 내리고 만다. 나 자신에게 미안함 보다 앞에 가는 마이콜님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 만큼 지켜주고 응원해 주셨는데....
하지만 내려서 체인 풀고는 안장에 바로 올라 마지막 정상까지 열심히 올랐다. 정상에서 레드맨님 카메라 들고 파이팅 외쳐 주신다.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되었다.
마이콜님에게 이렇게 되었다 말씀 드렸더니 '인정'이라고 하신다. 조금 일찍 기어변속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면서...
하지만 그래도 내리긴 한 것이니 가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다들 이 미시령업힐 구간에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오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 200km보다 여기 4km에서 더 많은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추워서 내려가자는 말에 반해 레드맨님 독사진 한 장씩 찍자 하신다. 그래서 다들 부들부들 떨면서 찍었다.^^ (레드맨님 감사합니다.)
● 속초까지
벌써 시간이 7시 반이다. 날은 춥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레드맨님이 먹고 싶어하던 미시령 꿀차 한찬 하고는 바로 다운이다.(다음에는 쌍화차 마셔봐야지^^) 다운에는 안개가 더욱 많이 끼어 앞 사람과 차들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다 내려와서 약간의 언덕에 패달질 하려니 무릎이 얼어버렸다. 뒤쪽에서 퀵실버님과 레드맨님의 어쿠어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 같은 상황이라는 거다.^^
잘 내려가다가 거의 터미널이 다 되어 가는데, 가온의 체인이 또 말썽이다. 어떻게 꼬였는지 풀기가 어려울 정도다. 레드맨님과 슈바님, 퀵실버님 어떻게 어떻게 해서 풀어주신다. 안 풀리면 집에 어떻게 가나 하고 걱정하던 가온은 얼굴이 환해진다.(감사했습니다.)
먼저 달려가셨던 마이콜님 막차표(11시)를 끊어 놓으시고, 목욕탕으로 같이 간다. 24시간 하는 곳이라 씻을 수 있게되어 너무 다행이었다. 이 시간 목욕탕마저 문을 닫았다면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스러웠다.
● 속초에서
속초투어의 백미는 속초의 회라기 보다는 이 목욕탕에 있지 않나 싶다. 너무나 고마워서 다들 등 한번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목욕시간도 부족하다.^^;;
대충 1시간 반만에 목욕과 식사를 끝내야 했던 것이다.
발은 다들 퉁퉁 불어 있어, 샤워 후 탕속으로 들어오는 분들마다 발가락이 찌릿거리고 아파서 인상들이다.^^
하지만 이 뜨뜻한 목욕물에 비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근처에 회집이 있으면 급하게 먹으려고 했으나 터미널 근처에서는 회집이 없었다. 동명항까지 갔다오기도 그래서 할 수 없이 해물탕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너무 배가 고팠던 가온은 미리 나온 반찬에 밥 한 공기 다 먹었지만, 해물탕도 참 맛이 있다.
맥주와 백세주 등으로 자축을 하면서 말끔해진 모습들에 다들 생기가 넘친다.
원래 회를 쏘기로 했었는데 상황이 이런지라 뒤풀이를 꼭 하기로 한다.(장어를 먹을 것이냐 회를 먹을 것이냐를 고민합니다.^^)
● 돌아오는 길
시외버스 짐칸에 자전거 5대를 어떤 것은 통째로 어떤 것은 앞바퀴를 풀고 집어넣으니 다 들어간다. 피곤한 몸을 다들 의자에 기대고 어느덧 잠이 들고, 중간에 언뜻 깨었는데, 차가 엄청난 과속으로 가고 있다. 다시 눈을 뜰 때쯤, 뒷자리의 레드맨님 일어나라 깨운다. 다 온 것이다.
다들 수고와 고생하셨다는 말을 남기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해물탕집에서 타이어에 펑크난 레드맨님은 택시로 가시고, 마이콜님 자전거로 이동하신다. 퀵실버님, 슈바님과 가온은 주차해 둔 광장사거리 쪽으로 자전거로 움직여 힘들었던 속초 우중 라이딩을 접는다.
2003년 6월 15일 / 속초 로드 라이딩 / 거리 203km / 날씨 하루종일 비
가온
ps 아래의 팀원들이 있어 어려운 악천후 속에서도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힘들어하는 저에게 용기 주시고, 응원해 주신 팀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자랑스럽게, 나는 그렇게 빗줄기가 심하게 내리치는 속에서도 당당하게 속초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퀵실버님께 :
모범적인 라이딩으로 늘 선두에서 전체 라이딩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재미난 말들로 웃겨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늘 겸손하시고 차분하셔서 많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레드맨님께 :
후미에서 라이더들이 다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 주시고, 입도 아프셨을텐데 호루라기 열심히 불어 주셔서 다치지 않고 무사히 갔다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무거운 공구 들고 다닌다고 2배는 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요소요소에서 카메라 들고 열심히 찍어 주셔서, 사진 없는 라이딩이 될 뻔한 투어에 재미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깊은 감사드립니다.
슈가바이크님께 :
처음 뵌 분이지만, 선한 얼굴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시종일관 끌어주시고, 용기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속초라이딩을 꼭 하고 싶으셨다는데 악천후 속에서 라이딩이 즐거운 추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자주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이콜님께 :
아마 마이콜님이 없었다면 라이딩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힘든 역할 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전원완주의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요? 작년에 이어 같이 라이딩 했었는데, 올해는 너무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훌륭한 번장의 역할이었습니다. 존경을 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노을님께 : 새벽잠까지 포기하고 나와서 팀원들을 위해 자동차로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같이 라이딩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팔당터널 들 지날 때 아주 안심이 되었습니다. 타이어 펑크 날 때마다 다들 노을님한테 전화 걸어 새로 산 펌프 좀 가지고 오라고 농담들 했습니다. 그만큼 노을님이 편하단 말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니콜라님께 : 피곤하실텐데 집이 가깝다는 핑계(?)로 환송 나와 주셨습니다. 라이더들에게 아주 큰 힘과 용기가 되었습니다. 같이 라이딩 한 적은 없지만,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했습니다.
그 밖에 전화(전화를 깊숙이 넣어두어 받지를 못했습니다.)로 용기주신 말발굽님, 짱구님, 수류탄님, 산초님, 제킬님, 게시판으로 응원해 주신 타기옹님, 마니님, 재성이님, O-O님, 이모님 등 많은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 프롤로그
여름이라 여기저기에서 속초투어의 열기가 대단하다. O-O님이 몇 개의 고개를 넘는 사상최장의 속초투어를 기획중이었고, 늘 가는 유니클의 가족 속초투어도 기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작년에 이은 마일드바이크의 2회 속초투어를 가자고 게시판에 슬쩍 써 보아도 별 반응들이 없다.
작년 1회의 마일드바이크 속초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은 가온이 속초에 가면 회를 쏘겠다고 했으나 그래도 묵묵부답!
이러다가 마이콜님과 단둘이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이콜님이 마일드바이크게시판에 날짜 공고 내면서 한 두 분씩 참가 의사를 보였고, 레츠레이스 게시판에 밤 12시가 넘은 시간 공지를 내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7명의 인원이 다 차버렸다. 마음들은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올 때의 여건상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하기는 어려워 마감을 하니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자면, 요즘 한창 장거리라이딩에 주가를 올리시는 퀵실버님과 레드맨님, 영원한 라이더 마이콜님(서울에서 완도까지 24시간 라이딩 기록의 소유자), 처음 뵙지만 자전거 출퇴근과 속초투어에 진작부터 열의를 가지고 계셨던 슈가바이크님(이하 슈바님으로 약칭), 그리고 가온. (몇 분은 개인사정으로 다음기회를 기약하셨습니다.)
이러고 보니 라이딩 내내 '제일 허접한 나만 잘하면 이번 라이딩은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노을님은 지난번 말발굽님의 산음 온로드 라이딩 중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은 것이 너무 힘들어 비가 오면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작년 속초투어 때의 노을님과는 다르게 요즘은 수준이 엄청 높아져 가온은 최근 '허접 노을'이라 부르던 것을 취소하고 '날으는 노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 출발 당일 새벽 집
약간의 잠은 자 두어야 했기에, 12시쯤에 잠이 들어 3시에 자명종 소리에 깨어난다. 얼른 창 밖을 내다보니 날씨가 괜찮은 것도 같고.....(오늘의 일기는 오전 30%, 오후 40%의 확률로 5-20mm의 비가 오리라는 예보였다.)
삑삑 거리는 휴대폰을 보니 말발굽님의 무사 라이딩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보인다.(감사합니다. 말발굽님 무사히 잘 갔다오겠습니다.)
준비했던 물품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니 웬걸, 주룩주룩 비가 오고 있다.
할 수 없다.
가기로 한 이상, 가야지!
● 천호대교 북단, 광장사거리
약속 시간 4시 반, 현재 참석자는 슈바님, 마이콜님, 가온, 그리고 환송해 주러 나오신 니콜라님이다. 니콜라님은 집이 아무리 근처라고는 하셨지만, 이른 새벽 라이더들을 위해 시간까지 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복 받으실 겁니다.^^)
곧 이어 퀵실버님, 레드맨님 도착하시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중 노을님, 가온의 짐받이를 챙겨들고 동네주민 복장(?)으로 나타난다. 민소매를 즐겨 입고 라이딩해서 그런지 팔이 아주 새까맣다. (한순간 내공이 전해져 온다..휘~~~익)
'늦은 죄로 짐받이 붙여 주세요' 하니 열심히 붙여 주신다. 그리고 우중라이딩 경험이 많은 마이콜님의 도움으로 짐을 꽁꽁 싸서 잘 실었다. 덕분에 짐 풀고 묶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가 계속 내려 가지고 간 카메라를 꺼내기가 힘들어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나로서도 아쉬운 대목인데, 레드맨님과 슈바님의 사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노을님 말씀은 "이 비에 어딜가? 그냥 집에서 쉬지?" 하면서도 자전거펌프까지 들고 나와 튜브에 바람 넣어 주신다. "아, 이건 80까지는 넣어야지~~"하면서...
"아, 타이어에 60까지 넣으라는데 80은 무슨 80" 하면서 가온이 타박한다.
노을님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하다. ㅎㅎㅎ
● 출발
처음 주유소에서 잠시 쉬겠다는 마이콜님의 구령과 함께 힘찬 패달질을,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쉰다. 첫 주유소가 50m 앞에 있었던 것이다. 마이콜님 화장실이 급하다.^^
라이딩은 참가하지 못하는 노을님, 팔당의 터널이 있는 곳까지 후미를 지켜주시겠단다. 고마운 사람!
● 다시 출발
좀 전 까지 내리지 않던 비가 출발과 더불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더니 덕소와 팔당구간 동안 꽤 많이 온다. 딴 때 같으면 앞사람의 뒷바퀴에 바짝 붙어 패달질을 할텐데, 뒷바퀴에서 튀기는 물이 코와 입에 계속 부딪힌다. 그러다 보니 옆으로 살짝 비켜나면 맨 뒤에서 호랑이 선생님처럼 지켜보던 레드맨님의 호각이 여지 없이 삑삑 거린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 팔당과 양평구간
어~호, 비가 내리지 않는다.
"와, 비 그쳤다."라는 선두 퀵실버님의 환호성이 들린다. 정말 양평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이 말라있다.
아침식사 장소인 휴게소에 도착한다. 비 맞고 라이딩하는 것이라 멈추어 서니 무진장 춥다.
맥반석 불 앞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아니 추워요?, 나는 더워 죽겠는데" 하신다.
그 아주머니랑 바꾸고 싶다.
얼굴들은 흙탕물이 튀어 다들 가관인데 그래도 뭐가 좋다고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희죽)
대충 씻고 밥 먹고 나오니 아니 또 비다.
어느새 따라왔나 부다. 이때부터 쉬거나 밥 먹을 때는 비가 오지 않다가, 출발만 하면 비가 내리는 일이 반복되어 하늘 원망도 많이 하게 된다.
● 양평에서 홍천구간
여기부터는 갓길이 넓어져 달리기가 좀 편하다. 마이콜님의 25km 라이딩에 10분 휴식 명령에 다들 묵묵히 복종한다. 근데 첫 25km가 넘었는데 아무도 쉬자는 말을 안 한다. 왼쪽 다리에서 쥐가 날 것 같은 생각이 간간이 든다. 패달링에 힘이 빠진다.
마이콜님에게 다가가 언제 쉴 건지 묻는다. 2km 앞쯤에 휴게소가 있다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쥐가 날 것 같아 말씀드리니, 바로 선두에게 정지 명령을 내린다.
길 옆에는 젖소들이 외양간에서 풀을 먹고 있다.
"니네들은 좋겠다. 비도 안 맞고." 퀵실버님이 한마디 하신다.
"그럼 바꾸세요^^" 가온이 대답하니 퀵실버님 소 흉내를 낸다. 다들 즐겁다.^^
작년에 힘들게 넘었던 언덕을 올해는 그래도 넘기가 수월한 편이다. 늘 기어가 바닥까지 떨어졌었는데, 2단 기어로 그래도 겨우겨우 오른다. 다시 반대편 다리에 쥐가 나려는 신호가 와서 다음 휴게소에서 쉰다.
다들 갈 길이 바쁜데도 걱정들 해주신다.
중간에 언덕 하나 넘고는 앞에서 가던 슈바님 펑크 신호 보낸다.
다들 서서 확인하니 압정만한 머리만 보인다.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아 일단 안전지대로 가서 수리하기로 한다.
막상 꺼내보니 이게 엄청 큰 못 같이 생겼다. 인라인 부속이라는데 어찌 이게 들어갔을까 싶다.
척척 수리를 하는데 수리도중 이런저런 상황발생으로 30분쯤 쉬고 가게 된다.
그래서 일까, 라이딩 도중 처음으로 해를 보게 된다. 비옷들 다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심기일전이다.
이 도로에서 처음으로 가온은 라이딩 중 잠깐 리딩을 한다. 날이 따뜻해지니 땀도 약간 나면서 훨씬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런 정도만 계속된다면...
● 홍천에서 인제구간
하지만 출발 전 하늘을 올려다 본 마이콜님, "다들 비 옷 꺼내 입으세요" 한다.
하늘을 보니 또 몰려 올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후 5분이 지나니 가장 심한 빗줄기가 내려친다. 시간이 지체된 관계로 50km 정도의 인제까지 논스톱으로 달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20km 정도를 심한 비를 맞고 달리니 컨디션이 바닥이 난다. 게다가 현재시간은 1시를 넘었다. 패달링에 힘이 빠지고 얕은 언덕에서도 지친다. 이 때 눈앞에 뭔가가 날아와서 고글에 부딪힌다. 앞에서 지켜주는 마이콜님의 바퀴에서 진흙이 튀어서 고글에 맞은 것이다. 하지만 얼굴에 계속 빗줄기가 때리는 중이라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진흙눈물이 되어 아픈 가온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선두와 간격이 벌어지고 배가 너무 고프다. 도저히 신남과 인제 구간의 업힐을 할 자신이 없다. 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가자고 말한다. 이 때가 제일 미안했다. 나 때문에 스케쥴이 계속 밀리는구나 하는 심정에 너무나 죄송해서 사진에 약간 오바를 했다.^^;;
적당한 식당이 없어 급하게 우유와 빵, 행동식으로 때우고, 다음 나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신남으로 들어가기 전 나오는 휴게소에서 갈비탕을 시킨다. 너무 추워 입술은 파래지고 몸은 벌벌 떨린다. 마침 측은해 하시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가스렌지에 불도 켜 주시고, 따뜻한 물도 주어서 좀 살 것 같다. 물론 예상한바 대로 식당에 들어가서 밖을 쳐다보니 비는 그쳐 있다. ㅠㅠ
많이 먹을 것 같았는데 밥이 잘 안 들어간다. 대부분 마찬가진 것 같다.
밥 먹고 나니 꾸벅꾸벅 졸린다. 의자에 앉아 잠깐 존 것도 같다.
신남이 가까워진다. 레드맨님은 후미를 보면서 이정표 하나 나오면 괴성(?)을 지르면서 좋아하신다. 맞장구 쳐드리고 싶었지만, 기력이 모자른다.(레드맨님 죄송했습니다.^^;;)
좁은 갓길에 대열 맞춰 잘 진행한다.
이 때 맞은편에서 오는 차에서 누군가 '화이팅'하는 소리를 지른다.
나도 모르게 '화이팅'을 따라 하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치민다. 눈시울이 뜨거위지면서 이 비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비오니까 편하게 다음번에 가자고 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100km가 남았는데 과연 이러고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앞에서 속도 줄여 뒤를 힐끗힐끗 보면서 가온이 잘 따라오는지 체크하는 마이콜님에게 더더욱 미안해지고, 앞으로 치고 나가면 달리기가 더 쉬울 텐데 끝까지 뒤에서 챙겨주시는 레드맨에게도 미안하고, 50m 앞에서 힘차게 오르는 퀵실버님, 슈바님에게도 미안한 생각과 함께, 이들이 있으니까 이 비에도 내가 라이딩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서러운 생각과 고마운 생각에 한참을 눈시울이 뜨겁게 달렸다. 비가 내려 주어서 고마웠던 순간이다.
● 인제에서 삼거리휴게소 구간
인제터널을 지나면서 업힐이 거의 끝났다. 시간을 많이 넘겨 그대로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앞에 가는 마이콜님의 바퀴에서 튄 물이 입으로 들어가든, 코로 들어가든 상관없는 경지가 된지 오래다.
중간에 번지점프를 누군가 하고 있다. 가면서 드는 생각이 지금 저기서 떨어져 보라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저런 건 죽어도 못한다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이제 휴게소가 보인다. 거리는 160km 정도를 달려왔다.
휴게소 들어가자마자 퀵실버님 펑크라고 한다.
깜짝 놀라면서 "아니 펑크난 타이어로 이 정도를 달려 오셨어요?"하니 "아니, 요 앞에서 났어요^^" 그런다.
그러면서 분주하게 수리를 한다. 하지만 '바람이 잘 안 들어가요'라는 말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펌프를 들여다보고, 튜브를 들여다보고 하면서 바람을 넣어본다. 마이콜님이 바람 넣자 잘 들어간다.
"퀵실버님이 미시령 올라갈 힘 아끼려고 바람 안 들어간다 한거지요?"하면서 마이콜님이 웃긴다.
가온이 튜브에 바람을 넣으면서 "마이콜님 30번만 넣어요" 하니, 마이콜님 "아니 30분이나 넣으라구요?"하면서 또 웃긴다.
마이콜님과 퀵실버님이 계속 웃겨주어서 힘이 많이 나는 가온이다.
● 휴게소에서 미시령 오르기 전 구간
20km 남짓의 평탄한 길인데 이제 거의 힘이 다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이번 라이딩 중 가온은 2가지의 목표를 세웠는데, 첫째는 작년과 달리 엠티비 타이어로 완주를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미시령구간을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잘 아는 마이콜님, 천천히 체력을 맞춰주면서 가온 앞에서 리드를 해 준다. 자전거 타보면 앞에서 바람 막아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게 된다. 묵묵히 그 역할 해주시는 마이콜님에게 시종 미안했고, 또 감사했다.
미안한 가온이 "뒷바퀴에서 튄 물 다 먹었다"고 힌소리를 해도 "제 바퀴에서 튄 물은 생수에요"라고 하면서 넉넉하게 대꾸해 준다.
중간에 인공폭포를 하나 만난다. 이 비가 오는데도 물줄기를 보니 장관이긴 하다. 단체사진 한 장 더 찍는다. 레드맨님 비에 고생이다.^^
● 미시령구간
다음 휴게소에서 잠시 쉬자 했는데, 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한계령의 휴게소를 착각들을 한 것이다. 평지에서 마지막 행동식(퀵실버님 사모님의 구운계란,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직접 하신거다, 아니다 목욕탕에서 산 거다. 우리 집사람 목욕탕 안 간다^^ 등등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ㅎㅎ)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정상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들 부지런히 오른다.
마이콜님, 가온에게 목표는 성공해야 하지 않겠냐고 힘내라 응원해 주신다.
마이콜님의 기어수에 맞춰 2단으로 천천히 천천히 밟으면서 오른다. 작년 노을님과 오를 때 1단의 마지막까지 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오늘은 용하다. 페이스 잃지 않게 해 준 마이콜님의 공이다. 이제 미시령이 1km가 남았다는 표시가 보이고, 앞서가는 분들의 파이팅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파이팅 소리에 힘입어 힘이 좀 더 난다.
하지만 한 700m 전인가? 2단 기어로는 나머지 거리가 좀 힘들 것 같다. 아직은 힘이 남은 상태라 계속 갈까 말까를 갈등하다 오르는게 중요하다 싶어 1단으로 내린다. 그런데 아뿔사!
흙이 잔뜩 뭍어 있던 체인이 걸려 버리고 만다. 패달질이 먹히지 않으면서 그만 내리고 만다. 나 자신에게 미안함 보다 앞에 가는 마이콜님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 만큼 지켜주고 응원해 주셨는데....
하지만 내려서 체인 풀고는 안장에 바로 올라 마지막 정상까지 열심히 올랐다. 정상에서 레드맨님 카메라 들고 파이팅 외쳐 주신다. 너무 감사하고 큰 힘이 되었다.
마이콜님에게 이렇게 되었다 말씀 드렸더니 '인정'이라고 하신다. 조금 일찍 기어변속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면서...
하지만 그래도 내리긴 한 것이니 가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다들 이 미시령업힐 구간에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오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 200km보다 여기 4km에서 더 많은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추워서 내려가자는 말에 반해 레드맨님 독사진 한 장씩 찍자 하신다. 그래서 다들 부들부들 떨면서 찍었다.^^ (레드맨님 감사합니다.)
● 속초까지
벌써 시간이 7시 반이다. 날은 춥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레드맨님이 먹고 싶어하던 미시령 꿀차 한찬 하고는 바로 다운이다.(다음에는 쌍화차 마셔봐야지^^) 다운에는 안개가 더욱 많이 끼어 앞 사람과 차들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다 내려와서 약간의 언덕에 패달질 하려니 무릎이 얼어버렸다. 뒤쪽에서 퀵실버님과 레드맨님의 어쿠어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 같은 상황이라는 거다.^^
잘 내려가다가 거의 터미널이 다 되어 가는데, 가온의 체인이 또 말썽이다. 어떻게 꼬였는지 풀기가 어려울 정도다. 레드맨님과 슈바님, 퀵실버님 어떻게 어떻게 해서 풀어주신다. 안 풀리면 집에 어떻게 가나 하고 걱정하던 가온은 얼굴이 환해진다.(감사했습니다.)
먼저 달려가셨던 마이콜님 막차표(11시)를 끊어 놓으시고, 목욕탕으로 같이 간다. 24시간 하는 곳이라 씻을 수 있게되어 너무 다행이었다. 이 시간 목욕탕마저 문을 닫았다면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스러웠다.
● 속초에서
속초투어의 백미는 속초의 회라기 보다는 이 목욕탕에 있지 않나 싶다. 너무나 고마워서 다들 등 한번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목욕시간도 부족하다.^^;;
대충 1시간 반만에 목욕과 식사를 끝내야 했던 것이다.
발은 다들 퉁퉁 불어 있어, 샤워 후 탕속으로 들어오는 분들마다 발가락이 찌릿거리고 아파서 인상들이다.^^
하지만 이 뜨뜻한 목욕물에 비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근처에 회집이 있으면 급하게 먹으려고 했으나 터미널 근처에서는 회집이 없었다. 동명항까지 갔다오기도 그래서 할 수 없이 해물탕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너무 배가 고팠던 가온은 미리 나온 반찬에 밥 한 공기 다 먹었지만, 해물탕도 참 맛이 있다.
맥주와 백세주 등으로 자축을 하면서 말끔해진 모습들에 다들 생기가 넘친다.
원래 회를 쏘기로 했었는데 상황이 이런지라 뒤풀이를 꼭 하기로 한다.(장어를 먹을 것이냐 회를 먹을 것이냐를 고민합니다.^^)
● 돌아오는 길
시외버스 짐칸에 자전거 5대를 어떤 것은 통째로 어떤 것은 앞바퀴를 풀고 집어넣으니 다 들어간다. 피곤한 몸을 다들 의자에 기대고 어느덧 잠이 들고, 중간에 언뜻 깨었는데, 차가 엄청난 과속으로 가고 있다. 다시 눈을 뜰 때쯤, 뒷자리의 레드맨님 일어나라 깨운다. 다 온 것이다.
다들 수고와 고생하셨다는 말을 남기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해물탕집에서 타이어에 펑크난 레드맨님은 택시로 가시고, 마이콜님 자전거로 이동하신다. 퀵실버님, 슈바님과 가온은 주차해 둔 광장사거리 쪽으로 자전거로 움직여 힘들었던 속초 우중 라이딩을 접는다.
2003년 6월 15일 / 속초 로드 라이딩 / 거리 203km / 날씨 하루종일 비
가온
ps 아래의 팀원들이 있어 어려운 악천후 속에서도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힘들어하는 저에게 용기 주시고, 응원해 주신 팀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자랑스럽게, 나는 그렇게 빗줄기가 심하게 내리치는 속에서도 당당하게 속초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퀵실버님께 :
모범적인 라이딩으로 늘 선두에서 전체 라이딩을 잘 이끌어 주셨습니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시고 재미난 말들로 웃겨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늘 겸손하시고 차분하셔서 많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레드맨님께 :
후미에서 라이더들이 다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 주시고, 입도 아프셨을텐데 호루라기 열심히 불어 주셔서 다치지 않고 무사히 갔다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무거운 공구 들고 다닌다고 2배는 더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요소요소에서 카메라 들고 열심히 찍어 주셔서, 사진 없는 라이딩이 될 뻔한 투어에 재미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깊은 감사드립니다.
슈가바이크님께 :
처음 뵌 분이지만, 선한 얼굴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시종일관 끌어주시고, 용기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속초라이딩을 꼭 하고 싶으셨다는데 악천후 속에서 라이딩이 즐거운 추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자주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이콜님께 :
아마 마이콜님이 없었다면 라이딩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힘든 역할 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전원완주의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요? 작년에 이어 같이 라이딩 했었는데, 올해는 너무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훌륭한 번장의 역할이었습니다. 존경을 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노을님께 : 새벽잠까지 포기하고 나와서 팀원들을 위해 자동차로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습니다. 같이 라이딩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팔당터널 들 지날 때 아주 안심이 되었습니다. 타이어 펑크 날 때마다 다들 노을님한테 전화 걸어 새로 산 펌프 좀 가지고 오라고 농담들 했습니다. 그만큼 노을님이 편하단 말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니콜라님께 : 피곤하실텐데 집이 가깝다는 핑계(?)로 환송 나와 주셨습니다. 라이더들에게 아주 큰 힘과 용기가 되었습니다. 같이 라이딩 한 적은 없지만,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했습니다.
그 밖에 전화(전화를 깊숙이 넣어두어 받지를 못했습니다.)로 용기주신 말발굽님, 짱구님, 수류탄님, 산초님, 제킬님, 게시판으로 응원해 주신 타기옹님, 마니님, 재성이님, O-O님, 이모님 등 많은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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