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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와 왕초보 이시스의 1000Km 투어 (이시스 버전)

이시스2003.07.02 20:04조회 수 1604추천 수 1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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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부터 6월 24일까지 대구 -> 통일전망대 -> 대구 투어를 다녀 왔습니다. 그래서 주절주절 여행기를 올려 봅니다.
이 글은 제가 활동하는 대구사진사랑모임 대구포커스와 여기 와일드바이크에 동시에 올립니다.
등장하는 아이디는 모두 대구포커스 회원님들의 아이디입니다.
동행한 쿨러도 대구포커스에서 만나 절친해진 스물넷 건강한 청년이죠.


자전거를 위한 모든 정보를 여기 와일드바이크에서 얻어 갔습니다.
홀릭님과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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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 자전거를 준비하다

한 번은 떠났다가 돌아와야 했다.
떠남과 돌아옴으로 인해 무언가 확 뒤집히리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명분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 몸을 내 힘으로만 이끌고 다녀오고 싶다.

맵서비스 콩나물을 이용해 대구 -> 통일전망대 -> 대구 구간의 거리를
꼼꼼히 체크했다. 980km~1010km 쯤 된다. 한번이상은 다 가본 길이다.
운두령, 필례령, 한계령, 울진고개... 무지막지한 고개들이 날 질리게 한다.

가는 길은 경상/강원 내륙, 오는 길은 동해안의 7번국도.
걸어서 다녀올까? 최장 30~40일이 소요된다. 이건 아니다. 너무 긴 시간이다.
인라인을 탈까? 갓길도 없는 살인적인 다운힐에선 5륜 카본이 맥을 못춘다.
자전거는 어떨까? 20년전에 타 봤는데 될까?

wildbike.co.kr을 모조리 뒤져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저마다 강추라고 얘기하는 파라마운트로 달려갔다.
지난번 쿨러가 프로코렉스 win300을 구입할 때 몇 번 가본 적이 있어
사장님과 직원분들을 뵌 적이 있다. 참 친절한 샵이다.
어느 분야 가릴 것 없이 취미라는 것에는 장비병이라는 극악한 바이러스가 따라 다닌다.
이넘을 피해갈려면 애초부터 어느 정도 이상의 장비를 구입하는게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수십대의 카메라, 수십대의 모터바이크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_-;
스캇 엘리트 레이싱 2002년 모델로 결정했다.
올해 모델과 달리 LX/XT 조합이다. 대신 샥은 마니또가 아니라 쥬디TT다.
이정도면 적어도 1년정도는 장비병에 시달릴 일이 없겠지.
왕초보도 못 되는 넘이 부품이 나빠 산에 가니 못가니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LX/XT 조합을 가지고 그딴 소리 해대다가는 산잔차타는 분들에게 맞아죽기 딱 좋다.
이월모델이라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나머지 장비들도 모조리 구입했다.

프롤로그 2 - 예비주행

자전거를 구입한 그 날, 바로 신천을 달렸다.
쿨러와 향기나무를 억지로, 정말 억지로 따라갔다.
10km를 넘자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20km에 다가서자 정말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다. 이게 왜 이러지.
쿨러가 내 자세를 보더니 다리가 너무 펴진단다. 안장이 높다는 건데
어쨌든 안장을 좀 낮췄다. 하지만 이미 아픈 무릎이 덜 아프지는 않았다.
다음 날은 거의 걸어다닐 수 없었다. 지오메트리와 자세가 중요하긴 중요한가 보다.

타이어를 슬릭으로 교체했다.
쿨러 얘기로는 도로가 팍팍 밀어주는 느낌이라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오프로드 타이어 하루저녁 타 본 넘한테 무슨 느낌이 있으랴.
예비주행으로 대구 -> 성주 -> 고령 -> 대구 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주행거리는 100km 좀 넘는 정도.
쿨러와는 1000km 투어를 같이 다녀오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쿨러는 쿨러만의 이유로, 나는 나만의 이유로. 그리공 공통된 그 무언가를 이유로.

둘다 패드바지를 준비했다. 대구왈바의 달려라 영구님 말씀이
[무엇보다도 엉덩이가 아파서 못 가실텐데요... 일사병도 조심해야 하고...]
무작정 패드바지를 준비했다. 절정고수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까.

대구에서 고령까지는 그래도 달릴만 했다. 엉덩이 빼고는.
고령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다음 대구로 향했는데 그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무릎이 다시 고장난 것이다. 신천을 달릴 때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안장높이를 이리저리 바꿔 보았지만
그런 즉흥적인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달려라 영구님 말씀대로 엉덩이가 쓰라릴대로 쓰라리고
더위와 햇빛까지 날 괴롭혔다.
죽어라 대구를 향해 달렸지만 쿨러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다보니 엉덩이가 온통 시퍼렇다. T_T
패드바지없이 출발했으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다음 날,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했다.
이놈의 무릎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못하는 한, 1000km는 지옥이 될 지도 모른다.
무서웠다.

프롤로그 3 - 출발전야

상행코스 각 구간별 1:200,000 지도를 준비하고 예상 숙박지점을 정해 보았다.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한번이상 가 본 길인데다가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도상이다. 내려오는 코스는 따로 지도를 준비하지 않았다. 무조건 7번 국도.

욕심내지 않고 하루평균 100km 정도를 달리기로 했다.
바닥난 체력의 30대가 욕심을 낸들 얼마나 달리겠냐만 하루만 달리고
그만 둘 것이 아니기에 100km 정도를 평균으로 잡았다.

자전거 / 투팩 멀티툴 / 펑크킷트 / 타이어분리 막대 / 펌프 / 예비 튜브 /
맥가이버칼 / 쿨맥스 짚티 2 / 패드바지 / 쿨맥스 쫄바지 / 반바지 / 수건 3 / 모자 /
양말 3 / 오버 트라우저 / 방수 긴바지 / 물통 / 필기도구 / 콘탁스 T3 카메라
필름 5롤 / 각종 의약품 / 세면도구 / 썬크림

스캇 에어스트라이크 20리터 배낭과 안장가방에 나눠서 준비물을 담고
자전거 핸들바에는 속도계와 캣아이 5LED 라이트를 달았다.
라이트는 야갼주행때 맞은 편에서 오는 차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야간주행이 예정된 바는 없지만 알 수 없지 않은가.

숙박은 모조리 민박이나 여관. 끼니는 무조건 매식.
텐트와 코펠을 이고지고 갈 생각은 없다. 내 몸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무슨.

어쨌든 출발이다.
아직도 클릿페달이 어색하고, 지오메트리와 자세는 전혀 감이 안오며,
기어 변속이나 적절한 기어비에도 자신이 없지만
아무튼 가면서 해결하기로 했다. 무릎만 잘 버텨주면 좋으련만.

근데 이거... 정말 정신나간 짓이 아닐까...


1일차 - 6월 16일



출발전 두류공원 2.28 기념공원에서


두류공원 2.28기념탑으로 나갔다. 쿨러와 서로의 사진을 한장씩 찍어주고 출발.
도심을 빠져나가 칠곡으로 향했다. 아침 공기가 그런대로 좋다.
동명 네거리를 지나니 드디어 본격적인 5번국도.
비교적 넓은 갓길로 달린다. 다부동으로 넘어가는 가산 고개.
오르막이 길다. 헉헉대며 무턱대고 밟는다.
두 번 정도 발을 땅에 딛고 물 마시고... 어쩌다 보니 가산고개를 넘는다.
오르막이 기니까 내리막도 그렇구만. 신나게 다운힐.
첨으로 맛보는 기나긴 내리막. 아... 이 맛에 고개를 기어 오르는구나. T_T



가산고개를 넘으며


고개아래의 휴게소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어야 한다.
아~ 저기 휴게소~~ 헤헤 웃으며 휴게소앞 파라솔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다가
그만 꽈당. 클릿페달에서 발을 빼지 못했다.
매점 아주머니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다 본다.
왼쪽 무릎에 동전만한 상처가 생겼다. 아고고... 닦아내고 빨간 약 바르고...
그 동안 클릿 때문에 네번 넘어졌는데 아직 더 넘어져야 하나 보다.

아내가 준비해 준 샌드위치를 우유와 함께 먹고 출발.
고속도로같은 왕복 4차선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 보니 의성.
휴게소에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평상에서 1시간 잤다.
썬크림으로 덕지덕지 코팅하고 다시 출발. 햇살이 정말 강하다.
잘 닦여진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이제 감이 좀 온다.
2*8단에서 27~30정도 나온다. 하지만 한참 앞서간 쿨러는 보이지 않는다.
안동 진입부분의 검문소 고개를 헉헉대고 넘으니 드디어 안동.
덤프트럭 먼지날리며 지나가는 길가에서 연양갱 하나 까먹고 다시 달린다.



안동의 낙동강 구다리 위에서


100km 조금 넘게 달렸지만 아직 오후 5시쯤.
도산서원쪽을 향해 더 달리기로 한다. 도산서원을 지나면 도산온천이 있다.
온천이 있으면 숙박시설도 있을 터. 35번 국도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안동에서 35번국도로 빠져나가는 요상한 고개에서 좌절하고야 말았다. -_-;
길지도 높지도 않은 이 고개를 못다 오르고 드디어 처음으로 끌고바이크.
자전거에 올라앉아 밟아봐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헤멜 뿐이다.
어휴... 축처진 어깨로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넘었다. 정말 힘빠지는군.
벌써부터 끌고바이크라니 앞으로의 여정이 암담하기만 하다.
햇살 뜨거운 도로를 바라보며 길가 버스정류장에 앉아 연양갱을 먹는다.

도산서원까지는 20여km. 오르락 내리락 고개가 많은 길, 헉헉대며 달린다.
그런데 그렇게 달리다가 어느 초등학교 앞에서 또 넘어지고야 말았다.
잠시 쉬겠다고 아무 생각없이 길가에 정지하려다 클릿을 못 빼고 콰당.
아침에 다친 상처를 또 다시 아스팔트에 찧었다.
아스팔트에 메달만한 핏자욱이 번진다. 으... 이번엔 눈물나게 아프다. 빌어먹을.
하지만 또다시 달리는 수 밖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체력이 바닥났다.
고개가 푹 숙여지고 밟아도 밟아도 자전거가 전진하지 않는다. 의욕상실.
체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바닥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동식을 좀 더 자주 먹어줘야 했다. 왕초보는 어쩔 수 없다.
근데 왕초보가 아닌 쿨러도 마찬가지였다. 의욕상실.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산림박물관 앞에서 연양갱을 먹고
함께 천천히 달린다. 얘기를 주고 받으며 여러 수십번의 업힐 다운힐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도산서원. 조금 더 달리니 도산온천이 나왔다.
온천은 국도에서 1km 남짓 들어가야 한다.
근데 온천에 도착해보니 허걱~ 이건 또 무신 동네 목욕탕~
온천 수질이 온천 규모와 무슨 관계가 있으랴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다시 돌아나와 [온천장 여관]에 짐을 풀었다. 저녁 7시경.

여관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수원식당]에서 삼겹살에 된장찌개밥.
실컷 먹었다. 소주도 몇 잔 들이키니 아... 정말 개운하고 살 것 같다.
여관으로 돌아가 샤워하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선풍기 틀어놓고.
온몸 근육들이 아우성을 지른다.
[주인넘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너 미쳤냐...]
저마다 불평불만이 대단하다. 아픈 무릎이 특히나 걱정된다.

주행거리 : 133km
대구 -> 군위 -> 의성 -> 안동 -> 도산서원 -> 도산온천 (온혜온천)

2일차 - 6월 17일

뻑뻑한 몸을 일으키고 준비한다. 패드바지가 덜 말랐지만 신경쓰이지 않는다.
대충 채비를 하고 썬크림 떡칠 코팅을 한다음 여관을 나섰다.
오른쪽 신발 클릿을 조정후 출발. 7시 20분이다.



도산온천에서 출발하던 아침, 오른쪽 클릿 조정


청량산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달린다. 상쾌하기가 이를데 없다.
짙은 아침안개에 휩싸인 계곡을 바라보며 달리니 쿨러가 탄성을 지른다.
나도 흐뭇흐뭇~~ 연양갱 하나를 까먹고 사진 몇장찍고 계속 달린다.
찍사들의 본질은 숨길 수 없나 보다. 달리다가 틈틈이 셔터를 누른다.



청량산 바깥계곡


20km쯤을 달리고 [호수가든]이란 곳에서 아침식사로 된장찌개밥.
역시 된장찌개가 최고야~ 탄수화물을 듬뿍 보충한 다음 10시쯤 다시 시작.



아침먹고 신나게 달려보자.


곧 고개를 만났다. 지도상으로는 참나무재.
어느새 쨍쨍해진 햇살은 위에서 나를 찍어 누르고 도로는 아래에서 나를
압박한다. 지나온 길에 땀방울이 뚝뚝 흘러 궤적을 그린다.
지나는 카니발에서 화이팅~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손들어 답례할 힘도 없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 고개를 내 삶의 고비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도깨비도로라는 간판이 보인다. 과연 약간 내리막으로 보인다.
약간 내리막을 과장한 빌어먹을 오르막을 지나 또 오르고 오른다.
결국 참나무재 정상. 내가 뭘하고 있는 건지 어디에 있는 건지 몽롱하다.



맛이 간 모습으로 참나무재 정상에 서다


구불구불한 다운힐을 달려 내려간다.
간사한 것은 인간. 헉헉거리던 5분전의 기억이 아련하다.
자동차 규정속도에 근접하는 속도로 달려 내려가는 이 기분. 마약이다.
고만고만한 고개를 여러개 넘고 넘다보니 어느새 법전 삼거리.
왼쪽으로는 봉화, 오른쪽으로는 현동과 태백.
연양갱 하나 먹고 현동을 향해 달렸다. 현동쪽이면 곧 노루재가 나온다.

차를 타고 올라도 헉헉대는 그 노루재. 여러번 달려 본 도로인만큼
상상에서 오는 공포감도 크다. 자전거로는 어찌 오를까.
어쨌든 페달을 돌린다. 오늘도 햇살이 대단히 뜨겁다.
끙끙대며 밟다가 물 마시고 또 밟다가 물마시고...
이건 이미 달리는 게 아니다. 그냥 자전거를 조금씩 굴린다고나 할까.
그런데 웬 터널이 나온다. [노루재 터널].
허엇. 예의 그 살인적인 고갯길대신 터널을 통해 바로 현동까지 간다는 건가.



체력은 간당간당, 햇살은 쨍쟁.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터널속 도로엔 갓길이 없을 뿐더러 도로 가장자리엔 온통 자갈과
깨어진 병따위의 쓰레기 들이다. 게다가 뒷쪽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굉음이
터널벽에 부딪혀 몇십배 증폭되어 내 온몸을 덮친다.
터널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 근원적인 공포란게 대충 이런 것인가.
죽어라 페달을 밟았다. 다행히 터널길은 내리막이었고 오래지 않아
그곳에서 도망나올 수 있었다. 터널이 이런 것일 줄은 정말 몰랐다.
쿨러도 같은 느낌을 받았나 보다. 한숨 몇번 내쉬고 한장씩 찍고는 다시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 현동이다. [노루재 터널]이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켰다.

현동에서 태백가는 오르막의 명산랜드. 휴게소에서 된장찌개 비빔밥.
메뉴가 정말 기막히다. 이번 여행 최고의 된장찌개 밥. 추가 밥은 공짜.
시원하고 친절하고. 도로변의 큰 휴게소에 대한 이미지가 싸악 바뀐다. 강추.
대구가 고향이라는 직원 아가씨가 얼음과자를 주며 힘내라고 한다. 감동받는다.

이제 남은 것은 강원도로 넘어가는 무지막지한 고개 하나.
무릎은 또 고장났다. 여러번의 고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었나보다.
역시나 썬크림 떡칠로 피부에 코팅을 하고 2시 10분에 출발한다.

강원도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하야 넛재, 넛고개.
내 평생 이 고개만큼은 잊지 못할 것이다. 오죽하면 여정이 끝난 후
차로 복수하러 오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도로 하나하나를 잘근잘근 밟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자전거로 다시 복수하겠다는 생각만이 남는다. ^^;)

헤이즈가 허옇게 낀 공기에 쨍쨍한 햇살. 무덥기가 이를데 없다.
고갯길은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고 모자란 것은 체력 말라 붙은 건 식도.
이미 자전거의 속도는 5~7km. 밟아도 밟아도 고개의 끝은 보이지 않고
그저 굽이길로 시야에서 사라질 뿐이다. 게다가 엉덩이는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다가 언제인가부터 끌고바이크가 시작 되었다.
클릿신발 깔딱거리는 소리만 들으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내 몸한테 미안하고 자전거한테 미안하고 내 오기한테 미안하다.
고글은 온통 땀방울로 얼룩져 앞에 뭐가 있는지 대충 파악할 뿐이다.

넛고개식당이라는 매점겸 식당이 문득 나타났다.
시원한 음료수를 사고 길을 물으니 걱정스레 대답해 주시는 아주머니.
정말 친절하신 분이다. 아들이 집 나온 것 마냥 잘 해 주신다.
연양갱 먹고 물 먹고 가게 고양이 쳐다보다가 다시 오른다.

결국 4시 40분쯤 넛고개 정상에 올랐다. 허망하기가 이를데 없다.
오르막에서 내가 흘린 땀들은 고개 정상따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정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모두 다 거짓이다.
정상에 올라 성취감을 느낀다는 것. 그건 자기최면이다.
바람부는 정상이 어찌 땀흘리는 그 오르막을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잘 모르겠다.

1시간여를 다운힐하고 달리다 보니 강원도 경계에 들어섰다.
태백시 구문소동. 이 곳부터 강원도. 쿨러가 감동을 한다. 나도 씩 웃었다.



강원도와 경상도의 경계지점




구문소를 지나 태백 시내로 들어간다.


이제 태백역으로 가 여장을 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그것 오산이었다. 복공판깔린 대구 달구벌대로 정도의
번잡함을 가진 널찍한 도로가 끝이 나지 않는다.
넛재에서 완전히 힘이 빠진 쿨러와 나는 이 구간이 결정타였다.
허덕이며 한시간을 더 달리니 체력은 완전히 바닥나고
내 무릎은 드디어 맛이 가 버렸다.

예정된 민박집엔 방이 없어 태백역 [태평장 여관]에 짐을 풀었다.
24시간 기사식당에서 김치찌개밥. 주인 아줌마 고향이 영천 고경이란다.
파김치가 된 몸을 소주 몇잔에 풀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패드바지에 피가 묻었다. 엉덩이가 짓물러 터졌나보다. 아구...

건장한 쿨러도 어지간히 피곤한가 보다. 바로 쓰러져 잔다.
벽에 붙어 빨래쪽을 향해 돌아가는 선풍기가 너무 시끄럽다. 끄고 잤다.

주행거리 : 87km
도산온천 -> 법전삼거리 -> 현동 -> 넛재 -> 대현 -> 태백역


3일차 - 6월 18일

아... 정말 싫다. 관절마다 오일이 아니라 찰흙으로 떡칠된 것 같다.
주섬주섬 챙겨들고 입고 나선다. 태백역에서 한 컷 찍고 7시 20분 출발.
이제 [주행후 아침식사]가 기본이다. 그게 훨씬 낫다.
35번 국도를 타고 임계로 향한다. 강원도 고갯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근데 이건 또 뭐냐. 아침부터 무지막지 오르막이다.
잠을 자도 낫지 않은 무릎이 짜증나고 속도도 나지 않는다.
오르다가 연양갱 하나를 까 먹는다. 이제 행동식은 연양갱으로만 챙긴다.
쵸코바 종류는 금방 떡이 되어 녹아버리니까.
안장 높이를 좀 조절하고 다시 올라간다. 도대체 이 고개는 뭐냐.
아주머니들이 길가에 꽃을 심느라 열심이다. 그걸 바라보다가
결국 끌고 바이크. 아주머니들이 다들 쳐다본다. 좀 무안하다.
그래도 끌고바이크 시작한 곳이 정상부근이었나 보다. 금새 고개 정상.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발원하여 삼수령이라 불리는 피재이다.



태백에서 오르는 고개. 피재.


정상 휴게소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9시 10분. 다시 다운힐로 출발. 임계까지는 평탄한 길이 계속 된다.
그런데 임계 거의 다 와서 다시 체력바닥. 이상하다. 이거 왜 이러지.
허겁지겁 연양갱 챙겨먹고 다시 달린다.
(며칠뒤에 안 일이지만 아침으로 라면 한개는 정말 위험천만이다)
사정없이 내려쏘는 햇살이 시작되고 임계에 도착했다.

정말 작은 동네. 동태찌개밥을 배불리 먹고 쉴 곳을 찾았다. 없다.
무작정 임계파출소로 찾아들어 쉬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 본다.
뒷 마당으로 가랜다. 뒷마당엔 큰 나무그늘과 파라솔 탁자가 있다.
덕분에 한숨 잘 잤다. 자다가 깨니 소장님이 시원한 원비디를 챙겨주신다.
물도 채우고 썬크림도 떡칠로 바르고. 임계파출소 직원분들 참 고맙다.



임계파출소 뒷 뜰. 소장님과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시 10분. 출발. 출발과 동시에 고개가 시작된다.
식당 아주머니 얘기로는 자전거로도 15분이면 된다던데 얼어죽을...
쿨러가 뒤에 붙어 페달링을 봐주며 교정해 준다. 천천히 걷듯이.
아하... 가볍다고 생각했던 내 페달링이 엄청 무거운 것이었군.
평소보다 더욱 가볍게 페달링을 했더니 어쨌든 끈질기게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쿨러가 교관이자 시범조교다. 가끔 시어미 역할도 한다. -_-;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고개 정상이다. [작은 너그니재]
크헉 T_T 작은게 있으면 큰 것도 있을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고갯길이 다시 시작된다. 머리를 찜통에 집어넣은 것 같다.



어쨌든 올라가면 된다.


결국 [큰 너그니재]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나는 또 넘어졌다.
뻔하다. 클릿을 빼지 못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둥글게 굴러서
상처가 크지 않다. 정말 다행이다. 차라도 지나갔으면 어쨌을까나.



큰너그니재.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말을 지켜줬으면 한다. 큰너근령이 뭐냐.


아우라지로 내려가는 다운힐은 정말 상쾌하다.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싸늘한 강원도 내륙 공기가 온몸을 스쳐간다. 역시나 마약이다 마약.
고만고만한 업다운을 계속하다 보니 아우라지 도착.
근데 늘 보던 풍경에서 무엇하나가 빠졌다. 가만 보니 철교가 없다.
철교가 무너져 공사중이다. 작년 수해 때문인가.
아우라지 역에 들러 몇 컷 찍었다. 이젠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다.
수해와 눈사태로 철길이 망가지고 터널이 무너졌다고 한다.
역전의 조그만 식당들과 여인숙들은 뭘 먹고 사나. 씁쓸하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나 좀 건너주게~



아우라지 역에서


5시쯤 오대천 입구인 북평 나전에 도착했다.
오대천을 따라가다가 수항계곡에 다다르면 오늘 여정은 끝이다.
오대천 절경에 쿨러가 또다시 감탄사를 연발한다.
산도 좋고 물도 좋고 길도 좋고. 큰 고개 두개를 넘으니 그럭저럭 수항.



오대천을 따라 올라간다.


그런데 민박할 여지가 없다. 방도 없고 식사도 제대로 안 된단다.
방하나에 4만원이라는 오리지널 강원도 사투리 아줌마한테 질려버렸다.
이미 7시. 곧 해가 진다. 일단 저녁을 먹기로 하고 골때리는 고개 하나를 넘었다.
버섯전문점 [학마을 풍경]. 버섯돌솥비빔밥을 먹고나니 8시 30분.

이미 해는 넘어가 캄캄하다. 깜박이 다 켜고 5LED 라이트를 켰다.
쿨러는 자전거 뒷 꽁무니에 그 뭐시냐... 새파란 불빛의 깜박이를 켰다.
내가 앞서고 쿨러가 백업. 쿨러 꽁무니의 깜박이 성능이 정말 대단하다.
5LED 라이트도 차선을 비춰주는 정도는 된다. 다행이다.
진부에 도착하지 못하면 강원도 곰하고 같이 자야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깜깜한 도로를 10여km 달리니 진부의 불빛이 보인다.
진부읍내를 헤매다가 서림 호텔에 여장을 풀고 몸을 누인다.
내일은 전국이 태풍권이라 하루 쉬기로 했다.
이틀에 5만원. 시설 참 좋다. 건물내에 있는 목욕탕에서 사우나도 하랜다.

주행거리 : 120km
태백역 -> 피재 -> 임계 -> 아우라지 -> 북평 -> 오대천 -> 하진부

4일차 - 6월 19일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 시켜먹고 호텔앞의 PC방으로 가 본다.
두어시간 놀다가 두건을 사러 돌아다닌다.
달리다보면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다. 두건이라도 하나 써야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빨래하고 빨래널고 저녁까지 빈둥거렸다. 정작 비는 얼마 안온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도 하루 쉬었다고 말이다.

낯선 도시에서 보내는 한가한 하루가 스산하면서도 어색하게 여유롭다.

주행거리 : 도보로 2km 미만

5일차 - 6월 20일

6시30분. 출발. 덜 마른 패드바지가 사정없이 축축하다.
오늘은 운두령을 넘어야 한다. 운두령을 빨리 넘어가게 되면
저녁에 한계령을 넘어갈 수 있다.
진부에서 빠져나가니 곧바로 속사리재가 시작된다.
아침의 첫 고개는 언제나 힘들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고개를 오른다.
만만찮다. 연양갱 하나 먹고 계속 올랐다. 결국 고개를 넘어
운두령 오르는 31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MTB선수 출신의 주인장이 있다는 운두령 산장을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무지막지 오르막 시작. 쿨러 덕분에 페달링이 훨씬 나아졌다.
그렇다고 휘파람 불면서 올라갈 수는 없다. 헉헉대고 끙끙대고...
운두령은 1089m. 이번 여정에서 가장 높은 고개다.
가도가도 끝이 없지만 그렇다고 끌고바이크 할 생각은 없다.
걷는 속도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오만가지 생각들, 욕지거리를 해대는 근육들, 턱밑까지 차오른 숨.
결국 출발 두시간 반 남짓에 속사리재와 운두령을 넘었다.



운두령 정상에서 T_T


정상매점에서 라면과 감자전으로 끼니를 때운다. 칡차도 한 잔.
운두령에 올 때마다 칡즙을 먹지만 언제나 시원쌉쌀한게 좋다.
얼마나 추운지 매점엔 아직 난로가 있다. 엉덩이 좀 말리고 다시 출발.

1089m 고개에서 시작되는 다운힐을 구구절절 얘기해봐야 뭔 소용 있으랴.
과열된 브레이크를 한두번 식히면서 신나게 달려 내려갔다. 길기도 길다 ^^
창촌지나 미산계곡 입구로 들어섰다.
상행코스를 결정할 때 미산계곡과 필례계곡을 꼭 지나리라 마음 먹었다.
삼둔중 귀둔과 살둔을 지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촌쪽의 미산계곡은 사람이 거의 찾지않는 비경중의 비경이다.
자전거타고 마실나온 것 마냥 둘은 룰루랄라 계곡길을 달렸다. 좋다.

그러다가 황당하게 가파른 업힐하나를 지나고 나니 어느새 살둔.
살둔을 지나는 도로가 닦여 살둔에 묻혀 살던 이들은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고 들었다. 살둔산장 주인장도 어디론가 갔다는데...
산장에 들러갈 시간은 없어 그냥 눈도장을 찍고 계속 달린다.



위에서 내려다 본 살둔. 물이 돌아나간다.




살둔으로 내려가는 다운힐. 오른쪽 집에는 검은개와 흰개가 살고 있다. 무지하게 짖어댄다. -_-;


상남쪽의 미산계곡은 이른바 관광개발로 조금 번잡하다.
달리다보니 슬슬 힘이 딸리고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이것도 아침으로 먹은 라면때문이라는 걸 뒷날 깨달았다)
연양갱을 먹어 보아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정말 지겹다 힘없다 지겹다 힘없다 노래를 부르다가 상남에 도착했다.

[우성식당]에서 된장찌개밥. 여행 최다메뉴인 된장찌개지만 언제 먹어도 좋다.
주인아저씨께 부탁드려 안쪽 방에서 30분 눈을 붙인다.

오늘도 햇살은 뜨겁기만 하다. 썬크림으로 코팅. 2시 30분쯤 출발.
군용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군바리의 고향 현리를 지나 내린천을 달린다.
드디어 필례계곡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귀둔을 지나고 필례삼거리를 지나면 곧바로 한계령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일단 귀둔삼거리를 향해 달린다. 그.런.데. 여기도 무지막지 고개가 있다.
여행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은 [차량으로 달리는 길의 이미지와
자전거로 달리는 길의 이미지는 전혀 다르다] 는 것이다.
필례 삼거리까지는 그저 그런 업다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오산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고개는 두배로 힘을 빼 놓는다.
군부대앞의 직벽같은 고개를 끙끙대며 올라가고 있으려니
작업나온 군인들이 눈을 똥그랗게 뜬다. 속으로 외쳐본다.
[이 넘들아~~ 그래도 나는 일주일만 있으면 집에 간다!! 민방위 2년차...-_-;]

몇번의 끌고바이크끝에 귀둔삼거리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달콤한 음료수나 하나 먹으려 했더니 문이 잠겼다.
들에 일나가셨나? 쿨러와 나는 헛웃음만 짓고는 물을 들이킨다.

지나는 차를 붙들고 길을 물었더니 한계령까지 60km, 자전거로는 못 간단다.
그 동네, 길인심하나 고약하다. 이미 25km쯤 남은 걸 알고 있는데
60km라니... 게다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자전거로는 못 가징~~~]
그 아저씨도 자신만의 길 이미지가 있는 건가.

다시 달린다. 여지없이 무지막지 고개가 나온다.
밟고 숨 몰아쉬고 가끔 끌고, 그러다보니 필례 삼거리가 나왔다.
이제 한계령까지 오르기만 하면 된다. 오르기만 하면.
매점 아주머니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한계령까지 12km라 친절하게 얘기한다.
어차피 여기에서 묵을 생각은 없다. 잘곳은 여기가 아니라 한계령너머!!

연양갱 우적우적 씹어먹고 계속 올라간다.
필례약수를 지나고 본격적인 오르막 시작.
거추장스런게 하나 더 늘었다. 헬멧주변에서 앵앵대는 여러 수십마리의 하루살이들.
이젠 고개까지 좌우로 내저으며 고개를 오른다. 빌어먹을 하루살이들.

사진도 몇장찍고 쿨러와 히히덕거리기도 하면서 필례령을 오른다. 하루살이도 같이. -_-;
길기도 길지만 경사도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인적없이 싸늘한 산속 공기와 대나무처럼 하늘로 솟은 수천 수만그루의 나무숲.
언젠가는 여기에 들어와 쥐죽은 듯 파묻혀 살 상상을 하며 허겁지겁 고개를 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부근에서는 끌고바이크를 했지만) 어쨌든 정상에 도착했다.



필례계곡을 따라 한계령 가는 길. 올라온 길을 돌아보며.


쿨러가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나도 좋다. 오색에서 한계령으로 올라오는
뱀같은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기를 쉬지않고 한번에 오르는 사람도 있대지 아마.^^;
필례령 정상에서 잠시 쉬고 다시 도로를 내려간다.
한계령 휴게소가 바로 윗쪽에 있다. 살살 밟아서 천천히 올라갔다. 7시 20분.
꿀차 한잔을 들고 털썩 주저앉아 있으려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내일이면 통일전망대, 이제 찍고 턴하면 된다. 근데 왜 이리 맘이 스산한걸까.

이제 다운힐이 시작된다. 어둑어둑한 시간이라 내설악의 멋진 바위들을
쿨러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게 참 아쉽다. 장수대를 지나 끝없이 계속되는 다운힐.
다운힐만으로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곳이다.
한계 삼거리까지 장장 40분동안 다운힐만 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계령쪽으로 오르는 자전거팀 두분을 만났다. 화이팅!!

한계 삼거리 앞에는 묵을만한 곳이 없어 용대로 조금 더 달려 여관을 정했다.
오픈한지 며칠되지 않은 곳이라 엄청 깨끗하다. 그런데 거기엔 식사가 없다.
다시 한계 삼거리로 나와 [만남의 광장]에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덩치 큰 휴게소에 비해 밥이 참 맛있다. 소주와 캔맥주, 주전부리를 사고
대한민국 전도와 두건으로 쓸 수건도 하나 샀다.

여관으로 돌아와 그동안의 여정을 전도상에 그었다.
구불구불하고 까만 선이 웃긴다. 정말 저만큼 달렸던 것일까.
소주 몇잔과 몇개의 캔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씻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제일 힘들었던 하루를 끝냈다. 5박 6일 1200투어팀이 존경스럽다.

주행거리 : 133km
하진부 -> 속사리재 -> 속사 -> 운두령 -> 창촌 -> 미산계곡 -> 살둔 ->
상남삼거리 -> 현리 -> 귀둔삼거리 -> 필례삼거리 -> 필례령 -> 한계령 ->
장수대 -> 한계삼거리


6일차 - 6월 21일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보다. 무릎이 저리고 아프다. 의욕도 별로 없다.
쿨러를 따라 달려는 보지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 곧 진부령을 넘어야 하는데 어쩌나. 어쨌든 해 보는 수 밖에.
15~6km를 달리니 용대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선 무조건 황태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아침먹을 시간은 아니다. 일단 진부령에 올라 붙어서 해결하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아직은 갈 만 하다.
이넘의 무릎은 힘들게 업힐을 오르면 희한하게도 아프지 않다.
고속주행에서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과하게 힘을 가하면 아픈 것인가 보다.
몇십분을 끙끙대며 올랐을까. 앞쪽에 간판이 하나 보인다. [진부령]
어라? 이건 또 뭐야? 어느새 진부령 정상에 올라 버렸다.
쿨러가 묻는다. [형님, 이게 무슨... ^^;]
그렇다. 용대삼거리쪽 표고가 워낙 높은데다가 진부령은 500m급 고개니까
오르는 듯 마는 듯 그냥 올라버린 거다.
용대 삼거리에서 3~40분만에 진부령 정상 도착. 9시 10분.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역시 진부령은 황태. 국물이 쥑인다.
이제 간성까지 기나긴 다운힐을 하면 된다.
구불구불한 진부령 고갯길을 따라 룰루랄라 신나게 달려 내려간다.
도보 국토종단팀을 만나 손을 흔들어 봤지만 거의 화답이 없다.
다들 대단히 지친 표정이다. 손흔들 힘도 없어 보였다. 화이팅!!!

간성에 도착하여 통일전망대를 향해 달린다.
고만고만한 업다운을 하다보니 화진포호를 지나게 되고 대진을 지났다.
드디어 통일안보공원 도착. 여기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다.
경비실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표를 끊고 그늘에 앉았다.
결국 오고야 말았다. 쿨러도 흥분을 하고 나도 흥분을 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내가 해낸 것 맞나.

다들 차량을 가지고 올라 가지만 우린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막상 셔틀버스에 올라타니 우리 둘 밖에 없다. 게다가 공항리무진이다.
이건 두사람이 버스를 전세낸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싱글벙글 버스를 타고 달린다. 민통선을 지나 계속 7번국도를 달린다.
언젠가는, 아니 조만간에 이 도로를 타고 북녘으로 갈 수 있다.
철길을 따라 부산에서 런던까지도 갈 수 있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명사십리 바닷가엔 7번국도 복원공사와 철로공사로 대단히 부산하다.
버스에서 내리려니 기사분 왈 [두분 돌아오면 바로 출발합니다아~]
역시 전세버스 맞구만~ ^^

그런데 막상 통일전망대에 도착을 하니 별 느낌이 없이 그냥 무덤덤하다.
너무 자주 와서 그런가? 쿨러와 몇장의 사진을 찍고 전화 몇통을 했다.

전망대 붙박이 사진사 아저씨의 카메라가 바뀌었다. 올림푸스 원탱이.
사진찍는 곳 아래에는 칼라프린터까지 준비가 되어 있다.
5분만에 8R 사진을 뽑아 건네주는구만. 세상 정말 좋아졌다.

예전에 DMZ 출입 통문이었던 곳이 훤하게 뚫려있고 포장이 되어있다.
육로관광 통로라고 한다. 몇km 올라가면 출입국관리소도 있다고 한다.



명사십리의 북쪽. 해금강도 보인다.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통일안보공원으로 내려왔다. 이젠 돌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마차진 해수욕장을 지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산채비빔밥과 감자전을 위장용량 한계치까지 먹고 그늘에서 쉰다.
쉬면서 지도를 살펴 본다. 7번국도만 타고 내려가는 길이니 무조건 달리다가
해지면 숙소를 정하기로 합의했다.

썬크림 떡칠하고 다시 출발. 2시 30분. 이놈의 햇살은 언제나 쨍쨍이다.
간성부터는 4차선 국도로 바뀌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완전히 오산이었다. 중앙분리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바다를 즐길 시간은 전혀 없을 뿐더러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놈의 도로엔 왜그리 덤프트럭과 트레일러, 화물차가 많은 걸까.
머리위의 햇살과 아스팔트의 열기가 듀엣으로 나를 갈군다.
차라리 고개가 있을지언정 강원도의 산간도로가 훨씬 낫다.
거기엔 쉴 수 있는 숲그늘과 상쾌하고도 싸늘한 공기가 있지 않은가.
7번국도엔 쉴 그늘이 거의 없다. 죽음이다.

원래 속초로 들어서다 보면 왼쪽 멀리로 울산바위와 설악산의 기암절벽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푸른 동해바다가 보여야 정상인데
헤이즈로 인해 그저 허연 하늘과 가로막힌 중앙분리대 뿐이다.
설악산은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다.
불쌍한 쿨러. 강원도까지 와서 설악산도 못 보고.

5시쯤 속초에 도착. 현금인출기를 협박해서 모자란 현금을 보충한 다음 출발.
양양을 지나 주문진을 향해 달려간다.
이 도로의 고개는 매력이 전혀 없다. 4차선이라 그런지 내륙의 고갯길같은
경사는 아니지만 대신 고개하나의 길이가 무지막지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허연 도로가 하늘로 뻗어있다. 끔찍한 풍경이다.

밀양고개를 넘어설 즈음 (강원도에도 밀양이란 지명이 있다. ^^;)
체력이 간당간당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양갱으로 보충을 하면서 달렸지만
내 몸이 어디 기름만 주면 무작정 돌아가는 엔진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왼쪽 아킬레스건이 아프기 시작했다.
무릎이야 원래 수시로 아팠지만 아킬레스건이 아픈 건 처음이다.

그렇게 7번국도를 오르락 내리락 달리다가 하조대에 숙소를 정했다.

하조대 어촌계 횟집에서 눈앞의 동해를 바라보며 회를 먹었다.
그래도 동해까지 왔으니 한번은 먹어야 할 것 아닌가.
과소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무는 동해를 바라보면서 먹는 회맛은 일품이었다.
매운탕에 밥 몇그릇을 먹어치우고 숙소로 이동한다.

씻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몸을 누이니 윗층이 대단히 소란하다.
여관앞에 얼핏 10대로 보이는 두쌍이 얼쩡대더니만 바로 걔들이다.
하도 시끄러워 올라가서 혼을 낼려다가 그냥 잠들었다. 만사가 다 귀찮다. -_-;


주행거리 : 138km
한계삼거리 -> 용대삼거리 -> 진부령 -> 간성 -> 통일전망대 -> 간성 ->
속초 -> 양양 -> 하조대


7일차 - 6월 22일

7시에 출발. 오늘도 패드바지는 축축하다. 하나도 안 말랐다.
결국 젖은 수건 두개와 양말 두개를 버렸다.
배낭무게를 최소화해야 한다. 배낭무게는 그대로 안장에 쏠린다. 으...

아킬레스건이 계속 아프고 무릎도 고장이다. 엉덩이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왼발을 평행하게 쓸 수 없다.
왼발을 칼처럼 세워서 페달링을 해야 한다. 오른쪽 다리가 무리를 받는다.

주문진 얼마 못미친 지점의 도로옆 휴게소에서 청국장을 아침으로 먹었다.
직접 담근 청국장이라는 자랑이 대단하다. 맛있다.

지루한 7번국도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강릉이다.
왼쪽 아킬레스건의 통증이 심상치 않다. 쿨러와 함께 약국을 찾는다.
일요일이지만 다행히 문을 연 약국을 찾았다.

약사 왈 [아킬레스건이 그런 것은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무리를
해서입니다. 웬만하면 쉬는 것이 좋을텐데요? 어디로 가세요?]

이시스 왈 [내일까지 대구로 들어갈려구요... -_-;]

약사 왈 [어허... 그럼 이걸로 한번...]

약사는 내 왼발목과 종아리에 키네시오 테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매 끼니마다 세알의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다.

어쨌든 가긴 가야한다. 다시 출발.
언덕길로 이루어진 강릉시내를 빠져나와 계속 달렸다. 이젠 2차선 국도.
바다쪽은 해무로 허옇고 산쪽은 헤이즈로 허옇다. 근데도 햇빛은 쨍쨍.
정동진까지의 도로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고만고만한 업힐과
다운힐이 계속되니까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고 고개가 숙여진다.
정동진에 도착하니 쿨러가 기다리고 있다.
정동진을 이따위로 만든 정체 불분명의 누군가들에게 괜시리 화풀이를 했다.
번잡한 정동진을 떠나 계속 내려간다.

드디어 옥계쪽의 고갯길 시작. 피래재라는 고개인데 여기도 만만찮다.
지도를 보니 도로가 등고선을 가로질러 송곳처럼 솟아있다.
두건을 써도 땀이 고글과 도로에 뚝뚝 떨어진다. 발목과 무릎은 아우성이다.
이젠 끌고바이크도 못 한다. 끌고가면 아킬레스건이 무지 아프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전거에 올라앉아 꾸역꾸역 기어 오르는 것이 최선이다.
억지로 고개를 넘어 다시 동해시를 향한다. 컨디션 최악.
그렇게 달리다가 결국 퍼져서 그늘도 없는 길가에 앉아
우적우적 연양갱을 씹어 삼킨다. 스스로가 한심한 것이 기분도 최악이다.

7번국도를 따라 올라왔다는 MTB맨 한분이 다가와서 격려를 해 준다.
말할 힘이 별로 없어 성함도 못 여쭈어 봤지만 참 고맙다.
다시 달려본다. 망상해수욕장까지의 길은 참 평탄하다.
덕분에 힘이 좀 난다.
하지만 동해로 들어서는 업힐에서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정말 징한 고개.
결국 삼척까지 못가고 동해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청주회관]에서 8000원짜리 삼계탕을 먹었다. 혹여 힘이라도 더 날까 해서.
사장님 고향이 대구 월배라고 한다. 강원도에 와서도 경상도 사람을
엄청 많이 만났다. 왜 그럴까?

4~50분을 달리면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온다. 10분쯤 쉬어주면 통증이 사라진다.
키네시오 테이프 덕분일까?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늘상 아팠으니까.

2시 30분쯤에 출발.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의 요상한 도로를 따라 계속 달렸다.
그러다 보니 삼척이다. 동해쪽 도시는 언덕으로만 만들어 졌다고
쿨러가 투덜댄다. 그러고 보니 모든 도시가 그랬다.
그런데 삼척으로 들어오자 마자 쿨러가 자전거의 이상을 얘기한다.
뒷 브레이크가 림에 붙는다는 것이다. 엎어놓고 살펴보았다.
뒷휠 스포크가 하나 부러졌다. 덕분에 림도 휘었다.

대구로 전화를 돌려 삼척쪽의 바이크샵을 알아봐 달라고 얘기하고
삼척시내로 향했다.  삼척도 언덕의 도시임이 확실하다. ^^;
언덕 몇개를 넘으니 중심가가 나온다. 중앙로 네거리로 접근하니까
자전거 샵이 두개나 있다. 그 중 한 샵은 온통 MTB 브랜드 스티커로
가득하다. 어라? 이 작은 도시에 MTB전문점이 있네?
가게로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MTB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멀리 나가신 사장님을 사모님이 불러 들이셨다. 젊은 분이다.
꽤 바쁜일을 하시다 온 것 같았지만 사정 얘기를 하니 고쳐주신다고 하며
DT레볼루션 스포크를 준비하신다.
그러다가 몇몇 자전거를 보러 온 손님을 상대하고 한대 파시고 하다보니
스포크 교환은 점점 뒤로 밀렸지만 쿨러와 난 여유있게 기다렸다.
스포크 먼저 바꿔달라고 떼쓸 일이 아니었으니까.

옆가게는 사진관이었는데 사진관 사장님도 MTB를 하신단다.
대구 2군사령부 2수교에 근무했었다는 인연으로 시작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 두서없이 나눈다. 참 선한 분이신 것 같다.

한시간쯤 지나자 사장님은 미안하다고 하시며 스포크를  교환하고
림세팅을 하고 두사람의 자전거를 말끔히 손봐 주셨다.
덕분에 공기압, 드레일러 세팅, 각종 케이블 세팅등등
필요한 모든 정비를 마칠 수 있었다. 공임 및 스포크 값 합계 8000원.
나같은 왕초보한테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장님과 사진관 사장님 격려를 뒤로하고 다시 출발.

삼척을 빠져나가니 한동안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페이스를 어느정도 되찾아 열심히 달려본다.
덕산을 지나 근덕으로 들어서니 본격적인 업다운 시작.
넘고 내려가고 넘고 내려가고... 한참을 달렸다.
하지만 오늘 도착하기로 한 울진은 멀고도 멀다.

쿨러는 내심 속이 상한 모양이다. 녀석, 자기 잘못으로 부러진 스포크도 아닌데.
사실, 4일차때 하루 쉬면서 왈바의 여행기를 다시 읽은 것이 두사람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1200투어라거나 여러개의 여행기들.
이전에 몇번이나 읽어봤던 여행기였지만 그 땐 딴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다가 다시 여행기들을 읽으니
우리도 어찌 한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고나 할까.
한계 삼거리부터 통일전망대 찍고 대구까지 2박 3일에 달려보기로 한 것이다.
하루에 170여km를 달리면 되는 구간이다.
하지만 어쩌랴, 안되면 안되는대로 달리면 되는데
쿨러는 내심 스스로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7번 국도를 너무 얕봤던 실수도 있었다.
역시나 불타오르는 20대. 부러운 것이다.

어쨌든 임원까지 달리고 나니 해도 지고 체력도 바닥났다. 저녁 8시.
[여래장 여관]에 짐을 풀고 상아식당에서 부대찌개를 먹는다.
여기도 참 맛이 좋다. 아주머니 고향이 대구 주변이랜다.
희한하다. 가는 곳마다 경상도 사람이다.
소주 몇잔으로 피로를 풀고 여관으로 돌아가 또다시 씻고 빨래하고 빨래널고.
내일은 장마때문에 비가 온댄다. 어쩌나... 이젠 비와도 쉴 생각은 없다.

주행거리 : 133km

하조대 -> 주문진 -> 동해 -> 삼척 -> 임원


8일차 - 6월 23일

7시에 출발.
아침부터 업다운 반복이다. 7번국도상의 최고 난코스.
어쨌든 아침식사전에 충분히 달려야만 울진 오르는 고개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차로 달려도 만만찮은 울진가는 그 고개.
오늘은 그 고개를 넘어야 한다.

헥헥거리며 밟다보니 드디어 무지막지 고개가 시작된다.
오르막차로 때문에 아주 널찍한 도로, 산위로 끝없이 펼쳐진다.
이놈을 넘어야 울진고개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죽어라고 밟아대었다. 한시간여를 오르니 정상이 보인다.
어쨌든 한고비는 넘겼나보다. 휴게소에서 아침먹고
본격적으로 올라보도록 하자.
이미 나에게 고개란 것은 목적이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다시 경상도로.


정상으로 오르니 강원도와 경상도 경계 이정표가 있다.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복잡하다.
동해휴게소라는 이제는 쇠락해버린 휴게소가 보인다.
중앙고속도로가 생긴 덕분에 지나는 이가 부쩍 줄었으리라.
된장찌개밥을 먹었다. 근처 공사장 인부들의 함바집으로
이용되나 보다. 하여튼 먹을만하다.

밥을 먹고 식당 바깥에 나가 있으려니 버스 한 대가 선다.
기사분이 식당으로 들어와 얼른 밥을 시켜 드신다.
10분 쉬어가는 그 시간에 아침을 드시나보다. 에구... 어쩌나...
옆에가서 여쭤본다.

[저... 아저씨. 울진 넘어가는 고개가 얼마 남았나요?]
[응? 넘어왔는데? 울진까지는 이제 내리막이야.]
[엥? 구불구불한 골때리는 길 남았잖아요?]
[아... 그거? 구길되고 새로 길이 났어. ]

허걱... 아침에 올라온 그 고개가 끝이었다.
예전 모터바이크 한창 탈 때 니슬라이더 벅벅 긁어대며
한참을 올라가야 했던 모진 그 고개가 이젠 구길로 변했단다.
날아갈 듯한 기분. 쿨러도 좋아라 웃는다.
다시 바깥으로 나와 잠시 쉬고 있으려니 고개 아래에서
누군가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고 있다.
검은색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철티비 뒤엔 비닐에 덮힌 배낭.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이틀전에 서울에서 출발,
평창에서 도계를 지나 차를 얻어타고 백복령을 넘어 여기까지
7번국도를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친구다.
고려대 경영과 다니는 스물다섯 청년이다. 이름은 인철.
자전거가 고장이라 좀 봐달라고 해서 살펴봤더니
저단으로 체인이 올라가지 않는다. 뒷 드레일러 나사를 보니
아예 부러져 헛돌기만 한다. 사촌동생 자전거를 빌려타고 왔는데
첨부터 그랬다니... 에구... 언덕길은 어떡하나. 여지없이 끌고가야 하는데.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같이 출발을 했다.
인철이란 친구는 철티비를 타고도 나보다 빠르다. 쩝쩝.
신나게 다운힐을 하고 유명한 비상활주로를 지나 울진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다시 달린다. 어차피 비는 맞아야 한다.
울진다음 매화라는 곳부터 보슬비가 폭우로 변했다.
뒷타이어에서 튀어오른는 흙탕물이야 바지와 배낭이 해결해 주지만
앞타이어에서 올라오는 흙탕물은 고스란히 얼굴을 덮친다.
입도 벌리지 못하고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

비가온다고 고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직 7번국도 업다운 구간은
끝나지 않았다. 비바람에 고개를 넘으니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무슨 놈의 비가 태풍때처럼 오는지. 어쨌든 평해까지는 가야한다.
세사람은 모래를 으적으적 씹으며 달렸다.
큰 트럭이라도 지나갈라치면 여지없이 온몸에 물벼락이다.
그러다가 평해 조금 못미친 곳부터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고
체력도 뚝 떨어져 버렸다. 으슬으슬 춥기만 하다.
억지로 평해의 구산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신대구식당]에서 김치찌개밥을 먹었다. 여기도 대구. 흐흣.
일단 영덕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한다고 합의를 봤다.
나는 생활방수만 되는 오버 트라우저를 입었다.
금새 비에 젖겠지만 어쨌든 보온효과는 있을 것이다.
쿨러는 비닐로 된 비옷을 입었고 인철이란 친구도 긴 점퍼를 입었다.
잠시 쉬다가 마음을 다잡고 2시 30분경에 출발을 했다.

무조건 밟았다. 비는 오전보다 더하고 들판길엔 비안개가 자욱하다.
다행히 무지막지급 고개는 없다. 초반에는 평탄한 길이라
더욱 속력이 붙는다. 영덕에 가야 살 수 있다는 생각뿐이다.

첨엔 제일 앞서 달리다가 두시간 후에는 뒤로 많이 처졌다.
그래도 퍼지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쨌든 달려야 한다.
축산까지 평탄하던 길이 그새 업다운으로 바뀌었다.
축산이 어딘가. 해맞이 공원이 있는 그 축산 아닌가.
해맞이 공원은 영덕에서 멀지 않으니 더욱 용기가 났다.
하지만 그건 차로 이동할 때 얘기고 7번국도상의 축산은
업다운의 연속이었다.

한참을 헉헉대며 달리는데 저쪽 앞에 널찍한 마당의 주유소가 보인다.
그런데 아무 생각없이 페달을 밟던 내 귀에 컹컹~하는 개소리!가
들렸다. 뿌연 고글너머로 앞쪽을 바라보니 주유소에서 송아지만한
개 한마리가 쏜쌀같이 달려나오는 것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정지한 다음 개가 달려오는 반대방향으로 내려 개를 막고
자전거를 들어 내려찍을까?
오른쪽 발로 차 버릴까? 클릿이 달려 있으니까 아프겠지?
카메라 모노포드만 있으면 개패듯이 패줄텐데...

그러다 그 개ㅅㅐㄱㄱㅣ... 아니 ㅅㅐㄱㄱㅣ는 아니니까... 그 개는
지나는 덤프트럭 소리에 놀라 슬금슬금 돌아갔다.
하지만 불과 몇초동안 내 공포게이지는 바늘이 터져버렸다.
윗쪽 매점에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고 연양갱 하나를 먹었다.

마지막 꽤 높은 고개 한두개를 넘어서니 멀리 영덕읍내가 보인다.
영덕읍내 네거리에 쿨러와 인철씨가 앉아 비맞으며 놀고 있다.
어느새 비는 기세가 죽어 그냥 주룩주룩 내린다.

5시 30분.
비오는 날은 빨리 어두워진다. 슬슬 숙소를 찾아 들 시간이다.
7번을 따라 계속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해수욕장이 많으니
여관이나 민박도 많겠지. 나는 장사해수욕장을 염두에 두었다.

1시간을 달려 장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대구모텔이란 곳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은 서울 손님까지 있으니 거하게 먹어볼까.
장사는 모터바이크 시절 팀을 끌고 자주 투어링오던 동네다.
걸어서 동네 한바퀴 돌고 [홍콩반점^^]에 들러 짬뽕 셋과
탕수육을 시킨다음 매점에서 소주 세병을 사 갖고 돌아왔다.

씻다보니 온천지가 모래다. 배낭, 옷, 자전거 할 것 없이
흙탕물과 모래 투성이. 깨끗이 씻어내고 저녁을 먹었다.

서울친구 인철씨는 동해->남해->서해->인천 이렇게
여정을 잡고 있다.
우린 일주일을 달렸고 인철씨는 일주일을 달려야 한다.
참 순한 친구다. 무작정 투어는 이번말고도 여러번이란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잘 달리는구만.
자전거 꼭 정비하고 타라고 일러 두었다.



서울에서 전국 해안일주를 떠나온 인철씨. 화이팅!!


TV 뉴스를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TBC 대구방송!!
맨날 강원방송이니 원주MBC니 하다가 TBC를 보니까
이렇게 어색할 수가. 허허... 그러고 보니 떠난지가 꽤 되었다.

지도를 보며 웃고 떠들다가 소주 세병을 셋이서 나눠마시고
캔맥주를 더 사와서 비운 다음 잠 들었다.
방이 엄청시리 뜨겁다. 아줌마는 우릴 구워버릴 작정인가.
내일이면 드디어 대구로 돌아간다.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전혀.

주행거리 : 125km
임원 -> 울진 -> 평해 -> 영덕 -> 장사


9일차 - 6월 24일

오늘은 좀 늦은 출발이다. 8시 20분.
인철씨의 코펠과 버너로 밥을 해서 라면과 함께 먹은 다음
출발했기 때문이다.
인철씨는 포항을 거쳐 부산으로 가야하고 우린 대구로 가야 한다.
흥해를 지나 삼거리에서 헤어져야 하니 일단 거기까지
함께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쾌청한 날씨다. 얼마나 다행인지.
흥해를 향해 페달을 저었다. 그런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럴까? 쿨러와 인철씨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 자전거를 이끌고 청하에
도착을 했다. 물 한모금 마시려 자전거에서 내렸는데
어째 뒷쪽이 이상하다.

이런... 뒷타이어가 주저 앉았다. 다행히 완전히 주저앉은 것은
아니라 림은 상하지 않았는데... 으음... 어쩌지.
여기서 튜브를 빼고 때울까... 하던 중에 도로옆의
현대자동차서비스 간판이 눈에 띄었다. 흐뭇~
자전거를 끌고 서비스센터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네명의 기사분들 목소리가 우렁차다.

[저... 바람 좀 넣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네명의 기사분들이 모조리 달라붙는다.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연구하기 시작한다.
야... 이거 디스크 브레이크다... 어엇.. 쇼바도 있다...
이런 거 얼마해요? 어... 타이어 구찌가 다르자나...

결국은 에어건 주입구부분이 타이어 노즐과 맞지 않아
손으로 막고 억지로 바람을 넣었다.
자전거 수리해 달라고 찾아온 건 센터 문열고 처음이랜다. ^^;
시원한 물 한잔 얻어 마시고 안녕히 가세요~~ 우렁찬 인사를 뒤로 한 다음
출발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이정도면 흥해까지 갈 수 있다. 흥해에서 때우자!

조금 더 가니 쿨러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이어가 주저앉았으니 인철씨는 먼저 가라고 전화로 일러둔 만큼
인철씨는 출발하고 없었다. 아쉽긴 했지만 인철씨도 갈길이 있다.

흥해에 도착해서 구멍난 타이어를 때우고 녹슨 자전거에 오일을 발랐다.
자전거샵 아저씨가 자전거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타이어 노즐도 보통 것 하고 다르고 자전거에 스탠드도 없고. ^^;

흥해를 지나 위덕대학교로 가는 28번 국도를 탔다.
편도4차선이라 널찍한 건 좋은데 업다운이 만만찮다.
지겹도록 긴 오르막을 몇개 지나니 드디어 안강.
그런데 이상하게도 쿨러나 나나 체력이 바닥나 버렸다.
곰곰히 생각해 본 끝에 깨달은 것이 라면에 관련된 것이다.
오전에 체력저하가 오던 날은 여지없이 아침에 라면을 먹은 날이었다.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을 꾸역꾸역 배부르게 먹어도 모자랄 판에
라면하나씩 달랑 먹고 출발했으니 오죽했으랴.
피재와 운두령에서 라면을 먹었던 그날들도 똑같았다.
왕초보는 역시 왕초보인가보다.

도로를 파헤쳐 포장공사를 하고 있는 골때리는 도로를 억지로 지나
안강의 [우장군 갈비]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원래 고기만 파는 집인가 보다. 그래도 된장찌개를 준다.
먹다보니 둘이서 밥을 다섯공기 비웠다. 찌개와 반찬이 너무 맛있어서이다.
근데 밥값은 8천원이랜다. 오히려 반찬이 부실해서 죄송하다는 말에
할말이 없었다. 감동감동~
대구나 부산에서 일부러 고기먹으러 오는 집이라니
다음에 꼬옥 갈비살 먹으러 들러 볼 것을 다짐해본다.

식당 앞마당에서 푸욱 쉬다가 다시 출발.
곧 영천 넘어가는 시티재가 나온다. 여기도 극악의 고개가 아닌가.
몇십분을 달리니 시티재가 나왔다.
푸흘... 그래봤자 엄청 긴 오르막 하나 있는 단일 고개.
이제 이딴 고개는 쉬지않고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중간에 물한번 마셨지만 그래도 휴게소까지 단숨에 올랐다.
음료수 한잔하고 다시 출발.

영천까지는 거저다. 정말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제 오후 2시 30분 남짓.
영천에서 금호로 나가는 고개에 자리잡은 휴게소에서 푹쉬고 가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뙤약볕에 달릴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놈의 휴게소는 없고 웬 중고차 상사가 들어서 있다.
휴게소는 망했나보다. 하는 수 없이 하양으로 달렸다.

영천과 하양사이의 4차선 국도는 절대 다시 달리고 싶지 않은 길이다.
자전거로는 달릴 수도 없는 갓길에다가 다니는 차의 1/3이
덤프나 화물차 아니면 트레일러. 그것도 시속 100을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를 한다. 갓길로 내려서지도 못하고 도로옆을 달리다 보면
목숨이 위태롭다. 게다가 어디 한군데 쉴 그늘도 없고
구멍가게 하나도 없다.
왈바 선배들이 왜 최악의 도로고 꼽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쨍쨍한 오후 햇살에 하양까지 달려오니 정신이 하다도 없다.
원래는 휴게소에서 푹 쉴 시간이었으니 더 억울하다.
하양 삼성병원옆 매점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서 먼지날리는 길가에
앉아 우적우적 먹었다.
하양에 사는 달빛식물을 호출했더니 향기나무 가게로 간단다.
조금있다가 두류공원에서 보자고 일러두고는 다시 대구로 향한다.

효대앞을 막 지날 무렵, 쿨러가 뒷쪽의 이상을 발견하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가만 보니 스포크가 또 나갔다.
지난번 교체한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이다.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부랴부랴 하양읍내로 들어가 자전거 샵을 찾았다.
자전거샵 사장님은 같은 길이의 스포크가 없다며
어디선가 길쭉한 스포크를 들고 나와 뚝딱 잘라서 맞춰 끼워준다.
휠분해 없이 바로 끼워주는데 어쨌든 정말 빠르다.
동전을 탁탁털어 2천원을 건네주고 다시 대구로. 이제부터 완전 거지다.

하양에서 반야월로, 반야월에서 두류공원으로.
눈에 익은 건물들과 풍경들. 기분이 묘하다.
반갑다는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올 곳을 왔다는 기분도 아니고.
착찹하다.

두류공원 2.28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6시 50분.
잠시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다가 2.28 기념탑으로 갔다.

에엥? 아무도 없다.
쿨러하고 서로 사진을 한장씩 찍어주고 있으려니 이제서야
회장님, 까메오님, 오리님등등이 달려오신다.
모 회원님은 다시 자전거타고 올라오란다. 그 모습을 찍어야 한다는데. ^^;



다시 돌아왔다. 190cm의 쿨러와 나란히 서니 나는 애기다. ^^;


2.28 매점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들이킨다.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문득 쿨러와 함께 숙소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본다.
몸과 마음은 아직도 그 곳에 있는 것일까?

주행거리 : 121km
장사 -> 청하 -> 흥해 -> 안강 -> 영천 -> 햐양 -> 대구 -> 2.28기념탑


에필로그 -

시간이 지날 수록 다녀오긴 했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인해 무언가가 크게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살아가는 동안 문득문득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를테고
그 기억들이 조금이나마 내게 힘이 되리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본다.

흔쾌히 동의를 해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늘 미안하다.
30대 끌고 다니느라 고생한 쿨러에게 정말 고맙다. 쿨러야~ 화이팅!!
왕초보 태우고 다니느라 고생한 자전거. 너 정말 고생했다.

전폭적으로 응원해준 대구포커스 회장님과 회원님들, 이 원수는 꼭 갚겠습니다.
출발전부터 도착후까지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여러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자전거에 대해 필요한 모든 것을 내게 제공해 준 와일드 바이크,
그리고 주옥같은 글과 자료들, 회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파라마운트 사장님과 직원분들,
영구님과 근육맨님을 비롯한 대구 왈바분들 고맙습니다. 이젠 산잔차 가르침을!!


총주행거리 : 990km


그러고보니 이 여행기도 사진빼고 990 라인이다. 숙명이었던걸까? ^^


=======================================================

저만큼 왕초보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다녀온 경험으로  또다른 왕초보분들이 떠나실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되는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1. 배낭무게를 최소화 하세요.
배낭의 무게는 그대로 엉덩이를 통해 안장으로 전달됩니다.
배낭이 가벼울수록 엉덩이가 편해집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의류종류로 주행용 상하의, 잠잘때 입을 가벼운 상하의,
가벼웃 비옷상의 (비닐강추!!)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양말도 한개. 어차피 저녁에 빨아 아침에 입으면 되죠.
수건? 하나 정도, 아님 필요없고 나머지는 무조건 빼겠습니다.

2. 패딩바지를 꼭 준비하세요.
장거리 투어의 적은 체력도 아니고 시간도 아닌 것 같습니다.
바로 엉덩이-_-;와 햇살입니다. 아주 미치고 환장합니다.

3. 웬만하면 배낭을 자전거에 장착하세요.
맨몸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세요.

4. 매끼니를 꼬박꼬박, 아주 든든하게 챙겨드세요.
저처럼 라면먹고 출발하면 바로 깨갱입니다. 체력바닥. 의욕바닥.
밥을 끝까지 밀어 넣으세요. 배불러 못 달리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5. 행동식을 시간마다 꼬박꼬박 챙겨드세요.
갈증이 심해지기 전에 물을 마시고 허기지기 전에 먹는다...
장거리 투어의 금과옥조!! 한번 퍼지면 그걸로 깨갱입니다.^^;

6. 썬크림은 필수입니다.
썬크림없이는 이틀도 못 달리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피부에 화상을 입으면 게리피셔 할아버지라도 따가워 못 달립니다.
썬크림을 코~팅을 하고 달리세요. 그리고 점심때쯤 한번 더 발라주세요.

7. 불의의 야간주행에 대비하세요.
적어도 앞 뒤 깜박이는 꼬옥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8. 전국 와일드바이크 회원님들 주소록을 꼭 준비하세요.
이 사이트 어디인가에 있습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왈바 모든 회원님들께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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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2003.7.2 22:52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단하십니다 힘들어도 다시 가고싶죠?
    그런 느낌 경험한자와 못한자의 차이 뭐라고 표현할까요?
  • 간만에 읽어 보는 진한 감동의 스토리입니다. 멋진 분이십니다.
  •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이제 막 MTB를 시작한 저에겐 환상의 세계입니다.. 흐흐.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 그나저나 사진 콘트라스트가 꽤 강하네요.. ^^ 역시 칼짜이쯔라 그런건가.. -_-a
  • 2003.7.3 00:30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한~ 민국! 짝짝짝 짝짝
    수고하신 두분께 축하와 더불어 격려의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전국 일주나 장거리 투어 하는 분들 보면 언제나 부러웠었는데 님 글을 읽으면서 같은 30대인 저도 피가 용솟음 치려 하고 끓어 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언제 날 잡아서 전국 일주 한번 해야겠습니다.

    아~왜 하필 이런 글을 올리셔서 그동안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전국 일주에 대한 욕망을 다시 일으키게 하십니까? 책임 지십시오.ㅎㅎㅎ

    어쨌든 몸조리 잘하시고 앞으로 장거리 투어하기 전에 훈련을 충분히 해서 부상을 예방 하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 상당히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대단 하십니다.
    글 너무 잘밨습니다. 감동적이군요.
    두류공원에서 다시 두류공원으로~
    그럼 샵에서 뵐께요. ^^
  • 출반 일주일전 자전거 구입하셔서 출발하신 열정! 정말
    존경합니다..꾸벅..저도 매일 자전거 타고 있지만 전국 투어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기회가 된다면 한번 떠나고 싶군요..그럼 안전운행 하시구 대구왈바 투어때 뵙겠습니다..^9^
  • 후앙~ 멋지네요. 사진솜씨도 보통이 아니신것 같고.. 나는 언제 장거리 투어 함 해볼까.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 잘 읽었습니다.
    30대의 저력과 건장함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 대발이형 토요일날 잔차 타야죠. 몸이 근질근질 합니다. ㅎㅎ ^^
  • 잘읽었습니다. 감탄과 존경의 마음만이..
  • 조용히 뛰고만 있는 제 작은 가슴..
    부럽습니다.
  • 무쟈게 고생하셨네요.....투어후 심정이, 성취감보다는 착잡하셨다는건... 아무래도,숙식을 자체해결하지 않으셔서,성취감이 많이 반감된듯하네요.......아무튼, 대단하십니다....
  • 대구에서 대구..2년전의 여행이 생각납니다. 조그마한 추억을 떠 올리고...그것으로 약간의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면...그 힘듬 조차 추억으로 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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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로는 못 가징~~~ <---- 이말이 압권

    ***************************************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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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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