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사는 이상발입니다.
매주 수요일 마다 퇴근 후에 잔차를 탑니다. 정기적으로 코스를 정해놓고서요, 그래서 주변에 잔차 타는 사람 중에서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함께 하자고 이름을 수요 정기 야번으로 해서 여기저기 알립니다. 오늘 수요정기 야번을 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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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존칭 생략)
이상발 - 허접한 수요정기 야번의 추진자.
녹색마녀 - 잔차 타기에 맹렬인 여성
노란자전거 - 아시는 분은 아시죠 수원의 노자님.
바람, 바람 친구1, 2, 3 - 중학교 학생들, 싸이클리스트들.
승재 - 강촌도 다녀 온 막강 라이더,
양모훈 - 승재님의 후배(?)
포강자 - 트렉을 타시는 선생님.
배경 : 수원 광교산 통신대 헬기장 (온로드), 수원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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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정기 야번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혼자이거나, 많아 봐야 3명이었는데, 무려 10명이나 됩니다.
6시에 포강자님을 아주대에서 만나서, 광교산의 명물 반딧불이 화장실로 출발.
반딧불이에는 노자님이 미리 나와서 잔차 세워 놓고 벤치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셨더군요. 아주 운치있는 한 폭의 수채화나 작품 사진을 보는듯 합니다. 한편의 시가 빠질 수 없겠지요.
긴 앞머리 바람에 살짝 흩날리며
살짝 숙인 고개 속에는 초롱한 눈동자
6월 녹음을 시샘하는 청년
잔차있는 풍경 속 벤치에서
한 권의 책으로 벗을 기다리니
그 벗도 잔차 타고 그 곁으로 가네,
웃는 얼굴 반기고자 책을 덮으니,
내 마음 속의 자전거 7권 !
(이 시가 너무 어렵나?)
곧이어 승재님, 양모훈님도 오시고, 녹색마녀님(줄여서 녹마) 과 학생들 늦게다고 전화는 왔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야번의 특성상 시간을 많이 지체할 수가 없음이라 초조함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저 멀리 학생들과 녹마님이 오신다. 자, 쉴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출발. 아스팔트 포장길을 4km정도 열심히 달려서 버스 종점. 종점 약수터에서 물 한잔 마시고, 언덕을 오릅니다.
역시 승재님과 양모훈님은 잘 오르시고, 싸이클을 탄 학생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곧잘 오릅니다. 저는 이 학생들이 이 길을 전에도 자전거로 가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뻥" 을 하나도 안 쳤습니다.
여기서 "뻥"이라 함은, 이런 힘든 업힐을 해야 할 때 사용하는 주요한 테크닉으로,
" 잘 타네, 뭐." " 그래, 그런 식으로 페달질 하면 돼."
"이제 절반 이상 왔어." " 저 코너만 돌면 좀 평지야."
" 이제 거의 다 왔어, 한 30미터만 더 가면 끝이야. "
" 조금만 더 가면 돼, 이게 마지막 힘든 고비야, " 등등
고수나 번짱이 길 안내 할 때, 초보자나 초행인 사람들에게 격려할 때 써 먹는 기술입니다.
이게 왜 뻥인지는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전적으로 뻥은 아니지만, 뻥이거나 뻥에 가까운 경우가 더 많죠, 실제 상황에서는. 아니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저는 함께 간 학생들이 당연히 이 길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뼝이라는 기술을 안 걸었는데, 다 올라가서 보니까, 처음 올라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 내라고 뻥 기술을 좀 구사할 걸 그랬습니다.
역시나 노자님은 언제나 든든하게 후미를 잘 받쳐주고 챙겨주십니다. 녹색마녀님을 보좌해서 잘 올라오십니다 그려.
드디어 광교산 통신대 헬기장 정상, 정상에서는 잔뜩 낀 구름과 옅은 안개와 일몰 시간의 임박 등으로 주변 경관을 제대로 즐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른 내려가기로 합니다.
이전의 수요 정기 야번은 몇 명이 나오지 않아서 스피드하게 진행을 하여 한시간이나 한시간 반에 모든 걸 끝내고 집에 가서 밥을 먹거나 혹은 번개 참석자들끼리 간단하게 사 먹었는데요, 오늘은 사람이 많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인지 시간 소모가 길었습니다.
다운힐의 주의 사항을 노자님이 정리해 주시고, 안전, 또 안전을 서로 당부해 봅니다. 4주 전 정기야번에서 한 분이 다운 힐 중에 낙차하는 사고가 있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온로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싸이클을 타고 온 학생들에게도 다운 힐시 휠의 손상이나 브레이크의 성능 저하 등을 이야기하며, 조심하기를 당부합니다.
사고 없이 다 내려와서는 콩국수 집으로 이동합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노자님이 추천하신 콩국수로 하기로 했습니다.
수원 종로의 시장 골목에 흐름한 국수집을 당도합니다. 대왕칼국수 라는 식당이었는데, 이미 문은 닫은 듯 보입니다. 식당 안에 불이 반쯤은 꺼져 있습니다. 상쾌한 잔차 타기 후 시원한 콩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 .
문을 두드리니 인자한 할머니 한분 나오셔서, 콩 갈아 놓은 것이 다 떨어져서 문을 닫았노라고 하시면서, 냉장고에서 시원한 요구르트를 꺼내서 하나씩 쥐어 주시고는, 배 고프고 허기질 텐데, 두 그릇 남은 것이라도 나눠 먹으라며, 돈 안 받겠노라고 말씀 하시면서,
손자같은 장정들 손을 이끌어 가계 안으로 들이시고는, 국수남은 것도 꺼내 주시고, 손수 양푼이(이게 뭔지 아시죠?) 에 남은 콩국물에 소금 간 하시고, 국수 말아서, 어여들 맛이나 보라며, 그릇도 꺼내 주시고, 젓가락도 챙겨 주십니다요. 배 고플 텐데 하며, 밥도 꺼내 주시고, 김치도 주시고, 콩자반도 꺼내 주시고 (콩자반은 식당 메뉴가 아니라 할머니 반찬인 것 같았음)
그래 몇 시까지 운동하냐고도 물으시고, 아마도 할머니 자제분이나 손자 중에도 운동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합니다. 중학생 4명과 젊은 사람들 4명이 (두 분은 식사 전에 다른 일로 먼저 가심) 잔차 복장으로 갔으니, 다들 선수나 되는 것으로 아셨나 봅니다.
극구 돈을 사양하시는 덕에 문 앞에 나와서까지 실갱이를 합니다. 국수값 만이라도 드리겠다, 남아서 아무도 안 먹고 내일이면 버려야 하는 아까운 국수 먹어줘서 고맙다, 돈을 드려야 다음에도 당당히 와서 먹을 수 있겠노라, 다음에는 밤 9시까지 문 열어 놓겠다. 등등. 결국 할머니의 승리. 할머니의 배려 덕분에 작은 음식이나마 맛나게 잘 나누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할머니의 정이겠지요, 할머니집 콩국수 먹겠다고 늦은 밤 찾아 온 손님에게 국수 재료 없어 못 판다고 빈 속에 돌려 보내려고 하니 안되었던가 봅니다. 아마도 다 큰 손자 보는 것 같기도 하셨겠지요.
콩국수 두그릇 그리고 밥 조금, 김치와 콩자반, 이 작은 양으로도 무려 8사람의 배를 가득 채우고, 또한 가슴까지도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 채웁니다.
사람 사는 정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오늘은 땀방울 뚝뚝 떨어지는 잔차 타기로 시작해서, 훈훈한 우리네 이웃의 정까지도 느끼는 그런 수요정기 야번이었습니다. 끝.
매주 수요일 마다 퇴근 후에 잔차를 탑니다. 정기적으로 코스를 정해놓고서요, 그래서 주변에 잔차 타는 사람 중에서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함께 하자고 이름을 수요 정기 야번으로 해서 여기저기 알립니다. 오늘 수요정기 야번을 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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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존칭 생략)
이상발 - 허접한 수요정기 야번의 추진자.
녹색마녀 - 잔차 타기에 맹렬인 여성
노란자전거 - 아시는 분은 아시죠 수원의 노자님.
바람, 바람 친구1, 2, 3 - 중학교 학생들, 싸이클리스트들.
승재 - 강촌도 다녀 온 막강 라이더,
양모훈 - 승재님의 후배(?)
포강자 - 트렉을 타시는 선생님.
배경 : 수원 광교산 통신대 헬기장 (온로드), 수원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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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정기 야번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거의 혼자이거나, 많아 봐야 3명이었는데, 무려 10명이나 됩니다.
6시에 포강자님을 아주대에서 만나서, 광교산의 명물 반딧불이 화장실로 출발.
반딧불이에는 노자님이 미리 나와서 잔차 세워 놓고 벤치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지셨더군요. 아주 운치있는 한 폭의 수채화나 작품 사진을 보는듯 합니다. 한편의 시가 빠질 수 없겠지요.
긴 앞머리 바람에 살짝 흩날리며
살짝 숙인 고개 속에는 초롱한 눈동자
6월 녹음을 시샘하는 청년
잔차있는 풍경 속 벤치에서
한 권의 책으로 벗을 기다리니
그 벗도 잔차 타고 그 곁으로 가네,
웃는 얼굴 반기고자 책을 덮으니,
내 마음 속의 자전거 7권 !
(이 시가 너무 어렵나?)
곧이어 승재님, 양모훈님도 오시고, 녹색마녀님(줄여서 녹마) 과 학생들 늦게다고 전화는 왔는데,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야번의 특성상 시간을 많이 지체할 수가 없음이라 초조함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저 멀리 학생들과 녹마님이 오신다. 자, 쉴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출발. 아스팔트 포장길을 4km정도 열심히 달려서 버스 종점. 종점 약수터에서 물 한잔 마시고, 언덕을 오릅니다.
역시 승재님과 양모훈님은 잘 오르시고, 싸이클을 탄 학생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곧잘 오릅니다. 저는 이 학생들이 이 길을 전에도 자전거로 가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뻥" 을 하나도 안 쳤습니다.
여기서 "뻥"이라 함은, 이런 힘든 업힐을 해야 할 때 사용하는 주요한 테크닉으로,
" 잘 타네, 뭐." " 그래, 그런 식으로 페달질 하면 돼."
"이제 절반 이상 왔어." " 저 코너만 돌면 좀 평지야."
" 이제 거의 다 왔어, 한 30미터만 더 가면 끝이야. "
" 조금만 더 가면 돼, 이게 마지막 힘든 고비야, " 등등
고수나 번짱이 길 안내 할 때, 초보자나 초행인 사람들에게 격려할 때 써 먹는 기술입니다.
이게 왜 뻥인지는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전적으로 뻥은 아니지만, 뻥이거나 뻥에 가까운 경우가 더 많죠, 실제 상황에서는. 아니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저는 함께 간 학생들이 당연히 이 길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뼝이라는 기술을 안 걸었는데, 다 올라가서 보니까, 처음 올라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 내라고 뻥 기술을 좀 구사할 걸 그랬습니다.
역시나 노자님은 언제나 든든하게 후미를 잘 받쳐주고 챙겨주십니다. 녹색마녀님을 보좌해서 잘 올라오십니다 그려.
드디어 광교산 통신대 헬기장 정상, 정상에서는 잔뜩 낀 구름과 옅은 안개와 일몰 시간의 임박 등으로 주변 경관을 제대로 즐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른 내려가기로 합니다.
이전의 수요 정기 야번은 몇 명이 나오지 않아서 스피드하게 진행을 하여 한시간이나 한시간 반에 모든 걸 끝내고 집에 가서 밥을 먹거나 혹은 번개 참석자들끼리 간단하게 사 먹었는데요, 오늘은 사람이 많고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인지 시간 소모가 길었습니다.
다운힐의 주의 사항을 노자님이 정리해 주시고, 안전, 또 안전을 서로 당부해 봅니다. 4주 전 정기야번에서 한 분이 다운 힐 중에 낙차하는 사고가 있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온로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싸이클을 타고 온 학생들에게도 다운 힐시 휠의 손상이나 브레이크의 성능 저하 등을 이야기하며, 조심하기를 당부합니다.
사고 없이 다 내려와서는 콩국수 집으로 이동합니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노자님이 추천하신 콩국수로 하기로 했습니다.
수원 종로의 시장 골목에 흐름한 국수집을 당도합니다. 대왕칼국수 라는 식당이었는데, 이미 문은 닫은 듯 보입니다. 식당 안에 불이 반쯤은 꺼져 있습니다. 상쾌한 잔차 타기 후 시원한 콩국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 .
문을 두드리니 인자한 할머니 한분 나오셔서, 콩 갈아 놓은 것이 다 떨어져서 문을 닫았노라고 하시면서, 냉장고에서 시원한 요구르트를 꺼내서 하나씩 쥐어 주시고는, 배 고프고 허기질 텐데, 두 그릇 남은 것이라도 나눠 먹으라며, 돈 안 받겠노라고 말씀 하시면서,
손자같은 장정들 손을 이끌어 가계 안으로 들이시고는, 국수남은 것도 꺼내 주시고, 손수 양푼이(이게 뭔지 아시죠?) 에 남은 콩국물에 소금 간 하시고, 국수 말아서, 어여들 맛이나 보라며, 그릇도 꺼내 주시고, 젓가락도 챙겨 주십니다요. 배 고플 텐데 하며, 밥도 꺼내 주시고, 김치도 주시고, 콩자반도 꺼내 주시고 (콩자반은 식당 메뉴가 아니라 할머니 반찬인 것 같았음)
그래 몇 시까지 운동하냐고도 물으시고, 아마도 할머니 자제분이나 손자 중에도 운동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합니다. 중학생 4명과 젊은 사람들 4명이 (두 분은 식사 전에 다른 일로 먼저 가심) 잔차 복장으로 갔으니, 다들 선수나 되는 것으로 아셨나 봅니다.
극구 돈을 사양하시는 덕에 문 앞에 나와서까지 실갱이를 합니다. 국수값 만이라도 드리겠다, 남아서 아무도 안 먹고 내일이면 버려야 하는 아까운 국수 먹어줘서 고맙다, 돈을 드려야 다음에도 당당히 와서 먹을 수 있겠노라, 다음에는 밤 9시까지 문 열어 놓겠다. 등등. 결국 할머니의 승리. 할머니의 배려 덕분에 작은 음식이나마 맛나게 잘 나누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할머니의 정이겠지요, 할머니집 콩국수 먹겠다고 늦은 밤 찾아 온 손님에게 국수 재료 없어 못 판다고 빈 속에 돌려 보내려고 하니 안되었던가 봅니다. 아마도 다 큰 손자 보는 것 같기도 하셨겠지요.
콩국수 두그릇 그리고 밥 조금, 김치와 콩자반, 이 작은 양으로도 무려 8사람의 배를 가득 채우고, 또한 가슴까지도 잔잔한 감동으로 가득 채웁니다.
사람 사는 정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오늘은 땀방울 뚝뚝 떨어지는 잔차 타기로 시작해서, 훈훈한 우리네 이웃의 정까지도 느끼는 그런 수요정기 야번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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