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 7.13 280 랠리
날씨 : 구름 많고 밤부터 약한 비
A 조 : 트레키, 왕창, 십자수, 기타, mtbiker, 해와 소년
B 조 : 한재성, rane50, 슬바, 송동하, 나
지원 : graphos
7.11
18:35 덕초현 출발
19:05 안흥 착
19:45 버스 타고
20:10 방림 착
20:40 가평초교 착
내일이 280 랠리다.
난 따로 출발해야하고, 차량 지원이 여의치 않아 버스로 이동해 비박하기로 한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있는게 불안하다.
이러다 땡볕에 타야 하는거 아닌가...
혹시 먼저 와있는 사람 있나 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텅빈 가평초등학교엘 잘만한 자리도 없고, 잔다해도 조금만 있으면 몰려오는 각 팀들때문에 잘 수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학교 바로앞에 목조건물이 있어 뒷편 베란다에 침낭을 편다.
산에서 비박한다면 저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즐겁게 자겠지만, 지금은 별보이는게 또 걱정이다.
자다 가끔 갤때마다 하늘에 별이 없길 바라지만... 여전히 견우와 직녀가 반짝인다.... 옆집 개는 끝까지 짖는구만.
7.12
02:30
벌써 가평초교는 엄청 시끄럽다.
아무리 280 랠리를 하러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왔다고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아직 자고있을 시간인데 너무 떠든다.
특별히 주최가 있는건 아니라고 알고있지만, 사전에 저런건 주지를 시켜야 할 일이다.
여긴 아무도 살지않는 함백산 만항재가 아니라 주위에 사람이 살고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자전거 잘 타기전에 인간이 되야 한다.
03:10
좀 더 자려다가 도저히 잘 수 없어 일어나 왈바를 찾아 나선다.
근데 전화를 꺼놨다... 머여....
나중에 안일이지만, 갑자기 출발시간을 4시에서 3시로 당겼다고 한다.
그땐 난 일어나기 전이고, 내가 자던 자리는 안테나가 하나만 떠있어서 재성님의 전화를 받지도 못했다.
03:30
막 교문을 나서는 재성님을 찾아 후다닥 준비하고 따라 나선다.
젠장.... 스트레칭 한번도 못하고 일어나자 마자 출발이라니...
지난주 가리왕산을 답사겸 와 벽파령쪽으로 갔다가 딴데로 떨어져 그쪽은 코스가 아니란걸 알고 있어서, 바로 장전 삼거리쪽으로 방향을 튼다.
15km 오르막이란다.
그냥 천천히 올라간다.
어두워서 누가누군지도 잘 모르고 그냥 따라간다.
근데... 뒷쪽을 보니 벽파령 꼭대기로 올라가는 불빛이 여럿 보인다.
저 사람들 초반부터 고생 좀 하겠구만....
가다보니 속도계를 0 으로 하지 않고 출발한걸 알았다.
초반 1.5km 정도 지점인 듯 하다.
워낙 출발이 경황없어서...
04:44 장전삼거리 착, 00:52:56 8.2 7.33km
얼씨구~ 15km 라더니 금방이네~~
어두워서 거리감과 속도감이 없어 생각보다 힘안들이고 빨리 올라왔다.
벽파령쪽은 돌길도 좀 있고, 꽤 경사 있는 구간들도 있는데 이쪽은 매우 완만한 경사에 길 상태도 좋다.
장전삼거리 직전에도 삼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건 가리왕산 정상쪽 길과의 갈람길이다.
가끔씩 호랑지빠귀와 소쩍새 울음이 들린다.
05:00 출발
07:25 영암사 표지판 아래 착, 2:23:48 11.2 26.72km
근데 이 사람들은 뭘 이리 자주 먹으면서 가나.... 장거리를 가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자주 쉬고 계속 먹는다.
날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A,B 조 들이랑 차례로 인사를 한다.
아마 오전내내 헷갈릴 것 같다...
쉬면서 오고가는 다른 자전거들을 보니 평페달은 정말 드물다.
몇번을 쉬고 나서야 영암사 표지판 있는 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먹으려는데, 어? 내 미수가루.... 없다..... 큰일이다.
이거 지원차량에 둔거라면 괜찮지만 비박 장소에 두고 온거라면 문제가 생긴다.
어라? 글고보니 쿨맥스 티 한장도 없다.
아무리 출발이 어수선 했다고 이럴 수가.
좀 얼척없는 기분으로 행동식으로 가져간 돈까스를 먹는다.
근데 남들은 카레를 먹네? 나도 카레 4개 신청했는데... 그럼 그것도 못받아 왔구나....... 쯔쯔.
먹다보니 구미바이크라는 팀이 지나간다.
세상에... 벽파령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는데도,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우린 뭘한겨?
쉴때마다 왕창님 이야기를 한다.
AC1 이란 자전거를 갖고 왔다고 한다.
난 잘 모르지만 매우 무거운가 보다.
출발때 잠깐 보이고 사라져서 먼저 갔냐, 뒤에 있냐, 가리왕산 포기하고 오대산으로 차량 이동했냐 의견이 분분하다.
그 자전거로는 우리보다 빨리 갈 수 없다는데, 슬바님은 왕창님이 먼저 갈 수 있는 분이라고 한다.
암튼 뭔지 모르지만 대단한 분인가 보다.
연락도 시도하고, 기다려도 보고, 그러면서 먹고 쉬고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우리 발밑엔 운해가 깔렸다.
우린 운해를 끼고 모퉁이를 돌고 돌고 또 돈다.
지치면 내려다 보며 감탄하고 숨차면 내려다보며 호흡 조절을 한다.
운해가 깔리면 멋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날 날씨가 흐릴 것이기땜에 즐겁다.
어서 햇빛이 땅을 덮히고, 저 구름이 열을 타고 올라와 우리를 구름속에 가둬줘야 한다.
송동하님이 자기는 우면산 개구리였다고 투덜거린다~
08:00 출발
09:18 5.0km 표지판, 3:45:11 13.0 49.19km
도대체 5km 가 어디로 5km 란 거야?
거리표시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할거 아냐.
이놈의 임도에는 이런 돌 이정표들이 있다.
거리외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처음으로 팀 라이딩을 하다보니 나 혼자 탈 때와는 너무 다르다.
나야 왈바에 처음이고, 조장이 있기때문에 오르막이나 평지에선 뒤를 따라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근데, 내리막에선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너무 빨리들 간다.
아니 도대체 이런 돌 깔린길을 저렇게 빨리가면 어쩌라는 거냐고.
난 자전거 망가질 것 같아 페달 밟지 않고 가는데, 이건 뭐 마구마구 밟으면서 내려들 간다.
거기다 내려가는게 어디 쉬운가, 다리 힘은 더 빠진다.
초반부터 쉬는 시간이 많고 길면서, 몸도 못풀고 온 상태에서 점점 페이스가 죽어가는데 내려가다가 다리힘은 다 빠지고...
그나마 한번 따라가 보려다가 바퀴자국에서 굴러버렸다.
으... 배수로에 쳐박혔다.... 왼쪽 무릎을 찍었다... 헬멧 없었으면 머리도 충격 받을 뻔 했다... 제대로 되는게 없구만.
다시 가는데 왼쪽 무릎이 좀 이상하다... 걱정된다.
09:35 출발
09:46 모릿재 착 3:45:11 13.0 49.19km
어? 벌써 모릿재네? 가리왕산이 70km 쯤 된다더니 벌써 끝나?
근데 이게 뭐야, 3:30 에 출발해 지금 도착했으니 6시간 15분 거린건데 속도계 늦게 세팅한거 감안해도 쉬는 시간이 2시간 반이었잖아!!!!
영원사 표지판 이후 거의 내리막이라 조금씩 체온을 뺏기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아직 햇빛이 있어 그냥 타고 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체온저하 현상이 좀 있다.
이제 1구간중 반 온건데 별 것 다 하는구만.
긴팔 고소 내의로 갈아입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왕창님이 연락이 됐는데 벌써 오대산 입구란 말에 모두 거의 경악 수준이다.
그 자전거가 그렇게 힘든가... 뭘 모르니 감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자극이 된다.
09:55 출발
10:02 정선 갈림길 통과 3:52:11 13.6 53.48km
10:20 진부 통과 4:07:39 14.5 59.74
11:15 오대산 매표소 착 4:48:09 15.1 72.49
모릿재 아래에 포도님이 와 있다.
어? 지원은 구간 종점에서만 하기로 했는데~
근데 사고가 있어 데리러 나오셨다고 한다.
이 길은 사고 날만한 경사다.
모릿재 출발하자마자 아주 다들 맘먹고 내려간다.
나도 잠깐 속도계가 66km 를 찍는데 남들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가는거야.
선두가 보이지도 않는다.
모릿재에서 오대산 매표소까지는 도로를 타고 가야한다.
난 옆에 자동차 다니는거 정말 싫다.
근데 mtbiker 님,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탄다.
그것도 도로에서.
정말 놀랍다.
난 한번도 핸들을 놔본적이 없다...
매표소에서 포도님과 다시 아침인지 점심인지 애매한 끼니를 때운다.
차안엔 사고난 참가자 두명이 타고있다.
조심해야지.
다들 북대령까지의 오르막을 두고 투지를 세우는 모습이다.
먹는데 옆에 웬 라이더 한명이 지원조가 없다고 욕을 해가며 투덜거리고 있다.
지원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오다니.
그 사람은 상원사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고 한다.
대단한건지 뭔지... 종주만 하면 다일까.
월정사 전나무숲 한번 보러 가자니까 다들 그냥 간단다.... 흑흑
12:00 출발
12:40 상원사 착 5:33:57 14.8 82.46km
어... 저기가 월정사 전나무길인데.... 고개가 자꾸 돌아가지만 어쩔 수 없다.
근데 이거 길이 왜 이러냐.
몽땅 지뢰터진 길처럼 곳곳에 웅덩이가 파여 편안히 갈 수가 없다.
포장하려고 흙을 다지는 모양인데 엉덩이가 너무 고생이다.
아프다.... 짜증난다.... 끌고가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완경사다...
그나저나 상원사까지 길을 포장하면 오대산 또 한번 망가지겠다.
거기다 북대령 지나 명계리까지 포장하면... 끔찍한 일이다.
지리산 성삼재 도로 개통후에 지리산 입장객이 200배가 늘었는데 오대산도 언제 그 꼴 날지 모르겠다.
명주군수와 인제군수가 욕심부리면 언제든 불안한 상황이다.
십자수님이 페이스가 떨어져서 천천히 오겠다고 한다.
13:05 출발
14:10 북대령 착 6:34:16 13.4 88.10km
오메.... 북대사 지나고도 한참이네...
체온이 떨어지며 페이스 쳐진게 점점 영향을 준다.
거기다 가리왕산에서 굴렀던 무릎도 영향을 주고 있다.
조금씩 왼쪽 무릎을 찔리는 듯한 통증이 온다.
무리해서 타고가지 않고 끌고 가기로 한다.
이러다 무릎때문에 오르막은 다 끄는거 아닌가 걱정이다.
해와 소년님도, mtbiker 님도 끌고 가는 시간이 늘어난다.
북대령에 도착해 쉬고 있는데 누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아니 저사람은 힘이 남아도나.
이태등님이라는데 대회때마다 1등을 도맡아 놓는 분이란다.
여기서도 저 정도로 지나갈 체력이 있어야 1등하는구나...
십자수님을 기다리다 먼저 내려간다.
15:03 출발
15:53 매표소 착 7:14:3 13.8 100.17km
난 저들이 제정신으로 안보인다.
도대체 이런길을 어케 저리 무식하게들 내려갈 수가 있냐고!
한재성님은 펑크가 3번이나 났는데도 막 내려가고, 다른 사람들도 어디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나? 난 내 자전거에 확신이 안간다.... 페달링 없이 그냥 내려간다.
자겨운 내리막이다.
다리힘은 더 빠진다.
내려가다 다리힘이 빠져 올라갈때 끌고 가게되면... 이게 말이 되냐고.
다들 이 내리막을 기대했다는데 길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아마 작년 폭우에 돌들이 다 노출됐나보다.
가리왕산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중간 끊어진 구간도 있어 포크레인이 작업중이기도 했다.
나같으면 자전거한테 안비켜줬을거다.
"난 일하는데 저것들이 떼거지로 자전거를 타?" 하면서~
여기가 1구간 종점.
다른 팀들도 몇몇 남아있나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씻고 라이트 준비하고.
여기서 십자수님과 해와 소년님은 라이딩을 중단한다.
스스로 중단하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내년엔 잘 준비해서 꼭 완주하게되길 바래본다.
대신 십자수님의 라이트를 단다.
무지 밝은거라고 한다.
제일 버벅거리는 내게 젤 밝은거 다는게 도움이 되는건지...
17:02 출발
17:40 월둔교 통과 7:52:47 14.5 114.56km
또 지겨운 아스팔트 길.
그나마 내리막이라 다행이다.
옆엔 내린천 상류가 흐르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이 56번 국도는 비포장길이었다.
42번 국도도, 6번 국도도 다 비포장있다.
그때만 해도 내린천 상류는 오기조차 힘든 곳이었는데 이젠 개나 소나 다 오갈 수 있게됐다.
예전엔 방태산 주변의 살둔, 달둔, 월둔과 아침가리, 명지가리, 곁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3둔 5갈이 전쟁, 흉년, 전염병도 피해가는 오지라고 했지만 이제 그것도 거의 옛말이 되고 있다.
매표소부터 에스코트 해주시던 포도님과도 여기서 헤어져 서림에서의 조우를 약속한다.
왼발로 페달링 하는게 점점 힘들어진다...
18:48 아침가리골 정상구룡덕재 8:41:10 13.9 119.64km
월둔교 지난 초입부터 온통 돌밭이 나온다.
월둔교~방동약수까지가 명색이 453번 지방도인데 길 정말 대단하다.
여길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돌이 많아지며 점점 끌고가게 되고 결국은 구룡덕재까지 다 끌고가야했다.
여름계곡의 불청객인 날파리들은 쉴새없이 눈가를 맴돌고 있다.
왼쪽 무릎에 대한 부담이 머리속에서 별 생각을 다 들게 만든다.
몸 생각해서 명계리까지 타고 그만둘걸 그랬나...
괜히 2구간까지는 끝낸다고 가다가 몇달 고생하는거 아닐까...
방동약수까지 내려가다가 더 악화되는건 아닐까...
에이... 괜히 굴러가지고 이게 뭐람.
얼씨구? 여기서 핸드폰이 터지네?
우리동네는 안터지는데....
19:00 출발
21:03 조경동 고개 정상 10:17:37 12.9 133.35km
아침가리골... 정말 대단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슬픈건, 이것도 지방도이니 언젠가는 포장될거라는 점이다.
개발과 보전이 싸우면 항상 개발이 이긴다.
어? 근데 방금 새만금 공사를 잠정중단 했다고 한다.
동강댐 이어 별 일이 두번째네 그랴.
아침가리골을 어둡기 전에 통과해야 한다며 다들 질주를 계속한다.
나? 난 그런길은 자전거 끌고가야 하는건 줄 알았다....
기타님이 뒤를 봐준다.
난 내년에도 이길을 저렇게 못내려갈 것 같다.
이제 저 고개만 넘어가면 방동약수다.
3km 라고 한다.... 실제로는 6km 정도였다...
다들 왜 이리 길어? 를 되뇌이며 꾸역꾸역 오른다.
아침가리를 빛이 남아있을 때 통과한게 다행이었다.
이미 산속엔 어둠이 덮쳐오고 반짝이는 후미등과 반딧불 외엔 아무 광원도 없다.
다른 광원이 나타나면 방동약수라는 증거겠지...
이제 기록도 귀찮다...
7.13
02:03 서림 도착 12:59:37 12.4 161.74km
조경동 정상에서 방동약수까지는 콘크리트 포장.
대단한 경사다.
브레이크를 꽉잡아도 밀린다.
나 가벼운데...
고개 정상은 고도 820m 정도, 방동약수는 560m 정도.
길은 사면을 따라 난게 아니라 그냥 산을 깍아내린 것 처럼 고도를 떨어뜨린다.
방동약수에 도착한 팀원들은 다들 졸립고 피곤하다.
간단한 간식을 챙겨먹는다.
난 앉으면 잘까봐 그냥 서서 버틴다... 서서 졸며 비틀거린다...
이미 왼쪽무릎은 하중을 실을 수가 없다.
여기서 연가리골 입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아스팔트 포장, 이후 쇠나드리까지는 비포장이다.
하지만 양양 양수발전소 공사 이후 발전소까지 진동계곡을 따라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이미 기반 공사는 거의 끝난 상태다.
정말 이놈의 나라는 남아나는 곳이 없다.
진동계곡이 어떤 곳인데...
출발 후 얼마 안가 뒤에 팀원들이 안보인다.
슬바님이 다시 돌아가자고 해 가보니, 기타님이 페달링이 안돼 스스로 라이딩 불가판정을 내린다.
그 안타까움...
포도님과 연락해 지원차량을 부른다.
우린 기다릴 수가 없어 기타님을 두고 먼저 떠난다.
정말 마지막으로 갈수록 처절한 상황이다.
그 사이에도 잔머리가 돌아간다.
나도 무릎생각해서 중단할까?
하지만 그거빼면 몸상태는 정말 멀쩡하다.
무릎만 아니면 무박으로 3구간 끝낼 수도 있는 컨디션이다.
결국 그냥 간다... 당연한 일이다.
근데... 이젠 오른쪽으로만 페달링을 한다...
기타님과 헤어진 뒤 점점 빗방울이 많아지며 굵어진다.
방태천과 진동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길, 밝을때라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다들 앞으로 나아갈 뿐.
비포장을 앞에 두고 다들 물이 떨어졌는지 계곡에 내려가 물을 뜬다.
기타님을 데리러 간 차가 돌아와 조침령입구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
의외로 길은 평탄하다.
아예 길을 고속도로처럼 뚫고 있다.
계곡쪽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쌓고 온 계곡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 손때 묻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될까...
아, 이제 조침령 입구다.
기타님을 태운 차는 먼저 넘어가고 우린 또 꾸역꾸역 끌고 올라간다.
이 길도 포장하려는지 공사중이다.
몇년뒤엔 280 코스잡기도 어렵겠다.
이미 시간은 12시를 넘어 1시가 다 되간다.
머리속엔 또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서림도착해서 안자고 바로 3구간 진행할까.
자전거 오늘 타고 끝나는거 아니니까 무리하지 말고 중단할까.
기타님이랑 같이 조침령 넘어갈 걸 그랬나.
다른 팀원들이라고 그런 생각 하지 않았겠냐, 조금만 더 참자...
그나마 다행인건 걸을때는 왼쪽 무릎이 그런대로 버텨준다는 거다.
조침령 정상.
백두대간 종주한다며 지도 들여다볼 때 조침령~단목령 구간의 악명높은 진드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요즘엔 그 진드기들도 덜 하다고 한다.
그 조침령 정상, 이제 서림까지 내리막만 남았다.
다시 라이트를 켜고 내려가는데... 이 길도 경사 장난 아니구만...
내가 제일 밝은 라이트를 달고도 비틀거리느라 앞에 가는 팀원들을 비춰주질 못한다.
무능력에 화나고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이 심정을 뭐라 해야할지.
트레키님이 내려가다 말고 끌고 간다.
컨디션 바닥인 듯 하다.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며 다들 다시 안장에 오른다.
조침령은 고도가 750m 가 넘고 서림은 100m 정도다.
저 길을 올라 간 사람이 있을까...
서림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모두 여기서 랠리를 중단한다.
나도 중단한다.
와서보니 3구간이 진부까지 연장됐다고 한다....
02:45 트레키님 드디어 도착.
아침
비는 그쳤다.
3구간 가는 사람들은 거의 떠난 듯 하다.
우린 남아 정리하고 진부로 이동한다.
하지만 차량이 부족한 우리는 2번을 왕복해야 한단다.
포도님만 고생이다.
근데 이제서야 조침령을 내려오는 팀들이 있다.
민박집에서 잤다고 한다.
그들 뿐 아니라 민박집에서 잔 팀들이 더 있었다.
과연 랠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진부
날은 땡볕.
레인님이 벌써 완주를 끝내고 와있다.
놀랍다.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다시 하안미리까지도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로 같이 가지 않는 나는 먼저 출발한다.
할 말도 많고 이제 얼굴도 익혔는데 내년을 기약한다.
내년에 난 무박 무지원으로 해볼 생각이다.
280 랠리가 특별히 주최가 있거나 운영자가 관리를 하는건 아니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동호회들이 꽤 있었다.
완주만이 목적이 아니라 중간 과정도 기본을 지키면서 해야 진정한 완주가 아닐까 싶다.
완주만 했다고 축하하는 사람들을 보며 목적만이 너무 중시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참가신청만 하고 구간이 어딘지도 모르고 온데도 있다.
같이 한 왈바 참가자 전원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가을에 초청한다고 했는데, 지금 초청외에 영남알프스에도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이다.
좀 멀긴 하지만 100만평 억새평원의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
날씨 : 구름 많고 밤부터 약한 비
A 조 : 트레키, 왕창, 십자수, 기타, mtbiker, 해와 소년
B 조 : 한재성, rane50, 슬바, 송동하, 나
지원 : graphos
7.11
18:35 덕초현 출발
19:05 안흥 착
19:45 버스 타고
20:10 방림 착
20:40 가평초교 착
내일이 280 랠리다.
난 따로 출발해야하고, 차량 지원이 여의치 않아 버스로 이동해 비박하기로 한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있는게 불안하다.
이러다 땡볕에 타야 하는거 아닌가...
혹시 먼저 와있는 사람 있나 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텅빈 가평초등학교엘 잘만한 자리도 없고, 잔다해도 조금만 있으면 몰려오는 각 팀들때문에 잘 수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학교 바로앞에 목조건물이 있어 뒷편 베란다에 침낭을 편다.
산에서 비박한다면 저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즐겁게 자겠지만, 지금은 별보이는게 또 걱정이다.
자다 가끔 갤때마다 하늘에 별이 없길 바라지만... 여전히 견우와 직녀가 반짝인다.... 옆집 개는 끝까지 짖는구만.
7.12
02:30
벌써 가평초교는 엄청 시끄럽다.
아무리 280 랠리를 하러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왔다고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아직 자고있을 시간인데 너무 떠든다.
특별히 주최가 있는건 아니라고 알고있지만, 사전에 저런건 주지를 시켜야 할 일이다.
여긴 아무도 살지않는 함백산 만항재가 아니라 주위에 사람이 살고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자전거 잘 타기전에 인간이 되야 한다.
03:10
좀 더 자려다가 도저히 잘 수 없어 일어나 왈바를 찾아 나선다.
근데 전화를 꺼놨다... 머여....
나중에 안일이지만, 갑자기 출발시간을 4시에서 3시로 당겼다고 한다.
그땐 난 일어나기 전이고, 내가 자던 자리는 안테나가 하나만 떠있어서 재성님의 전화를 받지도 못했다.
03:30
막 교문을 나서는 재성님을 찾아 후다닥 준비하고 따라 나선다.
젠장.... 스트레칭 한번도 못하고 일어나자 마자 출발이라니...
지난주 가리왕산을 답사겸 와 벽파령쪽으로 갔다가 딴데로 떨어져 그쪽은 코스가 아니란걸 알고 있어서, 바로 장전 삼거리쪽으로 방향을 튼다.
15km 오르막이란다.
그냥 천천히 올라간다.
어두워서 누가누군지도 잘 모르고 그냥 따라간다.
근데... 뒷쪽을 보니 벽파령 꼭대기로 올라가는 불빛이 여럿 보인다.
저 사람들 초반부터 고생 좀 하겠구만....
가다보니 속도계를 0 으로 하지 않고 출발한걸 알았다.
초반 1.5km 정도 지점인 듯 하다.
워낙 출발이 경황없어서...
04:44 장전삼거리 착, 00:52:56 8.2 7.33km
얼씨구~ 15km 라더니 금방이네~~
어두워서 거리감과 속도감이 없어 생각보다 힘안들이고 빨리 올라왔다.
벽파령쪽은 돌길도 좀 있고, 꽤 경사 있는 구간들도 있는데 이쪽은 매우 완만한 경사에 길 상태도 좋다.
장전삼거리 직전에도 삼거리가 하나 있는데, 그건 가리왕산 정상쪽 길과의 갈람길이다.
가끔씩 호랑지빠귀와 소쩍새 울음이 들린다.
05:00 출발
07:25 영암사 표지판 아래 착, 2:23:48 11.2 26.72km
근데 이 사람들은 뭘 이리 자주 먹으면서 가나.... 장거리를 가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자주 쉬고 계속 먹는다.
날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A,B 조 들이랑 차례로 인사를 한다.
아마 오전내내 헷갈릴 것 같다...
쉬면서 오고가는 다른 자전거들을 보니 평페달은 정말 드물다.
몇번을 쉬고 나서야 영암사 표지판 있는 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먹으려는데, 어? 내 미수가루.... 없다..... 큰일이다.
이거 지원차량에 둔거라면 괜찮지만 비박 장소에 두고 온거라면 문제가 생긴다.
어라? 글고보니 쿨맥스 티 한장도 없다.
아무리 출발이 어수선 했다고 이럴 수가.
좀 얼척없는 기분으로 행동식으로 가져간 돈까스를 먹는다.
근데 남들은 카레를 먹네? 나도 카레 4개 신청했는데... 그럼 그것도 못받아 왔구나....... 쯔쯔.
먹다보니 구미바이크라는 팀이 지나간다.
세상에... 벽파령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는데도,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우린 뭘한겨?
쉴때마다 왕창님 이야기를 한다.
AC1 이란 자전거를 갖고 왔다고 한다.
난 잘 모르지만 매우 무거운가 보다.
출발때 잠깐 보이고 사라져서 먼저 갔냐, 뒤에 있냐, 가리왕산 포기하고 오대산으로 차량 이동했냐 의견이 분분하다.
그 자전거로는 우리보다 빨리 갈 수 없다는데, 슬바님은 왕창님이 먼저 갈 수 있는 분이라고 한다.
암튼 뭔지 모르지만 대단한 분인가 보다.
연락도 시도하고, 기다려도 보고, 그러면서 먹고 쉬고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우리 발밑엔 운해가 깔렸다.
우린 운해를 끼고 모퉁이를 돌고 돌고 또 돈다.
지치면 내려다 보며 감탄하고 숨차면 내려다보며 호흡 조절을 한다.
운해가 깔리면 멋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날 날씨가 흐릴 것이기땜에 즐겁다.
어서 햇빛이 땅을 덮히고, 저 구름이 열을 타고 올라와 우리를 구름속에 가둬줘야 한다.
송동하님이 자기는 우면산 개구리였다고 투덜거린다~
08:00 출발
09:18 5.0km 표지판, 3:45:11 13.0 49.19km
도대체 5km 가 어디로 5km 란 거야?
거리표시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할거 아냐.
이놈의 임도에는 이런 돌 이정표들이 있다.
거리외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처음으로 팀 라이딩을 하다보니 나 혼자 탈 때와는 너무 다르다.
나야 왈바에 처음이고, 조장이 있기때문에 오르막이나 평지에선 뒤를 따라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근데, 내리막에선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너무 빨리들 간다.
아니 도대체 이런 돌 깔린길을 저렇게 빨리가면 어쩌라는 거냐고.
난 자전거 망가질 것 같아 페달 밟지 않고 가는데, 이건 뭐 마구마구 밟으면서 내려들 간다.
거기다 내려가는게 어디 쉬운가, 다리 힘은 더 빠진다.
초반부터 쉬는 시간이 많고 길면서, 몸도 못풀고 온 상태에서 점점 페이스가 죽어가는데 내려가다가 다리힘은 다 빠지고...
그나마 한번 따라가 보려다가 바퀴자국에서 굴러버렸다.
으... 배수로에 쳐박혔다.... 왼쪽 무릎을 찍었다... 헬멧 없었으면 머리도 충격 받을 뻔 했다... 제대로 되는게 없구만.
다시 가는데 왼쪽 무릎이 좀 이상하다... 걱정된다.
09:35 출발
09:46 모릿재 착 3:45:11 13.0 49.19km
어? 벌써 모릿재네? 가리왕산이 70km 쯤 된다더니 벌써 끝나?
근데 이게 뭐야, 3:30 에 출발해 지금 도착했으니 6시간 15분 거린건데 속도계 늦게 세팅한거 감안해도 쉬는 시간이 2시간 반이었잖아!!!!
영원사 표지판 이후 거의 내리막이라 조금씩 체온을 뺏기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아직 햇빛이 있어 그냥 타고 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체온저하 현상이 좀 있다.
이제 1구간중 반 온건데 별 것 다 하는구만.
긴팔 고소 내의로 갈아입는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왕창님이 연락이 됐는데 벌써 오대산 입구란 말에 모두 거의 경악 수준이다.
그 자전거가 그렇게 힘든가... 뭘 모르니 감이 없다.
하지만 어쨌든 자극이 된다.
09:55 출발
10:02 정선 갈림길 통과 3:52:11 13.6 53.48km
10:20 진부 통과 4:07:39 14.5 59.74
11:15 오대산 매표소 착 4:48:09 15.1 72.49
모릿재 아래에 포도님이 와 있다.
어? 지원은 구간 종점에서만 하기로 했는데~
근데 사고가 있어 데리러 나오셨다고 한다.
이 길은 사고 날만한 경사다.
모릿재 출발하자마자 아주 다들 맘먹고 내려간다.
나도 잠깐 속도계가 66km 를 찍는데 남들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가는거야.
선두가 보이지도 않는다.
모릿재에서 오대산 매표소까지는 도로를 타고 가야한다.
난 옆에 자동차 다니는거 정말 싫다.
근데 mtbiker 님, 손을 주머니에 넣고 탄다.
그것도 도로에서.
정말 놀랍다.
난 한번도 핸들을 놔본적이 없다...
매표소에서 포도님과 다시 아침인지 점심인지 애매한 끼니를 때운다.
차안엔 사고난 참가자 두명이 타고있다.
조심해야지.
다들 북대령까지의 오르막을 두고 투지를 세우는 모습이다.
먹는데 옆에 웬 라이더 한명이 지원조가 없다고 욕을 해가며 투덜거리고 있다.
지원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오다니.
그 사람은 상원사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고 한다.
대단한건지 뭔지... 종주만 하면 다일까.
월정사 전나무숲 한번 보러 가자니까 다들 그냥 간단다.... 흑흑
12:00 출발
12:40 상원사 착 5:33:57 14.8 82.46km
어... 저기가 월정사 전나무길인데.... 고개가 자꾸 돌아가지만 어쩔 수 없다.
근데 이거 길이 왜 이러냐.
몽땅 지뢰터진 길처럼 곳곳에 웅덩이가 파여 편안히 갈 수가 없다.
포장하려고 흙을 다지는 모양인데 엉덩이가 너무 고생이다.
아프다.... 짜증난다.... 끌고가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완경사다...
그나저나 상원사까지 길을 포장하면 오대산 또 한번 망가지겠다.
거기다 북대령 지나 명계리까지 포장하면... 끔찍한 일이다.
지리산 성삼재 도로 개통후에 지리산 입장객이 200배가 늘었는데 오대산도 언제 그 꼴 날지 모르겠다.
명주군수와 인제군수가 욕심부리면 언제든 불안한 상황이다.
십자수님이 페이스가 떨어져서 천천히 오겠다고 한다.
13:05 출발
14:10 북대령 착 6:34:16 13.4 88.10km
오메.... 북대사 지나고도 한참이네...
체온이 떨어지며 페이스 쳐진게 점점 영향을 준다.
거기다 가리왕산에서 굴렀던 무릎도 영향을 주고 있다.
조금씩 왼쪽 무릎을 찔리는 듯한 통증이 온다.
무리해서 타고가지 않고 끌고 가기로 한다.
이러다 무릎때문에 오르막은 다 끄는거 아닌가 걱정이다.
해와 소년님도, mtbiker 님도 끌고 가는 시간이 늘어난다.
북대령에 도착해 쉬고 있는데 누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다.
아니 저사람은 힘이 남아도나.
이태등님이라는데 대회때마다 1등을 도맡아 놓는 분이란다.
여기서도 저 정도로 지나갈 체력이 있어야 1등하는구나...
십자수님을 기다리다 먼저 내려간다.
15:03 출발
15:53 매표소 착 7:14:3 13.8 100.17km
난 저들이 제정신으로 안보인다.
도대체 이런길을 어케 저리 무식하게들 내려갈 수가 있냐고!
한재성님은 펑크가 3번이나 났는데도 막 내려가고, 다른 사람들도 어디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나? 난 내 자전거에 확신이 안간다.... 페달링 없이 그냥 내려간다.
자겨운 내리막이다.
다리힘은 더 빠진다.
내려가다 다리힘이 빠져 올라갈때 끌고 가게되면... 이게 말이 되냐고.
다들 이 내리막을 기대했다는데 길 상태는 별로 좋지 않다.
아마 작년 폭우에 돌들이 다 노출됐나보다.
가리왕산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중간 끊어진 구간도 있어 포크레인이 작업중이기도 했다.
나같으면 자전거한테 안비켜줬을거다.
"난 일하는데 저것들이 떼거지로 자전거를 타?" 하면서~
여기가 1구간 종점.
다른 팀들도 몇몇 남아있나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씻고 라이트 준비하고.
여기서 십자수님과 해와 소년님은 라이딩을 중단한다.
스스로 중단하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내년엔 잘 준비해서 꼭 완주하게되길 바래본다.
대신 십자수님의 라이트를 단다.
무지 밝은거라고 한다.
제일 버벅거리는 내게 젤 밝은거 다는게 도움이 되는건지...
17:02 출발
17:40 월둔교 통과 7:52:47 14.5 114.56km
또 지겨운 아스팔트 길.
그나마 내리막이라 다행이다.
옆엔 내린천 상류가 흐르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이 56번 국도는 비포장길이었다.
42번 국도도, 6번 국도도 다 비포장있다.
그때만 해도 내린천 상류는 오기조차 힘든 곳이었는데 이젠 개나 소나 다 오갈 수 있게됐다.
예전엔 방태산 주변의 살둔, 달둔, 월둔과 아침가리, 명지가리, 곁가리, 적가리, 연가리의 3둔 5갈이 전쟁, 흉년, 전염병도 피해가는 오지라고 했지만 이제 그것도 거의 옛말이 되고 있다.
매표소부터 에스코트 해주시던 포도님과도 여기서 헤어져 서림에서의 조우를 약속한다.
왼발로 페달링 하는게 점점 힘들어진다...
18:48 아침가리골 정상구룡덕재 8:41:10 13.9 119.64km
월둔교 지난 초입부터 온통 돌밭이 나온다.
월둔교~방동약수까지가 명색이 453번 지방도인데 길 정말 대단하다.
여길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돌이 많아지며 점점 끌고가게 되고 결국은 구룡덕재까지 다 끌고가야했다.
여름계곡의 불청객인 날파리들은 쉴새없이 눈가를 맴돌고 있다.
왼쪽 무릎에 대한 부담이 머리속에서 별 생각을 다 들게 만든다.
몸 생각해서 명계리까지 타고 그만둘걸 그랬나...
괜히 2구간까지는 끝낸다고 가다가 몇달 고생하는거 아닐까...
방동약수까지 내려가다가 더 악화되는건 아닐까...
에이... 괜히 굴러가지고 이게 뭐람.
얼씨구? 여기서 핸드폰이 터지네?
우리동네는 안터지는데....
19:00 출발
21:03 조경동 고개 정상 10:17:37 12.9 133.35km
아침가리골... 정말 대단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슬픈건, 이것도 지방도이니 언젠가는 포장될거라는 점이다.
개발과 보전이 싸우면 항상 개발이 이긴다.
어? 근데 방금 새만금 공사를 잠정중단 했다고 한다.
동강댐 이어 별 일이 두번째네 그랴.
아침가리골을 어둡기 전에 통과해야 한다며 다들 질주를 계속한다.
나? 난 그런길은 자전거 끌고가야 하는건 줄 알았다....
기타님이 뒤를 봐준다.
난 내년에도 이길을 저렇게 못내려갈 것 같다.
이제 저 고개만 넘어가면 방동약수다.
3km 라고 한다.... 실제로는 6km 정도였다...
다들 왜 이리 길어? 를 되뇌이며 꾸역꾸역 오른다.
아침가리를 빛이 남아있을 때 통과한게 다행이었다.
이미 산속엔 어둠이 덮쳐오고 반짝이는 후미등과 반딧불 외엔 아무 광원도 없다.
다른 광원이 나타나면 방동약수라는 증거겠지...
이제 기록도 귀찮다...
7.13
02:03 서림 도착 12:59:37 12.4 161.74km
조경동 정상에서 방동약수까지는 콘크리트 포장.
대단한 경사다.
브레이크를 꽉잡아도 밀린다.
나 가벼운데...
고개 정상은 고도 820m 정도, 방동약수는 560m 정도.
길은 사면을 따라 난게 아니라 그냥 산을 깍아내린 것 처럼 고도를 떨어뜨린다.
방동약수에 도착한 팀원들은 다들 졸립고 피곤하다.
간단한 간식을 챙겨먹는다.
난 앉으면 잘까봐 그냥 서서 버틴다... 서서 졸며 비틀거린다...
이미 왼쪽무릎은 하중을 실을 수가 없다.
여기서 연가리골 입구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아스팔트 포장, 이후 쇠나드리까지는 비포장이다.
하지만 양양 양수발전소 공사 이후 발전소까지 진동계곡을 따라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이미 기반 공사는 거의 끝난 상태다.
정말 이놈의 나라는 남아나는 곳이 없다.
진동계곡이 어떤 곳인데...
출발 후 얼마 안가 뒤에 팀원들이 안보인다.
슬바님이 다시 돌아가자고 해 가보니, 기타님이 페달링이 안돼 스스로 라이딩 불가판정을 내린다.
그 안타까움...
포도님과 연락해 지원차량을 부른다.
우린 기다릴 수가 없어 기타님을 두고 먼저 떠난다.
정말 마지막으로 갈수록 처절한 상황이다.
그 사이에도 잔머리가 돌아간다.
나도 무릎생각해서 중단할까?
하지만 그거빼면 몸상태는 정말 멀쩡하다.
무릎만 아니면 무박으로 3구간 끝낼 수도 있는 컨디션이다.
결국 그냥 간다... 당연한 일이다.
근데... 이젠 오른쪽으로만 페달링을 한다...
기타님과 헤어진 뒤 점점 빗방울이 많아지며 굵어진다.
방태천과 진동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길, 밝을때라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다들 앞으로 나아갈 뿐.
비포장을 앞에 두고 다들 물이 떨어졌는지 계곡에 내려가 물을 뜬다.
기타님을 데리러 간 차가 돌아와 조침령입구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
의외로 길은 평탄하다.
아예 길을 고속도로처럼 뚫고 있다.
계곡쪽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쌓고 온 계곡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 손때 묻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될까...
아, 이제 조침령 입구다.
기타님을 태운 차는 먼저 넘어가고 우린 또 꾸역꾸역 끌고 올라간다.
이 길도 포장하려는지 공사중이다.
몇년뒤엔 280 코스잡기도 어렵겠다.
이미 시간은 12시를 넘어 1시가 다 되간다.
머리속엔 또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서림도착해서 안자고 바로 3구간 진행할까.
자전거 오늘 타고 끝나는거 아니니까 무리하지 말고 중단할까.
기타님이랑 같이 조침령 넘어갈 걸 그랬나.
다른 팀원들이라고 그런 생각 하지 않았겠냐, 조금만 더 참자...
그나마 다행인건 걸을때는 왼쪽 무릎이 그런대로 버텨준다는 거다.
조침령 정상.
백두대간 종주한다며 지도 들여다볼 때 조침령~단목령 구간의 악명높은 진드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요즘엔 그 진드기들도 덜 하다고 한다.
그 조침령 정상, 이제 서림까지 내리막만 남았다.
다시 라이트를 켜고 내려가는데... 이 길도 경사 장난 아니구만...
내가 제일 밝은 라이트를 달고도 비틀거리느라 앞에 가는 팀원들을 비춰주질 못한다.
무능력에 화나고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이 심정을 뭐라 해야할지.
트레키님이 내려가다 말고 끌고 간다.
컨디션 바닥인 듯 하다.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며 다들 다시 안장에 오른다.
조침령은 고도가 750m 가 넘고 서림은 100m 정도다.
저 길을 올라 간 사람이 있을까...
서림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다.
모두 여기서 랠리를 중단한다.
나도 중단한다.
와서보니 3구간이 진부까지 연장됐다고 한다....
02:45 트레키님 드디어 도착.
아침
비는 그쳤다.
3구간 가는 사람들은 거의 떠난 듯 하다.
우린 남아 정리하고 진부로 이동한다.
하지만 차량이 부족한 우리는 2번을 왕복해야 한단다.
포도님만 고생이다.
근데 이제서야 조침령을 내려오는 팀들이 있다.
민박집에서 잤다고 한다.
그들 뿐 아니라 민박집에서 잔 팀들이 더 있었다.
과연 랠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진부
날은 땡볕.
레인님이 벌써 완주를 끝내고 와있다.
놀랍다.
인간이 아닌 것 같다.
다시 하안미리까지도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서울로 같이 가지 않는 나는 먼저 출발한다.
할 말도 많고 이제 얼굴도 익혔는데 내년을 기약한다.
내년에 난 무박 무지원으로 해볼 생각이다.
280 랠리가 특별히 주최가 있거나 운영자가 관리를 하는건 아니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동호회들이 꽤 있었다.
완주만이 목적이 아니라 중간 과정도 기본을 지키면서 해야 진정한 완주가 아닐까 싶다.
완주만 했다고 축하하는 사람들을 보며 목적만이 너무 중시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참가신청만 하고 구간이 어딘지도 모르고 온데도 있다.
같이 한 왈바 참가자 전원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가을에 초청한다고 했는데, 지금 초청외에 영남알프스에도 같이 가자고 할 생각이다.
좀 멀긴 하지만 100만평 억새평원의 감동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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