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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함께 잔차를 . . . .

이상발2003.07.21 08:49조회 수 910추천 수 1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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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는 이상발입니다.

식구라고는 4명이 사는 집에 잔차라고 보이는 것은 모두 6대 있습니다.
식구 수대로 자기 잔차 다 있고, 저만 유사산악 풀샥과 싸이클 랠리가 한 대씩 더 있습니다.

집사람 차는 프로코렉스 노란색 프레임입니다. 조립했습니다. 이것 저것 부품을 모으다 보니까, 뚝딱 한대가 나왔습니다.

이 놈을 먼저 조립하고 나서, 함께 타면 좋겠다 싶어서, 저도 프로코렉스 노란색 프레임으로 완성차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완전히 노란색 커플이지요. 물론, 헬멧과 유니폼, 장갑도 노란색으로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안 살림을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잔차 타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지난 봄에 잔차를 준비해 놓고 한번도 함께 제대로 타 보지를 못했습니다.

잔차 타러 나가게 되면, 둘만 남은 아이들 걱정도 되나 봅니다. 요사이는 그래도 아이들이 좀 커서 그런지 자기네들 둘만 집에 있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 .

어제 처음으로 집사람과 함께 잔차를 타러 나갔습니다. 물론 아파트 주차장 정도에서는 연습시킨다고 한번씩은 타고 그랬지만, 아파트 밖으로 나가 본 적은 어제가 처음이었지요.

노락색 헬멧을 씌우고, 노란 장갑을 끼게 하고, 노란색이 주요 색상인 프로코렉스 옛날 유니폼 상의를 입히고, 검정색 하의까지,  아주 멋집니다.

집사람 광교산도 문제 없다 그럽니다. 아마도 등산 다니던 완만한 그 길을 생각하나 봅니다. 큰소리 뻥뻥 칩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가볍게 스트레칭, 뭇 사람들의 시선이 좀 따갑습니다.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봅니다, 내외간에. 아마도 닭살 커플이라고 누가 뒤에서 이야기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출발.

집사람의 실력을 검증하기 전 까지는 인도를 따라 살살 갑니다. 가면서 온갖 잔소리를 다 합니다, 제가요.  기어 변속은 이렇게 하고, 시선은 좀 멀리 앞을 내다 보고, 우회전 할 때 너무 우측으로 붙으면 안돼. 브레이크는 두 손가락으로 하는 거라고.  

역시 어설픈 초보입니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여의도 광장에 자전거를 타러 몇 번 다녀 본 솜씨인 듯 합니다. 그리고는 줄기차게 솥뚜껑 운전만 시켰으니, 잔차 운전을 잘 할 리가 있나요? 조금만 경사진 도로가 나와도 힘들어 합니다.

이 실력으로 광교산을 가겠다고?  집에서부터 수원 월드컵 경기장까지, 도로만 8km 정도 달린 후 집으로 돌아갈 길을 선택합니다. 그래, 잔뜩 긴장한 채로 도로를 이만큼 달렸으니, 이제는 시원하게 산길을 달리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자.

수원 월드컵 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야산으로 올라갑니다. 아주대 뒷산이라고 알려져 있고,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여우골이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그저께 비가 온 관계로 바로 머드 라이딩 경험합니다. 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과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이 다른 것임을 바로 경험합니다. 그래도 자잘한 자갈돌이 뒤덮힌 길을 잘도 갑니다. 여우골 약수터에서는 바로 싱글길로 업힐입니다.

물론 잔차 두대다 제가 타고 올랐습니다. 첫 날부터 업힐 끌고 바이크를 시키면, 더이상 집사람과 함께 잔차를 타기가 어려워질 우려도 있습니다. 먼저 제 잔차로 업힐 후, 나무에 기대어 놓고, 다시 뛰어 내려와서 집사람 잔차에 올라타고, 가자, 넌 걸어라, 난 타고 올라가마,

뭐, 여기를 타고 올라간다고? 못 믿겠다는 표정입니다. 보여주마, 자신만만하게 타고 올라가다 미끄러워서 중간에 슬립과 함께 잔차에서 내립니다. 거 봐라, 어떻게 여기를 잔차를 타고 올라가? 라며 당연시 하는 집사람에게 빡빡 우겨봅니다. 좀 전에 내 잔차로는 올라갔노라고, 그리고, 이것은 당신 잔차고 프레임 사이즈와 안장 높이가 달라서 그렇다고,

핑계 대지말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좁은 싱글길을 걸어 올라갑니다. 몇 걸음 올라가면, 산등성이를 따라 편안한 긴 임도 같은 길이 열립니다.

바로 이 맛입니다. 거의 평지 수준에 흙길을 따라 좌우로는 온갖 나무들이 신선한 공기를 내 뿜고, 풀벌레 소리 아침을 깨우는 상쾌함을 느끼면서 페달질 합니다. 간간히 운동삼아 나온 분들이 부러운 듯 쳐다 봅니다.

집사람도 좋은가 봅니다. 길 가운데 있는 물 웅덩이도 그냥 박차고 나가 버립니다. 5도 미만의 얕은 경사길도 시원스레 내려 쏩니다. 야야, 브레이크에 손 얹어 놓고 조심해서 가,  코너에서는 브레이크, 브레이크.

내리막에서 페달에서 발이 미끄러졌나 봅니다. 잠시 휘청하더니 그래도 균형은 잡습니다. 조금 더 경사도가 있는 길 다운입니다. 웬만하면 자신이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내려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냥 막 가더군요, 비명을 질러 대며.

다 내려와서 한다는 소리가, 감속을 하면 균형을 잃어 옆으로 넘어지려고 해서 그냥 막 내려 왔다고, 앞으로 몸이 쏠려서 팔이 다 얼얼하다고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법원 사거리 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도로를 타고 집으로 옵니다.

점심이 가까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사람 서울 가자고 합니다.
왜?  남들 다 보는데 옷이 이게 뭐냐?  좀 더 멋진 새 옷으로 사러 가자. 커, 무섭습니다. 잔차 실력보다는 다른 사람들 시선을 더 의식하는군요.

첫 날 잔차질에 참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도로에서 차랑 나란히 달리기. 싱글 길 걸어서 올라가기. 임도 달리기. 돌 많은 길을 다운하기. 게다가 머드라이딩까지.

점심은 라면으로 떼우고, 오후는 내내 잠만 자는 우리 집사람의 잔차질 첫 날이었습니다.

다음에는 광교산의 쉬운 길 하나 정도 타 볼 수 있겠지요?

노란색 커플 잔차를 타는 닭살 커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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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2003.7.21 09:26 댓글추천 0비추천 0
    ㅎㅎ 정말로 보기 좋습니다. 우리 마눌도 잔차는 사주었는데 몇번 나갔다 와서 힘들다고 그다음에는 아예 쳐다 보지도 않네요.
    난 다른사람 집사람이랑 같이 타면 넘 부럽던데..
  • 집사람과 잔차타는게 다 좋은 면만 있는건 아니랍니다.^^ 요즘엔 집사람과 싱글을 타러 가는것은 주저하게 됩니다. 내가 안보는사이에 자칫하다 다칠까봐서요. 아내의 몸에 상처나는것은 보기가 어렵더라구요.
  • 이상발님 .안냐아빠님.대왕님.산초님 산초님부인은 고수님...또 강가딘님.chp 님 .....이러다가 싱글들에게 미움 받을까 염여스럽읍니다 ㅎㅎㅎ 임튼 죽하드립니다.
  • 재밌게 읽었습니다. 같이 타신거 축하드립니다..흐흐;
  • 것참 그래서 부부끼리는 뭐 가르치면 안되나 봅니다. 저도 마눌과 출동하면 엄청난 잔소리를제가 해대는지(제딴엔 자제하는건데) 듣는둥마는둥;; 2번의 라이딩후 역시 집안일로 인해 3차 라이딩 계획은 연기중입니다;; 부부끼리 잔거타는게 쉬운게 아닌듯함다.
  • 2003.7.21 16:20 댓글추천 0비추천 0
    잔거는 거의 같이 타는 편입니다. 정 위험한덴 저 혼자 가지만... 이번에 마눌을 위해 상체보호대까지 여분으로 하나 더 구입했지요^^ 상체보호대까지 장착시키면 넘어져도 덜 다치겠지요? 암튼 어디 놀러갈땐 돈도 덜들고 여기저기 편하게 다닐수 있고 좋은면이 훨씬 많지요^^
  • 이상발글쓴이
    2003.7.21 16: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산초님, 이 차제에 와일드클럽에 닭살 클럽(내외가 함께 잔차 타는 클럽)을 하나 만들어 보심이 . . . . . .
  • 부럽습니다. 우리마눌은 한강에서 마라톤하는 사람에게도 추월을 당하니 ...어찌해야 할찌 ...
  • ㅋㅋㅋㅋ.원형사님의 글..읽고 뒤로 자빠졌습니다.
    힘내세요...ㅋㅋㅋ
  • 원형사님 그래도 같이 타는게 어딥니까...천천히 가면 사고날 위험도 별로 없고...나름대로 좋은점도 많습니다^^;
  • 무조건의 축하를 드립니다. 저도 함께 타는데...4개월 걸렸습니다. 야트막한 임도에서 맛들이기 잔차질부터 시작했죠...오르막? 무조건 함께 끌고바이크
  • 이상발님,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
    늘 행복한 가정되세요~
    (저는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사람을 아내로 맞아, 신혼 여행을 자전거 여행으로 할 생각입니다 ㅎㅎ)
  • 전 잔차로 꼬실 계획인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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