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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안동 당일치기 편도 라이딩.....

감자마을2003.07.21 17:53조회 수 1274추천 수 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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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형식의 글이라 반말인 점을 양해해 주시고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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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금요일.......

언제나 내곁에 있어주던 그녀가 떠났다....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도 해는 뜨고 날은 밝아오는데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밥먹는게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냉장고를 뒤져볼까....

친구네 자취방에 놀러간다..... 멍한 눈으로 TV만 종일 바라본다...

TV가 슬슬 지겨워질 무렵 종목을 바꿔본다... 만화책....

암행어사, 베가본드, 군계, 고르고13, 멋진남자 김태랑.....

김태랑... 5권 빌렸는데 잼나서 또 빌리러 간다... 15권...

첨엔 오만가지 역경에도 초지일관 자신의 뜻을 펼치는 이야기가 잼나게

이어지던데 좀 뒤로 가니 든든한 빽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이야기로

밖에 안 보인다.... 부정적인 생각..... 맘이 우울해서 그런가?

19일 새벽4시다....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온다..... 불꺼진 방...

아무도 없는 궁색한 자취방.... 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내 마음가는대로 하루를 보냈다... 쉬었다는 느낌도 없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내게 주어진 시간을 흘려보낸듯한 생각뿐...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무기력한 나에겐 자극이 필요하다.... 떠나볼까?

불을 켠다.... 새벽 4시반...

컴터를 켜고 '아자여'카페에 들어가본다....

라이딩일정이 잡혀있다... 오후 3시...

단거리 라이딩이 될거 같다... 과연 이것으로 내게 자극이 될까?

지도를 편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지명 '안동'....

하회마을이라는 곳... 큰누님의 시댁에 다녀오면서 자주 봐 왔던

지명이다..

거리를 따져본다... 내가 있는 대구에서 안동까지의 거리....

지도상으론 대구에서 포항까지의 거리와 비교할때 조금 더 멀어보인다..

자전거를 통학용으로만 탄지 2개월이 넘었는데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할까?

넘 멀어보이는데.... 잠도 별루 못잤구...

머릿속으로 수지타산을 맞춰보다 그냥 고개를 흔들어버린다...

이것저것 따지면 어디를 가겠누... 힘들어야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그래... 가보자...

샤워를 하고 장비를 주섬주섬 챙긴다... 몇몇장비는 학교 연구실에 있는듯...

아는 분에게 중고로 산 2만원짜리 져지, 이월상품으로 반값에 산 폭스반바지,

1만원 주고 산 중고 프로웰 헬멧, 검정색이 붉은 색으로 탈색되어버린 1년 정도

사용한 싸구려 반장갑, 타이어 펑크 킷, 펌프, 만약을 위해 준비한 긴 츄리닝

바지, 그리구 모든 장비를 담아둘 허리쌕....

져지 상의 3개의 주머니에 관광정보센터에서 주는 관광지도, 천원짜리 3장,

휴대폰을 넣고나니 준비완료....

학교에 들러 나머지 장비들을 챙긴후 6시 반에 대구를 출발한다....

간만의 라이딩이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재미있겠지?

안동으로 가려면 팔달교를 건너 칠곡을 관통하는 5번국도를 따라가야한다...

간만에 페달을 밟는 즐거움에 그냥 칠곡쪽으로 달리다 보니 낯선곳이 나온다..

지도를 찾아봐도 어딘지 모르겠다.... 길치.... ㅡㅡ;

결국 왔던 길을 30분이나 되돌아가서 5번 국도를 찾아 달린다... 1시간의 체력과

시간손실... 아까워라~

되돌아오는 길.. 신호대기 중일땐 나의 복장은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히

섹쉬(?)하다... 이젠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아랫배만 쳐다보는

몇몇 아주머니들을 대할때면 아주 당황스럽다...

( 하트모양 쿠션으로 가리고 다녀볼까? ㅡ_ㅡ; )

국도 5호선을 찾아 칠곡 시내를 벗어난다...

지나가는 차들도 그리 많지 않고 태양은 적당히 구름에 가려있다...

여느 장거리 라이딩과 마찬가지로 출발후 2~3시간까지는 이것저것 경치 구경하느라

바빴지만 그 후 엉덩이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할때부터는 나와의 싸움이다..

피곤이 슬슬 몰려오고 지치기 시작할때부터 머릿속은 더욱 또렷해 지는건 왜일까?

산에서 탈땐 잘 미끄러져서 원망스럽던 낡은 타이어가 도로위에선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다...

낡은 것이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닌가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오르막길이 원망스럽도록 힘들고 내리막길이 그것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 내 마음을

달래준다....

갈때는 힘든 오르막길이지만 돌아올때는 한숨 돌릴 수 있는 내리막길일테지?

갑자기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내게

분명 생길거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과거로 보내고 현재의 나를 지켜보았을때

현재의 나를 있게 하는 것은 내게 마냥 편하고 쉬운 것만을 했던 시간들이 아닌

힘든 시간들이 아닐까?

그런 시간들이 미래의 좀더 발전된 나로 만들어 주는 밑거름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페달질을 한다.....

자전거 타며 이런 생각을 한다는건 내가 점점 성숙해 간다는 증거이거나...

힘들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다.. ㅡ_ㅡ;

( 아마도 후자일듯... )

군위를 지나 의성에 다다를때까지 중간중간 쉬면서 준비한 양갱과 초코바로

허기를 달랜다....

아침을 안먹구 출발해 허기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양갱 몇개 먹구 나니 괜찮다..

날씨두 선선하니 라이딩하기 딱 좋은 날씨다...

12시.....

안동을 16킬로 남긴 지점에서 휴게소에 들러 순두부찌게를 점심으로 먹었다...

내 복장을 힐끗 쳐다보시곤 밥을 내어 오시는데 밥공기가 2개...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 더 주시는 따끈따끈한 정에 배가 더욱 불러오는듯....

( 간판이름이 생각나진 않는데 휴게소 유리에 '믿음을 팝니다...'라는 문구의

휴게소였다... 담에 가면 사진찍어서 홍보해 드리리~~~! )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안동으로 출발.... 16킬로만 가면 오늘의 여정이 다

끝날줄로만 알았는데 하회마을까지는 안동에서 다시 24킬로정도 더 가야한단다..

팔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는 소리였지만 어쩌겠는가... 고지가 코앞이다...!

하회마을에 도착한 시간 오후 2시 30분....

마을입구를 지나치려는데 경찰도 아닌 왠 제복입은 사람이 앞을 막는다...

'입장권 사셔야죠'.... 1600원... 들어갈땐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들어갔는데

3시에 하는 탈춤공연을 보고난 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태어나서 처음 본 탈춤공연은 정말 압권이었다....

( 하회마을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기 바란다.... )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아는 사람들 무리를 우연히 만났다~~! 반가운지고.....

인근에 농활온 대학생들.... 아주 친한 사람 1명을 제외하곤 얼굴만 아는

사람들이지만 날 따뜻하게 반겨주는데 오늘의 피로가 모두 날아가는듯 하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다시 자전거타고 대구로 오려했지만 도착하고 나니 다시

자전거타고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ㅡㅡ;

안동시내에서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려했으나 일행들이 내일 대구로

내려간다고 하길래 하루를 신세지고 같이 내려가기로 한다....

대청마루에 누워 바라본 하회마을의 하늘은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특별한 운치가

있었다.............

총 라이딩 거리 : 141km

총 라이딩 시간 :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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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내 곁을 잠시 떠나 안동으로 농활 온 그녀는 츄리닝 차림의 화장도 안한 얼굴이었지만

      아름다웠다....    ^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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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크.. 염장성 글이군요.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__^
  • 오...일기형식이라 그런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노골적으로 아랫배만 왜 쳐다보는지...; 여하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 아 흑 ㅠ..ㅠ 쳇 난 첨에 글읽구 마을님 위로 해드리려 했지만 헐 염장성글이라니 미버 --+
  •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럼 잠시 농촌생활(맞죠?)와서...잠시 떠났다고 하신건가....흠냥;;
  • 하회마을 저도 여러 번 갔었지만 갈때마다 참 인심도 좋았고(물론 사 먹어야지만) 전 항상 그 집에서 자곤 했었는데..(유성용 생가 바로 가기 전집(코너) 그 집 아저씨 맨날 술에 쪄들어 계셨는데 그래도 아주머니는 아저씰 사랑한단다..참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아저씨가 쬐꼼만 더 일을 하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요즘은 자동차를 마을로 못 갖고 드가게 하데요.. 참 잘한것 같습니다. 크지도 않고 별 볼것도 없는델 한 다섯 차례 간듯 하네요...버스가 안와서 하회마을에서 풍산까지 걸어나온 직선으로 약 2키로 되는 돈둑길이 인상에 남네요. 기운 내시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으시길..글 참 이쁘네요...(표현하지 못할 감성이...쩝)
  • 멋지네요... .. . ㅡ~~ ~ ~ ~
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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