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와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놈은 방학을 맞아 미국 이모네에 갔다.
영어 연수 바람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평일에는 시골(충남 연기군)에서 직장 생활...
주말은 풀타임으로 가족과 보내는 주말 부부인 나...
때문에, 동호회 활동은 물론, 장거리 투어 한번 못해봤었는 데...
물론 내가 잔차 탄지도 이제 겨우 반년정도다.
그것도, 고지혈증이란 진단을 받고서, 어쩔수 없이 시작한 운동이었다.
때는 왔다. 휴가를 내고 4박5일의 장거리 투어에 나섰다.
여행 계획은 뭐 대충 짰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경북 내륙 지방을 함 돌고....
하루에 한 100~120키로씩 달려야지.
소백산 고치령 고개도 함 넘어보고...
그러면, 허접한 순도 100% 초짜인 나도 잔차맨이라고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안 떠나면, 내 나이에 언제 다시 이런 모험(?)을 해 보겠어.
그래 가자.
첫째 날(8월 2일)
잔차를 손보고, 짐 싸고하니 오후 네시반쯤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려는
계획을 접고... 그냥 조치원의 회사 기숙사를 나섰다.
어차피 텐트와 침낭을 가지고 가니까... 아무데서나 자지 뭐...
짐이 꽤 많은데도... 잘 나간다. 타이어를 세미슬릭(흥아, 1.75)로 바꾼 탓일까.
그런데... 초장부터 사고쳤다. 청주도 채 못가서였다.
딴 눈 팔다가 다시 보니 어느새 사거리의 신호등이 빨간 불로...
차들은 아직 서있다. 급브레이크 잡느니... 그냥 지나치자.
그런데... 순발력 좋은 오토바이가 내 측면을 그냥 들이 박았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발목 부위가 좀 까졌고, 어깨가 좀 뻐근한 정도다.
오토바이쪽은 물론 나보다 더 양호했다. 보니 커피 배달하는 아가씨다.
별반 다치진 않았지만, 커피잔 깨지고, 오토바이 백미러도 깨지고...
신호위반한 책임도 있고해서 이만원을 건넸다.
착한 아가씨다. 더 뜯으려고 하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걱정해준다.
풀어진 짐 다시묶고 출발... 어 근데, 체인이 자꾸 벗겨진다.
자세히 보니 체인링이 휘었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잠시 갈등하다가..
1단에 체인 고정시키고, 다시 출발했다.
내리막이나 평지에서 속도 못 내니까, 좀 답답했지만...
사고의 여파일까... "안전 제일"을 속으로 외치면서 천천히 갔다.
거기다 얼마전에 구입한 잔차 전용 라디오를 크게 틀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니...
음... 이거야 말로 완벽한 관광모드 라이딩이다.
저녁 6시쯤 되어서 공군사관학교앞을 지나치게 되었는 데...
그 맞은편에 남일초등학교가 있고, 문이 열렸있다. 주저없이 들어가서
텐트를 쳤다. 수도가에서 대충 씻고.... 저녁은 가지고 간 양갱과 미숫가루로 때웠다.
미숫가루는 건조식품이라 부피와 무게를 적게 차지하고, 상하지도 않아서
행동식으로 괜찮다는 생각이다. 물만 있으면, 충분히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맛은 별로지만...
한 8시쯤 돼서 일찍 누웠지만, 쉬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다 잠들었다.
주행거리: 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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